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 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 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사랑은 언제까지나 떨어지지 아니하되 예언도 폐하고 방언도 그치고 지식도 폐하리라  

우리가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하니 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부분적으로 하던 것이 폐하리라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 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 고린도 전서 13장 1절~13절 말씀 -

 

 

 봄비처럼 따사로운 겨울비가 하루 종일 내리는 토요일 오후, 뿌옇게 습기가 서린 커다란 카페 창가에 앉아 편하게 책을 읽었다.

 

마음이 부서지고 또 부서진다.

부서지면서 살아간다.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돌아설 수 없는 길을 갈 때

마음은 부서져 한다. - 스텐니 쿠니츠의 실험나무 중에서 -

 

 

 

 

 

 

 

 

 

 

 

 

 

 

이번 주에 주문한 세 권의 책 중 편안하게 읽을 만한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을 제일 먼저 읽어 보기로 했다. 생각을 너무 많이해야 하는 책, 이해하려면 한참을 고민해야 하는 책 그리고 속도가 너무 더디 나가는 책에 좀 지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가볍게 볼 만한 책을 골라 들었다.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가슴 저린 토끼인형의 여행에 나도 모르게 푹 빠져 버렸다. 에드워드를 따라 여행하는 동안 나도 마음 아팠고, 슬펐고 그리고 기뻤다.

 

 

"사랑"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남을 돕고 이해하려는 마음 그리고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을 말한다.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사랑만큼 식상해진 단어가 있을까 싶다가도 사랑을 빼면 우리의 삶에 남는게 무엇일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모든 영화, 소설, 드라마, 노래의 테마는 결국 사랑이다.

 

"하지만 어디 대답해 보렴. 사랑이 없는데 어떻게 이야기가 행복하게 끝날 수 있겠니?"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존재하며, 그 사랑이 유지되고 소멸되기를 반복한다. 무지개의 일곱 색이 모두 아름다운것처럼 사랑은 모양과 형태, 색을 달리해도 모두 아름답다. '달도 없는 깜깜한 밤에 빛나는 별'과 같이 소중한 존재이다.

성경에서도 하나님이 세상을 이토록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며, 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신다.

너무 흔해져서 퇴색하고 변질된 사랑이라는 말은 공장에서 찍어낸 플라스틱 제품처럼 메마르게 느껴진다. 미세하게 금이 간 유리 그릇처럼 겉으로는 사랑이 가득차 있는 듯 보이지만 우리는 누구나 서서히 사라져가는 순수한 사랑을 그리워하고 있는 건 아닐까 ?

 

 

인형이지만 인형이라 불리는 것을 싫어하는오만한 토끼인형 에드워드 툴레인있다.

에드워드는 멋진 옷과 화려한 장식구, 옷장 그리고 태엽 시계를 갖고 있으며 늘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특별한 토끼인형이다. 밥을 먹을 때도, 산책을 할 때도,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잠자리에세도 애빌린과 에드워드는 늘 한몸처럼 함께 였다. 하지만 사랑을 받을 줄만 알고 할 줄 모르는 에드워드는 늘 교만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이런 에드워드가 어느 날...자신을 사랑해주던 애빌린 가족들과 이별하게 되는데...

 

 

사랑은 기다림이다.

 

애빌린과 헤어져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은 에드워드는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사랑은 경청이다.

 

"에드워드는 자기가 귀 기울여 듣고 있는 걸 깨닫고는 깜짝 놀랐어요. 전에 애빌린이 이야기할 때는 모든게 아주 지루하고 쓸모없이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지금 넬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처럼 느껴져서 마치 자기 인생이 넬리가 하는 말에 달려 있기라도 한 듯이 열심히 들었어요."(책 75쪽)

어부 부부를 새롭게 만난 에드워드는 수잔나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다. 어부의 아내 넬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산책을 하고 자장가 소리에 귀 기울이며 오랫동안 소박하지만 행복한 생활을 한다.

 

 

 사랑은 그리움이다.

 

"밤에 불과 루시가 잠을 자는 동안, 에드워드는 뜬눈으로 계속 별자리를 올려다보았어요. 별자리의 이름을 말

하고 자기를 사랑해 주었던 사람들의 이름을 말해 보았죠. 애빌린을 시작으로 넬리, 로렌스 그리고 불과 루시까지" (책 98쪽)

떠돌이 개 루시와 불을 만난 에드워드는 말론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며 그들과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언제나 땅바닥에서 별빛을 받으며 잠을 자야했지만 에드워드는 슬프지 않았다. 불의 노래를 들으며 자신을 사랑해주었던 사람들의 이름을 떠올리며 그들을 그리워했다.

 

 

사랑은 마음 깊은 곳의 고통이다.

 

'작별 인사를 할 틈도 없이 헤어져야 하는 일을 얼마나 더 계속해야 할까 ?"

외로운 귀뚜라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죠.

에드워드는 귀를 기울였어요.

마음 깊은 곳 어딘가가 아팠어요.

에드워는 울고 싶었답니다. (책 108쪽)

또 다시 이별을 경험한 에드워드는 헤어짐으로 인한 고통과 공허, 절망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채소밭의 허수아비가 된 에드워드는 하모니카를 부는 소년 브라이스를 만나게 된다.

 

 

사랑은 희생이다.

 

에드워드는 이제껏 누가 자기를 아기처럼 흔들어 준 일은 없었어요. 애빌린도 그렇게 하지는 않았거든요. 넬리도 그렇고요. 불도 절대 그러지 않았고요. 누군가 그렇게 넘치는 애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니 한없이 겁고 격렬한 감정이 생겨났어요. 에드워드는 도자기로 된 몸이 온통 따스하게 데워지는 걸 느꼈답니다. (책 129쪽)

 

에드워드의 가슴은 텅 빈 것 같았을 뿐 아니라 매우 아팠어요. 도자기로 만든 몸 곳곳이 다 아팠어요. 사라 루스 때문이었죠. 사라가 자기를 안아 주었으면 했어요. 사라를 위해 춤을 추고 싶었죠.

