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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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표지만 보고는 일본의 로맨스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제목도 낭만적이면서 감수성이 팍팍 느껴지고, 옥색 바탕에 하얀 꽃 그리고 주황색의 입술이 유달리 돋보이는 우수에 찬 여인의 초상까지.


 

  작가 이름을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왜 이 책이 추리소설 코너에 있는지 의아해할 것이다. 그리고 이어 서점 직원의 부주의함과 태만 그리고 상식 부족에 혀를 찼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출판사가 독자들에게 주는 페이크다. 이 책은 현대를 살아가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다루고 있는 스릴러 소설이다. 그런데 이렇게 산뜻하고 소녀 감성의 제목이라니…….


 

  그리고 책을 읽다보면, 작가가 독자에게 파놓은 함정에 발을 들이밀게 된다.


 

  그러니까 이 작품을 접하는 순간, 독자는 두 번 함정에 빠지게 된다. 한번은 작가에게, 또 다른 한번은 출판사에게.



 

  이 책에 대한 서평을 보면, 주로 놀라운 반전이라는 문구를 보게 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놀랍지는 않았다. 중간에 서너 번, 혹시나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하지만 도입부의 강렬한 인상이 그 의심을 자꾸 희석시켰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러나 이것을 말하면 결말에 대해 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두 가지 부분이 중간에 드는 의심을 상쇄시켜버렸다.


 

  종반에 다다라서야, 내가 가진 선입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새삼 느꼈다. 난 얼마나 편향되고 무지한 세계관을 갖고 있는 걸까?


 

  아니, 이건 나뿐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건 불쌍하고 편견으로 가득했던 불쌍한 내 자신을 위한 토닥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굳이 변명을 해보자면, 방송만 봐도 그렇다. 이 세상은 10대와 20대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대개는 그들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 위주로 흘러간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세뇌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노인들이 그렇게 손쉽게 사기를 당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걸지도 모른다. 아무도 노인들에게는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까.


 

  자식들이 사고 치면 부모님은 든든한 방패가 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부모가 사고 치면 자식들은 창피하다고 쉬쉬하려고 한다. 그게 차이인가보다.



 

  부모와 자식.

  노인과 젊은이.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내가 얼마나 그런 문제에 대해 무관심해왔는지. 이 책의 작가는 타인과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관심이 생기면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면 모르던 것도 보이게 된다. 한 가지 면이 아니라, 여러 가지 관점으로 사물을 보는 능력이 생긴다는 말이다. 생각의 깊이도 더 깊어지고, 범위도 넓어지면서 더 풍부해질 것이다, 당연히.


 

  이 글은 여러 가지 면에서 작가의 구성력이 돋보였다. 주인공의 과거 이야기와 현재의 적절한 배치. 그리고 무엇보다 강렬한 도입부.


 

  아, 도입부에 넘어가서 이후 드는 모든 의혹을 다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이건 진짜 구성의 승리다.


 

  대개 이 소설을 추리로 분류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추리는 범인을 찾아가는 묘미가 있는 것인데, 이 책은 탐정도 범인도 다 드러나 있다. 탐정이 증거를 찾아나서는 과정이 그려져 있는데, 이건 추리라기보다는 액션 스릴러가 아닐까?


 

  문득 이 책은 영화로 만들어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고 싶으신 분은 한번 날 잡아서 읽어보시기 바란다. 약간 두툼하지만, 가볍고 금방금방 책장이 넘어가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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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파더 스텝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1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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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동서양을 막론하고 새아버지나 새어머니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동화에 나오는 주인공을 괴롭히는 엄마들은 거의 다 새엄마였다.(뭐 어떤 것은 원본에는 친엄마로 나오는 동화도 있지만 사소한 것은 넘어가자.) 또한 'Stepfather' 라는 스릴러 영화도 있다.(엄마와 눈이 맞은 아저씨가 알고 보니 살인마라는 다소 진부하고 전형적인 구조로 되어 있는 오래 된 영화다. 인기가 좋아서 시리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난 별로던데...)

 

  게다가 뉴스를 장식하는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성범죄에도 역시 새아버지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요즘은 친아버지도 자주 보이지만...) 하여간 '새' 라든지 '계' 라든지 '의붓'이 붙은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 거의 안 좋은 역할로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어떨까? 제목에 Stepfather 라고 떡하니 써있는데, 과연 어떤 새아버지일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우선 총 7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책의 주요 등장 인물부터 알아보자.

