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올린 글 <책 이야기>는 고칠 곳이 많아 일단 내렸다. 급하게 쓴 게 문제였다. 그리고 글이 너무 길다. 자르고 고쳐서 다시 올릴 생각이다.(이번 달 안으로 되려나?)

 

 

이번 주는 추석 연휴로 바쁠 것 같다. 지방에 2박 3일 가 있어야 한다. 그 전에 친정에 차례 준비를 위해 마음 쓸 게 있다. 친정어머니에게만 맡길 수 없다. 시댁에도 마음 쓸 게 있다. 시어머님, 형님들(시누이들), 동서, 조카들에게 줄 선물을 사러 다녀야 한다. 퇴근길에 몇 가지씩 사야겠다. 벌써부터 마음이 바쁘다.

 

 

그래서 이번 주는 바쁠 것 같아 어제 글 한 편 올리고 끝~~~, 그러려고 급하게 올린 글이었다. 어쨌든 그 글에 공감을 눌러 주신 두 분께 그리고 이미 그 글을 본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그 두 분은 제가 다시 글을 올리면 공감을 꼭 눌러 주셔야 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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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죄송하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아 요즘 내가 좋아하는 책 <보르헤스의 말>에서 몇 개 뽑아 올립니다. 

 

 

아르헨티나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보르헤스가 한 말입니다.

 

 

우리는 승리를 얻을 수도 있고
재앙을 겪을 수도 있지만,
그 두 가지 허깨비를 똑같이 취급해야 해요.(5쪽)

 

 

 

난 의무적인 독서는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요.
의무적인 독서보다는 차라리 의무적인 사랑이나
의무적인 행복에 대해 얘기하는 게 나을 거예요.
우리는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해요.(13쪽)

 

 

 

지옥에 관해 말하자면, 난 지옥이 장소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지옥을 장소라고 여기는 이유는 단테를 읽었기 때문인 것 같은데, 난 지옥을 상태라고 생각해요.(28쪽)

 

 

 

내 삶은 실수의 백과사전이었어요. 실수의 박물관이었지요.(22쪽)

 

 

 

만약 내가 진정한 시인이라면 나는 내 인생의 모든 순간이 시적이라고 느낄 것이며, 주무르고 빚어서 형상을 만들어내야 하는 일종의 점토라고 느낄 거예요. 그러니 내 실수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군요.(23쪽)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윌리스 반스톤, <보르헤스의 말>에서.

 

 

 

 

(책은 넣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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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 2015-09-21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름대로 글에 혹시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고 공감을 누르는 편인데
글이 평소보다 길다고 느꼈지만, 이상한 건 못 느꼈습니다.
처음 부분과 나중 부분이 어조가 다르다는 것 정도.

인용하신 문장은, 만약 제가 이 책을 읽었다면
저도 분명히 밑줄을 그었을 것 같아요.
특히, 지옥과 실수에 대한 부분은 그가 불교에(종교가 아닌) 대해서도 서양인이지만 깊은 공감과 이해가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페크pek0501 2015-09-21 23:14   좋아요 0 | URL
앗, 얼마만인가요? 신지 님이 제 서재에 댓글을 쓰신 것이 몇 년만이 아니신가요?
반갑습니다. 그 글에 공감을 누르신 천사셨군요.ㅋ

원래 틀린 곳은 본인만 잘 아는 법이고(그러면서 사실 본인이 제일 모르죠.)
글을 읽는 분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저도 다른 사람의 글에선 뭐가 틀렸는지 못 잡아냅니다.

보르헤스의 말이 위안을 줍니다.
1. 그에 따르면 승리란 성공이란 다 허깨비처럼 가치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주는 위안 한 줄이죠.
승리(또는 성공)해야 행복한 것 아니고 행복해야 행복한 것이죠.
성공하면 더 성공하고 싶어서(더 갖고 싶어서) 오히려 불행의 늪에 빠지기도 하지요. 모 기업의 왕자의 난에서 보듯이.

2. 보르헤스 같은 대문호의 삶도 실수의 박물관이라는데 저 같은 사람이
실수하는 건 얼마나 당연한 일이겠습니까. 그래서 또 위안을 받습니다.
실수하는 게 당연한 거라서 사과할 필요가 없는 거라고 보르헤스는 말하는군요.
그러니 제가 글이 잘못되어서 내리는 실수도 괜찮은 거지요.

이래서 제가 책을 좋아하나 봅니다. 제 마음을 다독여 줘요.

그 문제의 글은 제목부터 틀렸답니다. 문학적 사유를 만나는 책, 이라고 해놓고
문학적 표현이 좋은 문장만 뽑아 옮겼어요. 문학적 사유가 느껴질 만큼 깊은 생각이 담겨 있는 문장을 뽑았어야 했어요. 그리고 몇 군데 더 수정할 곳이 있어요.ㅋㅋ
일단 쉬고 싶어서 글을 내렸어요. 그 긴 글을 쓰느라 힘들었기에 수정은 다음에 하고 싶더군요.

어쨌든 첫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좋은 시간으로 가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

[그장소] 2015-09-21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저도 곧 읽을겁니다.만..(아..읽을 세계가 많아 행복) 그 맛을 일단 뵈주신 것을 영광으로 알고..^^ 이 주도 평안하시길..

페크pek0501 2015-09-21 23:18   좋아요 1 | URL
그장소 님, 고맙습니다.
으음~~ 위에 제가 쓴 답글 보시면 아시겠지만 보르헤스의 말을 읽으면
위안이 되고 제가 생각이 깊어질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 좋습니다.
문학에 대해서, 시인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뭔가 배우는 것 같거든요.
보르헤스의 통찰력에서 얻어지는 깨달음이 저는 좋더라고요.
나중에 좋은 문장을 뽑아 또 올리게 될 거예요. 그때도 봐 주시길 바랍니다.

cyrus 2015-09-21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말하자면, 저번에 쓰신 글이 너무 길어서 안 읽었어요. ㅎㅎㅎ 저는 너무 짧은 것도, 너무 긴 글은 안 읽는 편이에요. ‘좋아요’도 안 눌러요. 글을 쓰는데도 읽는 사람을 배려하는 페크님의 모습이 보기 좋아요. ^^

페크pek0501 2015-09-21 23:20   좋아요 1 | URL
하하하~~~ 시루스 님은 너무 솔직하시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글이 길면 부담이 되긴 하죠? 이걸 언제 다 읽고 댓글을 쓰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사람들 생각이란 게 다 비슷한 것 같아 재밌습니다.
좋게 봐 주셔서 무엇보다 감사합니다. 올렸다가 내렸다고 짜증 내실 분 있을까 봐
신경 쓰였거든요.

앞으로도 좋게 봐 주세요. 귀여운 실수, 로 봐 주시면 좋고요.
제가 귀여울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ㅋ

페크pek0501 2015-09-21 2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가 댓글 :

생각해 보니 제가
올렸던 글을 내린 것이 이번이 두 번째인 것 같습니다.(제 기억으론.)
겨우 두 번째예요.
블로거 활동 6년 8개월쯤 되었는데 두 번이라면 양호한 편이 아닌가요?

[그장소] 2015-09-22 18:35   좋아요 0 | URL
자신의 글에 책임을 지는 모습으로 보여 너무 좋았는데^^ 화이팅입니다!

2015-09-30 0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30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