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질은 부드러워
아구스티나 바스테리카 지음, 남명성 옮김 / 해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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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이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머리는 동물인데 몸은 사람이라니... 다소 기괴하게 느껴지는 이 표지가 『육질은 부드러워』라는 제목과 어울어져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낼지 짐작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이 작품은 스토리 역시도 기괴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아르헨티나 소설을 만나 본 기억은 흔치 않은데 이 작품은 출간 직후 언론과 문단의 관심을 받았고 TV 시리즈 제작이 확정될 만큼 화제가 되었나 보다. 

확실히 스토리가 예사롭지 않다는 점에서, 그리고 작가가 유기농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남동생의 영향으로 채식주의자가 된 이후 정육점에서 보게 되는 고기들을 예사롭지 않게 여기면서 이와 관련한 소설을 쓰기로 했다는 점만 봐도 이 작품의 의미와 작품 속에서 펼쳐질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채식주의이거나 그렇지 않거나는 개인의 선택이다. 다만, 동물 사육과 소비 등에 따라오는 탄소 배출이 환경 문제와 연결되면서 채식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각자 개인이 선택할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육질은 부드러워』에서는 더이상 먹을 고기가 없어지자 식인이 합법화된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데 주인공인 마르코스 테호는  (인)육가공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으로 그는 최근 자식을 잃고 그에 충격을 받은 아내는 친정으로 가버린 상태라 비극적인 개인사를 간직하고 있다. 

여기에 그는 요양원에 있는 아버지까지 찾아뵈어야 하는 상황으로 그런 마르코스에게 일종의 성과급마냥 고기용의 암컷 인간 한 마리가 선물로 주어진다. 

신종 바이러스로 가축과 동물이 멸종해 인간이 더이상 고기를 먹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정부 차원에서 인육 소비를 허가했던 것인데 마르코스는 인육 가공 공장에서 일하고는 있지만 자신의 직업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 역시 여전히 이런 일련의 사태에 대한 모종의 계획이 있어서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선물용으로 받아 온 고기용 인간은 그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마르코스에게 배달되고 결국 그는 헛간에 그 인간을 두게 된다. 

간혹 지구가 멸망 위기에 놓인 미래의 어느 시점을 다룬 영화를 보면 인간이 더이상 식량을 구하기 힘들자 자신들보다 약한 인간 사냥을 통해 식인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런 영화를 봤을 때도 충격이였지만 이 책은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식인의 합법화와 고기용 인간의 사육과 인육의 가공이라는 상황을 그리고 그 와중에도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 문제와 각종 반인륜적 문제 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식인이 합법화된 상황에서 가능할 수 있는 모든 상황들이 그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야기는 충격적이고 비록 식인의 상황이긴 하지만 그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그런 극단적인 문제만 제외했을 때 어쩌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도 일어나는 일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또한 이 모든 과정 속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적나라한 이기심과 욕심, 그리고 잔혹함이 유독 도드라지는 충격적이면서도 저자의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놀랍도록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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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샐러드 - 오늘부터 샐러드로 가볍고 산뜻하게
박선영 지음 / 리스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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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를 적절히 먹어야 하는데 의외로 김치를 제외하고는 채소류를 잘 먹지 않는것 같기도 해서 자연스레 눈길이 가는 책이 바로 샐러드 레시피북이다. 특히나 레시피북에 나오는 샐러드들은 단순히 채소만 있는게 아니라 한 그릇 요리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함께 곁들여지는 재료들이 한 끼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게 하는 경우도 많아서 잘 찾아보면 유용한 레시피북들이 많다. 

이번에 만나 본 『오늘의 샐러드』 역시도 그런데 메인 요리 전에 먹는 전채요리용 샐러드도 있지만 그 자체로 한 끼 식사도 됨직한 레시피들이 많아서 쓰임새가 커 보인다. 


먼저 이 책에서 사용하는 계량과 레시피 기준이 소개되는데 모든 레시피는 2인분 기준으로 적혀 있고 1인분으로 줄일 경우와 4분으로 늘릴 경우에 재료와 소스와 양념의 양을 어떻게 조절하면 되는지도 알려주어 상당히 세심해 보인다. 

계량 단위 역시 양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계량 스푼이 없을 경우 집에 있는 밥 숟가락을 활용해서 계량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또 샐러드 만들기의 기초로서 샐러드에 사용할 채소와 과일을 고르고 손질하는 방법, 너무 채소만 있어서 영양이 걱정된다면 이를 보완할 목적으로 더하면 좋을 고기나 달걀 그리고 치즈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덧붙여 기본적인 드레싱과 신선하면서도 맛있는 샐러드를 만들기 위해서 알아두면 좋을 노하우까지 잘 정리해 두었으니 이 부분도 꼭 참고하면 좋을것 같다.


본격적인 샐러드 만들기로 넘어가면 주요 재료에 따라 총 4가지 종류로 샐러드가 소개되는데 과일채소/곡물/해산물/육류 샐러드가 그것이다. 

각 샐러드 종류마다 가짓수도 대략 열 가지 내외라 제법 많은 종류의 샐러드 레시피가 있음을 알 수 있고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골라서 만들어 먹어도 좋을 것이다. 

각 샐러드는 기본 2인 기준으로 재료와 소스와 양념이 정리되어 있는데 재료들 역시 구하기 어렵지 않아서 좋고 아무래도 샐러드 레시피이다 보니 전체적인 조리 과정이 상당히 간단하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아침에 간단하게 먹고 갈 때나 브런치 메뉴로도 좋을것 같고 홈파티 등에서는 사이드 메뉴로 차려내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앞서 이야기 했듯이 다이어트를 하거나 많이 먹기 부담스러울 경우, 조금은 가볍게 그러나 너무 채소만 먹는건 좀 그렇다 싶을 때에는 해산물이나 육류 샐러드 레시피를 활용하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 같아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은 레시피북이라 생각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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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그림들 - 기묘하고 아름다운 명화 속 이야기
이원율 지음 / 빅피시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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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든 대체적으로 그렇지만 특히나 예술 작품에서 그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비화나 이 작품이 만들어질 당시의 작가의 상황 등을 알고 보면 해당 작품이 달리 보이기도 한다. 

