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소비
그랜트 매크래켄 / 문예출판사 / 1996년 12월
절판


브로델의 지도와 메켄드릭의 예를 따라서 역사학 공동체는 서양의 "대변형"이 "산업혁명"만이 아니라, "소비혁명"도 포함한다는 것을 인정해왔다. 이 공동체는 이제는 이 소비혁명이 단지 취향,선호,구매습관에서의 변화가 아니라 근대 초기 및 근대 세계의 문화에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나타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제는 소비혁명이 서양의 시간,공간,사회,개인,가족,국가 등의 개념들을 바꾼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29쪽

"소비"란 여기서는 (이 책 전체를 통해서와 마찬가지로)소비재와 서비스가 만들어지고,구입되고 이용되는 과정을 가리킨다.이러한 정의는 전통적인 견해를 확대하고 있다.그것은 구매행위에 대한 전통적인 강조에다가,구매에 선행해야 하는 제품개발 및 구매 뒤에 일어나야 하는 제품이용을 더하는 것이다.-29쪽

유행은 18세기가 되어서야 본격화하였다는 메켄드릭의 주장은 아마도 틀린 것이겠지만, 이 시대가 되어서 유행이 보다 더 많은 사회집단과 보다 더 많은 제품에 영향을 주었으며 한결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시작하였다는 것은 사실이다. 유행은 시종일관 현대의 취향과 선호를 변형시키기 때문에, 그것이 전폭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 경제를 상상하기 어렵다.또한 유행이 서양 소비자의 생활과 기대 속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받아들이게 했는지를 평가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렵다.유행의 성장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사고습관화 행동방식이 성장하였다.미와 스타일에 대한 고려가 공리에 대한 고려보다 점점 더 우선시되었다.(중략)이 발전은 유용성에 대한 스타일의 승리,기능에 대한 미의 승리를 나타낸다.-61쪽

더욱 중요하게는 그 발전은 지위 관념과 또 지위를 표현하기 위한 재화의 이용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의를 나타낸다.재화가 전에는 그 "고색"을 통해서 지위 메시지를 전달했다면,이제는 그 색다름을 통해서 지위 메세지를 전달하였다.-61쪽

엘리트주의의 소비 스타일은 문화적 의미를 형성하고 전달하기 위해 재화를 사용하는 보다 명백한 제스처이다. 이 엘리트 스타일의 개척은 인격에 대한 새로운 정의, 이 인격과 그가 속해 있는 보다 큰 사회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정의, 사회적 행위를 일정한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일련의 개념과 가치 등을 명시한 단 하나의 총괄적인 문화 개념 만들어내기 위해서 새로 나타나고 있는 재화언어를 사용하는 노력에 지나지 않는다. 재화언어가 여기서는 일단의 사회적 발명,즉 사회생활의 새로운 질서의 창조를 행하기 위해서 매우 신중하게 또 능숙하게 사용되고 있었다.이러한 종류의 혁신은 그 이전에는 불가능하였다. 전통 사회가 이러한 실험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새로운 개념의 사회생활의 등장에 필요한 재고와 발명을 허용하는 담론체계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72쪽

박람회,백화점,영화가 소비의 미학에 기여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구매과정에의 기여였을 것이다. 우선 먼저 그 세가지 모두는 설득과 정보의 자극이 즉각적인 구매를 초래한다고는 기대하지 않지만, 그래도 소비자를 이 설득과 홍보의 자극에 접하게 하려는 노력을 나타낸다.-74쪽

고색은 우선 먼저 물질문화의 물리적 속성이다.그것은 사물의 표면 위에 누적되어 있는 햇수의 작은 기호들이다.(중략)고색은 훨씬 더 중요한 상징의 짐, 즉 현재의 지위주장이 정당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짐을 갖고 있다. 그것의 기능은 지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위가 진짜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고색은 일종의 시각적인 지위증거 역할을 한다.-85쪽

지위표현에 의지하는 사회는 모두 이러한 종류의 사칭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다. 사회이동이 심해지고 익명성이 증대하면서 서양사회는 특히 이러한 문제에 시달렸다. 불가피하게 이들 사회는 사칭자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는 일련의 상징교정책을 만들어냈다.-88쪽