 

  새아빠가 되기 싫은 도둑 총각.

  그를 새아빠로 만들기 위해 잔머리 굴리는 중딩 쌍둥이.

  말하자면 정보 길드 대장이자 도둑 총각의 아버지. 등장인물부터 심상치 않다. 정보 길드라고 해서 이것이 환타지라고 생각하면 님하 골룸이다. 이해하기 쉽게 그렇게 표현한 것 뿐이니까.

 

  쌍둥이 타다시와 사토시는 각자 바람이 나서 가출한 부모 덕에 졸지에 고아가 되어 버렸다. 부모님은 인생에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로맨스를 꿈꾸며, 상대방이 애들을 챙길 것이라 믿고 멀리 멀리 가버렸다. 다행히 통장에 잔고가 넉넉해서 그럭저럭 살았지만, 주위 사람들의 시선과 바닥을 드러내는 통장을 보며 누군가 돌봐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둘은 생각한다. 그런 그들의 눈에 뜨인 것은 옆집을 털려고 정탐하다가 멍청하게 벼락을 맞고 떨어진 주인공이다. 둘의 주인공의 약점을 잡고 '경찰에 갈래요 아니면 아빠를 할래요?' 라는 둘 다 고르기 싫은 양자 택일을 강요한다.

 

  이후 애인도 없는 총각 주인공의 중딩 아빠되기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것이다. 물론 같이 살지는 않는다. 영악한 쌍동이는 이미 부모님은 먼 곳에서 회사를 다녀서 주말에만 오셔요라고 연막을 쳐둔 상태였다. 따라서 가끔 일이 있을 때만 들르면 되는 것이다...였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쉽다면 참으로 재미가 없을 것이다. 매번 쌍둥이들은 사건에 연류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아빠가 달려가고, 이상하게 얽힌 사건을 풀어야 했다. 물론 그러면서 정도 새록새록 쌓이고 말이다.

 

  주인공은 과연 이 관계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도 하고 혼자 슬퍼도 하고 혼자 망상에 빠져서 삽질도 한다. 언젠가 부모들이 돌아오면 그들의 관계는 끝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로 정을 안주려고 냉정하게 대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가 내린 결론은 지금을 즐기자였다. 언제 올지 모르는 미래를 생각하느라 전전긍긍하기보다는 같이 있는 지금을 더 소중히 하자는 것이었다.

 

 

  가족이란 세상에서 제일 가깝지만 그만큼 무의식적으로 가장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는 관계이다. 쌍동이의 부모가 그렇다. 자신의 인생을 찾기 위해 집을 나가버면서 자식에게 더없이 큰 상처를 줘버렸다. 그것은 나중에 어떻게 해도 보상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과 다른 이(자식) 중에서 과연 무엇을 고르는 것이 바람직할까? 무엇을 고르던지 한쪽에는 상처가 될 것이 뻔했다. 자식에게건 자기 자신에게건 상처는 남는다. 친구나 다른 사람이라면 속된 말로 생까면 그만이다.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잊혀지는 것이 사람 사이의 관계이다. 그렇지만 가족은 그렇지 않다. 호적을 파지 않는 이상, 아무리 보기 싫어도 명절때나 관혼상제 같은 일이 생기면 봐야 하는 것이 가족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의 가족은 조금 의미가 다른 것 같다. 비록 상처가 되지만 서로의 선택을 존중해주고, 더 나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쌍동이는 처음에는 놀랍고 슬프고 배신감도 느꼈겠지만, 살아남을 방법을 강구한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간다. 주인공 역시 반강제로 갑작스레 맺어진 관계이지만, 점점 정이 쌓이면서 나중에는 진짜 자신이 아빠가 된 듯한 착각도 한다.

 

  어떻게 보면 인간 관계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일까? 쉽게 인연을 맺고, 그 인연을 쉽게(과연 쉬울지는 모르지만) 포기하는 것이 조금은 걱정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또 다르게 보면 괜찮아 보이기도 한다. 이미 끝나버리고 다시 이어지지 않을 인연을 붙잡고 있어봤자, 돌아오는 것은 상실감과 허무함 뿐일테니까. 돌아오지 않을 것은 그렇게 내버려 두고, 새로운 길을 찾아간다는 것은 꽤나 마음에 드는 생각이었다.

