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왜 독창성 있는 답을 원하는가
단순히 지식을 묻는 문제가 아닌, 독창성에 점수를 주는 문제가 출제되는 것으
로 논술의 방향이 제시되자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
이 논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걱정부터 한다.
논술에서 왜 독창성 있는 답을 원하는가, 이것부터 알아야 논술고사에 잘 대처
하게 될 것 같다. 예전엔 정보가 많이 담겨 있는 글을 잘 쓴 것이라고 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정보는 얼마든지 컴퓨터로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
보다는 남이 생각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이 있게 쓴 글이 더 가치가 있다.
어느 분야든 결국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기 때
문이다.
‘흥부전’이라는 소설을 읽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놀부의 악덕을 비난했으나 누
군가가 처음으로 흥부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가난한 살림에 자식을 많이 낳았
다는 것은 미래에 대해 계획성이 없는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
생활을 해결하지 못해 형에게 도움을 청한 것도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이 생
각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고 사고의 영역을 넓혀 주었다.
바로 이렇게 인간의 사고의 폭을 넓혀 주는 작업이 논술에서 필요한 것이다.
이런 사고력이 세계를 발전시키는 게 아니겠는가. 훌륭한 예술 또한 그 시대에
대한 ‘반항’을 담고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남이 그릴 수
있는 그림이나 글은 비예술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독창성이 있을 때 예술적이며
더 가치있는 것으로 인정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가치가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누구나
쓸 수 있는 논술답안은 유용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독창성 있게 잘 쓰려면 논
리와 설득력을 갖춰야 하며 그래서 독서와 사색이 중요한 건 말할 것도 없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나서 독자의 사고력이 확장되었다면 그 책은 좋은 책이다. 마찬
가지로 읽는 사람의 사고력을 높여 줄 수 있는 논술답안은 좋은 글이다.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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