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오늘입니다.
실수를 자꾸 저지르는 앤은 아주머니에게 미안해졌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어머, 아주머니, 정말 모르세요?
한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에는 틀림없이 한계가 있을 거예요.
아,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놓여요.」
- 백영옥,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148쪽.
글을 쓰다 보면 슬럼프가 찾아올 때가 있다. 나에게도 몇 번이나 슬럼프가 왔다 갔다.
학창 시절에 어느 계곡에서 놀다가 깊은 물속에 빠져 버린 적이 있다. 물속에서 어쩔 수 없이 물을 먹으며 발버둥치는 내 몸이 밑으로 밑으로 내려갔다. 계속 내려가다가 어느 순간 내 발이 땅바닥에 닿았다. 이때다 싶어 난 발로 땅바닥을 뻥 차고 올라와서 물 위로 얼굴을 내밀 수 있었다. 만약 물속의 땅바닥이 발에 닿지 않았다면 그때의 내 수영 실력으론 물속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었으리라.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본다. ‘내 몸이 물속으로 점점 가라앉을 때마다 내 마음은 점점 더 깊은 절망 속으로 가라앉았다. 절망의 끝이 보이지 않아 무서웠다. 그런데 내 발이 땅바닥에 닿는 순간 절망은 희망으로 변했다. 그 땅바닥이 절망의 한계점이었다. 절망이란 것도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실수에는 틀림없이 한계가 있을 거라고 앤이 말한 것처럼, 곰곰이 따져 보면 무엇인들 한계가 없겠는가. 절망에도 한계가 있고 슬픔에도 한계가 있고 슬럼프에도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슬럼프에 빠져 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도록 합시다. 슬럼프의 한계점에서 새 각오로 다시 시작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에요.’ 슬럼프에 빠졌다는 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