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대로글> 서울입니다 2
누군가가 말하기를, 이 더운 여름엔 그냥 살아 있는 것만 해도 큰일을 하는 것이랍니다. 날씨가 덥다고 글도 읽지 않고 일도 하지 않고 게으르게 사는 사람들이 들으면 위로가 되는 말이지요.
살아만 있어도 큰 일을 한 것이라는 이 계절에 저는 서울로 이사를 했답니다. 이사한 지 9일째. 더워서 더 힘들게 느껴졌는데, 요즘 좀 시원해졌네요.
살림정리는 아직 하지 못했습니다. 이삿짐 나르는 사람이 해 놓고 간 그대로랍니다. 둘째아이의 교복과 구두와 체육복을 사러 다니고, 전학을 시키고, 수학과 영어를 가르칠 개인지도 과외선생을 구하고, 큰애의 핸드폰을 새로 구입해 주고, 제 것도 고장이 나서 새 핸드폰을 구입하고, 전화와 인터넷을 설치하고, 집의 손 볼 곳과 고칠 것을 해결하고, 밑반찬을 만들어 친정에 갖다 드리고, 매일 친정어머니와 걷는 운동을 함께 하고, 게다가 서울친구가 방문하는 날이면 하루가 그냥 날아가고... 등등, 바빴어요.
오늘부터 옷정리와 그릇정리와 책정리를 하나씩 해나가려고 합니다. 신발장과 현관과 욕실 청소까지 다 하려면 한달은 걸릴 듯해요. 휴우...
논문은 언제 쓰나요?
블로그에 올릴 글은 언제 쓰나요?
이렇게 바쁘다 보니 유유자적의 행복을 생각하게 됩니다.
바쁨이 행복한 이유는 바쁜 일 뒤에 찾아오는 한가로운 휴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하루에 해야 할 일을 끝내 놓고 샤워를 하고 난 뒤의 그 한가로움을 즐깁니다. 그 한가로움의 행복을 만끽하기 위해 바쁜 걸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 행복은 늘 한가한 사람은 갖지 못할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