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탄생 (양장) - 젊음의 업그레이드를 약속하는 창조지성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젊음의 탄생’을 읽고 - 오리로도 보이고 토끼로도 보이는 건 생각의 힘


이 책은 77세의 저자가 ‘젊은이들에게 주는 메시지’로 읽혀지는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은 <젊음의 탄생>이지만 이것을 <생각의 탄생>으로 읽어도 무방하리라. ‘중요한 것은 해답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우리는 흑백논리와 OX의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라는 본문의 글들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젊은이들에게 생각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며 기존의 생각을 바꿀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은 어찌 젊은이들에게만 중요하랴. 오늘을 사는 현대인 모두에게 중요하리라.


누군가에 대해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제일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바로 그가 갖고 있는 ‘생각’일 것이다. 외모나 직업, 학력도 그 사람을 파악하는 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생각’은 그 사람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생각이 훌륭한 사람은 훌륭한 행동을 할 수 있다. 생각은 행동의 씨앗이므로.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하는 문제도 따지고 보면 어떤 생각으로 살 것인가의 문제가 된다. 생각에 따라서 아주 다른 인생을 살게 되기에.


저자가 독자들에게 힘주어 말하고자 하는 것 중,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열정을 가져라 - “꿈을 향해 목숨을 건 그런 바보들이 역사를 만들어갑니다. 열정에 몸을 불사르는 그런 미치광이들이 사회를 바꾸어갑니다.”


둘째, 다양성을 중요시해라. - “하늘처럼 열린 공간에서는 모두가 각자 원하는 방향으로 날 수 있습니다. 360명이 360도의 다른 방향으로 달리면 360명 모두가 일등이 될 수 있지요.”


셋째, 질문을 해라. - “유대인들이 노벨상을 많이 타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질문하는 버릇을 어린아이 때부터 길러 준 가정교육 때문이라고 합니다.”


넷째, 창조성을 가져라. - “여름밤 아버지는 덥다고 창문을 열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들어와서는 모기 들어온다고 창문을 닫으라고 합니다.(중략) (어떻게 할까요.) 망으로 된 창을 만들어 다는 것이지요. 바람은 들어오고 모기는 막아주는 이 방충망을 창조하는 것. 그것만이 분쟁 없는 공존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이 책에는 색다른 구성이 눈에 띄는데, 그것은 ‘매직카드’라는 것을 만들어 나눈 점이다. 카니자 삼각형, 개미의 동선, 매시 업, 지의 피라미드 등 아홉 개 제목의 매직카드는 각각 내용을 구분짓는 장(章)의 역할을 한다.


그 중에서 내 마음을 가장 끄는 것은 ‘개미의 동선’이란 매직카드에서 우리의 삶이 ‘우유성으로 가득 찬 숲’과 같다고 말한 부분이다. 여기서 우유성이란, ‘반은 규칙적이고 반은 우연적인 일들이 일어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예상할 수 있는 것과 예상할 수 없는 것 사이에서 살아가는 게 우리들의 삶이요, 그 현장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날쌘 사슴을 쫓아 경주를 하는 사냥꾼의 새벽 숲이야 말로 가장 우유성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 또 축구가 사람들을 매혹하고 열광케 하는 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삶 그 자체처럼 우유성에 가득 차 있는 경기이기 때문이라는 것.


이것과 연결시킬 수 있는 게 ‘빈칸 메우기’라는 매직카드에서 인생을 ‘빈칸 메우기의 퍼즐’이라고 말한 부분이다. 삶의 반은 운명처럼 주어진 문자가 있고 그 옆에는 마음대로 자신이 써넣을 수 있는 자유로운 공백이 있다는 것.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운명처럼 정해진 부모와 관계를 맺는다. 또 성장하는 동안의 가정환경도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운명적인 것이다. 하지만 공부를 잘 하기 위해 노력한다든지 어떤 재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따라 삶의 좌표는 바뀌게 된다. 이것이 바로 ‘빈칸 메우기’이다. 빈칸 메우기는 삶을 변화시킨다. 축구경기처럼 결과를 알 수 없는 게 인생이기에 인간은 의욕적으로 살 수 있다. 만약 우리가 평생 정해져 있는 어떤 운명에 따라 살아간다면, 즉 빈칸 없는 삶을 산다면 얼마나 맥 빠지는 일인가.


