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1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1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원제 : The surgeon

  작가 - 테스 게리첸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1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한 것은, 5번째 책인 ‘소멸’이 먼저였다. 애인님이 선물로 주셨는데, 오라버니가 읽어보고는 재미있었는지 시리즈를 다 구입하셨다. 그리고 다 읽은 다음, 생일 선물이라고 나에게 몽땅 다 주셨다. 우왕! 졸지에 시리즈를 다 갖게 되었는데, 그 기쁨이란!


  이 책에서 애석하게도 아일스는 아직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주인공도 리졸리보다는 무어 형사와 캐서린 코델이라는 느낌을 준다.


  혼자 사는 여자만 공격하고 자궁을 꺼내갔던 엽기적인 살인마 앤드루 케프라. 그가 죽은 지 3년 후. 보스턴은 또 다시 케프라의 악몽에 휩싸인다. 그와 똑같은 수법으로 여자를 죽이는 놈이 나타난 것이다. 그와 사투를 벌린 끝에 겨우 살아났던 의사 캐서린. 놈이 또다시 그녀를 노린다.


  책을 읽으면서 ‘아오, 이 나쁜 새끼!’를 연신 내뱉었다. 어떻게 여자를 산 채로 배를 가르고 장기를 내놓으며 자궁을 떼어갈 생각을 했는지. 피해자가 어떤 고통을 느꼈는지 상상만 해보다가 눈물을 글썽였다. 종이에 살짝만 베어도 아픈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거기다 나쁜 놈들은 너무도 똑똑하다. 언제나 경찰의 허를 찌르는 방법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어간다. 중간 중간에 범인이 코델에게 바치는 헌사와 같은 그의 심리 묘사는, 읽을수록 전율을 느끼게 한다. 진짜 제대로 미쳤다는 생각만 들었다. 과연 이런 미친놈이 세상에 존재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 100% 있을 것 같았다. 뉴스를 보면, 없을 것이라 믿는 게 이상할 정도니까.


  리졸리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화가 난다. 강력계의 유일한 여형사. 다른 동료들의 성적 농담의 대상이 되고,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얼마 전에 본 영화 ‘하울링’이 떠올랐다. 그 영화에서 이나영도 리졸리와 비슷한 취급을 받았다. 여자라는 이유로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도 그런 부분에서 화가 났는데, 책을 읽으면서도 또 화가 났다.


  여자로 태어났기에, 성폭행을 당하고, 연쇄 살인마의 희생양이 된다. 여자로 태어났기에, 같은 경찰이지만 성희롱의 대상이 되고 배척을 받는다. 여자로 태어났기에, 집안에서도 자신의 사회적 일은 존중받지 못한다.


  물론 영화나 소설 속의 이야기라고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득 주변을 돌아보면, 저런 일을 당하는 여자들이 너무도 많다. 아무리 회사에서 일을 잘해도 ‘여자가 집에서 살림이나 할 것이지’ 내지는 남편 기죽인다는 소리를 듣는 커리어 우먼. 성폭행을 당했지만 옷차림이나 행실 운운의 소리를 들어야하는, 절대로 남들 앞에서 자신의 슬픔과 상처를 말할 수 없는 피해자들.


  이 글에 나오는 여자들은 모두가 다 상처를 가지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좌절도 하고 눈물도 흘렸지만, 그걸로 무너지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노력하고, 결국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이뤘다. 코델은 악몽과 맞서 싸워 이겼고, 리졸리는 범인을 잡는 쾌거를 이루며 인정을 받았다.


  끝까지 굴하지 않고, 서로 도우면서 말이다.


  여자로 태어났을 때부터 약자의 위치에 놓인 것 같은 이 세상에서, 서로 돕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이 책을 바탕으로 한 미국 드라마가 있다던데,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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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 코이가쿠보가쿠엔 탐정부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작가 - 히가시가와 도쿠야


  방과 후에 미스터리라니! 혹시 학생 탐정의 이야기인가? 호기심이 생겼다. 아직 감상문을 쓰지 않은 시어도어 분 시리즈와 비슷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어라? 작가 이름이 낯이 익었다. 얼마 전에 읽은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의 작가인 것이다. 고민할 것도 없이 집어 들었다.


  코이가쿠보가쿠엔 고등학교의 탐정부부장인 키리가미네 료가 주인공이다. 탐정을 목표로 하는 여고생답게 활발하고, 오지랖이 넓으며, 상상력이 기발하고, 머리회전이 빠르다.