 

  꼭 핏줄이 이어져야만 가족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정이 있으면 누구나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 따지고 보면 엄마와 아빠는 핏줄로 이어져있지 않지만 가족이지 않는가? 그 개념을 자식과 부모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도둑을 아빠로 골랐을까?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과 그 부친이 벌이고 있는 사업은 무척이나 특이했다. 도둑은 도둑인데, 아무거나 훔치지 않는다고 할까? 뭐 그렇다고 거창하게 의적이니 그런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리 떳떳하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벌어들인 사람의 돈을 훔쳐낸다. 직접 할 수도 있고, 다른 도둑에게 정보를 주고 정보료를 받기도 한다. 그리고 그 돈을 진짜 돈이 필요한 곳에 나눠준다. (자기들 몫은 당연히 떼어놓는다. 그것은 기본!) 무허가 탁아소나 남을 돕느라 적자만 내는 병원 같은 곳이 그 대상이다.

 

  그들의 생각은 한마디로 '떳떳하지 못한 돈, 좀 나눠쓴다고 뭐가 문제되겠는가?' 이다. 그렇지만 역시 도둑은 도둑... 주인공이 어떻게 돈을 습득하는가는 자세히 쓰지 않겠다.

 

  재미있는 것은 쌍동이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맨처음 그들을 만나게 된 계기가 도둑질하려고 정탐하다가 걸렸다는 것을 기억하는가? 쌍동이들은 그가 도둑이라는 것을 알면서 그에게 아빠가 되주기를 부탁했다는 것을 기억하는가? 그의 사업에 대해 들은 쌍동이의 대답은 그게 뭐? 였다.

 

  동서고금을 통틀어서 유명한 도둑을 들자면 서양에는 로빈 훗, 동양에는 홍길동이 있다. 그들이 현재까지 이름이 남아 있는 것은 범죄 수법이 잔혹해서가 아니다. 바로 정당성이 부여된 도둑질을 했기 때문이다. 둘 다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번 자들을 습격해서 그것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래서 흔히 그들을 '의적'이라고 부른다. 의적이라는 이름 아래 도둑질은 빛을 바래고 오직 남을 도운 것만이 빛을 낸다. 의적이라면 거의 모든 것이 용서가 된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을 보면서 사람들은 박수를 치고 호응을 해준다. 

 

  주인공와 그 아버지는 의적까지는 아니지만, 선례를 따라서 그렇게 나쁜 놈으로는 묘사되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진짜 나쁜 놈들이었으면 소설의 주인공으로 채택되지도 않았을 것이다.(범죄자가 자신의 수기를 출판하거나 범죄 사례집을 제외하고 말이다)

 

  의적에게 호응을 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회적인 풍조이다. 주인공은 엄밀히 말하자면 의적은 아니지만, 의적의 포장지를 뒤집어쓰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그것을 당연시한다. 쌍동이조차...

 

  결국 이 소설은 네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사람 사이의 관계와 물질의 분배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추리와 개그를 적절히 가미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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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초콜릿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75
앤소니 버클리 콕스 지음, 손정원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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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 사건은 단 하나. 그렇지만 해법은 여섯 개.'' 



  간단하게 줄인 독초컬릿 사건의 내용이다. 


  범죄 연구회라는 모임이 있다. 저마다 알아주는 개성 넘치는 사람들로 모인 이 모임은 말 그대로 범죄를 연구하는 모임이다. 엄격한 입단 테스트를 거쳐야만 가입이 가능한 이 곳의 멤버는 유명 극작가, 추리 소설 작가, 변호사 등등 내노라 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어느 날, 기묘한 사건이 발생한다. 초컬릿을 먹고 한 젊은 부인이 죽은 것이다. 초컬릿 안에 독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 초컬릿은 그녀의 남편인 벤딕스가 가져온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원래 그것을 받은 것은 바람둥이로 악명이 자자한 남작이었는데, 우연히 옆을 지나가는 벤딕스가 안 먹으면 달라고 해서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범인이 노린 것은 남작인가? 벤딕스 부인은 쓰레기 차 피하려다 똥 차에 치어 죽었다는 그런 운도 지질이 없는 그런 경우인가?


