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분노의 추적자 - 아웃케이스 없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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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jango Unchained, 2012

  감독 -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 제이미 폭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크리스토프 왈츠, 케리 워싱턴 사무엘 L. 잭슨

 

 

 

  예전에 '주말의 명화'같은 프로그램이 있을 때, 왜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미국 서부 영화를 방영해준 적이 있었다. 부모님이 그런 것을 좋아하셔서 나도 졸린 눈을 비비며 옆에서 보았는데, 내용은 다 기억이 안 나고 몇몇 장면만은 아직도 생각난다. 콧수염이 멋졌던 날카롭게 생긴 아저씨, 수염이 까칠하게 났던 젊은 시절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악당과 혼자 맞서려고 했던 잘 생긴 보안관 아저씨, 그리고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을 주제음악까지.

 

  이 영화 시작 부분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어! 이건!'하고 깜짝 놀랐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노래였다. 예전에 보았던 서부 영화를 21세기 감각으로 풀어놓은 건가? 그런데 주인공이 흑인이다. 이상하다, 내 기억 속에 장고를 비롯한 서부 영화 주인공들은 다 백인이었는데……. 음, 새로 만드는 영화는 뭔가 다른 점이 있거나 특색이 있어야 하니까 바꾼 모양이다. 하지만 영화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 기억과는 너무 달랐다. 그 영화가 부인을 찾아 헤매는 거였던가? 흑인 노예제가 있을 때가 배경이었나?

 

  한참 고민하다가 그냥 보기로 했다. 예전과 똑같이 만들라는 원칙은 없으니까. 단지 인물 설정만 따온 새로운 작품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음 편하게 영화를 보았다.

 

  미국에 노예제가 아주 성행을 하고 있을 무렵, 사랑하는 여인과 도망치다가 잡힌 흑인 노예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장고. 결국 둘은 따로따로 팔려갔고, 장고는 우연히 길에서 만난 주업은 치과 의사였지만 부업으로 현상금 사냥꾼을 하고 있는 킹 슐츠를 만난다. 슐츠는 장고를 자유민으로 만든 다음, 자신의 현상금 사냥꾼 조수로 기용한다. 현상금에 걸린 사람들을 잡으러 다니던 두 사람은 장고의 부인을 찾기로 한다. 그녀를 사간 사람은 악명 높은 지주 칼빈 캔디. 처음에는 순조롭게 협상이 진행되어갔지만, 뜻하지 않은 상황에 부딪히는데…….

 

  전반부의 내용이 장고가 슐츠와 만나 현상금 사냥꾼 일을 하는 것이라면, 후반부는 장고의 아내를 되찾는 것이 주였다.

 

  그런데 그 와중에 보여주는 노예의 삶이란, 으……. 만딩고 경기라는 것이 있는데 흑인 노예 둘이 레슬링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처럼 포인트를 따면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한쪽이 죽을 때까지 경기를 하는 것이다. 경기를 하다가 목뼈가 부러져 괴로워하는 노예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망치로 머리를 내리쳐 한 번에 숨을 끊어주는 것이었다. 그걸 보고 백인들은 흥분하며 신나하고, 그 옆에서 시중을 들던 흑인들은 차마 고개를 돌리지 못한다. 그리고 뭔가 잘못한 노예를 산 채로 개들에게 물어뜯게 해서 죽이는데……. 아, 디카프리오가 악당으로 나오다니! 그것도 악덕 대지주로! 그런데 그것도 꽤 어울렸다. 연기 잘하는 사람은 어떤 배역을 맡건 잘 소화하나보다. 노예들에게 가혹하게 대하는 걸 보면서, 나쁜 놈이라는 욕이 절로 나왔다. 그런 걸 보면서 웃음이 나오냐, 이 사이코패스야!

 

  물론 흑인들 중에도 자기가 백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음,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는 표현이 맞을지 잘 모르겠다. 백인들 옆에서 쥐꼬리보다 못한 권력 같지도 않은 힘을 갖고 편하게 살다보니까, 자신의 뿌리를 잊은 것이다. 어차피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팔릴 처지인데도, 그걸 모르고 자신은 다른 노예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 사무엘 잭슨이 그렇게 야비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영화를 보면서 때려주고 싶었다. 이 XX놈아, 너도 똑같은 노예주제에!