  그녀가 학교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건들로 책은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방과 후라는 단어가 들어간 모양이다. 소제목은 이렇다.


  키리가미네 료의 굴욕

  키리가미네 료의 역습

  키리가미네 료와 보이지 않는 독

  키리가미네 료와 X의비극

  키리가미네 료의 방과후

  키리가미네 료의 옥상 밀실

  키리가미네 료의 절규

  키리가미네 료의 두 번째 굴욕


  소제목을 봐도 주인공의 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짚어봤을 때, 그래봤자 한 권밖에 읽지 않았지만. 혹시 다른 사람이 사건을 해결해주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랬다. 어쩐지 예지력이 늘어난 것 같아서 기쁘기만 하다. 사건 중에 몇 개는 그녀가 추리를 하는 것도 있었지만, 친구나 선생님이 해결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탐정부의 고문 선생님은 그녀의 표현대로 안락 의자형 탐정이라 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서 사건 개요만 듣고 파악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추리가 틀려도 결코 울지 않는다. 그런 성격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간혹 쓸데없는 곳에 코를 들이밀긴 하지만 말이다. 뭐 어떤가? 그녀는 굴러가는 낙엽에도 웃는다는 감수성 충만한 여고생인데 말이다.


  거기다가 다른 등장인물들도 개성이 철철 넘친다. 수제 커피를 억지로 제자에게 대접하는 고문 선생님. 학교 때문에 친척집에 얹혀살지만 꿋꿋한 소신을 갖고 있는 친구. 불량학생이지만 속은 따뜻한 동급생.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육상부 선수. UFO를 좋아하는 선생님. 특이한 이름의 경찰 콤비.


  고등학교가 배경이라서 그런가, 사건은 심각하고 진지하지 않다. 파고 들어가면 생각할 것도 많고, 할 얘기도 많지만 요령 있게 그런 것들을 샥샥 피해간다. 오직 코믹과 간단하면서 재기 넘치는 사건의 트릭만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글이 쉽게 술술 넘어가고, 별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아, 추리 단편이니 어떤 트릭인지 생각을 좀 해봐야겠구나. 물론 그 트릭들은 읽고 나면, '왜 난 생각을 못했지? 이런 바보 엉엉엉' 할 정도로 기발함과 신선함의 총집합체이다. 


 좀 더 길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여고생의 발랄함이 반감될 것 같았다. 장편으로 들어가면 어쩐지 진지해지고 그러다보면 심각해질테니 말이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가 저녁을 먹고 읽기에 좋았다면, 이 글은 쉬는 시간에 읽기에 딱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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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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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가 - 누마타 마호카루


  아, 이렇게 후유증이 심한 책은 간만이었다. 읽은 지 며칠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가슴은 먹먹하고 머리는 지끈거리기만 하다.


  눈을 가린 너무도 연학해 보이는 소녀와 커다란 꽃 한 송이. 그런데 그 꽃잎에는 혈관이 퍼져있다. 표지부터 어딘지 모르게 피가 연상된다.


  글은 피가 튀기고 살점이 잘리지는 않는다. 육체적인 고문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글보다 몇 백배는 더 잔인하고 끔찍했다. 얽히고설키다 못해 배배꼬인 인간관계도 그렇고, 그 사이에서 더없이 복잡한 심리가 읽는 내내 날 지치게 했다. 게다가 이 글을 쓰려니 며칠 전의 감정을 되살아나, 힘이 들 정도니까.


  어디서부터 그들의 관계는 잘못된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어디서부터, 누구로부터 그들의 운명이 엉망이 된 걸까? 자신만이 그녀를 지킬 수 있고 치유할 수 있다고 믿은 의사? 어찌 보면 가장 상처를 받았다고 울면서 자기도 모르게 남에게 상처를 주는 그녀?


  이 글에는 두 명의 엄마가 나온다. 남편과 이혼하고 아들 후미히코와 단 둘이 사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엄마지만 남몰래 남자를 만나고 다니는 사치코. 어느 날 사라진 아들과 갑작스레 사고로 죽은 비밀 애인 때문에 그녀의 일상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또 다른 엄마는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그래서 불안정한 정신으로 살아가는 아사미. 그녀를 보는 순간, 난 이토 준지의 만화 캐릭터 토미에를 떠올렸다. 주위에 남자들을 끌어 모으는 마력이 있는 여자. 그래서 남자를 미치게 하고, 자기마저 상처 입는 여자.


