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Don't Breathe, 2016

  감독 - 페드 알바레즈

  출연 - 제인 레비, 딜런 미넷, 스티븐 랭, 다니엘 조바토

 

 

 

 

 

  주위에서 재미있다고 자꾸 얘기하는 영화가 있었다. 블록버스터도 아니고, 그렇게 유명한 배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알아본 사람은 예전에 영화 ‘구스범스 Goosebumps, 2015’에서 보았던 ‘딜런 미넷’뿐이었다. 어찌어찌 미루다가 겨우 시간이 맞아 보러갔다. 평일이라 그런지 극장에 관객은 그리 많지 않았고 다들 손에 팝콘 같은 먹거리를 들고 있었다. 그런데 세상에나! 영화를 보는 내내 뒷자리나 옆자리에서 팝콘 먹는 소리라든지 소곤대는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내가 영화에 집중해서 못 들었거나, 사람들이 먹는 걸 잊을 정도로 몰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전에는 자동차 산업으로 호황을 누렸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떠나가고 있는 도시 디트로이트. 그곳에서 빈집털이를 하는 록키, 머니, 알렉스의 소원은 캘리포니아로 가는 것이다. 그들은 딸의 사망사고로 받은 합의금이 엄청나다는 한 퇴역군인의 집을 털고 도시를 떠나기로 한다. 알렉스는 앞을 보지 못하는 노인의 돈을 가로챈다는 사실이 마음에 안 들어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짝사랑하는 록키의 요청에 결국 함께 하기로 한다. 겨우 노인의 집으로 들어간 세 사람. 하지만 약으로 잠재웠다 생각한 노인이 깨어나고, 그와 격투를 벌이던 머니가 어이없게 죽어버린다. 집에 갇혀버린 록키와 알렉스는 노인을 피해 밖으로 도망치려하지만…….

 

 

  대사가 두 줄 이상 있고 화면에 5분 이상 나오는 사람은 대여섯 명밖에 안되고, 주로 사건이 일어나는 공간은 지하실이 있는 2층짜리 집이다. 그리고 내용의 대부분은 노인과 두 아이들의 쫓고 쫓기는 과정이 다였다. 또한 상영 시간이 88분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는 좋았다.

 

  느슨하지도 않고, 너무 짧아서 뭔가 아쉽거나 빠진 것 같은 느낌도 없었다. 이건 배우와 제작진의 호흡이 딱 맞아떨어진 경우가 아닐까 싶다. 각본도 탄탄했고, 연출과 편집이 군더더기 없이 잘 정리되었고, 배우들 역시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었다. 특히 노인 역을 맡은 배우는 진짜 앞을 못 보는 사람인 줄 알았다. 심지어 노인이 기르는 개조차도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했다. 게다가 중간에 쓸데없는 장면도 없었고, 처음에 ‘왜 이걸 보여줄까?’하는 의문도 후반에 가면 다 풀렸다. 보면서 그럴 것 같다고 예상은 했었는데, 그렇게 사용될 줄은 몰랐다. 그뿐인가? 2층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참으로 알뜰하게 사용했다. 화장실, 옷장, 부엌, 지하실, 환풍구, 계단, 침실, 채광창 등등 어느 한 곳 그냥 지나친 곳이 없었다.

 

  은퇴한 노인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만렙전사였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는 불행이었다. 처음부터 도둑질 같은 거 안 했으면 그런 일은 없었겠지만, 나중에는 아이들을 응원하게 되었다. 노인에게 얼마나 심하게 당하는지, 애들이 불쌍하게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노인에게도 비밀이 하나 있었는데, 그거에 비하면 도둑질은 애교였다. 그래서 더욱더 아이들이 무사히 도망치기를 빌었던 것 같다. 애들이 한 짓은 주거침입과 절도였지만, 노인이 한 짓은……. 아, 그걸 말하면 엄청난 스포일러가 될 테니 패스.

 

  원제가 ‘Don't Breathe’인데, 이건 쫓기는 아이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노인을 피해 숨도 못 쉬고 있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같이 숨을 멈추게 되었다. 어쩐지 영화를 보면서 음료수를 소리 내 마시거나 과자 먹는 소리를 내면, 노인이 아이들은 버려두고 스크린을 뚫고 나와 노려볼 거 같았다.

 

 

  아, 영화에서 얻은 교훈은 ‘발 냄새에 신경 쓰자.’였다. 노인이 죽은 머니 말고 침입자가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아이들이 발소리를 죽이려고 벗어놓은 신발에서 난 냄새를 맡으면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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