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날은 쉬어야 한다. 주 69시간의 합법노동시간을 향해 달려가는 한국에서조차 아픈 날은 병가를 사용하든, 월차를 내든, 뭔가 수단을 써서 쉬게 되어 있다. 앞으로 점점 더 나빠지겠지만 어쨌든 그렇다. 이건 내용에 따라 차이가 있을지언정 대다수 국가들이 비슷하다. 아프면 어차피 일을 제대로 못할 수도 있고 너무 아프면 장기적으로 노동력의 사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고 산업혁명 이래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지난한 투쟁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법칙에서 자영업자가 제외된다는 건 어쩜 그리 다들 같은 것인지. 대타가 없으니 문을 닫으면 그만큼의 일과 손해가 고스란히 다음 날로 옮겨지는 자영업자는 답이 없는 것이다. 


불규칙한 날씨와 격무와 스트레스가 겹친 지난 주 드디어 금요일 밤을 시작으로 요즘 코로나와 함께 맹위를 떨친다는 감기가 와버렸다. 어쩐지 지난 주 내내 마른 기침이 나오긴 했다. 주말엔 그래도 운동도 하고 쉬면서 이겨보려고 했지만 날씨도 계속 구렸고 이런 저런 일처리 끝에 결국 제대로 감기로 한 course를 넘어가야 하는 몸이 되어버렸다. 


하루 이틀 푹 쉬면 많이 좋아질 것 같다만 어디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내 두 손으로 하는 일만큼 버는 재미와 보람이 있지만 그만큼 어렵고 힘든 때가 종종 있다. 대타가 없는 커리어라는 건. 어쩌면 이것 때문에 이렇게 지쳐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휴가를 떠나도 일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다는 것. 어찌 보면 그렇게 틈틈히 일하면서도 회사를 굴리고 일을 해나가고 벌어들인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지만 달리 보면 휴가를 떠나면 멀리 떠나서 일을 하고 조금 게으름을 부릴 수 있는 정도까지만 쉴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다. 


1차, 그리고 2차에 맞춰 조금씩 떠날 수 있는 준비가 제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너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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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3-03-07 15: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영업자는 아파도 못 쉬고 힘들죠ㅠ

아플 때는 푹 쉬는 게 답입니다. 푹 쉬시고 건강, 컨디션 회복하시길!

transient-guest 2023-03-08 02:1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아프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가끔은 이렇게 답이 없는 날이 있네요.
 

어느 정도는 사람이 하는 일이란 것이 공평(?)한 면도 있어서 몸이 덜 힘들면 그만큼 머리와 가슴이 더 힘든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부모를 잘 만나서 편하게 사는 사람이나 사시오패쓰가 되어 호의호식하는 경우, 아니면 일종의 민간병기처럼 키워졌다가 어찌어찌해서 삶을 세탁하고 양아치부인이 되어 12시에 만나요 3300원 8만주 때려주셈으로 용산의 개집에서 일상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제외하고 그냥 보통의 사람들을 비교할 때 그런 것 같다는 말이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는지. 좀 속상한 일이 있었다. 구차하게 늘어놓긴 뭐한 이야기지만 내가 이해하고 최대한 배려하는 선에서 일단락을 졌으나 여전히 속이 안 좋다. 운동을 하드하게 쳤어야 하는데 월요일 점심과 저녁운동을 세게 달린 몸상태를 회복해야 하고 또 워낙 바쁜 일정 탓에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끌어안고 퇴근하게 생겼다. 지천명이 눈 앞인데 아직도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너무 어렵다. 


딱 술을 마셔하는 날인데 한동안 너무 자주 마셔서 그런지 몸을 좀 케어할 필요가 생긴 터라 주중에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면 음주를 조심하려고 지난 주부터 결심을 했기 때문에 패쓰. 사실 지난 주의 술자리가 하필이면 재의 수요일에 있어가지고서 사순절 첫 날부터 달린 것에 대한 약간의 죄책감(?)도 있고 사순절 동안에는 가능하면 혼술은 하지 않으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곱게 집에 들어가서 마음을 가다듬고 책을 보다 자는 것이 오늘을 푸는 최선의 방법이다. 원래 자면서 다 잊어버리는 것이니까.