  그리고 한 명의 소녀. 아사미의 딸로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후유코. 엄마의 마력을 이어받았지만, 순수하고 너무도 여렸던. 그래서 더 많이 상처받고, 그것을 숨기려고 강한 척 연기를 해야 했던 소녀.


  막장 드라마의 공식을 그대로 가져온 느낌의 설정에 다소 반감을 느낄 수도 있다. 자신의 환자였던 여자를 지키기 위해 아들과 부인을 버린 아버지. 그 여자의 딸과 친구인 남자와 관계를 맺는 어머니.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사랑하는 연인. 그리고 풋풋한 짝사랑이 서서히 소름끼치는 집착과 광기로 변해버린 소녀.


  배려가 비밀을 만들고, 비밀은 오해를 낳고, 오해는 뒤틀린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그 반발이 결국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가슴 아프고 저릿했다. 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장난 식으로 이 글의 교훈은 자식새끼 키워봤자 소용없다고 지인에게 말했지만, 어떻게 보면 그것도 맞을 것 같다.


  그래, 찾아냈다. 이 사람들의 운명이 엉망으로 된 것은, 바로 성폭행 범들 때문이다. 잠깐의 욕정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하반신도 주체하지 못하는, 인간이라 부릴 자격도 없는 것들. 그들은 한 여자의 인생만 망친 것이 아니다. 그녀와 관련된 수많은 다른 사람들의 삶까지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 결국 문제는 그 빌어먹을 놈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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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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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안데슈 루슬룬드, 버리에 헬스트럼


  꽃을 든 소녀의 붉은 치맛자락 위로 적힌 ‘비스트’라는 하얀 색의 제목. 표지를 보는 순간 어떤 사건이 펼쳐질 것인지 감이 온다. 오동통한 소녀의 손을 보아하니, 아직 어린 아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얀 꽃. 붉은 치마. 흩뿌려진 글자들.


  고를까 말까 고민을 했다. 어린아이가 희생되는 내용은 뒷맛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감히 집어 들었고, 빠져들었다. 그리고 느꼈다.


  이 책은 후반부를 위해 전반부가 존재하는구나.


  대개의 복수극은, 복수를 완성하는 순간 끝이 난다. 가족이 납치당하거나 살해당하는 등등의 사건을 해결하는 가족을 다룬 작품들은 많다. 영화도 있고 소설도 있다. 그런 작품들은 대개 범인을 단죄하는 부분에서 독자나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면서 권선징악적으로 결말이 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글은 그렇지가 않았다. 탈옥한 소아 성애자에게 처참히 살해당한 어린 딸 마리. 아버지 프레데리크는 복수를 꿈꾼다. 범인이 또 다시 감옥에 갔다가 재판을 받고 형기를 마치고 나오거나, 탈옥을 꿈꿀 수 없게 만들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범인을 사살한다. 여론은 그를 영웅으로 추대한다.


  여기까지가 전반부이다. 당연히 나쁜 놈은 벌을 받아야 하고, 그는 살인을 저지를 충분한 동기가 있었고, 면죄부를 받을 정황도 충분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공권력이 일을 제대로 처리했으면, 그의 딸이 죽을 리가 없었다. 애초에 그런 흉악한 범죄자를 멍청하게 탈옥시킨 게 문제였으니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대개 영화나 소설은 여기서 끝이 난다.


  하지만 이 글은 후반부가 기다리고 있다. 전반부가 감성에 호소한다면, 후반부는 이성에 호소하는 느낌. 즉, 개나 소나 개인적인 복수를 해대면 법은 무슨 소용이 있냐는 말이다.


  프레데리크가 영웅 취급을 받으며 풀려날 때, 그의 행동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소아 성애자들은 죽이거나 괴롭혀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그래서 모방 범죄가 일어났다.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


  이제부터 독자들은 윤리적인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과연 프레데리크의 행동이 옳다고 할 수 있는 것이었느냐? 그를 따라하는 사람들의 행위는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일까? 한 번 범죄자는 영원한 범죄자로 낙인을 찍는 것이 당연하냐? 개선의 여지가 있는 범죄자와 그렇지 않은 자는 어떻게 구별을 할 수 있는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면, 국민이 스스로 보호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이 책은 프레데리크의 행동이 나쁘다고도 옳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공권력도, 검사도, 변호사도 기자도, 심지어 재소자들도 누가 나쁘다 맞는다고 하지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서술할 뿐이다. 그의 뒤를 따른 사람들의 행위에도 어느 정도 타당성은 있지만, 역시 당하는 입장을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그걸 작가의 입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그냥 독자의 판단에 맡길 따름이다.


