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딱 한달 남았다. 한달음에 달려온 2016 이라고 쓰고 하기사 언제는 안그랬던가 하기사에게 차 키를 건네고나니 운전을 못해서 주기적 악몽에 시달리는 꼴을 면치 못하는 내 신세를 눈치채고야 만다. 일이 마무리 되는 대로 남편의 저 낡은 트럭을 처분하고 더 낡은(안돼!) 중고차를?... 과연 2017. 2.19 운전면허 적성검사 전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기를. 비상시 대피처로 장롱을 즐겨찾는 고담이가 오늘 이 조용한 아침에도 왠일인지 장롱에 숨어든 것 같다.
지난 여름의 그 끔찍했던 폭염을 어떻게 잊을까마는 벌써 까마득하기도 해서 그립기까지 한 걸 보면 지금 당장의 이 추위가 나는 시급하게 무섭고 벌써부터 싫은 게 분명하다.
더스트 인 로스트인지 로스트 인 더스트인지를 볼 예정이다. 가능할까? 여부를 떠나서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여부가 있겠습니까, 라는 충직스런 내면의 철면피. 그러니 미치지 않고서는 이럴 순 없다. 내일 기상은 어떤지 몰라도 기상시간은 정확하다. 지켜야한다. 지키지않으면 난 끝장이다. 다섯시 삼십분에 알람을 맞추는 것으로 이 모든 미친 짓을 탕감(?)할 수 있다고 난 주장하는 바이다.
오늘은 동양천막사에서 사과 따는 가방을 샀다. 열 개 만원이고 만원을 주고 열 개를 더 샀다. 내일은 가방이 많이 필요하다. 평균 연령 60세인 분들과 함께 일하기로 한 날이다. 고향식당에서 5000원짜리 점심 배달도 가능하기 때문에 난 정말 신세 편하게 되었다. 이렇게 이틀 가량을 하고 나면 올해 농사의 끝자락, 그 서막이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한 열흘을 보내다보면 어느덧 첫눈도 내리겠지. 첫눈이 내리면 뭘 할까. 정말 그땐 뭘 할까.
난 카톡이 없어서 카톡은 못하지만 페북은 한다. 극소수의 몇몇 페친과 상당한 영향력의 내 팔로잉에 좋아요를 누르느라 바쁘다. 눈알이 빠지도록 바빠도 좋은 요즘이다. 사과 따면서 어깨가 빠져도 윤민석이 작곡한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힘든 줄 모른다. 내게도 연말 술자리가 주어진다면 소주 한병반 즈음에는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