가끔 책은 읽어 뭐하고, 운동은 왜 하나 싶은 날이 있다. 이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심야식당'속의 낡고 허름안 모옥의 선술집에서 혼자 앉아서 맥줏잔을 기울이고 싶은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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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3-02 2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푹 자고 나면 좀 잊어지기도 하고, 또 한잔의 술에 좀 풀리기도 하고 그냥 그런게 사는거지요.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고 스칼렛이 막 부르짖었잖아요. 푹 쉬세요.

transient-guest 2023-03-03 01:55   좋아요 1 | URL
네 푹 자고 일어나니 또 새로운 하루네요. 어쨌든 다른 길이 없으니 계속 꿋꿋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지금의 제 모습은 10년 전 살아온 삶의 결과이고 또 다음 10년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지금의 삶이니 열심히 살아야죠. 감사합니다
 

과음을 한 다음 날에는 늘 속이 괴롭다. 술이 깨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 이건 나이와 함께 점점 더 늘어나는 것이니 어쩔 수가 없다. 마시는 양을 잘 조절해야 하는데 가끔이지만 사람들과의 술자리가 생기면 흥겨운 나머지 어느 즈음에서부터는 그냥 놓아버린다. 어제가 그랬는데 한국의 서민적인 분위가 (값은 실리콘 밸리)가 나는 순대국집에서 일차를 하고 걸어서 다음 술집으로, 그리고 다시 세 번째까지 대충 5-6시간 동안을 달렸다. 겨우 어찌어찌해서 Uber를 잘 타고 집에 와서 대충 씻고 옷도 갈아입고 심지어 같이 마신 사람들이 잘 들어갔는지 서로 확인도 한 것은 기억이 나는데 자려고 누운 다음부터 아침까지의 기억이 사라졌다. 완전히 필름이 끊긴 건 아니라서 bits and pieces로 기억이 나는 것도 있지만 어쨌든 무척 많이 마신 건 맞다. 


보통 집에서 혼자 마시면 대략 와인 한 병에 준하는 수준으로 마시는 것이 평소의 주량이다. 먹는 것도 양이 조금씩 줄어드는지 막걸리 이젠 두 병을 채 못 마시고 소주는 이상하게 혼자서 마시면 맛이 없어서 바깥에서 남들과 술자리를 할 때가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 맥주도 많이 줄였는데 사실 와인을 적당히 마시는 것이 다음 날 아침을 생각하면 가장 좋다. 


많이 마신 만큼 아침이 늦어졌는데 술이 완전히 깨지 않고서는 운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확실히 많이 마셨는지 평소보다도 딱 한 시간이 더 걸려 술이 깬 것 같다. 물론 24시간 안에는 검사를 하면 나온다고 하니 조심해야 하지만. 사무실을 이전할 계획인데 지금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을 알아보고 있으니 잘 되면 이런 날은 그냥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어제 술자리에서는 우연히 한 분이 무협소설의 팬이라서 간만에 즐겁게 고룡과 김용, 좌백, 진산, 용대운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그다지 흥미를 갖는 주제는 아니라서 조금씩만. 고룡의 허무주의, 공식에 입각한 김용의 반듯함, 좌백의 비딱한 작품과 세계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하류무사가 주인공으로 종종 등장하는 좌백의 특이함에 대해서도 많은 공감을 했는데 헌책방에 발품을 팔면서 짝을 맞춰서 해적판으로 나온 고룡의 작품들을 모두 갖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나도 기회가 되면 해볼 생각이다. 좌백, 양우생, 와룡생, 고룡 등 이젠 구할 수 없는 작품들을 찾아봐야겠다. 


암튼 후폭풍에 시달리면서 오전을 이렇게 보내고 있다.


운동을 할까 생각했으나 술 마신 다음 날까지는 간이 회복할 수 있도록 휴식을 취해야 하므로 걷기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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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02-24 09: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무협소설 팬 만나면 걍 시간이 후루룩~~~ㅎㅎ
와룡생, 고룡, 양우생, 김용 등등....저도 한 때 무협 매니아여서 그 느낌 확~ 오네요..ㅎㅎ
근데 제가 읽었던 모든 작품을 통털어서 가장 재밌었던 작품은 소슬이라는 작가의 <아! 북극성>이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중원문화사에서 출간됐던 건데, 당시 김용의 <아 만리성>이 매우 인기를 끌었는데, 그 타이틀에 맞게 출간된 저작같습니다만...어쨌든 흡입력이 엄청난 작품이었습니다. 지금까지도 무협소설 넘버원의 흡입력이라고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물론 문학적인 완성도는 김용의 의천도룡기와 천룡팔부였습니다만..^^

transient-guest 2023-02-25 03:00   좋아요 0 | URL
그쵸. 책 이야기 하다가 보면 그것도 팬층이 갈리는 판타지나 무협지를 술자리에 이야기하면 진짜 시간이 빨리 갑니다. ㅎㅎ 저는 소슬이란 작가는 처음 들어봅니다. 찾아보니 대만무협계에서 생몰연대를 알 수 없는 신비의 작가라고 하네요. 말씀하신 작품의 원제는 ‘철골유정전‘이라고 나와있네요. 아마 당시 소오강호가 ‘아 만리성‘으로 나와서 유명했기 때문에 비슷하게 간 것 같습니다. 김용의 완성도 높은 ‘정파‘소설과는 다른 많은 작가들의 작품도 그 재미가 대단하니 더 많이 구해서 읽고 싶어요.ㅎ