  스코틀랜드 야드 - 런던 경찰청 - 의 도움을 받아 연구회 회원들은 저마다 각각 사건을 나름대로 풀어보기로 한다. 그리고 각자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물론 서로 그 해결에 대해 토론도 하고, 같은 회원을 범인으로 지목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헤프닝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범인은? 물론 밝혀진다. 


  단편같으면서도 장편인 독특한 매력을 가진 추리 소설이다. 한 명씩 돌아가며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다른 사람은 그것을 들으면서 반론을 제기하거나, 그것을 첨가해서 자신의 추리를 발전시키는 형식은 처음 접하는 것이라 다소 낯설었다. 


  이런 형식의 글은 한 사람이 문제를 내고, 그 자리에서 토론하고 생각을 정리하거나 아주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그 자리에서 범인을 밝히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크리스티의 ''화요일 클럽의 살인''이나 아시모프의 ''흑거미 클럽''이 이런 구조였다.)


  그렇다면 ''맨 마지막에 발표하는 사람이 제일 유리하겠네''라고 생각을 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작가는 맨마지막으로 발표하는 사람을 그리 유명하지 않은, 어떻게 이 클럽에 가입을 했는지 모르는 그런 소심한 남자로 설정을 한 모양이다. 그냥 평범한 중년의 소심한 단지 책 읽기를 좋아하는 마지막 발표자는 앞 선 사람들이 한 발표를 잘 메모해두었다가 꼼꼼히 살펴보고 그들의 모순을 정리해서 범인을 밝혀낸다. 범인의 정체는... 


  다른 소설에서 나오는 탐정이 직접 다니면서 탐문을 하고 현장을 다니는 내용은 없다. 그런 내용은 발표하는 과정에서 언급이 될 뿐이다. ''나는 어디로 갔었다'' 이런 식으로. 대화가 주를 이루는 소설이다. 그렇다고 노통브의 소설처럼 대화만 주욱 나오진 않으니 그런 점은 안심해도 좋다.


  모든 증거는 다 나와 있고, 독자가 할 일은 그것들을 비교해보면서 진범을 가리는 것이다.


  엘러리 퀸의 표현을 빌면 막간의 도전인 것이다. (엘러리 퀸은 국명 시리즈를 쓸 때 언제나 그랬었다. 모든 증거를 다 제시해 주고, 범인을 밝히기 바로 전에 독자들에게 ''맞춰보셈!'' 이라고 도전장을 냈었다.)


  우리 모두 범죄 연구회 회원이 되어 왜 벤딕스 부인이 죽었는지 추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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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 한나 스웬슨 시리즈 1
조앤 플루크 지음, 박영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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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SI 수사대처럼 거창한 기계나 용어가 나오지도 않고, 홈즈나 포와로처럼 단지 생각하는 것으로 범인을 잡는 것도 아니고, '범인은 이 안에 있다!' 라고 몇 몇 꼬맹이들처럼 잘난 척을 하는 탐정이 나오지는 않는다.

  단지 증거가 될 법한 것을 찾기 위해 쓰레기통에 빠지거나, 직접 사람들을 찾아가서 수다와 잡담으로 소문을 모으는 탐정 (한나), 미모와 말빨로 사람들을 다루는 조수 (여동생 안드레아), 과묵하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경찰 (빌) 그리고 호기심을 가지고 따라다니는 인물 (노먼)만이 나올 뿐이다.

  그렇지만 읽는 내내 입가엔 미소가 어려 있었다. 개그물은 아니었지만, 사람의 목숨이 달린 추리 소설이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갔다.

  살인이라는 것은 분명히 그리 유쾌하지 않은 설정이지만, 우왕좌왕하는 인물들의 행동이나 심리는 읽는 사람을 유쾌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가게 뒤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뭔가 새로운 소식을 들을 것이 없을까 내지는 살인의 현장을 보고 싶어서 가게를 꽉 채운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뭐, 덕분에 그녀의 가게는 매상이 올라갔으니 좋은 것이 좋은 건가?

 

  그리고 어떻게든 한나와 노먼을 엮어주려고 애를 쓰는 양 쪽 집안의 극성파 어머니들도 재미있었고 말이다.