'날 보세요, 할머니가 소원을 빌었잖아요. 난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요. 그건 끔찍한 일이었어요. 아파요, 마음이 아프다고요. 날 도와줘요.' (책 150쪽)

 

쟁글스가 되어 병들고 가난한 브라이스와 사라 남매와 함께 살게 된 에드워드...연약한 사라의 생명이 꺼져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에드워드는 별똥별에게 소원을 빈다. 자신의 팔 다리를 실로 묶어 춤을 추게 해도 사라가 웃을 수 있다면 에드워드는 행복했다.

 

 

사랑은 자신의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딱 두 가지 방법 중에 선택하는 거지. 네 친구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어. 네가 치료 받을 수 있도록 널 포기한 거지. 정말 특별한 우정이야." (책 172쪽)

동생이 죽은 후 브라이스는 에드워드(쟁글스)와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한다. 그런 브라이스에게 쟁글스는 유일한 가족이며 친구이다. 하지만 브라이스는 깨진 에드워드(쟁글스)를 다시 고쳐주고 자신은 떠난다.

 

 

 사랑은 기대이다.

 

"난 이미 사랑을 받아 봤어. 애빌린이라는 여자아이의 사랑을 받았지. 그리고 한 어부와 그의 아내, 떠돌이와 그의 개에게 사랑을 받았어. 또 하모니카를 부는 남자애와 죽은 여자애에게 사랑을 받았고, 나에게 사랑에 대해 말하지 마. 나도 사랑을 알아."

(183쪽)

"마음을 열어, 누군가 올 거야. 누군가 널 위해 올 거라고. 하지만 먼저 네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해" (책 191쪽)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제자리를 찾은 에드워드... 애빌린과 어부 부부 그리고 떠돌이와 사라 남매를 만나 사랑의 여러가지 모습을 배우며 돌아 온다.

 

혼자 책을 읽으며 순간순간 마음이 울컥해서 훌쩍거렸다. 에드워드를 따라 여행하며 나도 사랑의 여러가지 모습들을 생각했다. 에드워드와 함께 한 시간 여행을 마친 후  내가 내린 사랑의 정의는 기다림, 그리움, 경청, 공감, 희생, 고통, 기대...

나처럼 아직도 별과 소나기처럼 순수한 사랑이 있음을 믿는 철없고 대책없는 사람에게 딱 맞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사랑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고린도 전서 13장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페이퍼를 쓰기 전에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고린도 전서를 읽고 나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다.

편안한 기분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덮은 후 여운이 오랫동안 남아서 마음이 아련했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2014-01-26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책이로군요.

마음이나 몸이 많이 힘들 적에는
아름다운 만화책을 읽어 보셔요.
아름다운 만화책들도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데에
무척 좋더라고요.

착한시경 2014-01-26 23:37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만화책...저도 읽고 싶어요... 소개 부탁 드려도 될까요 ?
아주 옛날.. 김동화 만화를 좋아했던 기억이 나네요...영어 선생님과 아카시아..ㅎㅎ

서니데이 2014-01-26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베스트셀러라고 뉴스에서도 나왔다고 해요. 드라마에서 나와서 관심을 가진 분들도 계시겠지만, 평이 좋은 걸로 봐서는 그동안은 숨어있던 좋은 책이었나봅니다.

착한시경 2014-01-26 23:42   좋아요 0 | URL
큰 기대없이 읽기 시작했는데...전 참 좋았어요^^ 카페에서 읽으면서 혼자 울컥해서 훌쩍거리다 왔어요... 특히 사라가 죽는 부분에서 에드워드가 아픔을 느끼며 사랑을 깨달아가는 장면에서 ㅠ.ㅠ 사랑은 동전의 양면처럼 우리에게 기쁨과 슬픔을 다 주는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7 0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시경 님은 페이퍼를 작성할 때 참... 정성'이 보입니다.
잃지 말아야 할 소녀의 감수성도 보여서 좋습니다.

착한시경 2014-01-28 23:44   좋아요 0 | URL
와~칭찬 감사합니다. 곰곰발님처럼 멋진 글을 못 쓰니...사진으로 대신하는거예요^^ 언제나 서재에 올리신 글 잘 읽고 있답니다... 설날 즐겁게 보내세요~

미스코리아 뚱 2014-01-28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경님의 서재를 보고 당장 신기한 여행을 읽었답니다,,^^
브라이스의 선택에서 눈물이 나더군요,,감동의 눈물,희생의 눈물,살아가면서 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과연 난~뭘 선택할까??내욕심,,을 위해 사랑하고 내만족을 위해 희생이라고 가장하지는 않았는지,,내가 브라이스였다면...마음이 짠하게 감동을 준책~추천 감사요..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삶의 방식을 한씩 바꾸어 가고 있는 걸요. 자본주의적 소비 욕구를 충족 못해 힘겨워하는것이 아니라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이들이 함께 손 잡는 것으로 훨씬 풍요롭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잇어요.

대항지구화행동 홈페이지 장 게시판의 다다님의 글에서처럼 좋은 옷을 사 입지 못해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동대문에서 천을 끊어다 함께 모여 옷을 만들어 입는 재미를, 조그만 공동 텃밭을 마련해 밥상에 올릴 곡식을 내 손으로 지어 올리는 행복을, 값비싼 공연을 보러 다니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소박한 길거리 연극을 만들어 모두가 연기를 해보는 즐거움을, 하늘 높은 줄 모르고오르는 집값에 절망해 그것을 따라 잡느라 주택 부금의 노예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 주거의 형태를 새로이 가꾸어 가며 말이지요. 시장을 지배하는 돈이 아닌 자신이 손수 만든 것들로 필요한 만큼 나누는 현물 화폐를 쓰고,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벅찬 수강료가 아니라 저마다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서로를 가르쳐 주는 모습들은 분명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의 자립이 결코 고립이지만은 아님을 보여 주고 있어요.

- 거꾸로 생각해 봐 중 박기범의 평화로 가는 한 걸음에서 -

 

내가 책을 덮을 때

나는 삶을 연다.

나는 듣는다

항구들 사이에서

더듬거리는 고함 소리를.

구리 잉곳(鑄魂)이

沙坑(사갱)을 미끄러져

토코필라로 간다.

밤,

섬들 사이에서

우리의 대양은

물고기로 고동치고,

우리나라의

발과, 넓적다리와,

白堊(백악) 갈비뼈를 건드린다.

밤은 내내

그 해변에 매어 달리고, 새벽이 오자

그건 노래하며 눈을 뜬다

마치 그게 기타아를 자극한 듯이,

바다의 큰 파도가 부르고 있다.