 

  보면서 화도 나고, 장고의 복수 장면에서는 '그렇지!'라고 환호성도 질렀다. 특히 장고가 옷을 근사하게 차려입고 말을 타고 지나가면서, 백인들을 내려다볼 때는 은근히 기분도 좋았다. 참, 노래도 좋았다.

 

  노예근성에 찌들면 어떻게 된다는 것도 잘 알 수 있었다. 왜 기껏 풀어줬는데도 도망을 못 가니!

 

  하지만 이 영화의 최대 단점은 시간이었다. 무슨 영화가 상영시간이 무려 165시분……. 내가 비디오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극장에서 봤으면 아마 지쳐서 중간에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집에서 봤으니까 중간에 두어 번 쉬어가면서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상영 시간이 두 시간이 넘는 영화는 안 만들어줬으면 한다. 보다가 지쳐버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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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드
제니퍼 챔버스 린치 감독, 빈센트 도노프리오 외 출연 / 나연미디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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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hained, 2012

  감독 - 제니퍼 챔버스 린치

  출연 - 빈센트 도노프리오, 에먼 파렌, 에반 버드, 줄리아 오몬드, 제이크 웨버

 

 

 

  감독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그렇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Boxing Helena, 1993'와 '서베일런스Surveillance, 2008'를 통해 알게 된 이름이다. 전자는 이웃집 여자를 짝사랑한 남자가 그녀를 납치감금신체절단을 통해 소유하고픈 욕망을 드러내는 영화였고, 후자는 마지막 반전과 함께 전체적인 상황의 재구성을 통해 사건의 다른 면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그 두 가지가 교묘하게 결합된 작품이다.

 

  8살 먹은 팀은 엄마와 영화를 보고 집에 오는 길에 택시를 탄다. 그 전까지 서로 사랑하는 아빠엄마와 함께 행복하게 살던 소년은 그 택시가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고는 상상도하지 못했다. 택시 운전수는 두 사람을 납치하고 엄마를 성폭행한 다음 살해한다. 그리고 도망치려는 팀의 발에 쇠사슬을 묶어놓고, 온갖 일을 시킨다. 한적한 시골 마을, 넓은 들판에 오직 있는 것이라고는 살인마의 집밖에 없는 상황에서 팀은 빛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환경에서 성장한다. 집안일은 물론이고 심지어 살인마가 사람을 죽이면 그 뒤처리까지 하면서, 여전히 사슬에 묶인 채로!

 

  팀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살인마는 그에게 강제로 의학 공부를 시킨다. 대학에 보내려는 게 아니라, 어딜 찌르면 한 번에 죽고 어떻게 찔러야 피가 나오는 등등, 그러니까 자신의 후계로 키우려는 속셈이었다. 급기야 그는 여자 하나를 잡아와 팀에게 죽이라고 강요하는데…….

 

  아, 보는 내내 진짜 가슴이 먹먹한 영화였다.

 

  팀도 그렇지만, 살인마도 어떻게 보면 불쌍했다. 그의 과거가 중간에 몇 장면 스쳐 지나가는데, 참 안타까운 어린 시절을 보냈었다. 아버지의 무차별적인 폭력과 위협에 의한 강제적인 어머니와의 동침 등등. 그 충격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사람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박힌 모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범죄가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분풀이할 대상은 따로 있는데, 엉뚱하게 애꿎은 다른 곳에다 화를 표출한 것이다. 그 사람들은 무슨 죄가 있어서?

 

  9년 동안, 집밖으로는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창도 없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계속해서 여자들의 신음소리와 비명소리를 밤마다 듣고, 죽어가는 것을 보고, 그 뒤처리를 하고, 믿었던 아빠마저 재혼해서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들으며 자란 아이의 심리 상태는 어떨까? 거기다 결국에는 강제로 성관계와 살인을 강요당하기까지 하면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의 반전까지 겪으면,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소리가 들린다. 그걸 가만히 들으면서 주인공 팀의 심리를 생각하면, '설마?'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리고 아니길 빌게 된다. 아, 제발 그건 아니길. 하지만 배운 게 한 가지밖에 없는, 더 이상 의지할 곳도 갈 곳도 없는 절망적인 상태라면, 이 세상에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오직 배신자들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하아, 참으로 안타깝지만 무서운 일이다.