이 집의 인격-사물 관계는 부분적으로는 강력하며 일관성이 있는 패턴으로 되어 있다. 우리는 이 패턴을 "큐레이터적 소비"라고 불렀으며,그것을 개인이 자신의 소유품을 강력한 기억가치를 지닌 것으로 취급하면서 보존,전시,안전한 양도를 필요로 하는 소유품에 책임감을 느끼는 소비 패턴으로 정의하였다.-123쪽

문화범주는 의미의 기본적인 좌표축이다. 그것은 문화가 현상세계를 분할하는 기본적인 구별을 나타낸다. 예를 들면 각각의 문화는 시간의 문화범주를 특정화한다. 우리의 문화에서는 이 범주들은 "초"처럼 정밀한 단위도 "천년기"처럼 방대한 단위도 구별할 수 있는 정교한 체계를 포함하고 있다. 이보다는 덜 엄밀하지만 그래도 역시 중요한 것은 여가시간과 노동시간, 성스러운 시간과 세속적인 시간 등등에 대해 가해진 구별이다. 각각의 문화는 공간의 문화범주들도 특정화한다.우리 문화에서는 이것들은 측정의 범주와 "경우"의 범주를 포함하고 있다. 식물상,동물상,자연과 초자연 세계의 풍경도 또한 문화에 의해서 일련의 범주로 세분되어 있다. 아마도 문화범주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공동체를 계급,지위,젠더,나이,직업에 따라 구별된 부분들로 세분하는 것일 것이다.-165쪽

문화는 세계에 그 자신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세계를 '구성한다'.이렇게 구성된 세계로부터 소비재에 충당되는 의미가 끌어내어진다.-166쪽

문화범주라는 것이 문화가 세계를 별개의 구획들로 세분한 결과라면,문화원리는 그것에 의해서 이 세분화가 행해지는 관념이다. 문화원리는 모든 문화현상이 구별되고 분류되며 상호연관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관념이다. 그것은 사고 및 행동에 방향을 제시하는 관념으로서 사회생활의 모든 측면에서 표현되며, 특히 그 중에서도 재화에서 표현된다.-171쪽

"전이된 의미"전략에 의지하는 문화는 그 이상을 위한 장소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여기에는 많은 대안이 있다. 이상은 시간과 공간의 연속체상의 거의 무수한 위치로 옮겨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간의 연속체는 종종 "황금시대"라는 위치를 만들어낸다. 추측컨대,이 황금시대는 언제나 기록과 증거가 확신을 줄 정도로 풍부하게 존재하는 역사상의 한 시기이다. 사실 이 시기는 사회생활이 문화적인 이상과 완전히 일치하였다고 상상되는 상당히 허구적인 시대이다. -227쪽

과거에서 만족할 만한 위치를 찾을 수 없는 개인에게는 미래가 더 융통성있는 것이 된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미래는 특정화되어 있지 않으며 따라서 제약이 없다. 어떤 종류의 미래가 이상에 만족스러운 위치를 증명하는가는 종종 인습에 의해 특정화되고 있다.인습적인 위치에는 "내가 결혼하면..","내가 마침내 학위를 받으면..","갑자기 기회가 오면..."등이 포함된다. 이 바람직한 미래는 집단의 발명품이며 유행에 따라 변화하기 쉽다.-232쪽

회복의 문제는 미묘한 문제이다. 의미전이의 과정은 우선 먼저 이념에의 일종의 인식론적 면역성을 확립하기 위해서 시도된다. 이 의미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시도가 행해질 때, 이 면역성이 위태롭게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회복은 전이된 의미가 완전한 거주의 책임 모두를 떠맡을 필요 없이 '지금 여기로'가져와지는 식으로 달성되지 않으면 안 된다.전이된 의미가 그 시간적 또는 공간적 위치에서 회복될 때, 그것은 반증의 가능성에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다리 말하면,전이작업을 망치게 하는 접근은 허용해선 안 된다.-234쪽