바람이 나를 부르고

로드리게스가 부르고,

또 호세 안토니오--

나는 광산 노조에서

전보를 받았고

내가 사랑하는 어떤 사람은

(이름은 말하지 않겠다)

부칼레무에서 나를 기다린다.

  

어떤 책도 나를

종이로 쌀 수 없었고,

인쇄로

나를 채울 수 없으며,

거룩한 刊記(간기)로도 채울 수 없고,

여태껏 내 눈을

덮지도 못했다.

나는 책에서 나와 과수원으로 살러 간다

내 목 쉰 노래 一族과 함께,

달아오르는 금속 일을 하러 가고

산 속 난롯가에서

훈제 쇠고기를 먹으러 간다.

  

나는 모험적인 책을

좋아한다,

숲이나 눈(雪)에 대한 책

바다나 하늘

그러나

거미 책은

싫어한다

생각이

해로운 철망을 쳐서

어리고

선회하는 비상에 올가미를 씌우는 그런 책,

책이여, 나를 놓아다오.

나는 여러 권의 책으로

뒤덮이지 않으련다,

나는 작품집에서

나오지 않았고,

내 시들은

시들을 먹지도 않았다--

그들은 자극적인 일들을

삼켰고

험악한 날씨로 컸으며,

땅과 사람들한테서

음식을 얻었다.

신발에는 먼지가 낀 채

나는 가는 중이다

신화에서 자유롭게:

책들은 서가로 보내자,

나는 거리로 나가련다.

나는 삶 자체에서

삶을 배웠고,

단 한번의 키스에서 사랑을 배웠으며

사람들과 함께 싸우고

그들의 말을 내 노래 속에서 말하며

그들과 더불어 산 거 말고는

누구한테 어떤 것도 가르칠 수 없었다.

- 파블로 네루다의 책에 부치는 노래 1 -

 

눈이 오지 않는 겨울이 계속되고 있다. 오후 늦게 집에서 나와 칼국수를 먹고, 서점에 가고, 커피를 마시며 소소한 일상을 즐겼다. 나는 여전히 어느 노래 가사처럼 겨울이 녹아 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추운 날씨를 핑계 삼아 아파트 입구에서 파는 단팥을 아끼지 않고 넣은 찹쌀 붕어빵을 호호 불어 먹었고, 은행동 어느 좁은 골목에 있는 소나무집에서 얼큰한 오징어 칼국수 국물을  마구 퍼 먹다가 목젖이 데일 뻔했다. 그리고 전망 좋은 2층 카페에서 우아하게 음악을 들으며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마지막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뿌셔뿌셔를 와작와작 씹어먹었다.  
겨울이 좋은 유일한 이유는 길거리에서 파는 먹거리가 많아 언제나 즐겁기 때문이다. 붕어빵, 국화빵, 호떡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나는 오뎅과 계란빵... 언제 먹어도 정겹고 맛있지만 겨울에 먹어야 더 맛있는 간식거리들이다.  서점에 들려 로맹가리의 여자의 빛과 정수복의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을 구입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 도저히 서점에서는 그냥 나올 수 없으니 이것도 병이라면 중병에 해당한다.

자주가던 서점 장식장에 천징 저울이 있다.

한쪽에는 빵이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책이 놓여 균형을 이루고 있다. 육체적 양식과 정신적 양식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 우리는 밥을 챙겨 먹고 틈틈히 간식과 과일까지 먹는다. 하지만 정신적 양식은 책이나 영화 그리고 음악과 같은 예술을 통해서 채워질 수 있다.

 

왜 시를 읽어야 하는가. 오약하면 한 가지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순결하게 닦아 주기 때문입니다. 사람답게 살라고 딱, 죽비를 내리치기 때문입니다.

시는 나와 세상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그리하여 위로와 이해, 용서, 나눔의 마음을 일깨우며,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시에 담겨 있는 이런 마음을 시심(詩心)이라 합니다. 진정 시심으로 충만한 사람은 이기와 탐욕을 꿈꾸지 않지요. 겸손하고 부드러우며, 이웃과 세상에 손 내미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 거꾸로 생각해 봐 중 밥보다 백 배는 더 중요한 시 이야기에서 -

 

1. 책을 읽지 않을 권리

2. 책을 읽을 권리

3. 아무 책이나 읽을 수 있는 권리

4. 언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5. 어디에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6.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지 않을 권리

7. 책을 중간중간 건너뛰며 읽을 수 있는 권리

8 책의 아무 곳이나 펴서 읽을 수 있는 권리

9. 원하는 책을 다시 읽을 권리

10. 다른 사람들이 다 읽는 책을 읽지 않을 권리

11. 권위 있는 기관의 권장도서 목록을 무시할 수 있는 권리

12. 책에 대한 정부, 학교, 부모의 검열에 저항할 권리

13. 책의 즐거움에 탐닉할 수 있는 권리

14. 반짝 도서를 할 수 있는 권리

15. 소리 내서 읽을 권리

16. 다른 일을 하면서 동시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17. 밑줄 긋고 메모하며 읽은 책을 빌려 주지 않을 권리

18. 읽은 책에 대해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을 권리

19. 당장 읽지 않을 책을 미리 사둘 수 있는 권리

20. 읽은 책과 자기 체험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책을 쓸 권리

- 정수복의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 중 독자 권리 장전 -

 

20가지 권리 장전 중 19번을 읽으며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내 목표는 장서가이면서 독서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자꾸 장서가가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심란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위로를 받았다. 독자로써 당장 읽지 않을 책을 사둘 수 있는 권리가 있다니...얼마나 멋있는 항목인가 ?

나는 이번주에도 당장 읽지 못하고 쌓아두어야 하는 책을 몇 권 더 구입했는데, 내 노년을 위한 적금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다.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의 전작쯤 되는 책인시공을 먼저 주문해서 읽어보기로 했다. 매달 10권 이상의 책을 읽기로 했는데 역시 쉽지 않다. 틈나는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읽어야 하는데 자꾸만 상황에 밀려 뜻대로 되지 않는다.

배고프면 밥을 챙겨 먹듯이, 내 정신이 배고픔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야 할 듯.... 그리고 읽은 책을 정리하는 글쓰기도 미루지 않도록 해야 겠다. 이렇게 다짐하지만 늘 작심삼일이 되니 문제다.

