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패트롤 - 타임 패트롤 시리즈 1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4
폴 앤더슨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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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ime Patrol

  작가 - 폴 앤더슨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봤을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서 그 때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았으면, 또는 미래로 가 봤으면…….


  시간 여행이라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이고 상상을 자극하는 소재이다. 내 미래를 미리 안다면? 내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생각만으로도 짜릿하다. 시간 여행 물은 주인공이 깽판을 치면서 다녀도 재미있고, 시간을 바꾼 범죄자들을 잡으러 다니는 것도 재미있다. 왜냐하면 과거를 바꾸면 미래가 바뀐다는 상황 때문이다.


  굉장하지 않은가? 내가 중생대에서 설치류 하나를 죽이면 미래가 바뀔 수도 있다니! 갑자기 작가와 제목을 까먹은 소설 하나가 떠오른다. 시간 여행자가 고생대던가 거기서 나비 하나를 죽이고 돌아왔더니 모든 게 바뀌어 있었다는…….


  그래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바로 시간 여행물이다. ‘그래니 패러독스’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내가 과거에 가서 할머니랑 연애질하다가 사고 치면 어떻게 되는가? 영화 ‘터미네이터’ 1편에서 보면, 존 코너는 자신의 어머니 사라 코너를 지키기 위해 과거로 부하를 보낸다. 그런데 그가 사라 코너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는데, 그가 바로 존 코너였다. 결국 존 코너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듯 시간 여행 물은 재미도 있지만, 잘못 쓰면 심각한 오류를 가지게 된다.


  그런데 '타임 패트롤'은 재미뿐만 아니라 깔끔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타임 패트롤인 주인공의 모험을 그린 책이다.


  미래에 드디어 타임머신이 발명된다. 그것의 비밀을 쥔 세력이 모든 것을 좌우지하려할 때, 훨씬 더 미래의 진보된 종족이 나타나 그들을 저지한다. 그리고 각 시대의 인물을 뽑아 타임 패트롤을 결성한다.


  주인공은 20세기 초엽의 군인 출신으로 처음에는 그 시대를 감찰하다가, 나중에는 아무 때나 다니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임무를 맡는다. 어느 시대나 그렇듯이, 미래의 시간 여행자들이 실수로 자신들의 비밀을 누설해서 죽임을 당하기도 하고, 미래의 범죄 시대의 사람들이 과거로 가서 역사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놀라운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한다. 게다가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거 시대의 철저한 역사적 문화적 고증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읽다보면 ‘정말 대가는 다르구나.’ 라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백미는 마지막 에피소드인 '델렌다 에스트(Delenda Est)' 한니발이 로마를 점령해서, 카르타고가 포에니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으면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을까하는 주제이다. 중편에 해당하는 이 에피소드를 읽어보다가 그만 눈물이 나왔다. 어쩌면 이렇게 잘 쓸 수 있을까.


  카르타고의 승리로 완전히 바뀐 세계의 판도를 나타낸 부분은 정말 압권이었다. 언어나 국제 정세, 문화까지 바꾸어 버린 설정은 굉장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이건 완전히 하나의 지구를 새로 만들어 낸 것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구상을 하고, 구조를 짜고, 검토를 했을지 상상하기 힘들다. 역시 작가란 대단한 직업인임에 틀림없다.


  이런 작품은 두고두고 읽는 게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3권까지 나온 걸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물론 그 다음 아, 내 지갑하면서 좌절했지만. 책 적금이라도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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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못 살인자 밀리언셀러 클럽 5
로베르트 반 훌릭 지음, 이희재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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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로베르트 반 훌릭


  아주 오래전 옛날 당나라에 디 런지에, 일명 디 공이라는 뛰어난 판관이자 현령이 있었다. 마치 포청천처럼 그는 기이한 사건을 아주 유능하고 명쾌하게 해결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는 승상의 자리에까지 오른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 이 인물에게 매료된 한 서양인이 있었다. 그는 중국에서 실제 있었던 범죄사건 판결집을 바탕으로 디 공을 주인공으로 한 연작 소설을 발표하였다. 신비한 중국의 명 형사 디 공의 이야기는 예전 당나라 시대상을 잘 반영했다는 장점과 함께 서양에서 꽤 인기를 끌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디 공이 나오는 소설을 본 기억이 난다. 어릴 적이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흐음, 이 사람이 그 사람이었군.


