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좋은 시

오늘 어느 블로그에 들어갔더니 다음의 시가 마음을 끌어 훔쳐 왔습니다. 그대로 옮깁니다.

지금은 머릿속에서 온갖 꽃들이 시드는 오후다
공원 벤치에 홀로 앉아
이상한 말들을 중얼대는 오후다
몇 시인가 시계를 들여다 보니
고요와 소요가 정확히 반으로 나뉘는 시간이다

(이상하게 말하기, 부분) - 눈앞에 없는 사람 ㅣ 심보선 지음

요즘 이 시집이 많이 팔리고 있어요. 그만큼 좋은 시가 많은 모양입니다. 이 시집의 리뷰를 쓰신 블로거님의 글에서 가져왔는데, 그 블로거님이 이해해 주시겠지요. 제가 양심은 있어서 댓글은 남기고 왔으니까요.

(여러분은 머릿속에서 온갖 꽃들이 시드는 오후를 맞고 있습니까, 아니면 머릿속에서 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오후를 맞고 있습니까?) 오늘 결혼식장에 들어서는 신랑신부들은 아마 머릿속에서 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오후를 맞고 있겠지요.

(당신은 고요와 소요가 정확히 반으로 나뉘는 시간을 맞고 있습니까, 아니면 기쁨과 슬픔이 정확히 반으로 나뉘는 시간을 맞고 있습니까?) 저는 졸업한 학교마다 기쁨과 슬픔이 정확히 반으로 나뉘는 시간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만,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저는 이 시를 보고 감탄했습니다. 
 
 

2. 좋은 영화 

늦여름입니다. 어젯밤에 <세 얼간이>라는 영화를 보러 갔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니 밤12시가 넘었습니다. 늦여름의 시원한 밤바람이 얼마나 좋았던지 길에서 두 팔을 벌려 바람을 맞았습니다.(누가 봤다면 돌았다고 했을 것임) 그렇게 늦은 시간에 길을 걷는다는 게 즐겁기도 했어요. 다른 날 같았으면 벌써 잠이 든 시간입니다. 저의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극장이 있어서 영화를 자주 보게 됩니다. 이 영화, 참 재밌습니다. 안 보신 분은 꼭 보시길...

이 영화의 메시지는,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행복하다는 것, 그리고 그럴 때 성공도 따른다는 것입니다. 이 간단한 얘기를 그러나 흥미진진하게 풀어내서 볼 만합니다. 청소년들에게도 교훈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권할 만합니다. 무엇보다 유쾌하도록 하하하 웃으며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제가 본 것 중에서 <7광구>보다 훨씬 재밌고 <써니>보다 조금 더 재밌고 <캐리비안의 해적>만큼 재밌습니다. 

<7광구>는 스릴이 지나쳐 지루하지 않고 집중력은 갖게 하나 관객으로 하여금 스트레스를 너무 받게 하여 또 보고 싶지 않은 영화. 괴물과 싸우는 주인공이 다칠까 봐 조마조마하게 만들기 때문. 

<써니>는 단순한 시나리오지만 연출이 뛰어나 기분좋게, 신나게 감상하게 하는 영화. 마치 신나는 음악 감상을 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좀 작위적인 결말이 흠이다.

<캐리비안의 해적>은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유머러스한 장면이 펼쳐져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볼 수 있는 영화. 특히 인어아가씨가 출현하는 신비로운 장면은 압권이다. 또 봐도 좋을 듯.  

<세 얼간이>는 의미 있게 교훈적이고, 눈물 나게 할 정도로 감동적이면서도, 유쾌하게 웃게 만드는 영화. 또 봐도 좋을 듯.

..............................

댓글로 쓰기 시작하다가 글이 길어져 그냥 페이퍼로 올립니다.

제겐 짧게 쓰는 기술은 없는 듯합니다. 쓰다 보면 자꾸 길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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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8-29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뭐가 길다고 그러십니까?
저만 할까요.ㅎ
영화 많이 보시네요.
전 귀찮아 개봉영화 언감생심이고 지나간 영화 IP TV로 봅니다.ㅋㅋ

페크pek0501 2011-08-30 10:22   좋아요 0 | URL
반가운 손님, 환영합니다.