 

  그나저나 살인마로 나온 아저씨, 미국 드라마 'Law & Order: Criminal Intent'에서 유능하지만 정신적으로 불안한 형사로 나와서 수많은 범죄자들을 잡아들였는데 여기서는…….

 

  주요 등장인물은 두 사람이고 배경은 어두컴컴한 집안과 차고가 다이지만, 이야기는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했다. 중간에 한두 장면 조금 느슨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이 리뷰를 쓰기 위해 다시 볼 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마지막 반전을 알고 나니, 더 집중해서 복선을 찾으려는 마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서베일런스'때도 그러더니만, 감독이 아주 그런 재미에 맛을 들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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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트
킴블 렌달 감독, 줄리안 맥마혼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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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Bait, 2012

  감독 - 킴블 렌달

  출연 - 샤니 빈슨, 피비 톤킨, 자비에르 사무엘, 줄리언 맥마흔





  제일 친했던 친구를 상어에게 빼앗긴 날, 조쉬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친구의 여동생이자 자신의 약혼녀였던 티나와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해상 구조 요원으로의 직업까지. 특히 친구가 자기 대신 일을 하다가 희생당한 것이기에 그의 자책은 말할 수 없이 컸다.


  몇 년 후, 마트에서 무기력하게 일하는 그의 앞에 우연히 티나가 나타난다. 반가움과 놀람도 잠시, 그녀의 옆에는 이미 다른 남자가 서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마트에 강도가 들어와 사람들을 위협하는 순간, 엄청난 파도가 해안가 도시를 습격한다. 마트는 물에 잠기고, 몇몇 살아남은 사람들만이 무너진 잔해 위에서 구조되길 기다린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커다란 상어가 파도에 휩쓸려 마트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흔히 위기 상황에 닥치면 인간의 본성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제 다시 볼 일 없을 것이라 생각하여 그동안 말하지 못했거나 자기도 알지 못했던 본심을 드러내기도 하고, 남을 희생시켜 자기가 살 것인지 아니면 다 같이 살 것인지 등등 여러 가지 곤란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진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재난 영화를 만들고 보는 모양이다. 극한까지 치달은 상황에 여러 사람들을 던져놓고,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그 중에는 끝까지 함께 살아남자며 정의와 의리를 외치는 주인공도 있고, 뭐든지 트집을 잡으면서 투덜거리는 유형도 있다. 또한 기회를 엿보다가 자기만 살아남겠다고 다른 사람들을 죽게 놔두는 부류도 있고, 멍하니 있다가 어영부영 묻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 뿐인가, 그 전까지는 죽고 못 살다가 위기 상황에서 상대방의 탓을 하다가 틀어지는 커플도 나온다. 물론 위기 상황을 극복하면서 눈이 맞는 커플도 있긴 하다.


  이 영화도 그런 공식을 따르고 있다. 친구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에 폐인처럼 살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전직 해상 구조 요원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주인공, 처음에는 티격태격하지만 서로의 진심을 알고 화해하는 부녀,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고 자기만 살려고 했던 강도, 자신이 진짜로 좋아했던 사람이 누구인지 깨닫고 다시 돌아온 여자 등등 전형적인 인물 설정을 갖고 있다.


  전개 역시 다른 재난 영화와 별로 다를 바가 없다.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이 서로 남 탓을 하면서 싸우다가 위기가 닥치면 힘을 합쳐 극복하려고 한다. 그러다가 얍삽한 놈이 배신을 때리는 바람에 다시 위험에 빠지지만, 어찌어찌 주인공의 활약으로 살아남는다.


  인물도 전형적이고 전개도 비슷비슷했다. 색다른 점은 커다란 상어가 그들 주위를 맴돌고 있다는 것 정도?


  그런데 상어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것 같다. 갑작스런 파도 때문에 고향을 떠나 낯선 곳으로 왔는데, 이상하게 생긴 것들이 자길 죽이려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바뀐 환경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혼자 외떨어진 것 같아 무섭고 그래서 먹는 걸로 풀어보려고 했을 뿐인데…….


