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ECLIPSE, Veronica, 2017

  감독 - 파코 플라자

  출연 - 레티시아 돌레라, 아나 토렌트, 산드라 에스카세나, 소니아 알마르차






  1991년 6월 15일 새벽, 신고를 받은 경찰이 사건 현장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들이 목격한 것을 믿을 수 없어 한다. 시간을 돌려 며칠 전, 베로니카의 하루는 어린 세 동생들을 깨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늦게까지 일을 하는 엄마를 대신해 동생들을 챙기는 베로니카. 개기일식이 일어나던 날, 베로니카는 친구들과 학교 창고에서 몰래 위자 보드 게임을 한다. 그녀가 원한 것은 오래 전에 죽은 아빠를 만나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때부터 베로니카 본인은 물론 그녀의 주변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감독의 이름이 낯익다. 아, 영화 ‘[REC], 2007’의 감독 중 한 명이고, 각본을 맡았었다. 그 시리즈를 재미있게 보았기에, 이번 영화도 조금은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귀신을 부르는 게임을 했고, 뭔가가 응답했다. 그리고 소녀의 어깨에는 커다란 손자국이 생겼고, 동생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그러면 이때부터 영화는 뭔가 일어날 것이라는 불안함과 불길함 그리고 조마조마함을 줘야하는데, 그 표현이 너무도 전형적이었다. 이쯤에서 뭔가 나와야 하지 않나 생각하니 딱 나오고, 여기서 뭔가 나오면 근사하겠다고 하니 또 뭔가 튀어나왔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별로 긴장되지 않았다.



  대신 안타까웠다. 나이에 비해 빨리 어른이 되어야 했던 소녀의 일상이 무척이나 안쓰러웠다. 아빠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엄마는 일하느라 바빴다. 그 때문에 15세의 베로니카는 어린 세 동생을 책임져야 했다. 깨우고 씻기고 밥 먹이고 등교시키고 하교시키고 또 씻기고 숙제 봐주고 재우고 집안 살림도 맡아서 하고……. 하나도 아닌 무려 셋을! 그 때문에 다른 아이들은 친구네 파티에 놀러가지만, 그녀는 갈 수가 없다. 동생들을 봐 줄 사람이 없으니까. 집에 나타난 뭔가 때문에 베로니카는 불안해하지만, 엄마는 도리어 그녀를 혼낸다. 동생들에게 이상한 말은 그만하고, 철 좀 들라고. 그래서 그녀는 아빠가 그리웠던 모양이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아빠를 불러내려 했지만, 그 대가는 끔찍했다.



  그런데 문득, 이 모든 것을 육아와 집안일에 지친 어린 소녀의 우울증이 빚어낸 망상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들은 사랑하지만 매일 챙겨야하는 것에 대해 버겁기도 하고, 하지만 맏딸로 책임감도 있고 그러면서 때로는 자유롭게 친구들과 놀고 싶고, 고생하는 엄마를 도와야한다고 생각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 같아 화도 나고, 아빠는 왜 그리 일찍 돌아가셨는지 원망스럽고 또 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니 참으로 가슴 아픈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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