“빈칸은 결핍이다. 그러나 결핍은 필요를 낳고 필요는 목표를 낳고 목표는 노력을 낳고 노력은 창조를 낳고, 창조는 당신의 젊음을 더욱 새롭고 찬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177쪽>


“가르칠 것이 있다는 것은 부족한 것이 있다는 것이고, 부족함이 있다는 것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합니다.”<183쪽>


“산업사회의 열등생(우리나라)이 정보사회의 우등생이 된 것은, 양이 없고 땅이 없고 전력이 없고 부존자원이 없었던 빈칸이 만들어 낸 창조력 덕분입니다.”<187쪽>


저자는 자원의 ‘결핍’이 낳은 ‘발전’의 예로 우리나라를 들었는데, 이런 예를 개인의 삶에서도 찾을 수 있다. 남보다 부족한 면이 있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둔 경우는 실제로 아주 많다. 어떤 게임에서든 이긴 사람보단 진 사람이 그 다음의 게임에서 이기고 싶은 열망이 더 강한 법이다. 패배감을 맛본 자는 갈망으로 인해 더 많이 노력함으로써 전화위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열등감이 오히려 성공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열등감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열등감의 또 하나의 좋은 점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만에 빠지지 않게 만드는 점이다. 자신도 약점이 있다고 생각함으로써 약점이 있는 타인에 대해 무시하기보다 포용하는 아량을 베풀 수 있다.



이 책 속에 ‘오리토끼 그림’이 나오는데, 이것은 ‘오리’로도 볼 수 있고 ‘토끼’로도 볼 수 있는 그림이다. 오리로 보일 때엔 토끼 모습이 사라지고 토끼로 보일 때엔 오리가 지워지는 것이다. 이와 연관해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부자와 빈자 중 누가 더 행복할까. 만약 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부자가 찬이 많은 식탁에도 흥미가 없고, 빈자는 찬이 없는 밥상에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누가 더 행복할까. 언제나 할 수 있는 쇼핑에 권태를 느끼는 부자와 월급날에만 즐겁게 쇼핑할 수 있는 빈자 중 누가 더 행복할까. 어느 쪽이 더 행복할 거라고 확신하는 게 가능하긴 할까. ‘오리토끼 그림’처럼 생각의 각도에 따라서 사물은 얼마든지 다르게 보이는데….



각자의 생각에 따라서 희극의 무대에서 살 수도 있고 비극의 무대에서 살 수도 있는 게 인생인 것 같다. 비극적인 일로 느껴지는 것도 생각의 각도를 바꾸어 다시 바라보면 희극적인 일로 생각되는 경우가 우리 삶에 많으니까. 이렇게 비극도 희극으로 변화시키는 건 발상의 전환, 곧 생각의 힘이다. 그래서 ‘생각’에 대한 글이 많은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저자를 처음 만난 것은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이 책 서장에 씌어진 ‘풍경 뒤에 있는 것’이란 글을 아직도 수작으로 기억하고 있다. 한국인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확하게 표현한 저자의 글들에 감탄하곤 했는데, 그때의 글들에 대한 기억으로 <젊음의 탄생>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마음이 젊어지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연령에 상관없이, 보다 높은 곳을 향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유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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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남는 글


- (그 그림은) 오리로 보일 때에는 토끼 모습이 사라지고 토끼로 보일 때에는 오리가 지워집니다. 언제나 둘 중에서 어느 하나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요. 관점이라는 것은 내 마음 안에 품고 있는 자유이면서도 때로는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편으로 쏠리는 편향성을 갖게 됩니다. 쏠린다는 것은 선택한다는 것이고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한쪽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98쪽>


- 우리가 익혀야 할 진정한 지식과 진리는 오리-토끼 그림처럼 항상 양면성을 띠고 있는 모호한 도형 같은 것이기 때문에 고정 시점처럼 위험한 것도 없습니다.<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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