이번주에는 정수복의 두 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꼭 쓰도록 하겠다...다짐하지만 공허하다. 나의 게으름이 가장 큰 문제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2014-01-20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중에서 감쪽같이 사라지는 책이 있으니,
미리 사두는 책이 있어야
마음이 든든하구나 싶어요.

착한시경 2014-01-20 22:41   좋아요 0 | URL
얼마 전...절판된 책을 중고서적에서 구입했는데 정말 딱 2배 비싸더라구요...ㅎㅎ
올해는 정말 사는 것보다 읽는데 힘을 쓰고 싶은데,,,여전히 사는 일에만 관심이 많아서 걱정이에요...고흥도 눈이 오나요 ? 대전은 눈이 제법 내려요~~

갈릴리호수 2014-01-20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탑이 높아질수록 마음도 여유가 생깁니다.
다 읽지 못해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책들이 있다는것을
스스로 에게 확인해보곤 합니다.
그런 책은 언제든 잡아놔야지요, 딴데로 못가게, 내 생각에서 멀어지기 전에...
좋은글 감사합니다~~

착한시경 2014-01-20 22:37   좋아요 0 | URL
책탑이 높아지는만큼 마음도 무거워지네요...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올해는 열심히 읽어야 겠어요..^^
눈도 오고,,,날씨도 춥고~ 건강조심하세요~

서니데이 2014-01-20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에 가면 신간으로 나온 책, 보면 사고 싶어지는 그런 거 저도 있어요. 전에 동네서점에서 책을 살 때는 둘러보고 한 권씩 사오는 거 무척 좋아했는데, 지금은 대형서점에도 책 구경하러 가끔 갑니다. 착한시경님 댁에도 아끼는 책이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착한시경님은 앞으로도 장서가와 독서가를 겸한 애서가가 되시지 않을까요.^^

착한시경 2014-01-20 22:39   좋아요 0 | URL
장서가와 독서가를 겸한 애서가...ㅋㅋ 정말 멋진데요~ 최종 목표는 애서가가 되는것... 저도 서점 자주 가는데,,아무래도 방학이고 날씨도 춥다보니 요즘은 좀 뜸하네요.. 대전은 눈이 제법 내려요... 그래도 겨울에 보는 눈도 참 좋으네요

여울 2014-01-21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일씩 끊어서....계속....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ㅎㅎ
 

'리르와디'라는 사막의 우물 파는 인부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9세기 말 사하라 북부, 한 모금의 물이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그곳, 그저 숨 쉬고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인 곳에서 아마도 자신의 가족과 마을을 위해 모래뿐인 사막을 하염없이 걸었을 인부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수맥이 있다고 생각되는 곳을 80미터 가량 파고 내려갑니다. 그렇게 지구의 모세혈관과도 같은 물줄기를 엄청난 압력으로 막고 있는 석회암판까지 내려갑니다. 그리고 그 순간 나이가 가장 많은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지상으로 올라오죠. 땅 속의 인부는 남은 자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석회암판을 부수는 마지막 곡괭이질을 합니다. 엄청난 압력으로 수맥이 터지는 순간 늙은 인부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숭고한 죽음으로 완성된 우물은 마을의 고귀한 생명을 향해 뿜어져 나오는 것입니다. 그렇게 80미터짜리 우물이 만들어집니다.

- 내가 믿는 이것 중 6쪽에서 -

 

 

나는 내가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
내 딴에는 곧게 자란다고 생각했지만
어떤 가지는 구부러졌고 어떤 줄기는 비비 꼬여 있는걸 안다
그래서 대들보로 쓰일 수 없고 좋은 재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다만 보잘 것 없는 꽃이 피어도
그 꽃 보며 기뻐하는 사람 있으면 나도 기쁘고
내 그늘에 날개를 쉬러 오는 새 한 마리 있으면
편안한 자리를 내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내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사람에게
그들의 요구를 다 채워줄 수 없어
기대에 못 미치는 나무라고
돌아서서 비웃는 소리 들려도 조용히 웃는다

이 숲의 다른 나무들에 비해 볼품이 없는 나무라는 걸
내가 오래 전부터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 한가운데를 두 팔로 헤치며
우렁차게 가지를 뻗는 나무들과 다른 게 있다면
내가 본래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누군가 내 몸의 가지 하나라도 필요로 하는 이 있으면
기꺼이 팔 한 짝을 잘라 줄 마음자세는 언제나 가지고 산다
부족한 내게 그것도 기쁨이겠기 때문이다

- 도종환의 가죽나무 -

 

 

당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입니까 ?

만약 내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

정의, 희망, 평등, 다양성, 자유, 자기실현, 공동체, 민주주의, 생명, 자연, 아름다움, 사랑...

내가 마음에 품고 있는 가치가 결국 말과 행동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에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사느냐는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인디고 서원에서 엮은 '내가 믿는 이것'이라는 책을 읽었다. 처음부터 순차적으로 읽었다기 보다는 목차를 훓어본 후, 읽고 싶은 가치를 찾아 먼저 읽었다. 책에서 제시한 열 두가지 가치들 모두 너무 아름답고 숭고한 것들이다. 내 삶을 지배했던 가치는 무엇일까 ? 부끄럽지만 나는 뚜렷한 삶의 가치를 갖지 못한 채 살았던 것 같다. 정의롭지도 못했으며, 희망보다는 부정적인 상황들을 먼저 생각하며 늘 염려했다. 다양성과 자유를 추구했지만 내 삶은 틀에 박힌 사고와 고정관념으로 가득찬 편협된 모습이었다. 생명과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기도 했지만 문명이 주는 편리를 더 사랑했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가장 큰 대전제 앞에서 다시금 머리를 숙일 수 밖에 없다. 세상의 모든 가치관을 하나로 포용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건 아마 '사랑'이라는 가치이다.

저급하고 이기적인 사랑이 아니라 관용과 희생이 있는 사랑이야말로 최고의 가치가 아닐까 싶다.

리르와디 사막에서 우물을 파는 늙은 인부의 숭고한 사랑이나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팔 한짝

짤라 줄 마음 자세를 가지고 산다는 가죽나무의 사랑... 죽음조차 초월할 수 있는 사랑이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가치이다.