  인간과 상어 둘 다 불쌍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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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사일런스
제임스 완 감독, 도니 월버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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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ead Silence , 2007

  감독 - 제임스 완

  출연 - 라이언 콴튼, 엠버 발레타, 도니 월버그, 마이클 페어먼

 

 

 

  이 영화의 감독인 제임스 완이 참여했던 작품, 그러니까 ‘쏘우 Saw, 2004’ 시리즈, ‘인시디어스 Insidious, 2010’, ‘컨져링 The Conjuring,2013’ 등을 다 보았다. 그래서 이 감독의 영화는 더 이상 볼 게 없다고 뿌듯해하고 있었는데, 이런! 검색을 해보니 두 개가 더 있었다. 하나는 ‘데스 센텐스 Death Sentence, 2007’ 라는 작품이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이 영화, ‘데드 사일런스 Dead Silence , 2007’이다.

 

  보기에도 무섭게 생긴 인형이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고 있는 것은, 분명 조용히 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음, 제목과 연결시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감독의 전작뿐만 아니라, 최근에 본 컨져링에서도 인형이 나온다. 이 남자, 어릴 적에 인형에 뭔가 안 좋은 추억이라도 있는 걸까?

 

  한창 깨와 햄을 볶는 나날을 보내는 제이미와 리사 부부에게 택배가 하나 도착한다. 보낸 이가 누군지 모르는, 받는 사람 이름만 적혀있는 소포 안에는 커다란 인형 하나가 들어있었다. 포스터에 있는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제이미가 잠깐 물건을 사러 나간 사이, 리사는 갑작스런 공격을 받는다. 마치 택배로 온 인형처럼 턱이 벌어지고 혀가 잘려 죽은,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된다. 아내를 죽인 용의자로 의심받지만,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제이미. 택배를 보낸 곳이 자신의 고향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곳으로 향한다. 인형을 보낸 사람을 찾으면 누가 리사를 죽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한편 형사 짐은 여전히 그를 의심하며 미행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어딘지 모르게 쏘우와 컨져링의 중간 단계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내가 두 영화를 먼저 보았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여러 기발하고 치명적인 함정들이 주인공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쏘우가, 저주와 괴담 그리고 귀신을 다루는 것은 컨져링이 연상되었다.

 

  극 중에서 주인공이 인형이 저주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문득 ‘사탄의 인형 Child's Play,1988’이 떠올랐다. 거기서도 주인공 앤디가 인형이 살인을 했다고 아무리 말해도, 모두들 애가 이상하다며 정신 병원에 넣으려고 했었다. 하긴 나도 호러 영화를 좋아하고 귀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조카나 누가 인형이 사람을 죽인다고 하면 ‘뻥치지 마!’라는 말이 먼저 나올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인형이 참으로 무서웠다. 주인공이 잠이 들자, 천천히 인형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면서 눈알이 힐끔 돌아가고, 창가에 있다가 빛이 번쩍하면 의자에 앉아 있고, 복화술사가 쓰던 인형답게 여러 목소리도 나오고……. 거기에 제일 놀란 건 저주를 내리고 죽은 복화술사 메리 쇼 할머니가 나올 때였다. 아, 진짜 인형하고 얼굴이 너무 흡사했다. 대체적으로 인형 같다고 하면 예쁘다는 칭찬인데, 여기서는 정반대의 뜻이다. 무섭고 소름끼친다는 의미이다.

 

  그 마을에서는 절대로 이름을 말하면 안 되는 메리 쇼에 얽힌 회상 장면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죽은 시체가……. 인형이……. 천둥번개가 치는 밤에……. 그리고 사람들이 죽은 사진 장면은 끔찍했다. 턱이 빠지고 혀가 잘린……. 그리고 상자에 넣어둔 인형들이 하나둘씩 움직이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쫙 끼쳤다.

 

  이제 흔들의자에 앉아서 책 읽는 로망은 꿈꾸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사람을 닮은 인형, 특히 피에로 인형은 절대 사절이다. 엉엉엉. 왜 스티븐 킹이 피에로를 공포 소설의 소재로 썼는지 잘 알 것 같다. 참고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참 여러 의미로 놀라웠다. 덕분에 다시 처음부터 돌려봤다.