  책을 읽으면서 어릴 적에 보았던 드라마 ‘판관 포청천’이 떠올랐다. 포청천은 왕야와 싸웠고, 디 공은 각계각층의 범죄자와 싸웠고. 계속 비교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디 공에게도 포청천의 공손책이 연상되는 비서와 왕조 마한 같은 무사들이 있었다.


  보면서 제목이 쇠못 살인자였는데, 왜 쇠못 범행은 나오지 않을까 하고 의아해했다. 나중에 가서야 ‘아!’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책에서는 3가지 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목이 잘려 사라진 시체, 목욕탕에서 살해된 무술 사범 그리고 남편을 살해했다고 의심받는 여자의 이야기.


  검색을 해보니, 이 책이 '쇠못 세 개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예전에 나왔다는 것을 알았다. 얼핏   보면 쇠못 살인이 두 개가 나오지만, 자세히 보면 3개이다. 후우, 그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 나도 모르게 오싹했다.


  책 한 권에 불륜, 도박, 납치, 감금, 살인, 협박, 매춘, 축첩, 애증, 사랑, 간통 등등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웬만한 범죄가 다 들어있었다. 역모는 빼고. 아, 공권력에 대한 대항도 있었다.


  그 모든 죄악들이 꿈틀거리면서 똬리를 틀기도 하고, 생각지도 않은 다른 장소에서 혀를 날름거리면서 동시에 서슬 퍼런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그리고 얼기설기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사람들은 마구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물론 우리의 똑똑한 디 공은 그런 수법에 넘어갈 뻔하다가 모든 것을 다 알아냈지만 말이다.


  하지만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동양의 신비, 그러니까 중국인은 기이한 술법을 부린다는 이미지가 책에서도 살짝 보여서 조금 실망했다. 문득 녹스의 추리소설 십계명에서 중국인은 마법을 부리니 등장시키지 말라는 것이 떠올랐다. 옛날 일이니 그냥 피식 웃고 넘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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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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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기시 유스케





  전부터 들어보기는 했던 소설이었지만, 그 당시엔 일본 소설은 별로였기에 그냥 넘어갔었다. 그러다가 차츰 일본 소설 - 물론 추리쪽 - 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번에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듣자, 부쩍 호기심이 생겨서 아는 지인을 졸라서 빌리게 되었다. 다 읽고 보니 책이 너무 맘에 들어서 안 돌려줄까 하고 있……. 돌려드렸다.


  흠흠,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책은 사이코패스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한국은 요즘 들어서 사이코 패스에 관해 방송도 나오고 하는데, 이 작가는 비록 일본 사람이지만 1997년도에 벌써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음, 뭔가 분하기만 하다.


  사이코 패스. 그러니까 대놓고 미친 것이 아니라, 겉으로는 그냥 멀쩡하지만 정신세계가 무척이나 남다른 사람을 말한다. 이 책을 보면 그런 예가 자세히 나오는데, 조금 덜덜덜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 위로 드러난 얼굴은 웃고 있는데, 물 아래에서는 누군가를 발로 밀어 넣고 있는 느낌?


  거기에 보험금을 노린 위장 살인이라니. 몇 년 전에 있었던 한 여자에 관한 기사가 떠오른다. 보험금을 노리고 부모형제 두 남편을 다 죽였던…….


  주인공은 보험 회사 직원으로 남다른 아픈 과거, 그러니까 형이 자신 때문에 자살했다는 기억이 있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무척이나 상처받고 악몽을 꾸는, 문제가 조금 있는 남자이다. 갖가지 보험에 관련된 사건들을 해결해 가던 어느 날 기묘한 상담 전화를 받는다.


  "자살해도 보험금이 나오나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 우연히 그는 목매달아 죽은 아이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사인은 자살? 그러나 그는 아이가 살해당했다는 의심을 품게 된다. 부모, 특히 아빠에 의해서 말이다. 집요하게 보험금을 요구하는 아빠의 광기어린 행동은 극에 달해가고, 그와 동시에 그의 불안감도 높아만 간다. ‘누군가 죽을 거야! 어쩌면 내가 그 대상이 될지도 몰라! 난 저 아빠에게 살해당할 거야!’ 그는 그런 생각으로 가족을 조사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밝혀지는 놀라운 사실. 물론 중간 정도 읽다보면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중간 중간 나오는 고어 장면이나 범인의 놀라운 미친 짓들. 그래서인지 거의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게 하지 못하는 그런 것이 있었다.


