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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의 절망
쭈글쭈글한 노파는 누구나 좋아하고 환심을 사려 하는 이 귀여운 어린애를 보자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노파처럼 그렇게 연약하고, 그녀처럼 이(齒)도 머리털도 없는 이 귀여운 것을.
그래서 노파는 아이에게 다가가 웃어주며 좋은 얼굴 표정을 해 보이려 했다. 그러나 아이는 이 늙어빠진 착한 여인이 어루만져 주는 데 겁이 나 발버둥치며 집 안이 떠들썩하게 울부짖었다.
그러자 착한 노파는 다시 그녀의 영원한 고독 속으로 물러나, 한쪽 구석에서 울며 중얼거렸다. “아! 우리 불행한 노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어린것들조차 좋아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구나. 우리가 사랑하고 싶어도, 어린것들은 무서워하는구나!”
-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파리의 우울>, 27쪽,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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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젊었던 이삼십 대에 읽었다면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나 이젠 이 글에 공감이 간다. 나이가 들을수록 병이 생기고 기운이 없어지고 걱정만 많아지는데 거기에다 외모까지 볼품이 없어져야 하다니. 우울한 일이다.
2.
내가 요즘 배우고 있는 현대 무용은 나를 포함해 모두 일곱 명의 수강생이 한 팀인데, 내 또래의 사람은 한 명뿐이고 다섯 명은 이삼십 대의 젊은이들이다. 어려운 동작을 배울 때면 확실히 젊은이들의 습득 능력이 나보다 낫다는 걸 느낀다. 내가 발레를 2년간 배워서 따라할 수 있는 동작을 그들은 무용 초보자이면서도 잘 따라한다.
무용을 배우는 시간에 가지는 내 목표는 하나다. 나이가 많은 내가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해서 내 존재가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다. 그나마 내가 발레를 2년간 배운 것이 도움이 되어 다행이라 여긴다. 만약 발레를 배우지 않았다면 수업에 민폐를 끼친다는 이유로 그만두었을 것 같다. 나이 듦의 비애!
번역자를 보고 ‘문학동네’의 책으로 샀다가 글자가 작아 불편하여
민음사의 책으로 또 샀다. 이젠 글자가 큰 책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