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
존 무어 감독, 브루스 윌리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원제 - A Good Day to Die Hard, 2013

  감독 - 존 무어

  출연 - 브루스 윌리스, 재이 코트니,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율리아 스니기르




  아들이 러시아에서 감옥에 가게 되자, 맥클레인은 만사 제쳐두고 달려간다. 그런데 어랍쇼? 재판정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면서, 아들은 한 남자와 함께 도망치기 시작한다. 영문도 모른 채 맥클레인은 아들을 공격하는 놈들을 무찔러주면서 따라가지만, 이놈의 애물단지 아들은 아버지가 왔는데 좋아하기는커녕 짐짝 취급한다. 알고 보니 아들은 CIA 요원이었고, 비밀 임무 중이었던 것이다. 적들의 공격에 팀원을 다 잃은 아들은 아빠 탓이라고 난리를 피우며 작전을 계속 수행한다. 하지만 그들을 노리는 건, 반전이 숨어있는 함정의 연속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존 맥클레인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가족 때문에 생고생을 하는 걸까?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도 애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었으니, 다음 생에서도 평온한 삶을 살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세계 평화를 지키기는 했지만, 글쎄?


  그보다 저 아들 녀석은 대체 뭘까? 적들이 비밀 은신처를 급습한 것은 지들이 방심해서이지, 아빠 탓은 아니다. 그나마 지금까지 테러 집단과 단신으로 맞서 싸운 존 맥클레인이 그 경험을 되살려 혼자서 거의 공격을 막아주고 목숨을 구해줬건만, 아들은 성질만 낸다. 와, 진짜 그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옛말이 있는 모양이다. 저런 XX도 자식이라고 감싸고 도와주려고 하다니.


  영화의 설정은 괜찮았다. 반전과 함정에 뒤통수도 강하게 때려주고. 하지만 아들의 캐릭터가 너무너무너무 재수 없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그래도 명색이 CIA인데 개념도 없고 싸가지도 없고 철도 안 들었다. 아주 그냥 없는 것투성이다. 저런 놈이 어떻게 요원이 되었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하긴 한국의 국정원 직원들은 그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고 그 나이 먹도록 댓글 놀이나 하고 있으니까, 뭐……. 역시 FBI가 짱인가보다. 멀더와 스컬리를 보면 말이다.


  4편까지는 거의 브루스 윌리스의 원맨쇼에 가까웠다면, 이번 편에서는 변화가 생겼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브루스 윌리스는 한발 뒤로 물러서고 아들 역을 맡은 배우가 거의 전면에서 몸을 쓰는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 보여줬던 그의 톡톡 튀던 재치 있는 대사를 들을 수가 없었다. 활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적들을 골탕 먹이던 날렵함은 사라지고, 이제는 지치고 관망하다가 한두 번 기회를 만들어주는 노 스승의 분위기를 풍겼다.


  그러면 아들이라도 분위기를 살려야하는데, 위에서 언급한대로 그 녀석은 징징대고 짜증만 내기 일쑤였다. 그 때문에 영화는 예전의 재기발랄함이 많이 사라졌다.


  반전이나 뒤통수치기는 훌륭했지만, 4편까지의 분위기와 너무 달라졌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조직이라고 하지만, 별로 크게 감흥이 일지는 않았다. 차라리 저 대본으로 다이하드 시리즈에 넣지 않고, 그냥 CIA 팀원들이 고군분투하는 스파이 액션물을 만들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부자지간의 화해 같지도 않은 화해를 곁가지로 넣었다가 분위기만 이상해졌다.


  게다가 딸내미조차 러시아로 가는 아빠한테 사고치지 말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4편에서 아빠가 사고치고 싶어서 쳤나? 네가 인질로 잡혀있으니까 그런 거잖아.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는 가족들이다. 평소에는 개소 보듯이 상대해놓고는, 위기에 처하면 아빠 살려달라고 한다. 그래서 기껏 도와주면 사고나 치고 다닌다고 뭐라고 하고. 역시 머리 검은 짐승은……. (이하 생략)


  돌아가신 피천득씨는 그의 수필 ‘인연’에서 아사코와 세 번째는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나도 역시 존 맥클레인과 다섯 번째는 만나지 말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 아들과는 절대로 안 만났어야 했다. 그 전까지의 좋았던 감정이 반으로 깎이고 말았다. 역시 시리즈는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를 지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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