현대 사회에서 사랑의 가면을 쓰고 벌어지는 개인과 집단 이기주의, 부조리와 억압 등을 본다. 모든 것들 위에 존재하는 사랑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가치가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될때 많은 문제들도 올바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철새의 이주, 썰물과 밑물의 갈마듦, 새봄을 알리는 작은 꽃봉오리, 이런 모든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다울뿐더러 어떤 상징이나 철학의 심오함마저 갖추고 있다. 밤이 지나 새벽에 밝아오고, 겨울이 지나 봄이 찾아오는 일, 이렇게 되풀이되는 자연의순환 속에서 인간을 비롯한 상처 받은 모든 영혼이 치료받고 되살아난다.

- 레이첼 카슨의 센스 오브 원더 중 18쪽에서 -

 

 

 

 

 

'침묵의 봄'의 작가 레이첼 카슨이 쓴 작품으로 '당신의 자녀가 자연에서 놀라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라'는 제목으로 잡지에 개재했던 글이다. 작년에 인디고 서원에 방문했을 때 아들에게 선물한 책인데, 도통 읽을 생각이 없는 아들을 대신해서 내가 먼저 읽었다.

우선은 책의 내용도 훌륭했지만 또 다른 방법으로 자연의 놀라움을 느끼게 해 준 아름다운 사진때문에 더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끼와 파도, 바람, 인적이 드문 우거진 숲과 곧게 뻗은 나무들, 긴 시간 파도에 깎여진 몽돌, 회오리 이는 강물,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입은 동굴, 매서운 추위에 그대로 얼어 버린 폭포와 따뜻한 기운을 받아 녹아내리는 강물... 사진으로 느껴지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동을 받았다.

 

우리는 대부분 눈으로 봄으로써 세상에 대한 지식을 얻는다. 그러나 아무리 시력이 좋은 사람일지라도 눈을 모두 뜨지는 못한다. 미처 보지 못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그런 눈, 그런 눈을 뜨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스스로에게 늘 이렇게 물어보자.

"지금 보고 있는 이것이 내가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라면 ? 지금 보고 있는 이것을 앞으로 다시는 볼 수 없다면 ?" - 책 76쪽에서 -

 

눈을 감으니 깊이와 넓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바다가 눈 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거칠 것 없이 몰아치는 파도와 그런 파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바위가 보인다. 그 가운데 서 보니 지금 내가 하는 고민과 걱정들이 얼마나 작고 하찮은 일인가 ? 자연의 놀라운 섭리 앞에서 인간은 참 어리석고 보잘 것 없는 존재들이다. 자연은 이렇게 넉넉하게 우리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삶의 지혜를 자연에서 찾지 못하니 어리석을 따름이다.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단편적인 지식과 책이 주는 간접 체험은 결국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격이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오랫만에 다시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음의 짐을 덜어버리는 조금은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말처럼 자연을 '아는 것'은 자연을 '느끼는 것'의 절반 만큼도 중요하지 않다. 내가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때 자연을 온전히 경외할 수 있다.

 

 

 레이첼 카슨은 밤의 고요와 신비를 무척이나 사랑했다고 한다. 나 역시 새벽 두시가 넘는 시간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가장 적막한 시간이지만 어떤 시간보다 평온하다. 낮에 읽은 책을 이렇게 정리하는 일도 즐겁고 다른 사람들이 잠들어 있을 때 무언가 한다는 것 자체가 비밀스럽다.

센스 오브 원더는 겨울방학동안 아들에게 꼭 읽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책을 발견하고 그 책을 다 읽고 난 후 느껴지는 이 뿌듯함... 뭔가를 깨닫고 난 후의 흐뭇함이 너무너무 좋다.

 

행복한 밤..아니 새벽이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4-01-17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 시경님, 잔잔하고 고요한 글에 멋진 사진까지 정말 금상첨화네요.

제가 사는 도시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어떻게 느껴야되는지, 막 생각하게 되네요.
몇일동안 미세먼지 때문에 문도 못 열고 사는 데, 아....
저도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책이예요.
잘 읽고 갑니다~~


착한시경 2014-01-17 11:47   좋아요 0 | URL
이른 아침부터 방문해 주셨네요^^ 저희집은 계족산 바로 아래에 있어서,, 공기도 좋고 계절변화도 쉽게 느낄수 있어서 좋아요~ 특히 늦은 봄...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아카시아향기가 묻어오는데...전 그게 너무 좋아요~ 가족들이 같이 보기에 좋은 책이예요^^

마녀고양이 2014-01-17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일 마지막 사진의 스탠드가 너무 맘에 들어서 한참 바라보았네요. ^^

도종환님의 시에서, 남의 기대에 못 미치는 나무라고 들어도 조용히 웃는다고...
저도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가치란 하나가 아니니까, 하나씩 저도 찾아가는 과정인데, 그 중 하나는 "세상에 대한 지식을 경험하고 배우고 싶다" 입니다. 제게 있어서 배움은 참으로 중요한 과정입니다. 공부를 잘하는게 아닌 세상에 대한 지식을 배우고 싶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도종환님의 시처럼, "나답게 살자" 인데... 나답게가 과연 무엇인지를 찾는 중이예요.

아침부터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페이퍼, 감사합니다.

착한시경 2014-01-17 11:55   좋아요 0 | URL
저희 동네 골목에 있는 카페에요...저도 스텐드가 넘 예뻐서 사진 많이 찍었어요~
그냥 겨울밤은 너무 길어서 생각이 많아져요~ 낮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넘겨보는 것도 좋구요~ 나답게 사는 거~ 저두 고민하는 중이예요^^

appletreeje 2014-01-17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시경님 덕분에 언제나 예쁜 사진, 좋은 글들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시경님께서 뿌듯함과 흐뭇함을 가지시니~저까지 덩달아
너무너무 좋습니다~!^^

착한시경님! 오늘도 행복하고 좋은 날 되세요~*^^*

착한시경 2014-01-17 14:0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도 트리제님 덕분에 좋은 시 많이 알게 되었는데요^^ 겨울은 밤이 길고 추워서 밖에 나가기도 싫고...책읽기 좋은 시간인것 같아요~