개인은 전이된 의미로의 가교로서 취득된 사물을 간단히 믿을 수 없는 것으로 치고,이 역할을 자신이 아직 소유하지 못한 사물로 이전한다. 소비자는 마침내 성취되고,만족된 충만한 생활을 기대한다.그러나 이 구입이 이루어지자마자 소비자는 기대를 또 하나의 사물로 이전한다.오랫동안 추구되어온 것은 순식간에 가치를 잃으며,개인은 또 하나의 가교로 이동하기 때문에,전이된 의미는 전이된 채로 있을 수 있다. (중략)거실은 가족이 '가장 단정한 행동을 하는'장소라고 말해져 왔다. 거실은 가족이 보다 엄격한 이상에 따라서 보다 높은 수준에서 생활하는 장소이다. 거실에 이 전이된 의미를 부여한 가족은 꽤 까다롭게도 그것을 기피한다. -239쪽

디드로의 곤혹스러운 관찰은 어떤 보완물이건 간에 소비재는 어떤 공통성이나 통일성에 의해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데 도움이 된다.디드로의 관찰은 이 사물들이 일종의 조화나 일관성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서로 어울린다"고 시사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일관성을 지닌 사물들을 '제품보완물'이라고,또한 그 관찰자를 기념해서 '디드로 통일체'라고 부를 것이다.-254쪽

소비재의 문화적 일관성은 (1)사물에 들어 있는 의미의 성질,(2) 이 의미가 사물 속에 들어가 있는 방법,(3) 사물의 의미가 "사물 코드"에 의해 전해지는 방식을 반영하고 있다. -255쪽

디드로 효과는 새로운 위험한 관념으로 가정경제를 감염시킬 수 있는 맹독의 도래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준다.그것은 몰래 교활하게 통제하려고 하는 치안방해적인 의미를 우리의 생활 속에 집어넣는 '트로이 목마'선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만일 개인의 생활에서 어떤 사물이 그 생활을 그 자체로 돌려보내며 되돌아가게 하는 데 끊임없이 도움을 준다면,그때에는 그렇게 할 수 있게끔,즉 우리의 소유품에서는 가장 순수하며 가장 깨끗한(256)시그널만이 나오게끔 개인의 생활을 유지하는 작용을 하는 것이 디드로 효과이다.-265,266쪽

급진적인 집단들은 그들의 사회가 기초로 삼고 있는 정치적,사회적 원리를 논박하는 데 성공할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그들의 가장 확실하며 아마도 보다 설득력이 있는 것 같은 장소,즉 물질세게의 물리적 사물에서 옛 관념을 뿌리째 뽑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281쪽

물질문화는 문화를 물질적인 것으로 만든다. 물질문화는 문화를 손으로 만질 수 있게 하고,현전하게 하며 도처에 있게 한다. -281쪽

재화는 기존의 문화적 의미의 선택적인 이용,새로운 조합 및 미리 생각한 혁신을 통해서 새로운 문화개념을 만들어내는 기회로서 쓰인다. 이 경우 재화는 기존의 문화의미의 실험을 통해 발명이 일어날 수 있는 창조적인 매체이다.또 하나의 능력으로는,재화는 변화가 숙고되고 논의되며 게다가 알려지는 내적 및 외적 대화에 집단이 참가하는 기회로 쓰인다. 첫번째 경우에서는 재화는 창조성과 실험의 기회로 이용된다.두번째 경우에서는 창조과정을 형성하고 정식화하는 것을 돕는 내적 및 외적인 성찰과 폭로의 수단으로 쓰인다.-287쪽

변화의 수단으로서의 두번째 능력으로는 소비재는 혁신집단 안에서도 또 혁신집단과 큰 사회 사이에서도 담론을 위한 기회로 쓰인다. 혁신집단은 있을 수 있는 그 이상의 혁신과 현재의 합의를 집단의 구성원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재화를 이용한다. 이러한 용법으로는 재화는 일종의 게시판 역할을 한다. 그 클럽의 구성원들은 계속해서 통고를 받고 있다.그들은 메시지를 서로에게 알리며,그 집단도 또 이 메시지도 계속 변한다.점차 합의가 확립되면,메시지는 점점 적어지고 덜 논쟁적이 된다.재화가 보다 큰 사회를 향해서 이용되면,우리는 그것을 게시판이 아니라 일종의 광고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집단은 기존의 인습에 대한 불만을 훨씬 더 많은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며 또한 자신들이 옹호하려고 하는 이념과 가치로 바로 번갈아가며 나타내는 재화의 언어로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중략)재화는 내부 메시지용의 게시판이며 외부 메시지용의 광고판인 두 가지 커뮤니케이션 매체이다.-290쪽

