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대로글> 논문은 끝났고 새해는 밝았다
1.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석사논문이 완성되어 끝이 났다. 에이포 용지 백 장쯤 되는 분량의 논문이었다.
처음엔 어떤 목표에 의해 학위가 필요해서 논문을 쓰기 시작했는데, 몸이 점점 지쳐 가면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포기하자니 나의 무능력과 게으름 때문에 논문 하나 끝내지 못했다는 열등감이 꼬리처럼 내 삶을 따라다닐 것만 같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데 논문을 반 이상 쓴 다음부터 나를 지배한 생각은 다른 것, 오직 하나였다. ‘꼭 논문을 완성하고 싶다’였다. 다른 이유가 없었다. 그저 완성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은전 한 닢’이란 수필이 있다. 늙은 거지 하나가 은전 한 닢을 애지중지하였다. 그 거지가 그것을 애지중지한 이유는 이러하였다.
“... 나는 한푼 한푼 얻은 돈에서 몇 닢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 마흔여덟 닢을 각전닢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다양(大洋)' 한푼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돈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렸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돈을 만들었단 말이요? 그 돈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피천득 저, <은전 한 닢>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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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거지가 은전 한 닢을 갖고 싶었던 것은 무엇을 사고 싶다거나 무엇을 먹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은전 한 닢이 갖고 싶다’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논문을 반 이상 쓴 다음부터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학위의 필요성이나 열등감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꼭 논문을 완성하고 싶다’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거지처럼 나도 자기만의 ‘생각의 감옥’에 갇혀 지냈다. 그 감옥에는 타인의 시선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그곳은 조용하고 고독했다. 밖에선 눈이 온다고 외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밖에선 크리스마스라고 외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의 감옥은 조용하고 고독했다. 그 세계는 아주 작으면서도 큰 우주였다. 나는 그 세계에서 논문이 완성되기 전까지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었다.
우리는 때때로 자기만의 ‘생각의 감옥’에 갇혀 지내곤 한다.
2.
새해가 되었다.
새해에 바라는 나의 가장 큰 소망은 한 가지.
‘밥 잘 먹고 잠 잘 자는 것’이다.
입맛을 잃을 정도로, 잠을 설칠 정도로 괴롭거나 슬픈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입맛이 달고 잠이 달다면 건강 걱정, 가족 걱정, 돈 걱정, 그 밖의 걱정이 없는 삶이다.
내가 너무 큰 걸 바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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