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후 시즌 1 : 보급판 (5disc) - 별책부록 없음
KBS 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원제 - Doctor Who Season 1

  제작 - 키이스 보크(연출) 등 4명

  출연 - 크리스토퍼 에클리스턴, 빌리 파이퍼, 카밀 코두리, 노엘 클라크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다. 쭉빵하고 예쁜 여주인공이 나오는 미국 드라마와 달리, 주연인 로즈 역할을 맡은 빌리 파이퍼는 약간 투박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인간형 외계인과 촌스런 전화박스 같은 게 타임머신이라니! 게다가 닥터 후 역할을 맡은 배우는 어쩐지 일본 만화 ‘엔젤 전설’에 나오는 주인공을 연상시켰다. 참고로 그 만화는 외모는 악마지만, 심성은 천사 같은 남학생의 학창 생활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어랍쇼? 자꾸 보다보니까 정이 들더니, 이제는 중독이 되어버렸다. 결국 공구카페에서 닥터 후에 관련된 물품들, 예를 들면 장우산이라든지 휴대전화 케이스 급기야 티셔츠까지 구매하기에 이르렀다.

 

  기본 배경만 언급하면, 영국 런던에서 엄마와 살며 백화점에서 일하던 로즈. 어느 날 한 남자를 만난다. 자신을 닥터 후라고 소개한 그 사람은 사실 외계인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다니면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여행을 하고 있었다. 우연히 플라스틱 외계인들과 그의 싸움에 휘말린 로즈는, 이후 그와 같이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는데…….

 

  1시즌에서는 닥터 후의 과거를 조금 다루면서, 다양한 외계 생명체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닥터의 최대 숙적이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인 달렉을 비롯해서, 지구인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세계를 멸망시킬 음모를 꾸미던 거대 초록 외계인슬리딘, 살아있는 플라스틱 외계인, 어긋난 시간과 차원에 갇힌 인간을 잡아먹는 거대 새 등등,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존재들이 나온다. 어떤 내용은 으스스했고, 어떤 에피소드는 재미있었으며, 또 다른 것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나에게 제일 으스스했던 것은 9편이었다. 2차 대전 때 방독면이 얼굴에 달라붙어 ‘Are You My Mommy?’라고 중얼거리며 파파라치 내지 스토커 못지않게 따라다니는 그 존재는 진짜, 으……. 하지만 이어지는 10편에서는 약간의 감동을 주기도 했다. 여기서 나쁜 존재는 후추 통을 닮은 달렉밖에 없는 거 같다. 아, 9편에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데 ‘잭 하크니스’이다. 닥터 후의 스핀 오프 드라마 중의 하나인 ‘토치 우드 Torchwood’를 이끌어간다고 한다.

 

  1시즌은 다양한 외계인이 거의 매 편마다 등장하면서, 정신 차릴 수 없는 속도감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나도 같이 닥터와 여행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게 했다. 타임머신이기에 긴 여행을 떠나도 자신이 출발했던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으니,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 리도 없고…….

 

  하지만 그와 여행을 다니면서 조금씩 변하는 로즈를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로즈는 닥터와 헤어져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는 적응을 하지 못한다. 이 우주의 끝까지 가보고, 지구의 멸망까지 봤으며 시공간을 넘나들며 여행을 했던 그녀에게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상은 너무도 지루하고 의미가 없어졌다. 자극을 계속 받으면 점차 강도가 센 것을 원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까? 아니면 삶과 죽음에 대한 것을 초월한 존재를 알게 되면, 그런 것에는 더 이상 연연할 수가 없게 된 걸까?

 

  변한 것은 그녀뿐이 아니었다. 닥터 역시 변화했다. 처음에 그는 어떻게 보면 방관자 같은 입장이었다. 그가 인간을 지칭하는 대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행성 위를 돌아다니는 바보 같고 얼빠진 모든 꼬리 없는 원숭이’ 이게 그가 생각하고 바라보는 인간이었다. 그에게 로즈는 같이 여행을 다니는 한정된 생명을 가진 스쳐지나가는 팀원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그에게 로즈가 의미를 가지게 되면서, 덩달아 지구도 소중해졌다. 결국 닥터 후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외계인의 노력을 그린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제일 불쌍한 건 미키였다. 오랜 시간 동안 로즈의 친구로 지내오면서 사랑을 키워왔는데, 어느 날 말 그대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이상한 남자에게 빼앗겨버렸다. 그리고 언제 로즈가 돌아오나 기다리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힘내라, 미키! 세상에 여자는 많아!

 



내가 좋아하는 달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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