   범인이 밝혀지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도 재미있고 생동감있게 나타나 있었다.

 

   그래서 한나와 같이 가면서, '이 여자야 그게 아니잖아!' 라던지 '좋았어! 나이스!' 라는 말이 절로 나왔었다.

 

   그러니까 탐정의 뒤를 따르는 것이 아닌 '같이 간다'는 느낌을 주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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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메리의 아기 밀리언셀러 클럽 57
아이라 레빈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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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즈메리는 아직도 신혼의 염장 포스를 마구마구 뿌려대는 새댁이다. 그 염장질의 포스는 가공할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여간 그녀는 꽤 이름이 난 멋진 아파트를 구입할 기회가 생겼다. 빅토리아 왕조 풍의 고급스런 그런 아파트 말이다. 게다가 연극을 하는 신랑은 이제 막 무명티를 벗으려고 하고, 아파트 주민들은 모두가 다 친절하고 좋기만 하다. 물론 예전에 그 아파트엔 악마주의자가 살았는데 집 앞에서 살해당했다거나, 자살자가 좀 있다거나 그런 문제는 있었지만 모든 것은 평화롭고 좋기만 하다. 거기다가 아기도 가졌고 말이다!

  전반부까지 읽어보면 몇 부분 빼고는 그냥 평범한 신혼 부부의 일상을 그린 이야기 같기만 하다.


  하지만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분위기는 급전된다. 과도하게 그들 부부의 일에 간섭하는 옆 집의 노부부도 그렇고, 그들의 말이라면 껌벅 죽는 남편도 이상하다. 거기다가 그녀에게 무엇인가 경고를 해주려던  아저씨는 원인불명의 병에 걸려서 생사를 헤매고 말이다. 그리고 가끔씩 꾸는 악몽 - 이상한 의식을 치르는 내용의 꿈 - 은 가뜩이나 불안정한 그녀를 더욱 더 불안하게 만든다. 해치 아저씨가 그녀에게 주려던 책을 보던 로즈메리는 불현듯 자신과 뱃 속의 아기를 둘러싼 음모를 알아차리게 된다.

  과연 이 모든 것은 그녀의 생각대로 끔찍한 현실인 것인지, 아니면 의사의 말 대로 임신 우울증에 걸린 그녀의 망상인지 모든 것이 다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베일을 벗는 진실은....

  아이라 레빈. 다작을 하지 않는 작가로 유명하다. [죽음의 키스], [로즈메리 베이비],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그리고 [스탭포드 와이프] 정도가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길게는 10년에 한 권 빠르면 5~6년에 한 권 정도씩 내놓는 그의 작품들은 거의 다 영화화되기도 했다. 그것도 그냥 그렇고 그런 영화가 아닌, 당대의 유명한 감독과 배우가 만들 정도였으니 그 인기는 짐작이 갈만하다.

  ※ [스탭포드 와이프]만 소설로 읽지 못한 슬픈 사연이 ㅠㅠㅠ

  하여간 이 소설은 출판되고 나서 엄청난 관심을 끌게 되었다. 악마주의라는 것도 그렇지만, 그것이 외딴 시골의 으시시한 집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대도시 맨하튼의 중상류층 아파트에서 버젓이 행해진다는 점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이 소설을 영화화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게 일어난 불행한 사고 때문에 더 유명해진 작품이다. 그 유명한 범죄자 찰스 맨슨이 로만 폴란스키의 부인 - 임신 중이었던 - 을 죽이고는 악마주의 영화를 만든 그를 탓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물론 그것이 진짜 이유는 아니었다고 하지만, 그런 소문이 돌았었다. (우리나라 출시 제목은 ''악마의 씨''로 되어 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 미아 패로 주연. 이 사람들은 이 영화로 그 해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았다.)

  그냥 스치듯 지나간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나중에 엄청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의 그 충격이란... 서서히 죄어오는 공포가 얼마나 무서운 지 절실하게 느낀 책이었다. 시체는 한 구 밖에 안 나와도, 괴물이나 연쇄 살인마가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오싹했다.

  어쩌면 너무도 평범한 우리 이웃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한 일이기 때문은 아닐까?

  교훈 : 이사 갈 때는 잘 알아보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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