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페이퍼를 의도적으로 멀리할 생각이다. 그동안 사생활 노출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기분 좋으면 기분 좋다고 말하고, 일찍 일어나면 일찍 일어났다고 말하고, 남편이 예를 들어 나를 뿅가게 했다고 치면 그걸 또 소상히 일러(?)바치는 식으로 말하고, 이런 식의 말하기를 무던히도 했더니 이젠 나도 지친다. 그래서 앞으로는 당최,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아닌 이상, 예를 들어 아이들의 전교 1등 소식이라든가, 학교에서 오줌이 급해 교복에 오줌을 지렸다든가, 하는 대단한 이슈가 아니고는 당최, 말을 않기로 한다. 굳은 결심이다. 뭐 일부 알라디너께옵선 이런 마음부터 들거다. 작심삼일을 아주 대놓고 하시는군요. 그 입방정 좀 그만하시죠. 말이 말이면 말인줄 아시오. (아니) 아시오? 컨디션의 이 결심인지 뭔지가 먼지처럼 풀풀 물거품처럼 푱푱 사라질 거라는 데 10원 겁니다. 100원도 아까워요.
그렇습니다. 그러합니다. 일단 저부터 제 말을 못믿어요. 장담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요.
그래도, 어쨌거나, 내일 아침 영하 16으로 떨어진다는 소식은 간담이 서늘하네요. 내일은 제가 새벽에 일어나기로 한 날이거든요.
왜냐면, 그 이른 시간을 한번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며칠 전부터 하게 되었습니다. 겨울 새벽의 공기는 얼마나 무서울까. 내가 딛고 선 이 땅의 기운이 시궁창 냄새일망정 난 한번도 그 실체와 마주한 적이 없으니 이거 참 부끄러운 일 아니더냐. 자의식 따위 집어치우라고 했을 때조차 집어치울 자의식이라도 있는지 물었어야 했다. 그걸 놓쳤더니 그 시간을 물 쓰듯 흘려보냈더니 이 모양 이 꼴인 거라고.(또 시작이구나)
아무튼, 페이퍼를 자제하고 당분간 리뷰에 전념할 생각이다. 그러자면 일단 책을 읽어야 하고, 책을 속도감 있게 읽으려면 책읽는 습관부터 바꿔야 한다. 아니 습관이기 이전에 능력의 문제겠구나. 천성을 바꾸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여기에 또 있구나. 방법은 쉬운 책 위주로 하는 수밖에. 질을 떠나 양으로 가는 쪽이 나에겐 최선의 처방인 것 같다. 무엇보다 리뷰에 함몰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고 리뷰가 아니면 입을 닫겠다는 각오로 임하자. 하고 싶은 딴 얘기가 생겨서 입이 근질거리면 노트에 적도록 하자. 이제 나의 서재는 리뷰에 죽을둥 살둥 하면서 또 연명을 시작해 나갈 것이다. 그게 언제까지가 될 지, 그 유효기간은 아무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