서니데이 2014-01-17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에 책읽는 것과 낮에 책읽는 건 같은 책인데도, 약간 다른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라디오도 그렇구요. 그리고 새벽에 일찍 일어났을 때랑, 밤에 잠을 못 자고 새벽이 되었을 때의 느낌도 약간씩 달랐던 것 같아요. 낮도 아침에 보는 빛과 저녁 빛은 다른 느낌이 들고, 하루가 그렇게 보면 색채가 참 다양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너무 짧죠.^^; 착한시경님의 사진은 아주 환한 것보다는 밝기 약한 등이 켜진 느낌이 들어요. 음, 설명이 쉽지는 않지만, 형광등보다는 백열등 불빛이랑 느낌이 비슷해요. 약간은 따뜻하고, 부드럽고. 저는 조금은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착한시경 2014-01-18 00:05   좋아요 0 | URL
시간에 따라서 느낌 다르고 하신 말씀에 공감해요... 자주 가는 카페에서 찍어오는 사진들인데,,그곳 분위기가 좀 그래요...백열등도 많고 낮에도 스텐드를 켜 놓은 테이블이 많아서 사진 찍으면 그런 느낌이 나는 것 같아요..^^ 커피 맛은 아주 좋아요..프랜차이즈 카페와는 다른 편안하고 조용한 분위기라서 시간날때 자주 들려요..오늘도 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책 읽다가 왔어요^^

숲노래 2014-01-17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에서 가장 소중한 한 가지는 언제나 "사랑"이라고 느껴요.

레이첼 카슨 님 저 책이 2012년에 번역이 되었군요.
저는 영문판 손바닥책으로 열 해쯤 앞서
헌책방에서 장만해서 살짝 살핀 적 있어요.

그나저나... 번역을 안 하고 <센스 오브 원더>라니...
이런 '센스 없는' 이름이란... 참... -_-;;;;;;;;;

착한시경 2014-01-18 00:08   좋아요 0 | URL
와...그러셨구나^^ 사다놓고 이제서야 넘겨보았네요...
서울은 잘 다녀오셨어요 ? 인디고잉을 꾸준히 구독해서 보고 있는데,,,참 아이들이 대단하구나 이런 생각을 해요..
저도 함께 살기님처럼 가장 소중한 가치는 역시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나머지 가치들을 전부 포용할 수 있는 건 사랑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센스없는 제목이란 말씀에는 공감...

페크pek0501 2014-01-19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새벽에 책을 읽는 것도 컴퓨터를 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건강을 위해 늦게 잠자지 않으려 하지요.
사실 밤이 집중이 잘 되긴 해요.
글도 사진도 좋군요. 잘 보고 갑니다. ^^
 

단순함, 고요한 생활, 가치있는 일, 조화로움은 단순히 삶의 가치만이 아니다. 그것은 조화로운 삶을 살려는 사람이라면 만족스러운 자연환경과 사회 환경에서 당연히 추구해야 할 중요한 이상이고 목표이다. 현대 문명의 중심지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배하는 것은 그러한 가치들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의 것, 다시 말해 복잡함, 불안, 낭비, 추함, 소란 따위가 삶의 자리를 차지한다. 이것이 사람들이 서양 문명의 도시 한복판에 들여 놓은 것들이다.

- 조화로운 삶 18쪽에서 -

 

 

 

 

 

"사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되]든 대로 그냥저냥 살아가는 것, 아니면 인생에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더 나은 길을 찾아 성실히 사는 것이다. 더 나은 것을 이루며 살겠다는 생각은 자기 자신의 삶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삶, 더 나아가 인류의 미래까지 더 나아지게 만든다."

 

"조화"의 사전적 의미는 어긋나거나 부딪침없이 서로 고르게 잘 어울림, 모순되거나 어긋남 없이 서로 잘 어울림을 뜻한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환경, 인간과 사물 등이 서로 공평하게 어울려 부딪침이 없는 상태를 일컫는다. 어긋나거나 부딪치지 않고 조화로운 삶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복잡하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조화로운 삶을 만들어간 사람들이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 부부이다.

 

 

 

 

 

 

 

 

 

 

 

 

 

 

 

 

 

 

 

 

 

 

 

 

 

 

 

 

 

 

몇년 전부터 나는 이들 부부가 쓴 책들을 읽으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

또한 이 부부의 책은 주로 보리 출판사에서 나오는데, 이 출판사 대표인 윤구병의 변산 공동체 마을 역시 늘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책을 통해 접한 그들의 삶은 너무나 이상적이지만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을 선택하기에는 나는 도시의 편리함을 너무 사랑한다. 얼마 전 귀농을 이야기하는 남편에게

"나는 비닐 장화보다는 아직 가죽 부츠가 더 좋고, 막걸리보다는 아메리카노가 더 좋아"라는 말로 일축해 버렸다. 역시 이성적으로 안다는 것과 그것이 삶에서 실천되기란 힘든 일이다. 니어링 부부는 우리가 경제활동을 하는 목적은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돈은 어디까지나 교환의 수단이며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물건을 얻는 매개체일 뿐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돈 때문에 너무나 피곤하다.

오늘 하루동안 내가 지출한 돈의 대부분은 먹는데 사용한 것이다.

친구와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셨고, 저녁 준비를 위해 마트에서 장을 보며 식료품을 구입했다. 그리고 배가 고프다는 아들에게 피자를 사줬다. 그렇다고 자본과 교환한 먹거리들이 나와 가족의 몸을 살리는 좋은 음식들도 아니다. 니어링 부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최소화시키고 그것들을 자급자족할 수 있다면 시간적 여유도 생기고 몸도 건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런 삶을 선택하기에 나는 너무 도시의 편리함에 길들여져 있고 남들과 다른 삶을 선택할 용기도 부족한 것 같다.

"하루를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빵을 벌기 위한 노동은 하루에 반나절만 하고 나머지 시간을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해 쓴다. 한 해의 양식이 마련되면 더 이상 일하지 않는다."

쫓기는 삶에서 벗어나 육체척으로나 정신적으로 평온한 상태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에게 사흘만 온전한 자유가 허락된다면 우선은 가방에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책과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스웨터와 청바지를 챙겨 넣고, 꼭 운동화를 신겠다. 그리고 핸드폰 대신 MP3를 가지고 가겠다.

한적한 바닷가 근처라도 좋고, 적막한 겨울산도 좋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면 더 좋겠다. 외롭기 보다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 시간들을 즐겨보고 싶다. (물론 현실적으로 매우 실현하기 힘든 소망이 될 것으로 본다.)

