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에게 글쓰기에 대한 책을 몇 권 뽑아 달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에게 권한 것 중 하나가 배상복 저, <문장기술>이란 책이다. 내가 예전에 공부했던 책이고, 또 학생들에게 문장을 고치는 요령에 대해 수업할 때 사용하던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뽑아 정리를 해 보았다. 복습한다는 생각으로 나를 위함이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을 위함이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은 구판이라서 이 책에서 뽑았고, 현재 개정증보판이 나와 있음을 밝힌다.)

 

 

 

 

군더더기 없애기

 

 

글에서 군더더기란 없어도 되는 쓸데없는 표현을 말한다. 뱀을 다 그리고 나서 있지도 않은 발을 덧붙여 그려 넣는 것을 뜻하는 사족(蛇足)과 같은 것이다. ‘~이다’를 ‘~라 하지 않을 수 없다’로 하거나 ‘~하는 과정을 통해’라고 하는 등 아무 의미 없이 글을 늘어지게 함으로써 볼품없이 만들고 긴장감을 떨어뜨린다.(20쪽)

 

 

군더더기가 있느냐 없느냐는 글 쓰는 능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좋은 문장일수록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는 특징이 있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항상 간결하게 써야 한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21쪽)

 

 

 

 

모의고사를 통해 나타난 약점을 파악해 보강하는 과정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다시 공부하면 성적을 많이 끌어올릴 수 있다. - 고칠 문장.

 

모의고사에서 나타난 약점을 파악해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면 성적을 많이 끌어올릴 수 있다. - 고친 문장.

 

- <문장기술>, 22쪽~23쪽.

 

 

 

 

 

수식어 절제하기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아주’ ‘상당히’ ‘많은’ 등 수식어를 마구 덧붙이는 경향이 있으나 수식어가 많으면 문장이 늘어지고 읽기가 불편해진다. 수식어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글이 어설퍼 보기기도 한다. 문맥이나 글의 전체적 내용으로 자신의 의도를 전달해야지 수식어를 많이 붙인다고 의미가 뚜렷해지는 것은 아니다.(26~27쪽)

 

 

꼭 필요한 수식어만 남기고 나머지는 빼야 깔끔하고 부드러운 문장이 된다. 여러 개의 수식어가 한꺼번에 나열되거나 긴 수식어가 올 때는 따로 떼어 내 별도의 문장으로 만드는 것이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쉽다.(27쪽)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그의 연인이 세상의 다른 어느 누구보다 멋있어 보이고 그가 하는 행동 ‧ 말 등 모든 것이 정말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 고칠 문장.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그의 연인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 멋있어 보이고 그가 하는 행동 ‧ 말 등 모든 것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 고친 문장.

 

- <문장기술>, 27쪽.

 

 

 

 

 

단어 중복 피하기

 

 

글쓰기 훈련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사람의 글일수록 단어의 중복이 눈에 많이 띈다. “~어떤 경우에는 ~한 경우가 있으며, 이 경우 ~한다”는 식으로 같은 단어를 반복 사용함으로써 문장을 볼품없이 만든다. 요령을 부려 “어떤 경우에는 ~한 예가 있으며 이때는 ~한다”로 적당히 바꾸면 부드러운 문장이 된다.(37쪽)

 

 

이처럼 반복되는 단어를 의미상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다른 낱말로 바꾸어 주거나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생략하면 어느 정도 중복을 피할 수 있다. 무심코 글을 쓰다 보면 같은 단어가 겹쳐 나오기 쉬우므로 다 쓰고 난 다음에는 불필요하게 중복된 것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37쪽)

 

 

 

 

아직은 고객이 많지 않지만 문의가 많아지고 찾아오는 손님도 많아지고 있어 전망이 밝다. - 고칠 문장.

 

아직은 고객이 많지 않지만 문의가 늘어나고 찾아오는 손님도 증가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 - 고친 문장.

 

- <문장기술>, 39쪽.

 

 

 

 

 

 

 

 

 

 

이 책은 재미를 추구하시는 분은 사 보지 마시길... 뭔가 공부가 되는 책을 읽고 싶은 분만 사 보시길... 글을 문법에 맞게 쓰고 싶은 욕구가 강한 분은 꼭 사 보시길...

