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분노의 추적자 - 아웃케이스 없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원제 - Django Unchained, 2012

  감독 -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 제이미 폭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크리스토프 왈츠, 케리 워싱턴 사무엘 L. 잭슨

 

 

 

  예전에 '주말의 명화'같은 프로그램이 있을 때, 왜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미국 서부 영화를 방영해준 적이 있었다. 부모님이 그런 것을 좋아하셔서 나도 졸린 눈을 비비며 옆에서 보았는데, 내용은 다 기억이 안 나고 몇몇 장면만은 아직도 생각난다. 콧수염이 멋졌던 날카롭게 생긴 아저씨, 수염이 까칠하게 났던 젊은 시절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악당과 혼자 맞서려고 했던 잘 생긴 보안관 아저씨, 그리고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을 주제음악까지.

 

  이 영화 시작 부분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어! 이건!'하고 깜짝 놀랐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노래였다. 예전에 보았던 서부 영화를 21세기 감각으로 풀어놓은 건가? 그런데 주인공이 흑인이다. 이상하다, 내 기억 속에 장고를 비롯한 서부 영화 주인공들은 다 백인이었는데……. 음, 새로 만드는 영화는 뭔가 다른 점이 있거나 특색이 있어야 하니까 바꾼 모양이다. 하지만 영화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 기억과는 너무 달랐다. 그 영화가 부인을 찾아 헤매는 거였던가? 흑인 노예제가 있을 때가 배경이었나?

 

  한참 고민하다가 그냥 보기로 했다. 예전과 똑같이 만들라는 원칙은 없으니까. 단지 인물 설정만 따온 새로운 작품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음 편하게 영화를 보았다.

 

  미국에 노예제가 아주 성행을 하고 있을 무렵, 사랑하는 여인과 도망치다가 잡힌 흑인 노예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장고. 결국 둘은 따로따로 팔려갔고, 장고는 우연히 길에서 만난 주업은 치과 의사였지만 부업으로 현상금 사냥꾼을 하고 있는 킹 슐츠를 만난다. 슐츠는 장고를 자유민으로 만든 다음, 자신의 현상금 사냥꾼 조수로 기용한다. 현상금에 걸린 사람들을 잡으러 다니던 두 사람은 장고의 부인을 찾기로 한다. 그녀를 사간 사람은 악명 높은 지주 칼빈 캔디. 처음에는 순조롭게 협상이 진행되어갔지만, 뜻하지 않은 상황에 부딪히는데…….

 

  전반부의 내용이 장고가 슐츠와 만나 현상금 사냥꾼 일을 하는 것이라면, 후반부는 장고의 아내를 되찾는 것이 주였다.

 

  그런데 그 와중에 보여주는 노예의 삶이란, 으……. 만딩고 경기라는 것이 있는데 흑인 노예 둘이 레슬링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처럼 포인트를 따면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한쪽이 죽을 때까지 경기를 하는 것이다. 경기를 하다가 목뼈가 부러져 괴로워하는 노예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망치로 머리를 내리쳐 한 번에 숨을 끊어주는 것이었다. 그걸 보고 백인들은 흥분하며 신나하고, 그 옆에서 시중을 들던 흑인들은 차마 고개를 돌리지 못한다. 그리고 뭔가 잘못한 노예를 산 채로 개들에게 물어뜯게 해서 죽이는데……. 아, 디카프리오가 악당으로 나오다니! 그것도 악덕 대지주로! 그런데 그것도 꽤 어울렸다. 연기 잘하는 사람은 어떤 배역을 맡건 잘 소화하나보다. 노예들에게 가혹하게 대하는 걸 보면서, 나쁜 놈이라는 욕이 절로 나왔다. 그런 걸 보면서 웃음이 나오냐, 이 사이코패스야!

 

  물론 흑인들 중에도 자기가 백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음,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는 표현이 맞을지 잘 모르겠다. 백인들 옆에서 쥐꼬리보다 못한 권력 같지도 않은 힘을 갖고 편하게 살다보니까, 자신의 뿌리를 잊은 것이다. 어차피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팔릴 처지인데도, 그걸 모르고 자신은 다른 노예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 사무엘 잭슨이 그렇게 야비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영화를 보면서 때려주고 싶었다. 이 XX놈아, 너도 똑같은 노예주제에!

 

  보면서 화도 나고, 장고의 복수 장면에서는 '그렇지!'라고 환호성도 질렀다. 특히 장고가 옷을 근사하게 차려입고 말을 타고 지나가면서, 백인들을 내려다볼 때는 은근히 기분도 좋았다. 참, 노래도 좋았다.

 

  노예근성에 찌들면 어떻게 된다는 것도 잘 알 수 있었다. 왜 기껏 풀어줬는데도 도망을 못 가니!

 

  하지만 이 영화의 최대 단점은 시간이었다. 무슨 영화가 상영시간이 무려 165시분……. 내가 비디오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극장에서 봤으면 아마 지쳐서 중간에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집에서 봤으니까 중간에 두어 번 쉬어가면서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상영 시간이 두 시간이 넘는 영화는 안 만들어줬으면 한다. 보다가 지쳐버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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