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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 유혹과 저주의 미술사 ㅣ 해시태그 아트북
알릭스 파레 지음, 박아르마 옮김 / 미술문화 / 2021년 6월
평점 :
한때 유럽은 마녀사냥이 광풍처럼 몰아쳤다. 마녀로 의심받은(내지는 지목 받은) 여성을 마녀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테스트를 보면 마녀라고 인정받아도 아니라고 오해가 풀려도 결국엔 죽을 수 밖에 없는 것들이 있었음을 알 수도 있을 정도인데 21세기에 여전히 마녀에 대한 이야기가,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간혹 정체가 명확하지 않은 동영상 속 물체가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라고 화제가 되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역사 속, 그리고 좀더 구체적으로는 미술사 속에서 마녀는 어떤 식으로 등장할까?
서양미술 특히나 그중에서도 17, 18, 20세기의 서양미술의 전문가라고 하는 쥘 미슐레의 조서 『마녀』를 보면 미술사에 소개된 마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중세의 마녀가 지금과는 달리 주술, 저주, 그리고 죽음과 같은 그야말로 악(惡)의 이미지가 강했다는 점 그리고 이후 팜므파탈로서의 모습도 있다는 점을 그림이나 사진, 심지어는 토기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확실히 지금의 마녀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
알다시피 잔다르크가 성녀로 인정받기 전까지 마녀로 낙인 찍혀 화형당했고 그녀가 신의 계시라고 주장했던 것이 그녀로 하여금 마녀라고 인정받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니 아이러니하다.
그동안 많은 미술 그리고 미술사 관련 도서들을 봤지만 이렇게 마녀를 주제로 한 경우는 처음인것 같아서 전반적으로 신선한 느낌이였는데 책의 가장 처음 일종의 마녀에 대한 정의를 담아내고 있는 부분은 특히 그랬다.
역사적으로 마녀로 판정받아 처형을 당한 인물들, 마녀라고 불리던 여성들이 지녔던 공통적인 특징이나 주술이나 저주와 관련해서 마녀가 자연이나 동물과 긴밀하게 교감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녀들과 관련된 동물들이 언급된 부분도 흥미롭다. 참고로 숫염소(악마를 의미한다), 검은 고양이(이건 요즘 아이들용 애니메이션에도 등장한다), 까마귀, 박쥐 등이 그 동물들이다.
마녀의 상징 같은 동물이 메인이 등장하는 그림이나 마녀의 집회라고 알려진 그림도 흥미로웠지만 개인적으로는 잔 다르크의 생소한 모습이 그려진 그림이 인상적이였는데 앞서 이야기 한대로 그녀가 신의 계시를 받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언뜻 보면 전혀 잔다르크 같지 않은 오히려 평범한 시골 처녀처럼 보이는 여성이라 상당히 신선한 느낌이였다.
그리고 이 책의 표지에 나온 그림도 흥미로운데 그림 속 주인공은 틸라 뒤리외라는 유명한 여배우라고 한다. 놀랍게도 이 그림은 뒤리외의 남편의 소개로 그녀가 화가인 프란츠 폰 슈투크를 만나 모델이 되어 포즈를 취하고 짧은 시간에 사진을 찍어 그 사진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모델이였지만 그녀를 직접 보고 그린게 아니라 사진으로 찍어 그렸고 또 여배우가 무대 의상을 입고 일종의 재연을 하듯 포즈를 취한 것이다. 유명 배우라는 말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것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 찰나의 눈빛과 입술 등의 표정이 너무나 생생해서 금방이라도 살아서 움직일것 같기 때문이다.
책은 이렇게 마녀라는 커다른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미술 작품 속에 담겨져 있는 마녀의 이미지를 소개하고 그 이면에 담긴 스토리, 그리고 작품 그 자체의 해석도 하고 있어서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림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흥미로울 책이라고 생각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