역설적으로 사물 코드는 사회가 변화를 촉진시키기도 하고 인내하기도 하는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한다.그것은 사회집단이 기존의 문화정의 밖에 있고 또 그것과 대립하는 그들 자신을 보는 다른 방법들을 확립하는 것을 돕는다. 그렇지만 또한 그것은 한 사회가 이러한 변화들을 기존의 문화적인 틀 속에 통합하는 것을 도와주며, 아울러 그 변화들의 불안정하게 하는 잠재력을 퍼뜨리는 역할도 한다. 사물 코드는 반대의 두 방향을 향하고 있다.-2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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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쇼쇼 - 김추자, 선데이서울 게다가 긴급조치
이성욱 지음 / 생각의나무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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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들어 성 문제에 관한 문제제기의 앞머리는 언제나,우리가 얼마나 성적 억압을 받아왔는가 혹은 성에 관한 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억압적인가에 대한 성토와 폭로였다. 그래서 이 성토와 폭로는 다시 말해 지배적 성 이데올로기의 내면화라는 내부적인 것과 지배적 성윤리를 정립하고 존속시키는 외부적 사회장치에의 반란과 해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셈이었다.(중략)푸코는 프로이트의 억압가설을 반박하면서 근대사회는 나름대로 성에 대한 지식,정보,윤리,유통,확산,실천의 메커니즘을 발명,존속시켜 왔다고 주장했다.-83쪽

80년대 의식화 학습과정에는 전형적인 커리큘럼이 있었다. '시각교정'용으로 '전환시대의 논리'나 '우상과 이성'등이 선택되었고 혹은 광민사에서 발생한 '노동의 역사'나 '노동의 철학'등에서 출발하기도 했다. 좀 더 나중인 80년대 중반에는 '철학에세이'에서 시작하여 소비에트 철학 교과서로 넘어갔다. 생각해보면 우리 세대가 거친 성 학습의 이력에도 일종의 자생적인 '커리큘럼'이 있었던 듯 싶다. 백과사전에서 시직하여 다음 단계는 여성지로 나아가는 것이 일반이다.-90쪽

tv에서든 성이 어떤 형태로든 거주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일이 기억난다. 60년대 말 쯤의 tv에는 어린이 시청불가 프로그램이 종종 있었다. 명화극장 같은, 대개 밤늦은 시간대의 프로그램이었다. 그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먼저 조그만 병아리 그림이 나오면서 아이들에게 해로울지 모르니 아이들은 어서 재우고 시청하라는 권고였다. 말하자면 이즈음 '음란비디오는 마마나 호환보다 무섭다'고 경고하는 것의 60년대 판본인 셈(95)이었다. -95,96쪽

만화방은 영화와 더불어 성에 관한 중요한 학습소였다. 아이들 만화야 그렇지만 70년대 초 나오기 시작한 성인만화는 참으로 별경이었다.-96쪽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의 비판 문화'잉태 : '검열'이라는 강박관념으로 나타난 퇴폐문화(1960~1970) 대중문화는 어쨌든 대중과 가장 친한 문화이다. 대중들이 자연스럽게 접촉하고 또 자연스럽게 대중문화 텍스트에 자신을 동일화시키는 현상은 그 공과를 떠나 대중문화의 일상적 위력을 충분히 일러주고도 남는다. 그래서 지배블럭은 언제나 대중문화에 대해 두 가지 전략을 취하게 마련이다. 하나는 대중문화를 지배 이데올로기의 숙주로 삼기 위해 대중문화의 생산과 유통을 장악하고자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검열이다. 물론 후자는 전자의 결과로 이루어지는 행위이기도 하다. 대중문화에 대한 전통적인 비판은 이런 측면에 대한 비판이었던 셈이다. 한국에서 근대적 대중문화가 출발한 이래 그것은 일본 식민지 통제 전략,그리고 해방 후 독재정권의 장악 및 활용의도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음은 우리 모두의 체험으로 확인된 바이다.-133쪽