 

  하여간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데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러니까 하지 말라면 쫌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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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후 시즌 1 : 보급판 (5disc) - 별책부록 없음
KBS 미디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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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octor Who Season 1

  제작 - 키이스 보크(연출) 등 4명

  출연 - 크리스토퍼 에클리스턴, 빌리 파이퍼, 카밀 코두리, 노엘 클라크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다. 쭉빵하고 예쁜 여주인공이 나오는 미국 드라마와 달리, 주연인 로즈 역할을 맡은 빌리 파이퍼는 약간 투박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인간형 외계인과 촌스런 전화박스 같은 게 타임머신이라니! 게다가 닥터 후 역할을 맡은 배우는 어쩐지 일본 만화 ‘엔젤 전설’에 나오는 주인공을 연상시켰다. 참고로 그 만화는 외모는 악마지만, 심성은 천사 같은 남학생의 학창 생활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어랍쇼? 자꾸 보다보니까 정이 들더니, 이제는 중독이 되어버렸다. 결국 공구카페에서 닥터 후에 관련된 물품들, 예를 들면 장우산이라든지 휴대전화 케이스 급기야 티셔츠까지 구매하기에 이르렀다.

 

  기본 배경만 언급하면, 영국 런던에서 엄마와 살며 백화점에서 일하던 로즈. 어느 날 한 남자를 만난다. 자신을 닥터 후라고 소개한 그 사람은 사실 외계인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다니면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여행을 하고 있었다. 우연히 플라스틱 외계인들과 그의 싸움에 휘말린 로즈는, 이후 그와 같이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는데…….

 

  1시즌에서는 닥터 후의 과거를 조금 다루면서, 다양한 외계 생명체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닥터의 최대 숙적이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인 달렉을 비롯해서, 지구인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세계를 멸망시킬 음모를 꾸미던 거대 초록 외계인슬리딘, 살아있는 플라스틱 외계인, 어긋난 시간과 차원에 갇힌 인간을 잡아먹는 거대 새 등등,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존재들이 나온다. 어떤 내용은 으스스했고, 어떤 에피소드는 재미있었으며, 또 다른 것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나에게 제일 으스스했던 것은 9편이었다. 2차 대전 때 방독면이 얼굴에 달라붙어 ‘Are You My Mommy?’라고 중얼거리며 파파라치 내지 스토커 못지않게 따라다니는 그 존재는 진짜, 으……. 하지만 이어지는 10편에서는 약간의 감동을 주기도 했다. 여기서 나쁜 존재는 후추 통을 닮은 달렉밖에 없는 거 같다. 아, 9편에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데 ‘잭 하크니스’이다. 닥터 후의 스핀 오프 드라마 중의 하나인 ‘토치 우드 Torchwood’를 이끌어간다고 한다.

 

  1시즌은 다양한 외계인이 거의 매 편마다 등장하면서, 정신 차릴 수 없는 속도감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나도 같이 닥터와 여행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게 했다. 타임머신이기에 긴 여행을 떠나도 자신이 출발했던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으니,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 리도 없고…….

 

  하지만 그와 여행을 다니면서 조금씩 변하는 로즈를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로즈는 닥터와 헤어져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는 적응을 하지 못한다. 이 우주의 끝까지 가보고, 지구의 멸망까지 봤으며 시공간을 넘나들며 여행을 했던 그녀에게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상은 너무도 지루하고 의미가 없어졌다. 자극을 계속 받으면 점차 강도가 센 것을 원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까? 아니면 삶과 죽음에 대한 것을 초월한 존재를 알게 되면, 그런 것에는 더 이상 연연할 수가 없게 된 걸까?

 

  변한 것은 그녀뿐이 아니었다. 닥터 역시 변화했다. 처음에 그는 어떻게 보면 방관자 같은 입장이었다. 그가 인간을 지칭하는 대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행성 위를 돌아다니는 바보 같고 얼빠진 모든 꼬리 없는 원숭이’ 이게 그가 생각하고 바라보는 인간이었다. 그에게 로즈는 같이 여행을 다니는 한정된 생명을 가진 스쳐지나가는 팀원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그에게 로즈가 의미를 가지게 되면서, 덩달아 지구도 소중해졌다. 결국 닥터 후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외계인의 노력을 그린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제일 불쌍한 건 미키였다. 오랜 시간 동안 로즈의 친구로 지내오면서 사랑을 키워왔는데, 어느 날 말 그대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이상한 남자에게 빼앗겨버렸다. 그리고 언제 로즈가 돌아오나 기다리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힘내라, 미키! 세상에 여자는 많아!

 



내가 좋아하는 달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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