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Ghost Theater, 劇場霊, 2015

  감독 - 나카타 히데오

  출연 - 시마자키 하루카, 아다치 리카, 타카다 리호, 마치다 케이타

 

 



 

 

  ‘사라’는 주로 단역만 맡아온, 아직은 무명인 연기자이다. 그러다 유명한 감독이 제작하는 바토리 백작을 소재로 한 연극에 지원해 조연으로 발탁된다. 연기에 대한 강한 열망과 성실함을 가진 사라. 하지만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주연을 따낸 ‘아오이’는 그런 그녀를 질투하고 괴롭힌다. 그러던 어느 날, 극에 등장하는 마네킹을 담당하던 소품 관리자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다. 게다가 주연인 아오이마저 누군가의 습격에서 도망치다가 옥상에서 떨어지고 만다. 뒤를 이어 주연이 된 사라. 하지만 그녀도 아오이처럼 마네킹이 움직이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감독의 성상납을 거절한 괘씸죄로 배역에서 탈락하고 만다. 사라는 무대 스태프인 ‘이즈미’와 마네킹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기로 하는데…….

 

 

  ‘무서운 집’이라는 한국 영화가 있다. 등장인물은 주인공과 마네킹이 전부였지만, 상영 시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했었다. 귀신들린 마네킹과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의 기상천외한 대응방식은 웃음을 주었고, 동시에 어디서 어떻게 공격을 받을지 몰라 조마조마하면서 본 기억이 난다. 또한 주부의 단조로운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현대 핵가족 사회의 문제점과 끝없는 집안일의 무서움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공포와 사회 비판 그리고 코미디, 세 마리 토끼를 잡은 영화였다.

 

 

  갑자기 왜 그 작품 얘기를 꺼내냐면, 이 영화에도 마네킹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마네킹의 모습은 진짜 굉장했다. 역시 ‘나카타 히데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특히 목이 돌아간 상태에서 움직이는 마네킹의 기괴함은 ‘혹시 이 장면을 위해 감독이 영화를 만든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로테스크하고 멋졌다.

 

 

  게다가 영화는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었다. 연예계를 둘러싼 비리도 은근히 비꼬고 있었다. 아오이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연기에 대해 이야기한 이후, 감독은 그녀가 어떤 실수를 해도 봐주었다. 하지만 사라는 그의 저녁식사 요구와 성추행에 가까운 스킨십을 거부했다. 그 결과 연습 시간에 대놓고 핀잔을 받고, 급기야 배역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그 장면을 보면서 그냥 욕이 나왔다. 자기 딸과 비슷한 또래의 어린애한테 그러고 싶을까? 아주 자연스레 손이 내려가는 걸 보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그래놓고 나중에 습격이 있자, 제일 먼저 도망간다. 치사한 놈.

 

 

  그 뿐만 아니라, 영화는 성공에 대해 갈망하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친구로 지냈지만, 모두가 같은 것을 원하게 되면서 그 관계는 파탄 나버렸다. 그토록 원했던 연예계에서의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주연 자리. 그것을 앞에 두고 모두의 마음에는 질투와 시기라는 싹이 무럭무럭 자랐다. 영화는 어린 소녀들의 그런 미묘하면서 시기어린 시선을 잘 포착했다.

 

 

  역시 나카다 히데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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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위에 쓴 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여러분? 나카다 히데오가 왜 이런 영화를 만든 건지. 아직 감이 떨어질 때가 아닌데, 그의 감은 이미 떨어졌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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