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같은 사람에 대해 시간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누군가에 대해 좋게 보려는 마음이 있으면 그의 모든 게 좋아 보이고, 나쁘게 보려는 마음이 있으면 그의 모든 게 나빠 보인다는 것을.
이것을 잘 나타낸 이야기가 있어서 소개한다. <한비자, 관계의 기술>이란 책에서 발췌하였다.
김원중, <한비자, 관계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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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미자하는 위(衛)나라 왕에게 총애를 받았다. 위나라의 법에 왕의 수레를 몰래 타는 자에게는 발이 잘리는 형벌을 내리도록 하였다. 미자하의 어머니가 병들었을 때 어떤 사람이 밤에 몰래 와서 미자하에게 알려주었다. 그러자 미자하는 슬쩍 왕의 수레를 타고 나갔다. 왕은 이 일을 듣고 그를 칭찬하며 말했다.
“효자로구나, 어머니를 위하느라 발이 잘리는 벌도 잊었구나!”
다른 날 미자하는 왕과 함께 정원에서 노닐다가 복숭아를 따먹게 되었는데, 맛이 아주 달자 반쪽을 왕에게 주었다. 왕이 말했다.
“나를 사랑하는구나, 맛이 좋으니 과인을 잊지 않고 맛보게 하는구나.”
그런데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미모가 쇠하고 왕의 사랑도 식게 되었을 때 한번은 〔미자하〕가 왕에게 죄를 지었다. 그러자 왕은 이렇게 말하였다.
“이놈은 옛날에 과인의 수레를 몰래 훔쳐 타기도 하고, 또 자기가 먹던 복숭아를 과인에게 먹으라고 내밀기도 하였다.”
미자하의 행동은 변함이 없었으나 전에는 칭찬 받았지만 뒤에는 벌을 받은 까닭은 사랑이 미움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35~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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