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드
제니퍼 챔버스 린치 감독, 빈센트 도노프리오 외 출연 / 나연미디어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제 - Chained, 2012

  감독 - 제니퍼 챔버스 린치

  출연 - 빈센트 도노프리오, 에먼 파렌, 에반 버드, 줄리아 오몬드, 제이크 웨버

 

 

 

  감독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그렇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Boxing Helena, 1993'와 '서베일런스Surveillance, 2008'를 통해 알게 된 이름이다. 전자는 이웃집 여자를 짝사랑한 남자가 그녀를 납치감금신체절단을 통해 소유하고픈 욕망을 드러내는 영화였고, 후자는 마지막 반전과 함께 전체적인 상황의 재구성을 통해 사건의 다른 면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그 두 가지가 교묘하게 결합된 작품이다.

 

  8살 먹은 팀은 엄마와 영화를 보고 집에 오는 길에 택시를 탄다. 그 전까지 서로 사랑하는 아빠엄마와 함께 행복하게 살던 소년은 그 택시가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고는 상상도하지 못했다. 택시 운전수는 두 사람을 납치하고 엄마를 성폭행한 다음 살해한다. 그리고 도망치려는 팀의 발에 쇠사슬을 묶어놓고, 온갖 일을 시킨다. 한적한 시골 마을, 넓은 들판에 오직 있는 것이라고는 살인마의 집밖에 없는 상황에서 팀은 빛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환경에서 성장한다. 집안일은 물론이고 심지어 살인마가 사람을 죽이면 그 뒤처리까지 하면서, 여전히 사슬에 묶인 채로!

 

  팀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살인마는 그에게 강제로 의학 공부를 시킨다. 대학에 보내려는 게 아니라, 어딜 찌르면 한 번에 죽고 어떻게 찔러야 피가 나오는 등등, 그러니까 자신의 후계로 키우려는 속셈이었다. 급기야 그는 여자 하나를 잡아와 팀에게 죽이라고 강요하는데…….

 

  아, 보는 내내 진짜 가슴이 먹먹한 영화였다.

 

  팀도 그렇지만, 살인마도 어떻게 보면 불쌍했다. 그의 과거가 중간에 몇 장면 스쳐 지나가는데, 참 안타까운 어린 시절을 보냈었다. 아버지의 무차별적인 폭력과 위협에 의한 강제적인 어머니와의 동침 등등. 그 충격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사람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박힌 모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범죄가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분풀이할 대상은 따로 있는데, 엉뚱하게 애꿎은 다른 곳에다 화를 표출한 것이다. 그 사람들은 무슨 죄가 있어서?

 

  9년 동안, 집밖으로는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창도 없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계속해서 여자들의 신음소리와 비명소리를 밤마다 듣고, 죽어가는 것을 보고, 그 뒤처리를 하고, 믿었던 아빠마저 재혼해서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들으며 자란 아이의 심리 상태는 어떨까? 거기다 결국에는 강제로 성관계와 살인을 강요당하기까지 하면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의 반전까지 겪으면,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소리가 들린다. 그걸 가만히 들으면서 주인공 팀의 심리를 생각하면, '설마?'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리고 아니길 빌게 된다. 아, 제발 그건 아니길. 하지만 배운 게 한 가지밖에 없는, 더 이상 의지할 곳도 갈 곳도 없는 절망적인 상태라면, 이 세상에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오직 배신자들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하아, 참으로 안타깝지만 무서운 일이다.

 

  그나저나 살인마로 나온 아저씨, 미국 드라마 'Law & Order: Criminal Intent'에서 유능하지만 정신적으로 불안한 형사로 나와서 수많은 범죄자들을 잡아들였는데 여기서는…….

 

  주요 등장인물은 두 사람이고 배경은 어두컴컴한 집안과 차고가 다이지만, 이야기는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했다. 중간에 한두 장면 조금 느슨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이 리뷰를 쓰기 위해 다시 볼 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마지막 반전을 알고 나니, 더 집중해서 복선을 찾으려는 마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서베일런스'때도 그러더니만, 감독이 아주 그런 재미에 맛을 들였나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