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 궁금하다. 이 문제를 한번 숙고해 보고자 한다.

 

 

독서는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 지식뿐만 아니라 지혜도 얻을 수 있다. 그렇지만 책을 읽는다고 해서 반드시 지혜롭게 사는 건 아니다. 책에서 얻은 지혜가 실천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분노는 남에게 던지기 위해 뜨거운 석탄을 손에 쥐는 것과 같다. 결국 상처를 입는 것은 나 자신이다.(석가모니)” 

 

 


  이 글을 우리가 읽었다고 해서 누군가로 인해 분노가 일어났을 때 곧바로 ‘분노는 남에게 던지기 위해 뜨거운 석탄을 손에 쥐는 것과 같아서 결국 상처를 입는 것은 나 자신이니 참아야 해.’라고 마음먹지 않는다는 말이다. 책에서 지혜를 얻는 것과 그 지혜가 삶에까지 이어지는 것은 별개 문제라서 무엇을 안다고 해서 행동이 꼭 달라지는 건 아니다. 결국 독서가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만약 이런 생각이 틀렸다면 독서광들은 전부 똑똑하고 현명하게 처신하며 살아야 하는데 현실이 과연 그러한가. 

 

 


  독서광이란 남들보다 자기가 책을 많이 읽었다고 여기는 사람이다. 그래서 오히려 독서광들은 자기만의 렌즈를 끼고 세상을 바라봄으로써 오류를 범할 위험성이 있다. 그 렌즈란 바로 ‘오만함’이다. 오만함의 렌즈를 끼고 살게 되면 본인의 생각이 가장 옳다는 착각을 하고 착각은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또 우월감에 빠져 타인을 무시하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독서는 삶에 도움이 된다

 

 

  이번엔 독서가 삶에 도움이 되는 예를 들어 본다. 친정에서 만든 만두를 지인에게 보낸 적이 있었다. 만둣국을 끓여 먹고 나서 잘 먹었다는 전화가 올 법한데 그에게서 전화가 없었다. 이상하였다. 섭섭해지려 했다. 며칠이 지나서야 고맙다고 전화가 왔다. 나는 전화를 기다렸는데 지인은 전화를 하는 게 급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또 이러한 경험도 했다. 친구에게 선물을 한 걸 나는 확실하게 기억하는 반면 그것을 받은 상대방은 그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 일이다. 

 

 


  이와 관련하여 전에 읽은 소설의 한 부분이 떠올랐다. 주인공 필립은 노선생에게 수업을 받고 있다. 필립은 노선생이 아픈 것 같아 수업을 쉬게 해 주면서 다음 주의 수업료를 선불로 지불한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노선생은 별로 고마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필립은 아직 어렸기 때문에, 은혜를 입는 사람보다 그것을 베푸는 사람 쪽이 은혜에 대한 의식이 훨씬 강하다는 것을 몰랐다.」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에서 1>에 있는 글이다.  

 

 


  이 글과 나의 두 가지 경험을 놓고 보니 인간에게 그런 면이 있다고 믿게 되었다. 즉 은혜를 입는 쪽보다 그것을 베푸는 쪽이 은혜에 대한 의식이 강하다는 것. 선물을 받는 이보다 그것을 주는 이가 선물에 대한 의식이 강하다는 것. 이를 다르게 말하면 ‘인간은 자기가 은혜 입음을 중요히 여기지 않는다.’라는 얘기다. ‘은혜는 물결 위에 새기고 원한은 바위에 새긴다.’라는 말이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간의 이 특성을 염두에 둔다면 앞으로는 내가 뭔가를 베풀었을 경우에 상대가 고마움의 표시를 소홀히 한다고 해서 섭섭해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같이 생각한 것은 이 소설 덕분이다. 그러므로 독서가 삶에 도움이 된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독서는 다른 장점이 있다

 

 

  내 경우엔 독서에서 얻은 교훈이 설령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독서는 다른 유익한 점이 있다. 나는 독서나 글쓰기를 하는 동안에 그것에 몰입함으로써 걱정이나 불안이 사라지고 심리적 안정감과 즐거움을 얻을 때가 많아서다. 나와 같은 이들이 적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만일 내가 누구에게 "당신이 책을 읽어서 돈이 생기나요 쌀이 생기나요?"라고 말한다면 난 인간에 대해서 모르는 바보다. 만일 내가 누구에게 "당신은 재능이 없으니 글쓰기로 시간을 낭비하지 마시오."라고 말한다면 난 인간에 대해서 모르는 바보다.

 

 


  책을 읽든 글을 쓰든 또는 다른 걸 즐기든 취미는 반복적인 일상의 지루함을 잘 견디게 해 주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 왜냐하면 그런 취미 생활로 마음이 튼튼해지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 결론은 이렇게 되겠다. ‘독서는 삶에 도움이 된다.’

 

 

 

 

 

 

 

.................................................이 글과 관련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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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6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06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0-04-06 1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용해주신 분노에 대한 석가모니의 말씀을 한번 더 읽어보게 됩니다.
페크님,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04-08 11:47   좋아요 1 | URL
분노 폭발은 상대만 괴롭게 하는 게 아니라 자신도 마음 편할 수 없을 거예요.
자신도, 기분 잡쳤다, 가 되거든요. 분노가 일어나기 전에 자신에게 유리하게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자기가 자신을 속이는 거죠. 마음 편하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싸늘합니다. 서니데이 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희선 2020-04-09 0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읽기가 사는 데 크게 도움은 안 된다 해도 아주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겠지요 책을 읽고 그걸 실천하면 좋겠지만 그것만큼 어려운 게 없습니다 그때는 그래야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다시 안 좋게 생각하니, 그렇다 해도 자꾸 보다보면 아주아주 조금은 달라지기도 하겠지요 그러기를 바라는데...

책을 읽고 글을 쓰면 그때 마음은 가라앉고 좋지요 그것만으로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거 좋은 거 아닌가 싶어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4-12 11:27   좋아요 1 | URL
책이 주는 위안은 저의 경우 제 마음과 관련이 깊어요. 책의 내용대로 실천하며 살지 못해도 다른 장점이 있는 거죠. 책이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살 수 있을지 상상조차 되질 않네요.
좋은 취미가 있다는 건 자기가 가진 자산 중 큰 자산을 가진 거라고 봅니다. 특히 독서는.

희선 님, 반가워요. 오늘 환기하기 위해 창문을 여니 바람이 세차게 부네요.
감기 조심하며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