 

 

         

 

          <개정증보판>                        <구판>

 

 

 

 

저자의 다른 책들도 있다. 배상복 저자는 신뢰할 만한 저자라서 다음의 책들도 함께 넣는다.

 

 

 

 

 

 

 

 

 

 

 

 

 

 

 

2.

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넌, 글을 아주 쉽게 쓰는 것 같아. 너의 장점이야.”

 

 

내 글을 보면 내가 아주 쉽게 쓰는 것처럼 보이나 보다. 내 대답은 이랬다.

 

 

“그건 니가 잘못 안 거야. 나, 글 되게 어렵게 써. 얼마나 고치는데. 그래서 글 한 편 쓰고 나면 탈진해.”

 

 

나도 내가 글을 쉽게 쓰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다. 쉽게 쓰는 능력이 내겐 없다.

 

 

지난 4월 9일에 올린 단상(58)의 글은 간단한 글이다. 글이 길지 않고 구성도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이 글을 완성하기까지 고치고 또 고쳤다. 비교적 짧은 이 글을 완성하기까지 내가 무엇을 어떻게 고쳤는지를 보여 준다면, 비교적 긴 글은 말할 것도 없겠다.

 

 

그러면 내가 고친 부분이 있는 문장들을 공개한다. (괄호 안의 것이 고친 것을 뜻함.)

 

 

1) 얼마 전에 대학 동창인 친구가 불러내어 나간 자리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두 사람이 나와 있었다.

 

 

- ‘그’가 부자연스러웠다. ‘그’는 앞에서 이미 이야기한 대상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어서 첫 문장에 ‘그’를 넣는 것은 틀렸다고 본다. 그래서 ‘그’를 뺐다.

 

 

 

2) 그 두 명 중 한 사람이 고등학생 시절에 글을 잘 쓰는 사람으로(애로) 유명했다고 한다.

 

 

- 고등학생 시절이므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잘 쓰는 애’가 맞다. 그리고 친구가 한 말을 떠올려 보니 ‘글을 잘 쓰는 애’라고 했던 게 기억나서 ‘사람으로’를 ‘애로’로 고쳤다.

 

 

 

3) 친구가 내게 “네(니) 블로그 얘한테 말해 줘. 얘가 글을 잘 쓰는 애거든.”이라고 말했다.

 

 

- 처음엔 ‘네’라고 썼는데, 친구가 한 말을 현장감이 느껴지게 그대로 쓰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네’를 ‘니’로 고쳤다.

 

 

 

4) 얼마 전에 대학 동창인 친구가 불러내어 나간 자리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두 사람이 나와 있었다. (…) 지금은 직장에 다니느라 글 쓸 여유가 없을뿐더러 아예 글쓰기를 잊고 산다고 한다. 나는 그런 그에게 내 블로그의 주소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때 나는 왜 가르쳐 주지 않았을까.

 

 

- 밑줄을 친 부분을 둘째 문단의 첫 문장으로 썼다가 그것보다는 첫 문단의 마지막 문장으로 쓰는 게 낫다 싶어서 위처럼 위치를 옮겼다. 그 이유는 독자로 하여금 생각해 보게 하기 위해선 문단을 띄우는 게 좋을 것 같아서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이 바로 나오지 않게 여백을 두고 싶었던 것이다.

 

 

 

5) 괜히 실속 없는 글쓰기에 기웃거리지 말고.’하는 생각으로(마음으로) 내 블로그에 들어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나중에 생각했다.(깨달았다.) ‘아, 나는 글쓰기를 실속 없이 에너지만 소모하는 일로 알고 있구나.’라고.

 

 

- 처음엔 ‘생각으로’와 ‘생각했다’로 썼는데, ‘생각’이란 낱말이 중복 사용되어 거슬렸다. 그래서 ‘생각으로’를 ‘마음으로’로 고쳤고, ‘생각했다’를 ‘깨달았다’로 고쳤다. 고치고 보니 더 적합한 것 같았다. ‘생각’이란 말이 다른 문단에서도 나오므로 이렇게 고치는 게 좋을 것 같다.

 

 

 

6) 작가가 되기보단 지금처럼 작가를 흠모하 글 쓰는 취미를 즐기 돈벌이 직업을 따로 갖고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 이번엔 고친 문장만 옮겼다. 문장을 이처럼 열거할 땐 고 - 며 - 다 의 순서로 쓰는 게 좋다.

