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오늘입니다.

 

 

 

 

 

실수를 자꾸 저지르는 앤은 아주머니에게 미안해졌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어머, 아주머니, 정말 모르세요?
한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에는 틀림없이 한계가 있을 거예요.
아,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놓여요.」
- 백영옥,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148쪽.

 

 

 

 

 

 

 

 

 

 

 

 

 

 

 

 

 

 

 

 


글을 쓰다 보면 슬럼프가 찾아올 때가 있다. 나에게도 몇 번이나 슬럼프가 왔다 갔다.

 

 

학창 시절에 어느 계곡에서 놀다가 깊은 물속에 빠져 버린 적이 있다. 물속에서 어쩔 수 없이 물을 먹으며 발버둥치는 내 몸이 밑으로 밑으로 내려갔다. 계속 내려가다가 어느 순간 내 발이 땅바닥에 닿았다. 이때다 싶어 난 발로 땅바닥을 뻥 차고 올라와서 물 위로 얼굴을 내밀 수 있었다. 만약 물속의 땅바닥이 발에 닿지 않았다면 그때의 내 수영 실력으론 물속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었으리라.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본다. ‘내 몸이 물속으로 점점 가라앉을 때마다 내 마음은 점점 더 깊은 절망 속으로 가라앉았다. 절망의 끝이 보이지 않아 무서웠다. 그런데 내 발이 땅바닥에 닿는 순간 절망은 희망으로 변했다. 그 땅바닥이 절망의 한계점이었다. 절망이란 것도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실수에는 틀림없이 한계가 있을 거라고 앤이 말한 것처럼, 곰곰이 따져 보면 무엇인들 한계가 없겠는가. 절망에도 한계가 있고 슬픔에도 한계가 있고 슬럼프에도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슬럼프에 빠져 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도록 합시다. 슬럼프의 한계점에서 새 각오로 다시 시작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에요.’ 슬럼프에 빠졌다는 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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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6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16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0-02-16 1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영옥 작가의 책이군요. 백영옥 작가 매주 <동네책방>에 나오는데
작가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더군요.
작가로 등단하기 전 패션잡지 기자였다고 해서 그런지 옷도 잘 입고.
말도 잘하고. 아직 책을 읽어 본 적은 없는데 책을 어떻게 쓰나 읽어 보고 싶긴 하더군요.

오늘은 정말 날씨가 미친하루 같더군요.
그래도 오늘 하루는 눈이 주인공 맞는 것 같습니다.
점점 눈 보기가 귀해졌는데 나 아직 안 죽었어 하는 것 같아
눈에게 말을 걸고 싶어지더군요. 사실 눈은 제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오늘 눈을 보니 괜히 짠해지더군요. 괜히 미워했다 싶어요.ㅠ

페크pek0501 2020-02-16 20:12   좋아요 1 | URL
백영옥 작가가 글을 톡톡 튀게 쓰는 재주가 있더군요.
앤의 멘트를 좋아하는데 이 책의 에세이도 괜찮답니다.
예를 들면, 애플이 사과, 라는 뜻만 있던 때가 좋았다, 같은 표현이요.

빨강머리앤을 사면서 이 책도 함께 샀답니다.

오늘 눈이 오는 바람에 눈 사진을 올리고 싶어졌고
그러다가 짧은 글이라도 써서 올려야겠다 싶어 올리게 되었다는...ㅋ

반가운 스텔라 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후애(厚愛) 2020-02-17 0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너무 추워서 외출을 못 하겠어요.
따뜻하게 입으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그리고 즐겁고 행복한 한 주 되세요.^^

페크pek0501 2020-02-17 13:44   좋아요 0 | URL
그렇죠? 갑자기 추워지니 정말 겨울 같습니다. 어느새 봄이 오는 건 아닌가 싶게
따뜻했다가 말이죠.
감기 조심, 코로나 조심, 게다가 아직 눈이 녹지 않은 곳도 있어서 넘어지지 않게 조심... 조심할 게 너무 많네요.
후애 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희선 2020-02-18 0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동안 안 좋기도 해요 그게 주기로 찾아온다고 할까 그래선지 바닥까지 내려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거기까지인지도 모르겠네요 정해진 시간은 없지만 왔다 갔다 합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닐 것 같네요 예전에 물속에 빠졌을 때 많이 무서웠겠습니다 그래도 땅바닥 차고 올라와서 다행이네요

눈 내리는 모습 위에서 바라보는 거 멋지네요 겨울이 가기 전에 눈다운 눈이 왔어요 18일, 오늘 아침에는 더 춥다고 합니다 오늘 지나면 풀리겠지만, 페크 님 감기 조심하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2-18 10:59   좋아요 0 | URL
바닥까지 치지 않는 슬럼프라면 다행입니다. 최악이 바닥을 치는 거거든요.
예를 들면, 자주 슬럼프가 온다는 건 자주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시간‘이 있다는 것과 같지 않겠습니까. 생각의 전환... 겨울을 춥다고만 하지 말고 덥지 않아서 좋다, 로 생각하는 것과 같은...ㅋ

사진은 우리 집 12층에서 찍은 거랍니다. 눈이 오면 내려다보는 재미가 있어요.

희선 님, 오늘도 꾸준함을 잃지 않고 지내 봅시다. 요즘 가장 좋은 무기는 꾸준함이라고 생각하는 바...
추운 대신 요즘 미세먼지가 없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