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이벤트. 꼭 '문학동네' 책들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그간 보관함에 넣어두었던 '문학동네'의 책들을 몇 권 꺼내 본다. 마침 가격도 딱 맞고.  

구경꾼들 / 윤성희 / \ 9,000

꽤 오랫동안 윤성희의 글들을 좋아해 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글들을 좋아해 왔다기 보다는, 그가 그려내는 세계들을 좋아해 왔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윤성희가 그려내는 세계들은 대체로 어딘지 모르게 비현실적이다. 뭔가 나사가 몇 개 빠져버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계. 그러나 그 세계들은 기묘하게 따듯하다. 뭔가 들어맞지 않는 것 같지만, 그 들어맞지 않는 것들이 그 안의 사람들을 따스하게 감싸고 있다. 1인칭 시점의 짤막한 문장들로 이루어진 그녀의 단편들은 묘한 비현실성을 강조하는 데 한몫을 하지만, 동시에 그 수많은 '나'들은 낯선 자와의 연대를 통해 꽤나 단단한 나름의 세계를 구축한다. 그런 그녀의 첫 장편.  

순교자 / 김은국 / \ 9,900

한국전쟁과 기독교. 그리고 거기에 신앙과 양심과 실존의 문제가 버무려진다. 한국 기독교의 역사는 흥미로운 부분들이 너무도 많다. 거기에는 아주 고귀한 것이 들어가 있는 반면, 아주 추악하고 감추고 싶은 것들도 들어가 있다. 이 책이 그런 문제들을 정면으로 파헤치고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한국전쟁과 기독교라는 이 2가지의 조합만으로도, 복잡하고도 처절한, 그리고 묵직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올 것 같다. 더불어 김은국 작가의 개인적인 이력이 여기에 흥미를 더한다. 꼭 20주 연속 베스트셀러,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에브리맨 / 필립 로스 / \ 8,550

필립 로스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 못하지만, 이 책에 대한 몇몇 찬사들을 들었다. 삶과 죽음, 늙어간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 글쎄. 이것만 놓고 보아서는 왜 이 이야기가 특별한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늙어간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기에도 아직은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무튼 당연하게도 우리는 누구나 죽음을 언젠가는 마주하여야 하며, 대부분은 늙어감이라는 것을 언젠가는 고찰해 보아야만 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말이다.   

문학동네 64호- 2010. 가을 / \ 13,500 

원래 서점에서 하루키의 인터뷰만 살짝 볼 생각이었는데, 곧 포기했다. 이 하루키의 인터뷰는 길이도 너무 길 뿐더러, 왠지 조용한 공원에서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것은 전적으로 <1Q84> 때문이다. 대학 시절에 읽었던 하루키와 지금의 하루키는 어딘가 모르게 달라져 있었다. 그것은 어떤 묵직함이랄까. 예를 들어, 예전의 하루키가 80%의 농담과 20%의 진지함으로 이질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40%의 농담과 60%의 진지함이랄까. (그래도 그가 여전히 세계를 일종의 반농담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유효한 것 같다.) 그가 문학을 보는 시선들 역시 무언가 달라져 있을까.  

숨그네 / 헤르타 뮐러 / \ 10,800

지하철 통근 시간에 읽은 헤르타 뮐러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문은 숨을 멎게 했다. 그것은 지하철 안의 숨막히는 공기와는 다른 뭔가 이질적인 종류의 것이었다. 그것은 동시에 그 지하철의 살풍경한 이미지와는 뭔가 아주 극과 극에 있는 것이면서도, 동시에 어딘가모르게 맞닿아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그동안 들어봤던 어떤 이야기보다 아름다운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것은 아름다운 이야기이고, 아름다운 문장들이었다. 그런 헤르타 뮐러를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총액 \ 5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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