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나 드라마 작가에 대해 감탄할 때가 있다. 결혼을 해 본 적이 없는 작가가 부부 갈등이나 고부간의 갈등 또는 외도 등에 대해 잘 그려 내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업에 실패해서 폐인이 되어 본 적이 없는 작가이면서도,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아 본 적이 없는 작가이면서도, 노동자의 삶을 살아 본 적이 없는 작가이면서도 그런 삶의 모습을 잘 그려 내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체험하지 않았으면서도 온갖 것을 다 체험한 듯 인간의 사실적 모습을 탁월하게 그려 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혹시 작가는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을 직접 만나 취재했을까? 노동의 현장에서 일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공감하기도 하면서 삶의 체험이 쌓이게 했을까?
만약 그런 게 아니라면 ‘체험 부족’을 뛰어넘을 만큼 관찰력과 상상력과 통찰력이 뛰어난 것이겠다. 이런 게 바로 ‘작가적 재능’이리라.
글을 잘 쓰려면 둘 중에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다. 삶의 체험이 많든지 작가적 재능(관찰력, 상상력, 통찰력 등)이 있든지.
이것도 저것도 없는 사람은 글쓰기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작가적 재능이 없고 삶의 체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 글쓰기의 한계를 극복할 방법은?
작가적 재능은 노력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므로 ‘독서하기’밖에 없을 것 같다. ‘남의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드는 행위’로서의 독서를 하면 되지 않을까.
이 글과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글.
기술만으로는 훌륭한 글을 쓰지 못한다. 글 쓰는 방법을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내면에 표현할 가치가 있는 생각과 감정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훌륭한 생각을 하고 사람다운 감정을 느끼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그런 삶과 어울리는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 기술만으로 쓴 글은 누구의 마음에도 안착하지 못한 채 허공을 떠돌다 사라질 뿐이다.(264쪽)
-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누구든 노력하고 훈련하면 비슷한 수준으로 해낼 수 있다.
논리 글쓰기는 문학 글쓰기보다 재능의 영향을 훨씬 덜 받는다. 조금 과장하면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안도현처럼 시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누구든 노력하면 유시민만큼 에세이를 쓸 수는 있다.(59쪽)
-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위의 인용문을 이렇게 읽었다.
훌륭한 글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만 필요한 게 아니라 어떤 생각과 감정이 필요하다는 것. 생각과 감정은 삶과 연관이 있으므로 결국 삶으로 글을 쓴다는 것. 그러므로 올바르게 살아야 글을 잘 쓰게 된다는 것.
노력하면 시나 소설을 잘 쓰게 되는 건 아니지만 에세이나 서평은 잘 쓸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쓰고 보니 머릿속 생각이 정리가 됩니다. 내가 쓰고 싶은 것은 시나 소설이 아니고 에세이나 서평이니까 희망을 가져도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