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대화를 나누었다. 거의 처음이다. 그 대화를 옆방에서 또 아이가 듣고 있었다. 몇 번의 고비가 있었다. 어색함을 간신히 누르고 행여 상처가 될까 가까스로 균형을 잡았던 것 같다. 부끄러웠다. 떳떳한 엄마가 되고 싶은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많아야 하는데 아이가 이미 알고 있었다. 엄마한테 그런 걸 기대해선 안된다는 걸. 모레부터 독서실 다니는 걸로 했다. 기운없는 것도 모자라 두려움을 감추느라 애쓰는 걸 보고 말았다. 내가 강해져야 한다. 힘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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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7-02-12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달수와 고담이가 쌍두마차로 지켜보고 있군요!
포스는 고담양이 갑인데 실세는 고달수가 갑이라지요^^
자 우리 함께 힘냅시다!

컨디션 2017-02-13 10:38   좋아요 0 | URL
네, 힘내야지요. 힘! ㅎㅎ

고담이의 포스와 고달수의 실세를 똭! 알아보시는군요. 역쉬 오랜 집사의 혜안과 눈썰미십니다.^^

2017-03-01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1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리처드 브랜슨의 가슴털(이라기 보다는 유방털)을 시작으로 각종 포탈에 올라온 연예계 미남미녀를 둘러보다가 삼년 전에 작파한 카페에 미친 척 댓글도 달았다가 수백통의 미확인 메일 중에 한 개를 열었다가 그만 또 하나의 카페에 가입하느라 자동문자완성(?)이란 것도 오랜만에 하고 나니 어느새 새벽이 되었다. 자야 할 시간이지만 지금 이래 가지고서는 잠들지 못할 것 같다. 아주 대단한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저 먼나라의 은퇴자들이 카이트 서핑을 즐기며 겨털과 유방털을 선보이는 장면을 시작으로 한 이 모든 연쇄의 고리는 결국 오매불망 그리던 내 님을 만나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며칠이 될 지 몇달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 이제 난 새로운 날들의 출발선에 선 것이다. 인생이 욕바가지로 얼룩진들 뭐 껄껄 웃을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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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1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1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재 브리핑에 올라온 친구들의 게시글을 제목만 일별한다. 클릭을 하지 않았다. 클릭을 하지 않기 위해선 클릭을 하려는 관성적 유혹을 참아야만 한다. 참았다. 왜 그래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참을 수 있었다. 요즘은(한달은 넘은 것 같다) 북플조차 하지 않기 때문에 한결 수월하게 떠나가는 배의 뱃전에 위태위태 발을 얹는 꿈을 꾸게 된다. 언젠가 실제적으로 배를 탈 날이 올 것이다. 바다를 무서워하게 된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나도 한 사람이라서 배를 탄다는 것은 아주 긴 이별과 아주 힘든 시작이 아닐 수 없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는 아니지만 어제는 열무가 너무 싱싱하고 아담해서 거기다 얼갈이까지 단정하고 청아해서 조금 샀다. 내 뜻은 아니었다. 남편이 임신을 했는지 그게 먹고 싶다는 것이다. 웃는 얼굴로 선뜻 집어들긴 했지만 내 속은 열불이 났다. 나의 이기적인 마음에 찬사를 잔뜩 보내며 난 희열을 느꼈다. 아, 살아있구나. 컨디션. 그 열무와 얼갈이가 지금 소금물에 절여지고 있다. 남편은 곧 귀가할 것이다. 그의 산책은 너무나 뻔해서 시계바늘도 바르르 떤다. 허투로 움직이지 않으려고 벌써부터 경련을 일으킨다. 


어제는 남편과 서편제를 봤다. 1993년에 나는 어디서 뭘 하고 있었나. 그 서편제를 20년이 훌쩍 지나서야 보게 되다니. 알고 있었지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면. 시간이 나를 그렇게 되도록 이끌었던가. 무엇이라도 상관없다. 정확히 몇 마디로 정리할 수 없다고 해서 내가 받아들인 세계를 나 스스로 폄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서편제는 나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다. 그 안에서 출발하고 그 안에서 끝이 나는 인생을 내 방식대로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지나친 걸까. 그렇다고 보지만 그 또한 상관없다. 난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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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9 14: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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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0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7-02-09 1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행, 잘 다녀오셨어요?
흐음, 여기도 퀴즈인가요.^^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컨디션 2017-02-10 15:57   좋아요 1 | URL
퀴즈요?? 제 글 어디에 퀴즈의 퀴자가 있단 말인가... 서니데이님의 위트어린 농담을 나만 눈치채지 못하는 건가.. 이 당황스러움을 잠시 뒤로 하고 다시 작정을 하고 답을 드리자면,
혹시 저 문장 때문인가요. 1993년에 나는 어디서 뭘 하고 있었나.