 

친한 친구와 도넛과 커피를 마시며 소소한 대화를 나누었다. 운명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다 놓을지 모른다는 것과 현재 되어지고 있는 것이 기도의 응답이라는 친구의 말에 공감했다.

잡다한 생각들을 단순화 시키고,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말들을 붙들고 두고 싶다. 그리고 이제는 좀더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다.

 

니어링 부부의 책을 읽으며 기뻐하고 마음 설레이던 나는 어디로 간 걸까 ?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2014-01-15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자말은 '조화'이고 한국말은 '어울림'이에요.
그러니까, 풀과 흙하고 어울리고,
이웃과 동무하고 어울리며,
숲과 바람하고 어울립니다.
고운 사랑하고 어울리고,
맑은 꿈하고 어울려요.

어우러지는 삶일 때에 저절로 웃음과 노래가 피어나겠지요.
니어링 부부는 이녁 스스로 넓은 땅을 마련해서
하루 네 시간 일하고 나머지는 이녁 스스로 누리기를 꿈꾸며
그 길로 갔어요.

마음 설레는 꿈을 품어 보셔요~

착한시경 2014-01-15 10:32   좋아요 0 | URL
와~어울림이라는 예쁜 우리말이 있었네요^^ 자연과 어울리며...단순하고 소박하게 사는삶을 선택하는게 왜 이리 어려운 일이 되었을까요?? 욕심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마음을 좀 버려야 할텐데...ㅠ.ㅠ 날씨는 춥지만 마음은 따사로운 하루 되세요~

단발머리 2014-01-15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시경님, 안녕하세요, 단발머리라고 합니다.

님 글 챙겨서 읽고 있어요. 사진도 너무 멋지구요.
위의 인용해주신 것들 오늘 하루 종일 생각날것 같아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착한시경 2014-01-15 10:34   좋아요 0 | URL
반갑고 감사합니다^^ 저도 오늘 단발머리님 서재구경 갔었어요~ ㅎㅎ
부족한 글과 사진을 챙겨봐주시고...이리 칭찬까지 해주시니 부끄럽고 감사해요~앞으루도 자주 뵈어요~

페크pek0501 2014-01-15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의 제목이 좋습니다. 제목이 좋으니 글도 좋군요.^^

"한 해의 양식이 마련되면 더 이상 일하지 않는다."
- 욕심 없는 소박한 삶이 그려집니다.

착한시경 2014-01-15 16:57   좋아요 0 | URL
잠이 오지 않아 밤에 책 뒤적거리다 쓴 글인데...칭찬 감사합니다. 니어링 부부의 삶은 너무 이상적이지만~ 전 너무 게으르네요... 대신 제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으려 노력하려구요...

서니데이 2014-01-15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사진을 자주 바꾸시는군요. ^^ 그것도 매번 직접 찍은 사진으로요. 그래서인지 올때마다 조금은 새롭고 낯선 느낌도 받는데, 사진에서 백열등같은 불빛이 비치는 것 같습니다. ^^ 착한시경님 서재에 니어링부부에 관한 카테고리를 봤습니다. 이분들의 책을 많이 읽으시나봅니다. 저는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잘 모르는 분들이라, 앞으로도 착한시경님의 페이퍼를 계속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날은 춥지만 좋은 하루 보내세요.

착한시경 2014-01-15 16:59   좋아요 0 | URL
심심해서... 자주 바꾸게 되네요..ㅎㅎ 예쁜 카페를 찾아가서 책 읽는게 유일한 취미예요... 서재 사진도 일요일날 갔던 빈티지 카페 사진이랍니다. 겨울은 따뜻한 아메리카노랑 책 읽는게 너무 좋아요...^^
 

목적을 위해서는, 말하자면 철학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잔가지를 과감히 쳐내야 한다. 단순화시켜야 한다. 세부 사항들을 하나씩 파괴시켜야 한다. 나는 단순한 역할을 통해서 역사적인 변화에 일조할 것이다. 우리 눈앞에서 세상은 획일화 된다. 원거리 통신 수단은 점점 발달하고, 아파트 내부는 편리한 기구들로 나날이 풍요로워진다. 그러나 인간관계는 차츰 불가능해지고, 그런 만큼 인생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줄어 간다. 온갖 화려한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워지고 있다. 21세기가 어떨지 뻔하다. 

- 미셸 우엘벡의 투쟁 영역의 확장 중 21쪽에서 -

 

 

 

  

 

 

 

 

 

 

 

 

 

 

 

 

 

 

특별한 계획없이 시작한 새해도 벌써 열흘이 넘게 흘렀다. 1월은 겨울방학기간이라서 괜시리 마음만 분주하다. 대충 친구를 만나서 먹거나 떼워도 되는 점심을 꼬박 꼬박 챙겨야 하는 마음의 부담이 있는 방학이기 때문이다. 한파를 예고하는 일기예보처럼 매서운 추위가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여름은 더워야 하고,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라지만 이 겨울 바람은 도통 적응이 되지 않는다. 본래 추위보다 더위에 더 민감하고 약한 체질이었지만 나이를 먹다보니 이제는 추위에 더 예민해졌다. 토요일 저녁부터 미셸 우엘벡의 투쟁 영역의 확장을 읽기 시작했다.

번역된 우엘벡의 책 중에서 제일 먼저 투쟁 영역의 확장을 읽기로 했다. 이유는 만만해 보이는 책 두께와 소립자의 전작 쯤으로 소개되어

있는 리뷰를 보고 선택했다.

"투쟁 영역의 확장"이라는 제목조차 전투적이고 도전적이다. 투쟁이라함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싸우는 과정을 일컫는데 내 삶에서 치열한 투쟁이있었던가 ?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치열한 과정을 겪어본 적이 별로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투쟁을 해서 얻어낼 만큼 간절히 이루고자 하는 것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담배를 점점 더 많이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적어도 하루에 네 갑은 피우는 것 같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 내 존재의 진정한 자유를 표현하는 유일한 일이 되었다. 또 내가 유일하게 나의 온 정열을 기울여서두하는 일인 동시에, 유일한 나의 미래에 대한 계획이기도 하다.

