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저 불빛들을 기억해>



표제작인 ‘저 불빛들을 기억해’(103~108쪽)에서 발췌함. 



몇 해 전,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두 달 가까이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처음에는 병실이 없어 응급실에서 이틀 동안 기다렸다가 간신히 입원실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감기도 잘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온 아이에게 갑자기 1형 당뇨라는 질병이 찾아왔을 때, 정말 눈앞이 캄캄해졌다. 당장 오르내리는 혈당을 안정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어린 나이부터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으며 살아갈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려 견딜 수가 없었다. 혈당이라는 감옥은 순간순간 우리를 옥죄어 들어왔다.(104쪽)



어느 날 저녁, 우리는 걷다가 복도 끝에 앉아 잠시 쉬면서 맞은편 병동을 바라보았다. 수백 개의 창문들에 불이 커져 있었고, 방마다 각기 다른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늘상 보아온 풍경이지만, 그날따라 불빛 하나하나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 불 켜진 방이라고 해서 늘 행복한 온기로 가득한 것은 아니다. 나는 그 창문들을 가리키며 아이에게 말했다. 

“저 수많은 창문들을 보렴. 지금은 병원에 있으니까 주변에 아픈 사람들뿐이지만, 퇴원하면 너는 건강한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야 해. 그러다 보면 왜 나만 이렇게 아플까 하는 생각이 들 거야. 그때 저 불빛들을 기억해. 저렇게 수많은 방 속에서 병과 싸우고 자신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106쪽)



지금 이 시간에 병으로 인한 고통과 싸우고 있는 모든 이들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기를....






(106쪽) 어느 날 저녁, 우리는 걷다가 복도 끝에 앉아 잠시 쉬면서 맞은편 병동을 바라보았다. 수백 개의 창문들에 불이 커져 있었고, 방마다 각기 다른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늘상 보아온 풍경이지만, 그날따라 불빛 하나하나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 불 켜진 방이라고 해서 늘 행복한 온기로 가득한 것은 아니다. 나는 그 창문들을 가리키며 아이에게 말했다.
"저 수많은 창문들을 보렴. 지금은 병원에 있으니까 주변에 아픈 사람들뿐이지만, 퇴원하면 너는 건강한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야 해. 그러다 보면 왜 나만 이렇게 아플까 하는 생각이 들 거야. 그때 저 불빛들을 기억해. 저렇게 수많은 방 속에서 병과 싸우고 자신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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