보통의 경우 작품 속에는 창작자의 의중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그 어떤 분야보다 스토리텔링 방식이 가능한 분야가 바로 예술 분야일거란 생각이 드는데 그중에서도 『무서운 그림들』은 명화의 세계를 흥미롭게 들여다보는 책이다.

제목에 쓰여진 '무섭다'라는 표현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것 같다. 사전적 의미의 공포와 연결되는 무서움을 담아낸 그림도 있고 신비로움이 주는 무서움, 잔혹하거나 슬픔이 주는 무서움 그리고 미스터리한 무서움이 담긴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처음 나오는 '삶과 죽음 사이'라는 주제의 그림들은 사전적 의미의 죽음으로서 과거 페스트와 같은 전염병이 유럽을 휩쓸었을 당시 관련 그림들을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런 죽음을 보여주는 그림에서부터 인간을 유혹해서 죽음에 이르게 했던 요정이나 인어 등과 관련한 일종의 신화 속 저주를 그려낸 그림도 있다. 

두 번째로 나오는 '환상과 현실 사이'를 보면 확실히 다른 그림들과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추상적이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한 그림부터 그림과 관련해서 현재에서 소송이 진행되어 영화로도 제작된 경우도 있고 원래 그림은 지금 우리가 보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인 경우도 있다. 

세 번째 주제는 '잔혹과 슬픔 사이'로 어떻게 보면 잔혹하게 느껴질 정도로 섬짓한 그림도 있으며 환상소설의 한 장면 같은 그림도 있다. 그림의 중심에 있는 인물보다 그 인물 주변에 있는 존재들의 생동감 넘치는 그리고 기괴한 표현들에 압도되는 그림도 있는데 이는 문학 작품을 그림으로 표현한 경우라 더욱 그런것 같다. 

마지막 주제는 '신비와 비밀 사이'로 신화를 소재로 그렸거나 그림 그 자체가 자아내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그림들로 여기에서는 무섭다는 느낌보다는 신비로움 정도로 대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대중적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어서 더이상 나올 이야기가 있을까 싶은 그림들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이렇게나 많은 스토리가 여전히 존재함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런 스토리를 알고 그림을 다시 보면 전체적인 구도에서 좀더 넓게 보기도 하고 때로는 그 반대로 전체에서 부분부분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하는 것 같다.

다양한 의미의 무서움을 주제로 만나보는 세계적인 명화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에게 적극 추천할 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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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닌 여자들 - 역사에 늘 존재했던 자녀 없는 삶
페기 오도널 헤핑턴 지음, 이나경 옮김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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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률 1명이 깨진지 오래다. 이제 결혼을 해도 아이 1명조차 낳지 않는다는 말이다. 인구 절벽을 넘어 인구소멸이 우려되는 대한민국을 보면서 국내외의 전문가들이 이러다 국가가 소멸할 것이라는 말도 하지만 여전히 출산률이 오를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저출산에 쓰인 돈에 비해 오히려 출산률을 더 줄어들고 있으니 잘못된 방식으로 돈이 쓰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엄마 아닌 여자들』이란 책이 궁금했다. 왜 여성들은 엄마가 아닌 여성으로 남기로 했을까? 역사 속에 다양한 이유로 엄마가 되지 않기로 선택했던 사례가 존재했고 자녀 없는 삶에 대해 조명하고 있는데 뭔가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슷해 보이면서도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했던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시카고 대학에서 역사학을 가르치고 있다고 하는데 역사 속에서 존재했던 엄마가 아닌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역사 속에서는 엄마가 아니였기에 어떤 시선과 평가를 감당해야 했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유독 타인과의 삶을 비교하고 또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장한 간섭을 한다. 태어난 직후부터 끊임없는 비교, 사회적 수순에서 당연시 되는 것들을 하지 않을 때에 당연하게도 따라오는 '왜 00하지 않니?'라는 시선을 넘어 직접적인 물음이 그것인데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겐 결혼을 언제하냐고 묻고 결혼하면 아이는 언제 낳을지, 하나 낳으면 둘째도 있어야지... 라는 식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요즘은 덜 하겠지만 결혼한 사람이라면 부부간의 합의를 통해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든, 아니면 모종의 이유로 임신이 힘든 경우든, 아니면 현재 낳지 않을 뿐이든 간에 사람들은 너무나 개인적인 일에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묻는다. ‘왜 아이를 낳지 않는 거야?’라고...

이렇듯 책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엄마가 되지 않기로 했던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들을 따라다니던 이상하거나 정상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바로 잡을 기회를 선사한다. 

우리나라의 저출산이 문제가 되는 이유 역시 이 책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테니 말이다. 아이를 낳고 키웠고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보자면 참 쉽지 않은 순간순간들이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자식을 잘 키워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다양한 외부 요인에서 임신과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내부적 요인 또한 무시 못할 요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책을 보고 있노라면 엄마가 된 사람들도 쉽지 않은 삶이였음을 알 수 있고 엄마가 되지 않기로 한 사람들의 선택 역시 충분히 존중받을 수 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결국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이를 낳느냐 낳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삶을 선택하느냐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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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닌 -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하승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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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속 이방인이 경험하게 되는 차별과 멸시, 그리고 불평등의 역사가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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