- 책 73쪽에서 -

 

주인공 나는 잘나가는 정보 기술자이며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30대이다. 비록 사귀던 여자친구와 2년 전 헤어졌지만 특별히 아쉬울 것은 없다. 취미생활로 동물 소설을 쓰며 늘 주변 사람과 상황들을 관찰한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이 아니라 늘 냉소적이고 차갑다. 그에게 세상을 향한 혹은 인간을 향한 연민과 사랑이 존재할까 ?

소설 자체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늘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아가는 주인공이 함께 출장을 간 직장 동료 티스랑을 관찰한다.

 

사실 그것은 그의 인격의 근본 문제인데 ---- 몹시 못생겻다는 사실이다. 너무나 못생긴 그의 모습이 여자들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그는 여자들과 자는데 성공하지 못한다. 그는 최선을 다해 보지만 일은 잘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 여자들은 그를 원하지 않는다.

- 책 64쪽에서 -

 

티스랑은 잘나가는 회사에서 인정을 받는 직장인이지만 외모때문에 늘 여자들에게 선택을 받지 못한다. 더 불행한 것은 그가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사랑에 좀 무심한 사람이었다면 불쌍한 마음이 덜 했을텐데, 그는 누구보다 사랑을 하고 싶어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번번이 여성들에게 거부당할 때마다 티스랑은 상처를 받지만 다시 사랑에 찾기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결국 티스랑은 출장지의 어느 클럽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또 선택을 받지 못하고, 다른 남자와 함께 하는 그녀로 인해 마음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물론 이 사건이 원인이 되어 그는 교통사고로 삶을 마감한다.

 

 

인간에게 사랑에 대한 욕망은 근원적인 것이다. 그 욕망은 놀랍도록 깊숙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리고 많은 잔뿌리들이 마음이라는 물질 속으로 파고든다. 눈사태처럼 쏟아지는 모욕에도 불구하고 브리지트 바르도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기다렸다.

- 책 110쪽에서 -

 

오히려 사랑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누구보다 더 간절히 사랑을 원하는 사람일 수 있다. 이성간의 사랑, 가족간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 자연에 대한 사랑 그리고 신에 대한 사랑...사랑에 대한 다양한 대상과 상황이 존재한다. 주인공은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지 다 무관심하다.

이런 무관심과 냉담한 태도로 세상과 현대인들의 사랑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제시하기도 한다.

 

나는 이 세상을 사랑하지 않는다. 확실히 사랑하지 않는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나를 구역질나게 한다. 광고는 신물난다. 정보 기술 또한 역겹다. 정보 기술자로서의 나의 일은 참고 사항들과 이성적 결정의 기준들을 한도 없이이 늘여 나기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의미도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히려 부정적인 일이다.

- 책 99쪽에서 -

 

 

발달된  물질문명 사이에서 현대인들은 생활의 편리를 맛보았지만 철저하게 자본주의 경제체제 속에 부속품으로 전락한다. 사랑도 자본주의 경제와 마찬가지로 빈인빈 부익부 현상을 낳고 있다.

 

무제한적인 경제 자유주의와 마찬가지로 섹스의 자유주의는 <절대빈곤> 현상을 낳는다. 어/떤 이들은 매일 사랑을 하는데, 어떤 이들은 평생에 대여섯 번뿐이다. 어떤 이들은 열댓 명의 여자들과 사랑을 나누는데, 어떤 이들에게는 여자가 한 명도 없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시장의 법칙>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해고가 금지되어 있는 어떤 경제 체계에서는, 각자 어느 정도 자기 자리를 찾는데 성공한다. 간통이 금지된 섹스 체계에서, 각자는 어느 정도 자기 침실 파트너를 찾는데 성공한다. 완전히 자유 경제 체계에서, 어떤 이들은 상당한 부를 축적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들은 실업과 가난 속에 허덕인다. 완전한 자유 섹스체계에서는 어떤 이들은 정말로 다양하고 짜릿한 성생활을 즐기지만, 다른 이들은 자위 행위와 외로움 속에서 늙어 간다. 자유주의  경제는 투쟁영역의 확장이다. - 책 119쪽에서 - 

 

책 119쪽에서 작가는 이 책에서 말하고자는 하는 바를 함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자본주이 경제와 사랑은 미묘하게 닮은꼴이다. 물론 나는 인정하고 싶지 않다. 시간이 흐를수록 적나라게 드러나는 자본주의의 문제점들 사이에서도 이 세상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직도 사랑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물론 우엘벡의 말도 설득력이 있지만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주인공이 마지막에 스스로 요양원을 나와 눈부시게 화사한 날씨 전나무 숲을 달리며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주말을 이용해 읽었지만 사실 집중해서 읽지는 못했다. 우선은 지금 내게 필요한 책은 아니였고, 사실 나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나 긍정의 힘을 나에게 몰아줄 수 있는 책이 필요했다.

이왕 손에 든 책이니 정말 인내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읽었다. 사랑조차 투쟁하듯 얻어내야 한다.

우리가 지금 자본을 투쟁하는 마음으로 벌고 있듯이 말이다.

인간은 누구나 운명처럼 나가올 사랑을 꿈꾸고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사랑을 만날 확률은 적어진다는 것이니 참 암담한 일이다.

읽은 책은 꼭 글로 남겨 둔다는 소박한 계획이 이렇게 실천하기 힘든 계획인 줄 이 글을 쓰면서 알았다. 다음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읽고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아쉽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2014-01-14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남자'가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살피는 '클럽'에 가서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었다 한다면, 그곳에 있던 '여자'도 '사람을 겉모습으로 살필' 텐데, 스스로 '겉모습을 덜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될 일이 없으리라 느껴요.

삶도 사랑도 무엇도 겉모습으로 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을 텐데요.

착한시경 2014-01-14 11:25   좋아요 0 | URL
혼자서 차 마시면서 함께살기님이 올리신 글들을 읽어보고 있는 중이예요^^ 투쟁영역의 확장은 뭐랄까...제 맘이 심란한 상태에서 읽어서 그런지 내용도 그냥 심란스러웠어요..ㅎㅎ 겨울은 추우니까 책도 좀 따스한 내용이 좋은거 같다..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무리했어요..사실 우엘벡이 말하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건 아니지만 그럼 세상이 너무 삭막하고 슬프다...전 그런 생각했죠^^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