  어쩌면 작가가 의도한 것은, 이런 책을 읽음으로 사법체계의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고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이 아닐까 한다.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이해까지는 않지만 수용하면서, 사회의 제도적 모순을 같이 해결해보자는 것이 아니었을까?


  물론 그러기에 피지도 못한 꽃, 어린 마리의 죽음은 너무도 슬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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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지음, 최인자 옮김, 제인 오스틴 / 해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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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작 - 제인 오스틴

  작가 -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제인 오스틴의 19세기 로맨스 명작 '오만과 편견'. 영국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것인지 사골 국물처럼 영화로 만들고, 만들고, 또 만들고, 드라마 만들고, 또 그걸 리메이크 하고, 현대 여성이 시공을 초월해서 자기만의 오만과 편견을 쓰더니만 이제는 좀비가 나오는 소설이 등장했다. 서양의 삼국지라고 하면 될까?


  이 소설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의 등장인물과 배경, 대사, 그리고 극의 전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엘리자베스와 제인, 리디아, 키티, 메리의 베넷 가 5자매와 빙리, 다아시, 위컴 등등의 등장인물이 그대로 나와서 기존의 소설과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비슷한 사건을 일으킨다.


  다만, 영국에 역병이 돌면서 죽은 자들이 다시 살아 돌아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베넷 가의 딸들은 중국에서 무술을 배워 마을을 지켜낸다. 아아, 소림사 출신의 영국 아가씨들이라니! 다섯 명이 만들어내는 공격진은 그야말로 베넷 가와 마을의 자랑이었다.


  그러던 중, 그곳에 영국에서 제일가는 신랑감 중의 하나인. 무술은 못하지만 돈만 많은 빙리가 마을로 이사 온다. 그리고 그를 따라 친구인 좀비 퇴치의 일인자이자 돈도 많은 역시 신랑감 후보 중의 한 명인 다아시까지. 마을은 두 일류 신랑감 후보의 등장으로 술렁이기 시작하는데…….


  오만과 편견을 보면 언제나 드는 생각은 빙리는 과연 이름 그대로 빙신인가 하는 문제였다. 그것은 뒤이어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확실히 느꼈다. 빙리는 확실히 빙신이었다. 아무래도 제인과 빙리는 원작 소설에서 베넷씨가 말하는 것처럼 하인들에게 사기당하기 딱 좋은 커플이었다. 그리고 여기서도 비슷하다.


  반면에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부부 싸움이 한번 일어나면 펨벌리가 박살날 것 같은 커플이다. 다 싸움이라면 남에게 뒤지지 않으니까. 하지만 부부가 다 만만치 않은 성격의 소유자인지라, 서로 조심하고 존중하면서 살아갈 것 같기도 하다. 적어도 부부 싸움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의 머리는 있으니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소설에서는 샬럿과 위컴이 너무나도 불쌍하게 묘사가 되었다. 샬럿이 무슨 죄가 있다고……. 위컴이야 거짓말과 루머 유포 그리고 돈보고 이 여자 저 여자 집적대긴 했다지만, 샬럿은 엘리자베스가 버린 떡을 주웠을 뿐인데. 게다가 그 떡은 그리 맛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혹시 엘리자베스의 현명함과 다아시의 재력 및 인품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을까? 그럴 바엔 차라리 샬럿의 남편을 그렇게 만들어 버릴 것이지!


  글을 읽으면서, 확실히 작가가 위컴을 무지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도 그가 별로라고 생각하긴 했다. 아니, 별로가 아니라 아무 많이 무지무지 싫다. 그래서 원작을 읽으면서 리디아는 과연 그런 위컴과 살면서 행복했을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리고 철없는 어린 시절의 행동이 평생을 발목 잡는다는 생각도.


  이 소설에서 무엇보다 재미있던 장면은 다아시의 고모님이 엘리자베스에게 조카에게서 떠나라고 말하러 오는 부분이었다. 원작에서는 엘리자베스의 자존심과 사랑에 대한 열정이 드러나 있는데, 이 글에서는 그것보다는 한 판 붙자는 경쟁 의식이 돋보였다. 일본 닌자 기술을 제일이라 여기는, 좀비 사냥의 대가인 캐서린 공작부인과 중국 무술을 배운 엘리자베스의 대결은 진짜 웃겼다.


  이런 소설은 패러디로 분류가 되겠지? 음, 이런 패러디라면 정말로 재미있고, 원작자도 좋아할 거 같다.


  조만간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진다는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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