이 글이 댓글로는 길고 페이퍼로는 짧지요? 댓글로 썼더니 너무 길어져서 옮겼어요. 저의 집에서 극장 간판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데에 극장이 있어서 영화보기가 쉬워요. 멀다면 자주 못 봤을 거예요.

스텔라님은 영화리뷰를 길게 쓰는 게 아니라 실속 있게 영양가 있게 쓰시는 거죠.
저도 시나리오에 관심 많아요. 시적인 대사도 좋지만 사유 깊은 대사는 외우고 싶어지죠. 사실은 영화리뷰 써 보려고 영화 관련 서적을 한꺼번에 5권이나 샀었는데, 지금까지 영화리뷰를 한 편도 못 썼다는 것.ㅋ 저는 칼럼이나 쓰고 스텔라님의 영화리뷰 감상이나 해야겠어요.

순오기 2011-08-29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저녁상을 물리고 편안한 휴식을 즐기는 밤입니다.^^
시인은 정말 대단해요, 저런 표현을 잡아내다니...
오늘 독서회원이 '세 얼간이'재밌다고 추천하기에 금욜 심야로 볼까해요.

페크pek0501 2011-08-30 10:24   좋아요 0 | URL
고향손님 같은 반가운 손님이 오셨네요. 제게 용기를 주신 분이기도 하고요.
처음 저와 비슷한 연령이신 걸 알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그래서 순오기님의 무궁한 발전을 늘 응원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시길...

그저께 극장에서 영화 보다가 갑자기 순오기님 생각이 났어요. 방문해야겠다고 하면서...

2011-08-29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30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31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신지 2011-08-29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물과 싸우는 주인공이 다칠까 봐 조마조마하게 만들기 때문.

ㅡ> 그런 것에 스트레스를 받다니. 주인공이 안 다치면 화나죠ㅋㅋ 그런데 제가 아는 사람 중에도 칼로 찌르거나 고문 장면 같은 거 나오면 못보고 나가버리는 사람이 있어요.

저는 안 됐거나 아픈 사람이 나오는 '다큐'는 ㅡ 예를 들어 인간시대 ㅡ 같은 걸 도무지 못보겠더군요. 너무 실감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다들 잘 보고 감동을 받으면, 저는 이해가 잘 안 됐었는데, 저걸 어떻게 견디며 보는 걸까 싶었죠. 나중에 생각해보니 사람마다 감정이입하는 부분이 달라서 그런가 봐요. 반면 영화로는 웬만큼 긴박하고 잔혹해도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걸 보면 아무리 현실감이 있어도 영화는 영화로 느껴지나 봐요.

페크pek0501 2011-08-30 10:30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죠?

저도 아픈 환자 나오는 프로는 채널을 돌리게 돼요. 저는 친구도 행복해 죽겠다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전 그런 친구에 대해 질투 안 해요. 보면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7광구 같은 영화는 정말 다시 보고 싶지 않아요. 보는 내내 정신적으로 고단했어요. 처음으로 생각한 건데, 딴 생각 못하게 사람을 강하게 집중시키는 영화가 꼭 좋은 영화인가, 가끔은 옛 추억을 더듬으며 볼 수 있는 영화도 좋은 게 아닌가, 생각 들었어요. 써니처럼요.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고교시절을 떠올리게 되죠. 아련히 추억에 젖게 해요.

신지 2011-08-31 01:43   좋아요 0 | URL
저는 pek님의 다른 글에서 이 말에 굉장히 공감이 되더군요. ㅡ "꿈을 향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 내게 이런 여유가 있다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자기의 꿈을 웃으며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은 느긋하다. "

저도 경쟁심이 많은 사람은 간혹 부담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시기심 질투심은 남과 비교하거나 경쟁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pek님의 글들을 보면 노력한다기보다 무언가 그것을 자신이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저는 그점이 좋아 보였어요. 영화 본 건 적어 놓는데 지금 보니까 마지막으로 극장 간 게 작년 12월에 '부당거래'네요. 올해는 한 번도 극장에 못 가봤다니, 초딩때 이후 처음인듯 ㅠ

실은 (글도 반갑지만) pek님 이런 가벼운 페이퍼는 처음이어서 무척 반가웠어요. 꼭 칼럼이나 단상이 아니어도 이번처럼 가볍게라도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11-08-31 0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31 0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