  물질 만능 사회에서 보험이 악용되고 있음을 슬퍼하는 한 등장인물의 말에서 공감을 느꼈다. ‘보험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인데, 보험 때문에 사건이 벌어진다.’는 말이 왜 그리 와 닿는지.


  돈이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 이것이 문제인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타인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 묻는 것 같다. 타인은 나와 같은 인격체로 보는지, 아니면 걸어 다니는 물건으로 보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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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환상문학전집 4
마가렛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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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Handmaid's Tale


  작가 - 마가렛 애트우드


  너무도 암울한 미래였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했다.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미래는 너무도 끔찍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 같은 불안한 정세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작가가 말해주는 미래는 꿈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 미래였다.


  디스토피아, 즉 암울한 미래를 다룬 작가들은 많다. 그들의 작품은 영화화되어 우리들에게 무시무시한 악몽을 선사했다. 과학의 지나친 발전으로 인한 자연 파괴, 인간성 상실, 빈부의 격차 등이 공통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우리에게 직간접으로 경고하고 있다. 저런 암울한 미래를 맞이하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잘하라고.


  이 책도 디스토피아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시녀. 이름도 없다. 당연히 성도 없다. 물론 불리는 이름이 있지만, 그녀의 본명은 아니었다. 말이 시녀지, 씨받이라고 하면 이해가 더 잘 될까.


  심각한 성범죄, 타락한 도덕, 자연 파괴 그리고 정부의 부패를 보다 못한 일련의 무리가 국가를 전복시킨다. 그리고 그들은 길리어드국을 세우고 성경을 기본으로 한 엄격한 정치를 편다. 성경에 쓰인 대로 그들은 남자들을 위한 국가를 만들었다. 모든 여자들은 사회 활동이 금지되고, 그들은 국가의 관리를 받는다. 계급에 따라 입는 옷의 색까지 결정된다. 그리고 계속된 전쟁으로 남자들은 죽어가고, 방사능으로 인한 오염으로 여성들의 불임률은 높아만 간다.


  여자는 천하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숭고하다는 교리에 따라, 그들은 모든 여자들을 두 부류로 나눈다.


  임신이 가능한 여자와 그렇지 않은 여자.


  임신이 가능한 여자들은 교육을 받은 다음 상류층 계급의 가정에 배정을 받아, 천사라고 불리는 그 집 남자들의 아기를 낳아야한다. 그리고 출산을 하면 또 다른 집으로. 그들이 받는 교육은 국가와 규율과 남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과 출산에 관한 것이다. 물론, 이런 시녀들을 배정받는 남자들은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 남자들이다. 그렇지 못한 남자들은 국가에서 부인을 배정해줄 때까지 금욕을 해야 한다. 있는 놈만 장땡인 것이다.


  주인공인 시녀는 끊임없이 과거를 회상하며 자아를 잃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녀의 유일한 희망은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는 딸이 잘 자라고 있는 것이고, 남편이 어디선가 자기를 구하러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행복했던 과거는 현실과 대비되며, 그녀가 처한 지금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끔찍한지 나타내고 있다.


  그 현실에서는 남자와 여자 다 행복할 수는 없다.


  자신의 남편이 다른 여자를 안는 것을 입회해야 하는 아내나, 이름뿐인 아내 대신 다른 여자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남자나, 아내도 시녀도 되지 못하고 집안일을 돌보며 살아야하는 여자들이나, 언젠가는 여자를 배정받을 거란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남자들이나.


  누구를 위한 국가이고, 누구를 위한 미래인지 단정을 지을 수가 없었다. 결국 그 누구도 행복한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행복함을 가장한 가면 놀이를 하는 인간들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여기서 남녀평등은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종교와 정치가 너무 한 쪽으로 깊이 치우쳤을 때, 인간이 얼마나 처참하게 몰락하는 가였다. 살아남기 위해 서로 의심하고, 마음을 여는 상대도 하나 없는 단절된 사회가 얼마나 무서운지 주인공의 심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상대의 눈을 쳐다보지도 못하는 단절된 사회. 그 속에서 그녀는 지나가는 군인들만 봐도 불안에 떨어야했고, 말 한마디 시선 하나에도 가슴 졸여야 했다. 그런 그녀가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살을 하거나, 도망을 치거나, 현실에 순응하는 것이다.


