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스카이
티모 부오렌솔라 감독, 줄리아 디에체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원제 - Iron Sky, 2012

  감독 - 티모 부오렌솔라

  출연 - 줄리아 다이엣지, 페타 서전트, 우도 키어, 틸로 프러크너



  괴담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믿거나 말거나라고 해야 할까? 예전부터 떠도는 기이한 이야기가 있다. 예를 들면 히틀러는 자살하지 않았고, 그의 부하들이 이 지구상 어딘가에 그들만의 기지를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들은 뛰어난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지구 내부에 숨어들었으며, 가끔 보이는 UFO는 바로 그들이 만든 작품이라는 얘기까지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소문을 더 확장시켜 범위를 우주로까지 넓혔다. 바로 달의 뒤편에 나치의 기지가 있다는 설정을 짠 것이다. 독일이 망하기 직전 히틀러의 충성스러운 부하들은 달로 이주했고, 그곳에서 독자적인 기술과 역사를 발전시켜왔다. 그러니까 1945년에 이미 우주선이 존재했고, 사람의 이주도 가능했다는 뜻이다. 아, 그러면 결국 1950~60년대에 개와 원숭이를 보내는 등 난리쳤던 미국과 소련은 삽질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재선을 노리는 미국의 대통령이 있다. 이 여자는 2008년 부통령 후보인 사라 페일린을 노린 것이 분명하다. 그녀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보낸 우주 비행사가 나치의 달 기지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를 인질로 잡은 나치들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지구 침략을 위한 선발대를 보내기로 한다.


  지구에 도착한 그들은 어찌어찌하다가 대통령을 만나기는 하지만, 그녀의 선거 운동을 돕는데 일조한다. 그들을 기다리다가 지친 달의 나치군은 마침내 지구를 총공격하는데…….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비틀고 비꼬며 우스꽝스럽게 진행한다. 어떤 인물은 특정인을 약간 비틀어서 풍자하고, 또 어떤 장면은 다른 영화의 인상적인 부분을 패러디했다. 또한 상황을 극과 극으로 만들거나 더 과장되게 표현하여 웃음을 주기도 한다.


  특히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후보의 자질보다 이미지 메이킹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은 웃기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뒤에서 무슨 짓을 하건, 겉으로 보이는 것에 사람들이 더 열광한다는 사실이 씁쓸하기까지 했다. 나치군복을 입고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조차 이미지 메이킹으로 선거 캠페인에 이용하는 언론의 행동과 그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쩐지 달의 나치가 지구의 미국인보다 더 순수해보이기까지 했다.


  미국의 우주선 조지 W. 부시호를 조종하는 함장의 복장은 어쩐지 게임 ‘스타크래프트 Star Craft’의 캐리건을 연상시킨다. 또한 북한……. 나치들이 쳐들어오자 처음에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각 나라의 정상들이 우왕좌왕할 때, 한 마디 한다. “우리 지도자께서 직접 디자인하고 만드신 겁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모두의 비웃음을 산다. 불쌍해라. 아니, 한국은 아예 등장도 안 한 거 같은데? 그럼 우리가 더 불쌍한가? 심지어 일본도 우주선이 있는데!


  거의 모든 국가가 우주선, 그것도 공격이 가능한 대형 우주선을 몇 척씩 갖고 있었다는 설정은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미국 대통령이 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다른 나라 지도자들을 비난하자, 그들은 너희들도 그러지 않았냐고 반격한다. 그 때 미국 대통령의 대답이 걸작이다. “우리는 원래 그래!”


  영화의 풍자성이나 패러디 그리고 몇몇 장면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참으로 좋았다. 자기들 입맛에 맞는 것만 보여주는 언론과 아무 것도 모르고 그것에 열광하는 국민들의 모습도 좋았고, 앞으로는 악수하지만 뒤로는 뒤통수치는 강대국의 행태도 괜찮았다. 그리고 달의 나치 기지라는 기본 설정도 좋았고 말이다. 대놓고 미국을 욕하는 걸 보고 혹시나 싶어서 봤더니, 역시나 제작국에 미국은 끼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좋은 것들을 일관적으로 끌고나가는 스토리는 좀 어색했다. 극과 극으로 보이기 위해 막장으로 이끄는 것까지는 이해한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 점은 좀 아쉬웠다.


  특히 달에 우주선을 만들어서 갔을 정도로 발달된 과학 기술을 가진 나치가 미국인 우주비행사의 휴대 전화에 경이로워하는지 이해가 되진 않았다. 그들이 지구에 쳐들어올 때 사용한 우주선을 보면, 장난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영화의 결말은 참……. 하긴 내 언젠가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달에 토끼는 안보였다. 도대체 어디서 놀고 있는 걸까? 설마 나치들이 다 잡아먹었나? 이런 나쁜 놈들! 동심을 파괴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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