80년대의 대중문화는 오히려 독재정권의 고전적인 3s정책에 의해 외면적인 활황을 맞이하는 듯하였지만 80년대가 한국전쟁 이후 가장 격렬한 대립과 투쟁의 연대였다는 점을 상기해 볼 경우 검열의 논리가 정치적 측면에서 얼마나 강력하고 치밀하게 시행되었는가는 따로 확인해 보지 않는다 해도 충분히 짐작되는 바이다.-137쪽

진보 표방하는 한 피할 수 없었던,모순 해결을 위한 문화:'계급'이라는 강박관념으로 나타난 민중문화(1980) 광주민중항쟁으로 문을 연 80년대.그 항쟁의 경험은 80년대 문화예술분야에도 획기적인 변동을 야기했다. 이른바 문화예술과 계급투쟁의 동일화라는 목표의 설정이었다. 주지하다시피 '광주'가 80년대 전체의 머리 위에 세례한 것은 소위 사회주의 사상으로 요약되는 계급 이데올로기의 복원이었다. 기실 문화예술과 계급 혹은 사회주의 사상과의 관계는 카프의 사례가 일러주듯이 한때 문화예술의 주류적 흐름이기도 했다.-137쪽

문화예술의 계급적 실천이 보다 더 중요한 화두로 자리하면서 당대의 문화운동은 보편적 운동 및 과제에 포괄되는 특수한 운동 및 과제라고 정리되었다. 보편과 특수의 구분이 말해주듯이 예의 정리 속에서는 문화 예술이 보편적 과제 다시말해 계급문제의 해결 과정에 문화예술적 직능으로 복무하는 활동으로,다시말해 중심에 의해 관리,통제되는 활동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138쪽

생각해 보면 80년대는 계급문제의 첨예함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측면에서도 한국전쟁 이후 사회적 문제들이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격동한 연대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은 따라서 근대적 미의식의 핵심이랄 수 있는 미적,예술적 고유함이 80년대에는 미처 주장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그런 사정이 곧 문화예술에 대한 풍부하고 다양한 사고보다 문화예술 활동가를 곧바로 '문선대'로 간주하는 무의식을 자아내게 하는 요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그런 측면은 문화예술에 한정해서 볼 경우 일단의 상처로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급 문제와 문화예술의 관계를 가장 진지하고 직정적으로 사고했던 80년대의 경험은 근대적 미의식의 또다른 성질인 문화예술의 정치성을 유례없이 실험해 보고 체험해 본 과정이 아닐 수 없다.-140쪽

무반성적인 소비가 부른 극한적 부산물 :'소비'라는 강박관념으로 나타난 거품문화(1990) 80년대 말의 이른바 3저 호황은 우리나라도 문화의 소비가 가능하다는 것을 예시해 주었다. 근대화의 최대 과제를 보릿고개로 상징되는 오랜 가난의 극복에서 찾고자 했던 우리의 현대사는 드디어 문화예술도 소비의 영역이 될 수 있다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60년대에 시작된 개발독재가 가속을 걸기 이전까지 최소한의 의식주에 허덕이던 시대만 해도 문화예술의 향유와 소비는 팔자 좋은 나라에서나 가능한 아주 먼 이야기였다. 하지만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런 상황이 급변하여 사회적 관심과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단순한 의식주가 아니라 어떤 의식주가인가 하는 점이었다. 말하자면 최소한의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가 아니라 사람들의 표현 욕망과 현시욕을 충족시켜주는 특별한 의식주가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되기 시작한 셈이다.-141쪽

