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2004년 7월 당시 정씨와 유영철, 경찰 간에는 실제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04년 7월26일 발표된 최종 수사 결과와 이후 경찰청에서 발간한 유영철 사건 백서에 나온 유영철의 범죄 사실은 2003년 9월부터 서울 강남, 종로 일대 고급 주택에 사는 부유층 노인 등 8명을 망치로 때려 살해하고, 다음해인 2004년 3월부터 7월 중순까진 출장마사지사 등 여성 11명을 토막 살해했으며, 그 외에 서울 황학동에서 노점상 1명을 불태워 죽이고, 동대문구 이문동에서 여성 1명을 칼로 찔러 살해하는 등 총 21명을 죽인 것이다. 그 외에 경찰을 사칭해 출장마사지사 등에게 금품을 갈취한 사건이 두 건 더 있다.
“납치신고 경찰이 무시”
영화처럼 당시 경찰 수사도 마지막 연쇄살인 피해자, 즉 11번째 사라진 출장마사지사로부터 시작됐다. 정씨는 사라진 출장 마사지사를 찾으러 나서, 11구 시체에 대한 현장검증에 참여할 때까지 사흘 밤낮 동안 지구대와 서울경찰청 기수대에서 유영철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런데 정씨가 말하는 당시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경찰이 발표한 자료와 상충되는 부분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
경찰이 밝힌 당시 유영철의 검거 경위를 보면, 경찰은 2004년 7월14일 밤 9시쯤 ‘출장마사지사 임모양(당시 29세)이 이틀 전인 7월12일 밤에 011▼ XXXX▼ 5843번 휴대전화를 쓰는 남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일을 나간 뒤 사라져 이틀간 나타나지 않는다’는 제보를 처음 접하고, 다음날인 15일 새벽 4시30분쯤 ‘5843’이 다시 뜨자 제보자들과 함께 15일 새벽 5시20분쯤 유영철을 검거했다고 쓰여 있다.
▼ 출장마사지사들이 사라졌다고 처음 경찰에 신고한 게 언제인가요. 경찰의 설명대로 7월14일 밤이 맞나요.
“아니지요. 그 보름쯤 전인 7월1일 먼저 납치 신고가 있었어요. 그날 저녁 때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업소에서 일을 나간 아가씨가 경찰 단속에 걸렸다고 연락이 왔어요. 수갑을 차고 경찰서로 끌려간다면서요. 관할 강남·서초경찰서에 확인해봤죠. 그런데 그런 사실이 없대요. 1,2시간 후에 그 아가씨에게 ‘지금 택시를 타고 가는데 납치를 당했다. 도와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납치됐는데 어떻게 전화를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놈이 지금 차 세워놓고 오줌 싸러 갔다’고 그러더군요. ‘그럼 택시기사에게 도움을 청해라’고 했더니 ‘한패야, 같은 놈들이야’라고 해요. 그러다 ‘온다온다’ 하곤 전화가 끊겼어요. 이후로 아가씨는 연락이 되질 않았죠. 우리도 더 어떻게 찾을 수 없어 잊어버렸죠. 그때 경찰관이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하고 그 휴대전화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했더라면 적어도 3명의 목숨은 살릴 수 있었을 텐데. 납치는 아니라도 경찰관 사칭죄라도 적용할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사건이 밝혀진 후의 경찰 기록을 보면 이 아가씨는 그날 밤 11시쯤 경찰로 위장한 유영철에 의해 그의 오피스텔로 납치 당해 토막살해됐다고 적혀 있다. 유영철은 이 사건 뒤로 7월9일과 7월13일 두 명의 출장마사지사를 더 살해했다.

제보자 정씨가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감사패. 하지만 이는 인증을 받지 못한 것이었다.

유영철 검거 작전
▼ 경찰 기록에는 경찰이 7월14일 밤 마지막 피해자인 임씨의 첩보를 미리 입수하고 수사를 하고 있었다는데 실제는 어떻습니까?
“그것도 사실과 다릅니다. 후에 그렇게 짜 맞춘 거죠. 임양은 그 이틀 전 밤에 일을 나갔는데 안 들어와서 처음엔 그런가보다 했죠. 이쪽 아가씨들이 그런 일이 자주 있거든요. 그런데 다음날 같은 방을 썼던 출장마사지사 김모양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오빠, 어제 임양이 내 차를 타고 갔는데 글쎄 차가 강서구 화곡동에서 문이 열린 채, 짐도 다 없어진 채 발견됐어. 아무래도 찜찜해. 임양 어떻게 된 것 같아’라는 내용이었죠.
그날 비가 억수같이 내렸어요.(영화에서도 그랬다) 저는 그때 납치라고 직감했습니다. 임씨말고도 같은 방을 쓰던 장모씨가 지난 4월에 이상한 말만 하고 없어진데다 그 보름 전에 역삼동 아가씨 사건까지 있은지라 단순가출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한 거죠. 그래도 저는 그때까지 유영철이 연쇄살인마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가씨를 납치하고 감금해서 변태 짓 하는 놈인 줄만 알았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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