....(도망가는 길에)

여행은 잘 다녀왔습니다. 눈덮인 산길을 걸었는데, 현대판 설피를 태어나 처음으로 착용하고서 산악적응훈련 하는 정신으로 다녀왔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오후시간 보내세요^^
 

일박이일 일정이 잡혔다. 일요일 아침에 출발하여 월요일 오후에 돌아온다. 산간지방으로 갈 것이다. 여기도 나름 산간인데(국토의 대부분이 산이라는 의미에서) 더 산간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순전히 얻어먹으러 가는 것이라서 너무 완전무결하게 거지 행색을 하게 되면 민폐도 그런 민폐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을 조심스레(의례적으로 쓴다지만 내가 쓰고도 너무 싫다) 해본다. 이보다 더(망)할 순 없다는 나름의 결기를 위해서라도, 그러니까 어떻게든 완연한 거지꼴만은 면해야겠다는 취지에서 내일 출발을 위한 준비물을 챙겨야 한다. 한마디로 수중에 가진 돈은 없고 백프로 신세질 노릇을 왜 자처해설라무네 이 맘고생을 하게 되었나, 어처구니가 없지만 반성을 하고 있는 것이다. 뭐라도 챙겨야 하는데 뭘 챙기나. 속옷과 양말. 세면도구와 잠옷. 모자와 장갑밖에 생각나는 게 없으니 그딴 거 집어치우고 다른 걸 생각해 보자. 생각생각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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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5 02: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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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5 0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눈을 게슴츠레 뜨고 모니터를 바라본다. 그것도 모자라 달수를 꽉 움켜쥐듯 주무른다. 달수가 싫어한다. 이 인간이 미쳤나? 오랜만에 한 잔 거하게 걸쳤다. 오타없이 잘 쓰고 싶어서 정신을 똑바로 하고 잇다. 다시 보고 또 다시 본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철부지에 머무른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잇다. 실생활에서가 아니라 알라딘을 통해서다. 난 그들에게 위안을 받는다. 서로 같이 파멸하자는 취지로 그들에게 나를 의탁한다. 내가 살아있다면 그게 전부다. 난 오늘 진안 마이산을 다녀왔고 처음으로 화성을 봤다. 달과 수성 사이에 화성이 있었다. 진안 마이산은 왕복 많은 경비를 요구햇지만 잊을 수 없는 일을 남겼다. 십년도 더 된 지난 이야기가 있다. 난 그때도 젊었지만 지금은 더 젊다. 기억의 두께가 나를 데려가기를 원했지만 그런 건 없었다. 그냥 지금의 나를 바라 볼 무한정의 시간이 주어졌다. 엎드려 감사하지 않았지만 자꾸만 목이 꺽꺽  반대로 울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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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2 04: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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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2 11: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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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7-02-02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때도 젊었지만 지금은 더 젊다.
---이거 너무 멋진 문장 아닙니까????^^

어제 동창 중 하나가 저세상으로 갔다는 소식을 접하고 좀 충격받았었어요.
교우관계가 좀 넓지 못한건지?기억력이 완전 바닥인지? 이름을 들어도 누구였는지 당최 기억이 잘 나질않아 당황스러웠지만 어쨌거나 동기의 죽음은 좀 충격이더군요.
갑자기 모든게 낯설고 좀 두렵고 확 늙어버린 듯한 요상한 감정에 휘둘렸었는데 컨디션님의 페이퍼가 제게 위안이 되는군요^^
오늘도 굿데이입니다!!!

컨디션 2017-02-02 11:58   좋아요 2 | URL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저한테는 이런 음주 페이펀데..ㅠㅠ 어제 또 일을 냈군요. 흑흑..

책읽는나무님 동창 분이면 정말정말 젊은 나이인데, 아까운 생명 하나가 저물었네요. 듣는 저에게도 충격이 큽니다..

지금은 더 젊다.. 라고 제가 정말 썼군요.ㅠㅠ 비유가 지나쳐서 망발에 가까운 말을 했네요. 아 제가 많이 맛이 가긴 갔던 모양이네요. 술 먹고 쓰느라 저의 진실과는 거리가 먼 충동적 문장이긴 합니다만, 책나무님 알게 모르게 위안이 되셨다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날씨가 좋습니다. 뭐든 해내기에 좋은 날인 것 같아요. 네, 힘을 내자구요 !!

서니데이 2017-02-02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년도 더 된 이야기가 있다. 난 그때도 젊었지만 지금은 더 젊다.
--- 이 부분 저도 진짜 마음에 들어요. ^^

컨디션 2017-02-03 09:45   좋아요 1 | URL
저의 망상과 자뻑에 동의(?)하시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