stella.K 2023-02-24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젠틀맨이시군요. 일일히 전화하셔서 잘 들어갔는지 확인하시고. ㅋ
이야기 코드가 맞는 분이있으면 정말 지루하지 않죠. 괜히 제가 다 입꼬리가 올라가네요.🤭
술은 마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장도 중요하다는데 아픈 속 잘 달래시기 바랍니다.^^
(근데 써 놓고보니 이렇게 써도 되나 싶네요. 암튼.ㅋ)

transient-guest 2023-02-25 03:03   좋아요 1 | URL
아무래도 많이 마시고 가니 다들 서로 조금씩 챙기는 것 같습니다. ㅎㅎ 책 이야기를 하다보면 진짜 시간가는 줄 모르는 것 같아요. 해장은 pho가 최고인데 어젠 일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그냥 적당히 이것저것 먹었네요. ㅎㅎ 나쁘다고는 하지만 언제 한번 술 마시고 다음 날 해장하면서 해장술도 마셔보고 싶습니다.ㅎㅎㅎㅎ

고양이라디오 2023-02-24 1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술자리의 흥겨운 분위기 부럽습니다ㅎㅎ 전 술을 잘 못 마셔서 숙취때문에 요즘은 거의 안 마시는데

마시는 양 조절하다가 어느 순간 놓아버린다는 말씀 참 공감이 가네요ㅎ

transient-guest 2023-02-25 03:04   좋아요 1 | URL
안 마시면 좋지만 마시면 더욱 좋아서..ㅎㅎㅎ 사실 조금씩 양과 빈도수는 줄여가고 있어요. 이게 많이 쌓이면 여러 가지로 몸과 정신의 건강에도 문제가 되는지라...ㅎ 자리가 흥겨우면 근데 술이 잘 들어가서 가끔 오버하게 되네요.ㅎ
 

1월 1일이 일요일이었던 관계로 1월 2일까지 쉬고 화요일인 오늘 사무실로 복귀했다. 12월에는 번아웃이 너무 심했고 중간에 코로나로 한 열흘 넘게 앓기도 했기 때문에 과감하게 크리마스 주간부터 약 2주 가까이 업무를 거의 중단하고 메일을 확인하고 전화응답을 하는 수준으로만 일을 했기 때문에 오늘부터 최소한 한 달 정도는 거의 전쟁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바쁜 매일을 보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늦잠을 자는 버릇이 남아 있어 그랬는지 새벽 네 시에 알람이 울리고 끈 것까지는 기억을 하는데 다시 눈을 떠보니 이미 새벽 여섯 시였던 것. 덕분에 새벽에 운동을 하고 오후에 걷기로 한 각오는 시작부터 꽝을 치고 부랴부랴 출근해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책도 못 읽었고 걷지도 못했지만 그나마 다행히 예정했던 업무일정을 90% 정도 제대로 소화했고 점심을 조금 넘긴 시간에 짧지만 강도 높은 운동을 할 수 있었다. 


나의 새벽은 언제 돌아오려는지?


종이 울리면 눈을 뜨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얼른 커피라도 한 잔 마셔서 일단 몸을 깨워야 한다. 정신을 차리고 책을 열 페이지 정도 읽어준 다음 운동을 가면 딱 다섯 시 정도가 될 것이고 운동을 마친 후 나갈 준비를 하고 아침을 먹어도 넉넉하게 시간이 남을 것이다. 조금은 피곤하겠지만 힘이 넘치는 하루를 시작하기엔 이만한 것이 없다. 문제는 제작년에 이사온 지금의 location에서 사무실이 예전과는 달리 운전거리가 좀 나온다는 것이다. 사무실 lease가 끝나는대로 서식지에서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 옮길 수 있는 곳을 알아보려고 한다. 경기가 이렇게 떨어지면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얻을 수 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운과 때가 맞기를 바랄 뿐이다.


commuting에 하루에 최소 한 시간은 쓰고 있으니 가까운 곳으로 옮기면 출퇴근에 할애하던 시간만큼이 아침의 여유로 남고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면 출근 전까지 정말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일단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을 생활화하는 것으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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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1-04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벽 4시라니.... 저는 아침형 인간이 못되어서 아침에는 항상 몽롱한 상태로 뭘 해도 능률이 안 오르고 하루종일 피곤해요. 올해 뜻하시는대로 가까운 곳으로 이사가셔서 아침시간을 좀 더 수월하게 확보하시길 빌게요. transient-guest님의 새해 첫번째 복이겠네요. ^^

transient-guest 2023-01-05 02:43   좋아요 1 | URL
날이 추워서 눈을 뜨고도 못 일어나네요. 나이가 든 탓인지 이젠 추위를 많이 탑니다. 매일 노력만 하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달이 밝은 산중의 밤 막걸리 한잔에 취해서…
달빛 소나타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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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10-05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휴가를 달빛 소나타와 함께~~
멋지고 부럽습니다^^

transient-guest 2022-10-06 06:30   좋아요 1 | URL
이제 자리로 복귀하는 것만 남았네요.
달이 예쁘게 떠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