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타인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사람들은 연애가 참 어렵다고 말한다. 왜 어려울까. 연애가 어려운 이유 중에는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점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건 서로 상대방의 마음을 정확히 알기가 쉽지 않아서다.

 


사람에 따라 어휘가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상대방의 마음을 몰라서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이르는 이야기가 있다. 김유정 저, <동백꽃>이란 단편 소설이다. 점순이(여자)는 ‘나(남자)’에게 굵은 감자 세 개를 주는데,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나’는 알 길이 없다. (점순이가) “느 집엔 이거(감자) 없지.”하고 생색내는 큰소리를 하고는 제가 준 것을 남이 알면 큰일 날 테니 여기서 얼른 먹어 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너 봄 감자가 맛있단다.”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가 “난 감자 안 먹는다. 너나 먹어라.” 하고 말하며 그 감자를 어깨 너머로 쑥 밀어버리자, 점순이는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고 나중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었다. 점순이가 눈물까지 흘려도 ‘나’는 여전히 점순이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느 집엔 이거 없지.”하는 소리를 ‘나’는 “너네는 가난해서 감자 없지?”하는, 약을 올리는 말로 들었을 듯싶다. 점순이가 ‘나’에게 감자를 준 것은 “내가 너를 좋아해서 너를 주려고 감자를 가져왔단다.”라는 의미였는데 말이다.

 

 

“우리는 상대가 만일 우리를 사랑한다면 그들이 마땅히 이러이러하게 -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할 때 행동하고 반응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 행동하리라는 그릇된 믿음을 갖고 있다.”라고 존 그레이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말한다. 존 그레이는, 남자의 언어와 여자의 언어에는 똑같은 어휘라고 할지라도 그 어휘들이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여자가 “나는 좀더 로맨틱한 기분을 느껴 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남자는 “그럼 당신은 내가 로맨틱하지 못하다는 말이오?”로 해석하는데, 이것을 제대로 해석하면 “당신은 정말 로맨틱한 사람이에요. 이따금씩 불쑥 꽃다발을 내밀어 나를 깜짝 놀라게 하거나 데이트를 신청해 주지 않을래요? 그럼 나는 너무 행복할 거예요.”의 뜻이란다.

 

 


물고기가 아닌데 어찌 물고기의 뜻을 안다 하오

 


<장자>, 추수편에 이런 얘기가 있다. 호숫가에서 장자가 말했다. “피라미가 나와서 한가롭게 놀고 있으니 이것이 물고기들의 즐거움이겠지.” 혜자가 말했다.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 수 있나?” 장자가 말했다. “자네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른다는 것을 알 수 있는가?”

 

 

물고기가 정말 즐거운 것인지 장자가 모르는 것처럼 혜자 역시 타인인 장자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게 없다. 사실 우리는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이 즐겁게 노는 것인지, 좋아하던 짝과 헤어져 슬퍼서 이리저리 방황하는 것인지, 먹이를 먹고 난 뒤에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운동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저 우리 맘대로 해석할 뿐이다. 어디 물고기뿐이랴. 참새가 짹짹거리는 것도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소리인지 짐작은 할 수 있어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이에 비해 서로 언어로써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것은 ‘물고기’나 ‘참새’에 비해 훨씬 쉬워 보인다. 그런데 사실 인간관계에서 서로의 진실을 알기란 헤엄치는 물고기나 짹짹거리는 참새의 기분을 헤아리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말이란 오해가 생기는 근원이므로 다른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

 


연인 사이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다정하게 묻는다. “지난 주말 잘 보냈어요?” 여자가 웃으며 대답한다. “아주 잘 보냈어요.” 이 대답에 남자는 기분이 나빠진다. 남자는, ‘어떻게 나를 만나지 않고도 잘 보낼 수 있는 걸까, 내가 보고 싶지도 않았다는 말인가.’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남자는 여자가 자기를 그리워해서 주말을 자신처럼 우울하게 보내길 바랐던 것. 여자는 남자의 표정이 좋지 않자 역시 기분이 상한다. ‘나랑 함께 있는 게 싫은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진작 여자가 주말을 왜 잘 보냈는지를 남자에게 말해 줬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여자는 주말에 이 남자를 만날 때 입을 옷을 사느라 쇼핑하며 즐겁게 보냈던 것이다. 누구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 옷을 고르는 시간이 어떻게 즐겁지 않을 수 있겠는가.

