다음날인 14일 저녁에 서울시내 출장마사지업 하는 후배들을 르네상스호텔로 모두 소집했어요. 사실 제가 그쪽 바닥에선 큰형님 격이라 부르면 다 옵니다. 그리고 전화 건 손님들 휴대전화 번호를 일일이 비교했죠. 그랬더니 역삼동에서 납치됐던 아가씨를 부른 손님, 즉 경찰관을 사칭한 놈이랑 임양을 부른 손님 휴대전화 번호가 똑같더라고요. 그래서 얘기했죠. 같은 번호 뜨면 바로 연락하라고요. 강남경찰서에 아는 형사에게 전화를 해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부탁하고 신고를 했더니 다음날 아침에나 올 수 있다는 겁니다. 납치된 아가씨가 어떻게 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결국 아가씨가 죽었잖아요.”
▼ 그런데 이 사건을 수사한 건 서울경찰청 소속 기수대였잖습니까.
“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그런데 15일 새벽 2시쯤에 신촌 쪽 업소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5843’ 떴다고(영화에선 ‘4885’). 제가 지시한 내용을 깜빡하고 아가씨를 내보냈는데, 손님이 너무 크고 글래머라 싫다며 다시 돌려보냈다는 겁니다. 후배에게 그놈이 어떤 여자를 원하느냐고 물었더니 아담하고 예쁜 아가씨를 보내달라고 했다는 거예요. 나중에 유영철에게서 들은 이야기지만 자기는 시체를 토막 내기 편하게 키가 작은 여자만 골라서 불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단 업소주인에겐 그놈에게 ‘우리가 원하는 애를 준비할 테니 시간이 좀 걸려도 기다리라’고 그렇게 전하라고 했죠. 그러고 저는 후배들에게 전화를 돌렸습니다. 신촌 인근의 서강지구대로 모이라고. 그리고 그놈을 유인할 마사지 아가씨로 차 주인인 김씨와 또 다른 아가씨 1명을 데려갔죠. 기수대 Y 형사는 당시 집이 경기도 구리 쪽인 줄 아는데, 서강지구대로 가면서 전화를 했어요. 그때 Y 형사에게 전화한 사람이 바로 경찰이 제보자라고 한 노모씨입니다. 제 친한 후배기도 하고. 평소 Y 형사와 친했습니다.”
▼ 당시 수사 담당자였던 Y 형사의 진술서에 보면 자신이 미리 현장에 도착해 유영철의 검거를 지휘하고 지시했다고 돼 있는데요.
“아닙니다. 저도 그거 봤는데 사실이 아니에요. 지구대 김모 경장이 현장에 나가 수갑을 채우고 했는데, 어느새 노씨의 전화를 받고 온 Y 형사가 와서 수갑을 또 채우더군요. 거기(진술서) 보면 Y 형사가 자기가 검거 때 미리 도착해 있었고 지구대에 가서 자기이름 말하고 경찰관을 불러 붙잡으라고 제게 시켰다고 돼 있지만, 실은 그게 아니고 다급했던 제가 지구대에 직접 가서 ‘강남경찰서 강력반 정 경위인데 납치범을 잡는 데 지원해달라’고 했던 거죠. 영화처럼 경찰 사칭했어요. 그랬더니 김 경장이 바로 지원하더라고요. 다른 분은 바쁘다고 하는데 그 분만 잽싸게 사복으로 갈아입고 나왔어요.
유영철 사이에 둔 경찰 간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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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 사건 당시 사체 발굴 현장 검증에 나선 경찰. 유영철 오른쪽이 당시 수사총책이었던 강대원 전 기동수사대장이다.
어쨌든 유영철은 우리가 유인하러 보낸 두 번째 아가씨는 못생겼다고 또 싫다고 돌려보내고, 세 번째 아가씨는 장소를 계속 이리저리 바꿨어요. 우린 이미 멀리서 그의 얼굴을 본 상태였죠. 그 유명한 신촌 그랜드마트 뒷골목에서 유영철과 딱 마주쳐서 격투 끝에 잡았죠. 유영철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하게 저항했어요. 후배들도 많이 맞고 저도 맞았어요. 전 가져갔던 야구방망이로 유영철의 허벅지를 몇 번 내려쳤어요. 그러니까 좀 조용하더군요. 그런데 붙잡히는 순간 입에 뭔가를 급하게 집어넣고 씹는 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입을 열려고 했는데 완강하게 거부해 제가 인근 식당에서 숟가락을 가져와서 파냈죠. 입 안에서 피와 출장마사지 안내 전단 한 뭉치가 나왔어요. 그게 자백의 주요 증거가 됐습니다. Y 형사는 그때 우리가 유영철을 억지로 승용차에 태우고 난 뒤에 왔죠.”
이에 대해 Y 형사는 “4년 전 사건이라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격투를 한 사람은 다른 경찰이었지만 미리 연락을 받은 것은 맞다. 내가 쓴 진술서가 다른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라고 반박했다.
▼ 영화를 보면 지구대에서 경찰들 간에 유영철의 신병 인계를 두고 서로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직도 경찰은 터무니없는 낭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지구대에 간 뒤 바로 유영철을 숙직실에 몰아넣고 목을 우선 한 대 갈겼죠. 푹 주저앉더군요. 이후에 얼굴을 흠씬 두들겨 패줬죠. 나중에 기수대 사무실에서도 많이 팼어요. 유영철이 당시 언론에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얼굴 전체를 마스크로 가려서 안 보였지만, 당시 눈과 코 입 등 얼굴 전체가 제게 맞아서 멍이 시퍼렇게 들었죠. 그래 놓고 제가 다짜고짜 물었습니다. ‘아가씨들 다 어떻게 했어’라고요. 근데 그놈 입에서 뜻밖에도 ‘제가 안 죽였어요’라는 말이 튀어나와요. 깜짝 놀랐죠. 그래서 조금 더 팼더니 ‘강남과 서울 인근에서 죽은 부잣집 노인들은 자기가 다 죽였다’는 거예요. 그러고는 아가씨들을 포함해서 모두 28명을 죽였대요. 술술 불기 시작했죠. 제가 엄청 무서웠나 봐요. 사시나무 떨듯 떨었으니까요. 그놈은 기수대에 가서도 내게 28명을 죽였다고 했는데, 나중에 경찰과 검찰 수사결과와 재판이 끝난 걸 봐도 21명만 죽인 걸로 돼 있더라고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