문화산업의 비약적 발전에 힘입어 90년대는 대중들의 일상전체가 심미적 대상으로 등장하게 된다.요컨대 일상의 심미화가 현저한 특징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일상의 심미화는 일상을 심미적으로 꾸미는 요소와 계기를 필요로 하게 된다. 그 심미적 효과의 생산을 위해서 대중은 다양한 문화예술적 용재들을 사들이고 소비할 수밖에 없다.심미성을 필요로 하는 곳은 다양했다. 주거 공간도 그러하고 노동의 공간 휴식의 공간도 그러하거니와 자신의 몸 그 자체도 심미적으로 디스플레이해야 할 공간이었다.-142쪽

일상의 심미성은 몸을 비롯해 현대생활 전부를 장악하는 일련의 메커니즘으로 자리하면서 이른바 미학적 대중주의를 낳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말하자면 대중들의 평범한 일상적 차원에서도 심미성에서의 욕망이 어느 정도 실현 가능해지면서 미학성에의 추구와 안착은 말 그대로 대중적,대량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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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 가족의 재조명 한국 사회사 연구회 논문집 39
한국사회사연구회 / 문학과지성사 / 199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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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핵가족화하고 있는가-장현섭 중 일부 / 한국에서 근대화 운동이 가속화되었던 1970년대 중반을 전후하여 가족 생활의 일반적 흐름에 변화가 오고 있다. 이 변화는 기존의 연구가들이 주장하던 바와 같은 핵가족화는 아니다. 우선 이념형 자체가 75년부터 갑자기 떨어져 계속 그 수준을 유지한다. 그 원인은 직계 가족형의 이념형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핵가족형의 이념형 또한 똑같은 비율로 낮아졌다.-68쪽

증가한 것은 이념형도 아니고 과도형도 아니고 비이념형이다.(중략)비이념형은 75년부터 괄목하게 증가하여 꾸준히 그 상(68)태를 유지하고 있다. 곧 기존의 가족 생활이나 원리에 관한 일반적 합의가 상당히 깨어졌다고 본다. 한국 사회는 기존 학자들이 이야기하듯이 핵가족화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거기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는 중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최근 들어 젊은층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는 이혼율,공장 지역이나 대학가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는 동거 생활,미혼 단독 가구 등은 핵가족형 사회도,직계 가족형 사회도 아닌 '사회의 방향성 상실'을 나타내는 증거일 것이다.아니면 새로운 가치관이 생기고 있는 초기 단계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68쪽

일,가족,그리고 성역할의 의미 - 한국의 산업화와 신중산층의 가족 이념 김은희 중 일부 / 한국 사회의 자본주의 문화는 서구적 개인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적 자본주의의 발전의 주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집단주의적 일의 의미이며 이것은 개인간의 정서적인 유대 관계보다 가족 전체의 계층 상승을 우선하는 가족주의에 의하여 뒷받침되고 있다. "집은 쉬는 곳"이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직장에서의 계약적 인간관계와 대립되는 정서적 안식처로서의 가정보다는 일을 위해 재충전하는 곳으로서의 집의 기능을 관념화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핵가족화와 "가정은 휴식처"라는 새로운 문화적 개념의 대두가 우리 사회가 서구화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서구 산업 사회의 문화에서 보이는 남자의 '개인주의적'이고 '도구적 역할'과 여자의 '공동체적'이고 '정서적'역할의 분리는 한국 자본주의 문화에서의 성역할의 분리와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118쪽

한국 가족 문제의 특징 -기능주의 가족 문제론 비판 김흥주 일부 / 산업화에 따른 가족의 변화와 이에 수반되는 가족 문제를 이해하는 데 지나치게 개별 가족 차원에서 가족원 개개인의 도덕성에 기반한 가족 통합만을 강조할 경우에는 '변화'와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의 가족 변화는 산업화라는 외부의 충격 과저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위기적 상황 때문에,그리고 이에 대해 가족 차원의 대응 과정에서 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공장 주변에서 적지 않게 발견되는 독신과 동거의 형태,많은 주부의 취업으로 인한 육아와 가서 노동의 공백 문제 등은 가족의 생존을 위한 가족 전략 차원에서 피할 수 없이 일어나는 가족 변화의 모습이며, 가족 부양 체제의 약화도 가족원의 도덕성이 결핍되어 나타나는 경우보다 가족의 물질적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가족 변화의 모습인 경우가 많다.-174쪽

