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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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가 지나쳐갈 때 아주 어린 흑인 하나가 몸을 돌려 나와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그가 내게 보여준 표정은 우리가 예상하는 그런 표정이 아니었다. 적대감이나 경멸을 드러내지도 않았고 시무룩하지도 않았으며 호기심마저 없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수줍은 흑인의 표정이었다. 대단히 깊은 존경이 담긴 표정이었다. 나는 그 이유를 안다. 이 가여운 소년은 프랑스 시민이라는 이유로 숲에서 끌려 나와 군대 주둔지에서 바닥을 문지르고 매독에 걸리면서도 백인 앞에서 정말 존경심을 느낀다. 백인이 그의 주인이라고 배웠고 여전히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러나 흑인 부대가 행군하는 모습을 본다면 어느 백인이든(...)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스쳐간다. ‘우리가 이 사람들을 얼마나 더 속일 수 있을까? 그들이 총구를 반대쪽으로 돌릴 때까지 얼마나 남았을까?’

 

- <천천히, 스미는>, 147~148쪽, 조지오웰이 쓴 ‘마라케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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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코멘트 :

역사가 말해 준다. 잘못된 것은 언젠가는 바로잡게 되기 마련이라는 것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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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경로석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발상부터가 웃기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노인이 서 있으면 젊은이가 양보하는 것이 당연하다. 노인이 힘겹게 서 있어도 경로석이 아니므로 자리를 양보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과 말이 통할 리가 없다.
대중교통에서 모든 좌석은 당연히 경로석이다.

 

-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 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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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코멘트 :

나의 고정 관념을 깨는 글이다. 난 왜 이런 글을 쓸 생각을 못했을까. 경로석이든 아니든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건 당연한 것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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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처럼 때로는 자기 자신과도 다르다.

 

- <장언과 성찰>, 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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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코멘트 :
내가 나답지 않을 때가 있듯이, 당신도 당신답지 않을 때가 있다. 우리는 타인에 대해서만 모르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다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안다고 착각할 뿐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인지 모르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갑질을 하는 사람인지 모른다.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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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6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7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크아이즈 2017-08-18 0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 번째 흑인소년 이야기, 팍 꽂히네요
수줍은 존경이 담긴 표정 ㅡ사진전을 둘러 보면 그런 모습 볼 때가 있는데 그들의 선량한 눈빛이 속이는 자를 향한 총구에도 쓸 수 있다는 것을 생각진 못했어요~

페크pek0501 2017-08-18 22:48   좋아요 0 | URL
다크 님, 오랜만의 출현이시네요. 반가워요. 잘 지내시죠?

˝그들이 총구를 반대쪽으로 돌릴 때까지 얼마나 남았을까?˝라는 표현을 저같은 사람은 할 수 없는지라 이런 게 바로 작가의 문장 기술이구나 생각했어요. 조지오웰은 문장력이 별로 좋지 않다고 평가 받는 작가인데도 말이죠.
같은 뜻을 담은 내용이라도 표현에 따라서 느낌이 다른데 요즘 저는 책 읽으면서 그 맛을 찾는 걸 즐기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신지 2017-08-18 0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이 사람들을 얼마나 더 속일 수 있을까? 그들이 총구를 반대쪽으로 돌릴 때까지 얼마나 남았을까?’

저도 요즘은 매사에 작용이 있으면, 응당 반작용이 있겠구나 싶은데, 조지오웰의 인용문, 강렬하네요. 그러고보니 항상 보관함에 있었으면서, 조지오웰 책은 아직 보지 못했네요.~

페크pek0501 2017-08-18 22:51   좋아요 1 | URL
신지 님, 안녕하세요?
조지오웰은 <1984년>같은 소설도 좋았지만 에세이는 에세이대로 좋더라고요.
뭔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작가 같아요.
저도 조지오웰의 책을 많이 찾아 읽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즐거운 불금은 보내지 있지 못하지만 금요일 밤은 참 좋습니다.
굿 밤 되세요.

한수철 2017-08-18 1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캬, 마지막 코멘트는 아주 뛰어난 아포리즘이네요.

그나저나, 오랜만에 댓글 남겨 봅니다. 뭐, 기분이 라이트한 금요일 오전이라서요.ㅎㅎ

페크pek0501 2017-08-18 22:54   좋아요 0 | URL
아포리즘... ㅋㅋ 그런 글을 좋아할 뿐 아니라 그런 글 좀 써 보고 싶은 사람입니다.
오랜만의 방문이라 영광스럽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오랜만에 옛 친구 세 분이 다녀가셨네요.
잊지 않고 찾아 주시니 반갑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자주 좀 보고 삽시다.(저부터...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