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의 표제작인 ‘여자 없는 남자들’을 읽다가

가 밑줄을 그은 대목을 옮깁니다. 
소설 문장이 아니라 한 편의 산문시를 읽는 듯합니다.

시처럼 읽히라고 제 맘대로 줄 바꾸기를 했습니다.

감상해 보세요. 
 


..........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
그날은 아주 작은 예고나 힌트도 주지 않은 채,
예감도 징조도 없이,
노크도 헛기침도 생략하고
느닷없이 당신을 찾아온다.
모퉁이 하나를 돌면

자신이 이미 그곳에 있음을 당신은 안다.

하지만 이젠 되돌아갈 수 없다.
일단 모퉁이를 돌면
그것이 당신에게 단 하나의 세계가 되어버린다.
그 세계에서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로 불린다.
한없이 차가운 복수형으로.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그건 여자 없는 남자들이 아니고는
이해하지 못한다.(327쪽)

 

 

그 세계에서는 소리가 울리는 방식이 다르다.
갈증이 나는 방식이 다르다.
수염이 자라는 방식도 다르다.
스타벅스 점원의 응대도 다르다.
클리퍼드 브라운의 솔로 연주도 다른 것으로 들린다.
지하철 문이 닫히는 방식도 다르다.
오모테산도에서 아오야마 1가까지 걸어가는 거리 또한
상당히 달라진다.(331쪽)

 

- 무라카미 하루키, <여자 없는 남자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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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10-28 13: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책 중 이책이 가장 건전한 책이라고 하던데요.. 하루키는 여자 없는 세계를 우려했군요. 어느 책은 남자 없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내용이 있던데... 기억이 안 나네요. 작년에 읽었는데. 아, 정말 요즘엔 바로 뒤돌아서면 잊어버려요. 총명탕이라도 먹어야 하려나 봐요.ㅠ

페크pek0501 2017-11-02 12:41   좋아요 0 | URL
답글이 늦어서 미안합니다. 친한 친구가 부친상을 당해서 장례식장에 이틀을 갔더니 제가 제 할일을 못하고 사네요. 제가 이렇습니다. ㅋㅋ

저 위의 하루키 글은 시처럼 읽히라고 제 맘대로 줄 바꾸기를 해서 올린 것입니다.

저는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정도가 아니라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하고 낱말이 생각이 안 나서 친구와의 대화가 중단될 정도예요.
총명탕, 어디서 사 먹어야 하나요? 파는 곳 있으면 알려 주세요. 저에게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ㅋㅋ
고맙습니다.

프레이야 2017-10-28 2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루키의 다른 소설보다 이 단편집 좋더군요.
저 대목도 기억나는데요, 정말 하루키구나 싶더라구요.^^
오모테산도를 콕 찝다니 실감나지 않나요.

페크pek0501 2017-11-02 12:44   좋아요 1 | URL
답글이 늦어서 미안합니다. 프레이야 님이 오랜만에 댓글을 남기셨는데...ㅋ

오모테산도를 콕 찝어 말하니 더 글이 좋죠? 구체적일 때 더 좋은 문장이 되는 것 같아요.

님도 읽으셨다니 반갑네요. 저는 이렇게 한 박자가 아니라 몇 박자 늦게 읽는답니다. 이 책이 인기 있을 땐 읽을 생각도 안 하고 있다가...

고맙습니다. 자주 좀 봬요...

2017-11-01 1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2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2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3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