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저, <새로운 무의식>을 다 읽었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이어서 꼼꼼히 읽었다. 기억해 두고 싶은 글엔 밑줄을 그었고 내 느낌이나 생각을 적어 놓았다. 우리의 자기 인식은 얼마나 정확할까? 이 책을 읽고 ‘나는 나를 모른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 <새로운 무의식>의 리뷰를 쓰려고 마음먹고 있는데, 시작하게 되질 않는다.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해 보니 리뷰를 쓰는 게 부담스러워 그런 것 같다. 한 권의 책 전체를 관통하여 써야 하기에 리뷰를 쓰는 건 어렵다. 그래서 그동안 리뷰보단 비교적 쉽게 느껴지는 페이퍼 형식의 글을 쓰게 되었나 보다.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 이거 언제 없어지려나. 어깨에 힘 좀 빼자, 대충 써도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아닌데, 내가 뭐 작가처럼 잘 써야 하나... 여기까지 생각하다가 웃었다. 히히~~. ‘작가는 아니되 작가처럼 쓰기’가 내가 지향하는 태도라는 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이것도 과대망상이라고 해야 하나.
- 그러나 나의 과대망상은 심각하진 않다. 신영복 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다시 읽으며 저자의 깊은 사유에 감탄하며 기죽었으니까. 이 정도로 글을 잘 쓰려면 얼마나 공부를 해야 할까.
- 그저께 친구 모임에 나갈 때는 지하철을 탔는데, 집에 올 땐 택시를 탔다. 택시요금이 5,860원이 나왔다. 택시 기사에게 만원을 내면서 “그냥 6,000원 받으세요.”라고 말해서 4,000원을 거스름돈으로 받고 내렸다. 140원을 덜 받은 것, 내가 잘한 일일까. 나처럼 푼돈을 챙겨 받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상상해 보니, 잘한 일이 아닌 것 같다. 만약 어떤 사람이 십 원짜리도 다 챙겨 받으려 하면 택시 기사가 불쾌하다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남들은 몇 십 원 정도는 챙기지 않던데 손님은 유별나시네요.” 그러면 잘못한 것이 없는 사람(손님)이 욕을 먹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결국 나는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어떤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개인의 행동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생각해 볼 일이다.
- 한 친구가 말했다. 내가 여전히 스타일이 아줌마 같지 않다고. (살이 찌지 않아 그런가 보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내 눈이 탁해졌고 내 피부가 까칠해졌다고 한다. 내가 20대였을 땐 맑은 눈과 좋은 피부가 돋보이는 애였다고 한다. 나한테 그런 강점이 있었나. 그런 강점을 이제야 말해 주다니, 진작 말해 주지... 나이가 들어 눈이 탁해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고, 피부라도 윤기가 흐르게 해야겠다 싶어서 매일 밤 우유로 세수를 하고 씻어 내기로 했다. 나 아직 여자가 맞는가 보다. 옷 사거나 멋 내는 걸 귀찮아해서 이젠 여자가 아닌 줄 알았다. 그런데 우유로 세수하는 것, 며칠이나 가려나.
- 봄이다. 푸짐하게 퍼져 있는 봄 햇살이 눈부신 세상을 만들어 내는 봄이다. 요즘 따뜻한 햇살을 가득 등에 받으며 걷곤 하는데, 워낙 추웠던 겨울을 보내서 그런지 봄 햇살이 ‘하늘이 주시는 선물’ 같아서 감사한 마음으로 실컷 누려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또 봄은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므로, 머지않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므로 봄 햇살을 많이 받아서 비타민 D를 보충해야지.
- 오늘 내 머릿속에서 빙빙 도는 글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그것들을 옮긴다.
.............................
옮깁니다.
요가를 가르치는 사람들은 오랜 세월 동안 계속 이렇게 말해왔다. “몸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오늘날의 사회 신경과학은 그 처방을 지지한다. 심지어 몇몇 연구는 그보다 더 나아가, 우리가 적극적으로 행복한 사람의 육체적 상태를 취하면 실제로 행복한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으라는 것이다. 나의 막내아들 니콜라이는 이 사실을 본능적으로 이해한다. 언젠가 농구를 하다가 희한한 사고로 손이 부러졌을 때, 아들은 갑자기 울음을 멈추더니 웃기 시작했다. 통증이 올 때 크게 웃으면 한결 낫다는 것이었다. 아들이 재발견한 오래된 지혜, “그런 척하다 보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는 격언은 오늘날 과학 연구의 진지한 주제이다.
-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저, <새로운 무의식>, 255쪽~256쪽.
|
“그런 척하다 보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고요? 작가인 척하고 글을 쓰다 보면 실제로 작가처럼 글을 잘 쓰는 날이 오겠군요.
자신이 예수라고 믿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지만, 자신이 NBA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믿거나, (스티브) 잡스처럼 자기 회사에서 쫓겨난 수모를 딛고서 언젠가 돌아갈 수 있다고 믿거나, 자신이 훌륭한 과학자나 작가나 배우나 가수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좋을지도 모른다. 믿음이 완벽하게 현실이 되지는 않더라도, 자신에 대한 믿음은 인생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긍정적인 힘이다.
-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저, <새로운 무의식>, 294쪽.
|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미래를 내다보면서 점을 이어나갈 수는 없다. 나중에 뒤를 돌아보면서 이을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점들이 미래에 어떻게든 이어져 있다고 믿어야만 한다.” 자신의 앞길에서 점들이 이어져 있다고 믿으면, 설령 남들이 가는 길에서 벗어나는 결과가 되더라도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마음을 따를 수 있다.
-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저, <새로운 무의식>, 294쪽.
|
심리적 문헌에는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착각‘이 -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 이득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가 수두룩하다.
-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저, <새로운 무의식>, 295쪽.
|
이만하면 긍정적인 착각을 좀 해도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