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느 블로거가 ‘한명숙’이란 세 글자로 삼행시를 짓는 이벤트를 열었습니다(자신의 블로그를 ‘즐겨찾기’를 해 놓은 사람의 수를 맞추는 것도 있었음). 

봄맞이 서가 대방출 이벤트, 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책들을 나눠 주겠다는 이벤트랍니다.

저도 거기에, 순전히 재미로 참가했는데, 제가 뽑혔지 않았겠습니까.

오늘 당첨자 명단이 발표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다섯 명이 당첨되었습니다. 

다음은 당첨된 블로거들의 삼행시입니다.

감상해 보세요.



조선인님

한 : 한명숙 선생님, 얼마 전 먼 발치에서 뵙고 인사도 못 드렸습니다.

명 : 明鏡을 가꾸시던 분이 어떤 각오로 오물 뒤집어쓰길 자처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숙 : 숙연한 각오라 믿고 응원하겠습니다. 존경을 담아 옛제자 올림.


순오기님

한 : 한명숙은 절대 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명 : 명줄이 끝나도 저는 변함이 없습니다.

숙 : 숙명처럼 청렴결백하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입니다.


세실님

한 : 한방이면 됩니다

명 : 명약관화 하잖아요.

숙 : 숙명이지요. 서울시장은^*^


전호인님

한 : 한방에 어찌해보려는 검찰의 삽질은

명 : 명경지수같은 님의 맑음만으로도

숙 : 숙명처럼 이어온 난관을 극복하고 이름처럼 밝고맑음으로 승화시키리라 믿습니다.


pek0501님

한 : 한번쯤 누구나 산모퉁이를 돌아서 가버린 시간들을 그리워한다.

명 : 명확하지 않은 기억으로 과거를 추억하기도 한다.

숙 : 숙연히 어느날 깨닫는, 지나온 세월의 두께여!


.....................................................................................

그래서 저도 책을 선물 받게 되었습니다.

책의 목록을 보여 주며, 받고 싶은 것을 선택하라고 하셨는데,

저는 공짜로 받는 것만 해도 황송해서 ‘아무거나 주십시오’하는 마음으로

사람들이 찾지 않는 책으로, 남은 것을 받겠다고 했어요.

굳이 말하라면, 동화책으로 받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동화책은 사 보게 되지 않아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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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0-04-02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이벤트를 열어 주신 글샘님께 감사 드립니다.

글샘 2010-04-03 12:30   좋아요 0 | URL
집에 책이 쌓여서 책꽂이가 붐비거든요. ㅎㅎ
저도 좋은 시들을 읽게 되어 기분 좋았습니다.
워낙 시절이 꿀꿀해서... 이런 일이라도 벌여야 좀 이야기도 건네고 하는 거죠. 주말 잘 보내시길...

페크pek0501 2010-04-03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글샘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

순오기 2010-04-0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당첨된 문제의 삼행시는 순오기가 지은게 아니고, 이웃에 진짜 이름이 '한명숙'씨가 있는데 삼행시의 달인이라 전화로 읊으라했더니 바로 나왔답니다. 물론 글샘님 서재에도 그런 사연을 댓글로 남겼고요.ㅋㅋ
님의 삼행시는 다른 분들과 다른 시각이라 더 돋보였어요.^^

페크pek0501 2010-04-03 13:0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요즘 제 나이가 많은 것에 대하여, 하루하루의 시간이 쏜 화살같이 빨리 가는 것에 대하여, 지난 시절로부터 꽤 많이 흐른 세월에 대하여, 생각이 많았기에 그런 걸 쓰게 되었습니다. 즐거운 주말과 휴일을 보내시길...

전호인 2010-04-05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덕분에 저도 님의 서재를 방문하게 되네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서재를 통해서 종종 뵙게 되길 바랍니다.
즐찾 꾸욱 누르고 갑니다.
^*^

페크pek0501 2010-04-05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반갑습니다. 전호인님의 서재엔 이미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 글샘님의 서재에서 보고 들어갔을 거예요. 오늘은 해야 할 과제가 있어서, 다음에 님의 서재에 방문하여 글을 찬찬히 보고 저의 흔적을 남겨 드리지요.

저의 소개를 간략히 하자면, 호적상 나이는 사십대이고(그것도 올해까지만), 육체적 나이는 오십대이고(체력이 약해서), 음악적 취향은 십대입니다. ㅋㅋ 그래서 제 엠피쓰리에 중2짜리 둘째애가 음악을 넣어준 답니다. SG워너비의 노래는 다 좋아하고, 비욘세의 헬로우, 쥬얼리의 러브스토리를 즐겨 듣는... 아마 정신연령은 이삼십대일턴데, 글을 쓸 때면 나이 먹은 만큼 진지해집니다(저도 모르게). ㅋ 그래서 혹자는 저와 제 글이 다르다고 합니다.ㅋ

즐찾은 님 덕분에 이제 10명이 되었습니다. 누구는 600명이 넘었다고 하는데 말이죠. 그래도 저의 고정팬이 열명이 되었다고 착각?하며, 저의 이 올챙이 시절을 마음껏 즐기도록 하겠습니다. 누구나 프로가 되고 나면 아마도 아마츄어 시절이 많이 그리울 겁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의 즐거움은 아마츄어 시절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블로거 친구가 한 명 더 생긴 날을 기념하여 페크가 장난기 발동하여 씀. ^^^ - 올챙이 드림.






순오기 2010-04-06 04:59   좋아요 0 | URL
펙님 호적상 나이가 사십대라니까 부러움 작동~ 아, 옛날이여!!^^
둘째가 중2군요, 제겐 막내가 중3인데...우린 비슷하게 가는 듯해요.
여고 3년 동안 10번이었고, 대학 학번도 10번이어서 내겐 의미 깊은 10번인데...즐찾 친구가 10명이 되었다니 축하해요. 더불어 더 많이 늘어나기를 바라며...

페크pek0501 2010-04-06 15:4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렇군요.

제가 처음 블로거됐을 때 젊은 이삼십대들의 블로거들이 많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그들에게 이런 말을 할 뻔했어요. "나이 많은 아줌마도 친구해 줍니까?"

이건 모래시계 라는 드라마에서 대학에 가지 못한 최민수(극중 이름이 생각 안남)가 여대생 고현정에게 했던 말을 모방한 겁니다. 그녀를 좋아해서 사귀고 싶으나 그 절실함을 숨기고 태연을 가장해 그녀에게 건넨 말 한 마디 - "대학생 아닌 사람도 친구해 줍니까?"(내 기억이 맞다면)

최민수의 그 대사가 아주 맘에 들어서 제 머리에 바로 입력되었어요.
같은 분위기로 저도, "나이 많은 아줌마도 친구해 줍니까?"라고 말할 뻔했는데, 저와 비슷한 연배의 분을 만나서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다시 대사를 바꿔서, 파워블로거이신 순오기님께는 이런 말씀을 드려야 될 것 같군요.
"초보블로거도 친구해 줍니까?" ㅋㅋ

순오기 2010-04-08 02:36   좋아요 0 | URL
모래시계의 최민수는 '태수'였지 않나요?
그런 대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파워블로거와 초보블로거라니 무삼 그런 말씀을...같이 친구먹은 사인데요.^^

페크pek0501 2010-04-09 11:51   좋아요 0 | URL
태수가 맞을 듯하네요.
결론은 쌩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