 

 

 

7) 테니스 선수보다 테니스를 취미로 가진 사람이 낫고 골프 선수보다 골프를 취미로 가진 사람이 나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이유가 두 가지 있다.)

 

 

- ‘두 가지 이유가 있다.’보다 ‘이유가 두 가지 있다.’가 더 나은 것 같아 고쳤다.

 

 

 

8) 그것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만 두고 싶을 땐(싫증이 나면) 언제든지 부담 없이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이다.

 

 

- ‘그만 두고 싶을 땐’보다 ‘싫증이 나면’이 더 구체적이라서 좋은 것 같아 고쳤다.

 

 

 

9) 이런 자세를 갖는다는 것은 공부의 결과를 떠나서 그 자체로도 기분 좋고 의미 있는 일이다.(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의미 있는 일이다’를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로 고쳤다. 의미 있는 일이라고 단정하기보다 내 개인적인 생각을 쓰는 듯한 표현이 더 알맞다고 보기 때문이다.

 

 

 

10) 요즘도 신문에서 좋은 칼럼을 발견하면 가위로 오려서 여러 번 읽어 보는 버릇(습관)이 있다.

 

 

- ‘버릇’이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쓰일 때가 있어 거슬려서 ‘버릇’을 ‘습관’으로 고쳤다.

 

 

 

 

 

이상이 ‘단상(58) 글쓰기는 직업보다 취미로 좋아’에서 내가 고친 것들이다. 남들은 글을 어떻게 고쳐서 완성하는지 궁금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많은 이들이 초고를 고치고 또 고치는 작업을 함으로써 한 편의 글을 완성할 것이다. 나도 그렇다. 한 번에 짠~하고 쉽게 써서 완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마지막으로 나를 포함하여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글에 대해 혹독한 비평가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글에서 장점을 찾기보다 결점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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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4-15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언냐, 저 책 보니 넘흐 반갑네요.
저도 요즘 모 고등학교 글쓰기 특강 나가는 중인데 저 책 일부를 교재로 삼고 있거든요.
글쓰기 기법 교재들이 엇비슷한데 하나만 집중 파고 들어도 기본은 먹고 들어가요.
근데 사람들은 잘 쓰고 싶어 하면서도 정작 저런 교재를 안 파고 들어요.
제가 볼 땐 글 쓸 욕심이 있는 분들은 한 번씩 본인에게 맞는 교재를 탐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속시원한 글쓰기 - 오도엽 것도 아해들한테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어요.

저는 그래요. 제가 스스로 글쓰기에 좌절하는 건 제 글 자체라기 보다
언제나 잘쓴 사람들이 주변(알라딘 포함)에 넘쳐나기 때문이랍니다.
비교우위의 잘 된 글들이 저를 절망의 나락으로 끌어당깁니다. 그걸 극복하려면 역시 피나는 연습 밖에 없겠지요. 언니는 분명 제가 부러워하는 잘 쓰는 부류면서
그런 고민을 하니 더 존경스럽지 뭡니까!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앞서가는 페크님과 뒤따르는 저를 위해~~

페크pek0501 2013-04-15 17:33   좋아요 0 | URL
아, 누가 앞서간다고 그러세요??? 고무적인 댓글이에요, 감사하게도...
저도 님을 위해 파이팅을 외칩니다. 순전히 님을 위해서!!!!!
정말 주변에 글 잘 쓰는 분들이 넘쳐나서 기죽어요. 공감합니다. ^^

아, 피나는 연습... 또 연습.... 또 연습... 또 연습... 또 연습... 할꼬예요.
연습만이 제가 살 길 같아요. ^^ 물론 연습도 즐겨야지요.

테레사 2013-04-18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펙님, 정말 좋은 글입니다. 저 역시 항상 문장을 잘 쓰고 싶고,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인데, 늘 절망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이 책,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글잘쓰는, 문장력 좋은 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많이 도와 주세요.

페크pek0501 2013-04-19 14:57   좋아요 0 | URL
아, 오렌만입니다. 반갑습니다. 우리 초면이 아니지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그런데 도와 달라니요. 저도 힘이 없답니다. ㅋㅋ
글 쓰는 취미가 특기가 된다면 정말 좋겠죠?
열심히 하는 사람을 이길 자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좋은 봄날을 보내세요. ^()^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