  마지막 결말은 읽는 사람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겨주고 있다.


  과연 그녀가 탈출에 성공했을까?

  아니면 비밀경찰에 잡혀 사형을 당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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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살해사건 - 누가 양치기 조지 글렌을 죽였는가
레오니 슈반 지음, 김정민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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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레오니 슈반

 

  부제 - 누가 양치기 조지 글렌을 죽였는가

  원제 - Glennkill

 

  약간은 모험하는 기분으로 고른 책이었는데, 의외로 괜찮은 것을 발견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여간 부제로 나와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누가 양치기 조지를 죽였는지 파헤치고 있다. 바로 그가 기르던 양들이…….

 

  평화로운 아일랜드의 어느 지방. 그곳에서는 조지와 양치기 개 테스 그리고 다수의 양들이 아주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조지의 직업은 양 기르기, 그의 취미는 양들에게 이름 붙이고, 로맨스 소설 읽어주기. 그런 특별한 양치기 조지였기에, 그가 기르는 양들도 무척이나 특별했다. 바로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 그들은 열심히 풀을 씹는 척하면서 매일매일 주위 인간들의 반응과 냄새 등등을 맡았고, 그것을 토대로 누가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고 누가 멀리해야 할 사람인지 정리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안개가 짙게 깔리던 이른 아침. 조지가 시체로 발견된다.

 

  그것을 발견한 양들은 우왕좌왕하지만, 곧 우두머리 양인 리치필드 경의 지휘 아래 팀을 이루어 누가 조지를 죽였는지, 순전히 그에 대한 의리로 알아내기로 한다. 머리 좋은 미스 마플, 기억력 짱인 모플, 미스터리한 과거가 있는 오델로, 언제나 활기 넘치는 하이데 등등. 혹시나 말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이름들은 다 양의 이름이다.

 

  양들은 풀을 씹으면서 회의를 하고 밤마실을 다니며 인간들을 미행하고, 기억을 더듬으면서 범인을 찾기 위한 길을 떠난다.

 

  인간의 시선이 아닌 다른 동물이 주인공인 소설이나 영화는 무척이나 많다. 특히 방학 때가 되면 우수수 쏟아지곤 한다. 디즈니라던가 그런 쪽에서 주로 만드는 것이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그런 것들의 단점은 동물들을 너무 인간 위주로 판단하고 이끌어간다는 것이다. 솔직히 우리가 동물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하는지 모르니까, 그냥 이럴 것이라고 추측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동물이 왜 동물원을 싫어할까? 안 싫어할 수도 있잖아? 꼭 몇몇 애들을 가출을 시켜서 생고생을 시키면서 이야기를 만들고 싶을까? 펭귄이 언제부터 팝을 부르고 탭댄스를 췄는데? 봤어? 사자가 대를 이어 복수하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딴죽을 걸자면 한이 없을 것이다.

 

  하긴, 우리가 웃으면서 보는 것은 동물 생태 다큐가 아니니까. 단지 인간의 모습을 동물로 변신시켜서 만든 것이니까, 저런 식의 태클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이 소설도 그렇다. 양들이 주인공이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자신들을 잘 돌봐준 조지의 은혜를 갚고 의리를 지키기 위해 범인을 찾는다. 양들이 그런 감정이 있는지 알게 뭐람?

 

  음……. 이런 소설들이 있다. 비문명권 또는 현대 문명에 약간 적응을 하지 못하거나 반기를 드는 사람들의 입을 빌어 현대 문명을 비판하는 그런 내용의 것들 말이다. 그런 것을 읽으면, 그들의 무식함과 엉뚱함에 웃다가 뭔가 반성을 좀 하고 느끼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한때 엄청나게 히트도 했고 말이다.

 

  이 소설도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다. 양들의 눈과 입을 빌어서 인간들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만 하면 지루한 계몽 소설 내지는 내적 성장 소설이 되기에 살인과 추리라는 면을 좀 더 부각시킨 듯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읽다보면, ‘아 맞아 이런 건 이렇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도 있었다.

 

  어느 작가는 ‘양들의 침묵’이라는 소설을 내놓아서 영화까지 만들어지는 대 히트를 기록했었는데, 이 책에 나오는 양들은 절대로 조용하지 않았다. 아주 시끄러워서 ‘입닥쳐 말포이’를 외치고 싶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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