 

 

누군가의 소개로 몇 번을 만난 대학생 남녀. 여자가 남자에게 말한다. “우리 서로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 남자는 이 말을 이렇게 받아들인다. ‘나와 애인이 되기는 싫단 말이군.’ 그런데 그녀의 진의는 그 남자를 신뢰하고 좋아해서 계속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일찍이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에서 “말이란 오해가 생기는 근원.”이라고 했으며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인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마음의 눈으로 보지 않고 결국 현상만 보고 그 본질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상대방이 하는 말의 뜻을 잘못 알아듣기 일쑤다. 그래서 서로 오해하고 상처받고 다투고 급기야 헤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마음의 눈으로 본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우리의 마음엔 이미 고정관념과 편견이 들어 있는데다가 제멋대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인간관계에서 타인의 마음을 살필 때는 내가 짐작한 것과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열어 두어야 하리라.

 

 

 

원문은 이것입니다.
https://blog.naver.com/yechongbon?Redirect=Log&logNo=221531449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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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넣은 책들)

 

 

 

 

 

 

 

 

 

 

 

 

 

 

 

 

 

김유정, <동백꽃>
점순이가 눈물까지 흘려도 ‘나’는 여전히 점순이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느 집엔 이거 없지.”하는 소리를 ‘나’는 “너네는 가난해서 감자 없지?”하는, 약을 올리는 말로 들었을 듯싶다. 점순이가 ‘나’에게 감자를 준 것은 “내가 너를 좋아해서 너를 주려고 감자를 가져왔단다.”라는 의미였는데 말이다. 
 

 

 

 

 

 

 

 

 

 

 

 

 

 

 

 

 

 

 

존 그레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우리는 상대가 만일 우리를 사랑한다면 그들이 마땅히 이러이러하게 -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할 때 행동하고 반응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 행동하리라는 그릇된 믿음을 갖고 있다.”

 

 

 

 

 

 

 

 

 

 

 

 

 

 

 

 

 


 

장자, <장자>
<장자>, 추수편에 이런 얘기가 있다. 호숫가에서 장자가 말했다. “피라미가 나와서 한가롭게 놀고 있으니 이것이 물고기들의 즐거움이겠지.” 혜자가 말했다.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 수 있나?” 장자가 말했다. “자네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른다는 것을 알 수 있는가?”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말이란 오해가 생기는 근원.”이라고 했으며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인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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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8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09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5-08 1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대방의 말에 확대 해석하는 사람을 친구나 직장 동료로 만나면 정신적으로 피곤해요.. ^^;;

페크pek0501 2019-05-09 13:13   좋아요 0 | URL
너무 나가는 사람을 말함이겠지요? 별 뜻 없이 한 말에도 귀를 곤두세우면 피곤하죠. 둥글둥글한 사람을 우리가 좋아하는 이유가 편안함 때문이겠죠.
남의 말이 자기를 겨냥할 말처럼 들려 귀에 거슬리면 다음부터 조심해야겠다, 하는 정도로 끝맺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공기가 좋은 날 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은빛 2019-05-09 1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논의해야 할 일이 많은 저로서는 무척 공감가는 글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어렵고 힘든 일이 타인과 소통하는 일인 것 같아요.
하루에도 몇 차례,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회의가 이어진 날에는 정말 피곤해요.
이게 육체 노동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좋아요˝를 백만개쯤 누르고 픈 글입니다. ^^

페크pek0501 2019-05-10 13:01   좋아요 0 | URL
정말 백만 개를 누르셨나 봅니다. 좋아요 수가 많은 걸 보니... ㅋ
같은 사물을 봐도 각자가 다른 느낌으로 보니 타인과의 소통이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친한 친구 사이에서도 소통이 안 될 때가 있는데 말이죠.

어려운 일을 하시고 사시네요. 전 그래서 사람을 상대하지 않는 단순 노동이 좋은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 사실 고단하죠.

요즘 계속되는 좋은 봄 날씨로 저처럼 위로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