전체주의적 관점에서 가족의 변화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여기에서 보여지는 정형에서 벗어난 가족 생활의 모습을 사(174)회 통합에 저해가 되는 골칫덩어리의 문제로만 파악하는 것은 문제 자체와 발생의 본질적인 메커니즘을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따라서 가족의 변화가 계급,성,연령에 따라 다르게 경험된다는 사실을 주목하여,변화 과정에서 파생되는 가족 문제는 우리 사회의 중첩된 모순 구조가 가족에 반영되어 나타나는 가족 생활의 불안정 때문에 전체 사회의 재생산의 위기 현상이 심화되어지는 현상, 그리고 개별 가족 차원에서 가족원들이 고통과 억압을 당하는 현실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우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174쪽

기능론은 가족과 다른 사회의 제도들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사회의 한 부분에서의 변화가 가족에 영향을 주는 방식을 파악하고 가족이 수행하는 기능이 무엇인가를 설명한다. 즉 가족은 역사와 사회에 따라 그 크기와 형태, 가족 구조 및 사회적 기능의 변화를(176)경험하며, 가족이 수행하는기능은 전체로서의 사회에 대한 형평과 균형의 상태를 유지하는 데 모아진다는 것이다.-176,177쪽

기능론적 가족 이론의 입장에서 볼 때, 가족이 가지는 사회적 역할 또는 기능의 약화는 전체 사회 체계의 위기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이다. 가족 구성원에 대한 가족의 통제력이 약화되어 가족내의 역할과 의무가 제대로 수행될 수 없는 상황이 가족 문제를 일으키는 직접적인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이 관점(177)은 가족의 기능 약화가 가족의 정형에서 벗어난 가족 변화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예컨대, 1960년대 이후 서구 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개인주의적 가치의 가족에의 침투를 가져와 이혼율이 증가하고 독신과 동거, 미혼 상태의 부모됨, 동성의 짝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 유형이 증가하게 되었고 여성이 전형적인 표출적 역할을 방기하고 생산 영역에 취업함에 따라 모성에 기반한 출산과 양육이 불가능하게 되고 가사 노동에 공백이 생김에 따라 가족이 다양한 문제를 가지게 되었고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이다.-177,178쪽

가족 문제는 전체 사회의 차원에서 일탈 및 범죄의 상황과 관련되어 사회 전체의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족 문제에 대한 가장 중요한 대처 방식은 복지 정책을 통해 가족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로 모아지며, 정치적으로는 'pro-family'운동을 통해 도덕적인 가족을 우선시하는 이데올로기적 강화로 모아진다.-178쪽

'pro-family'운동은 개인의 자유에 기초한, 그리고 정해진 규칙이 아니라 상호 협상에 근거한 약속에 의해 규정된 가족 생활을 신념으로 하여 이혼,동거,동성 연애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합법화하려는 반 가족 운동에 대항하여 가족의 와해 위기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도덕성에 근거한 전형적인 가족의 형태를 강조하는 정치 운동이다.-179쪽

이와 같이 문제의 원인을 가족 체계의 기능 약화와 구성원의 일탈적인 행위에서 찾아가는 기능론은 문제가 야기되는 구조적인 메커니즘과 더불어 문제로 인해 가족 구성원이 고통과 억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간과될 수 있다. 이는 가족을 '사적인 영역'으로 규정하여 문제의 사회적 요인을 은폐하고 개인들에게 책임을 돌림으로써 문제 해결의 책임을 개별 가족에게 떠맡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따라서 가족 문제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개별적인 가족 생활의 문제와 사회 구조와의 관련을 중시하는 것, 즉 어떠한 사회 구조의 모순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구성원의 고통과 이를 치유하는 방식과 해결 주체는 무엇인가를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179쪽

가족 문제에 대한 계급론적 접근과 페미니즘의 접근은 우리 사회의 산업화에 따른 가족의 변화와 이에 수반되는 가족 문제를 이해하는 데 기능론에 편향되어 있을 경우에는 변화와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시사해준다. 또한 가족의 변화는 계급,성,연령에 따라 다르게 경험되며,이에 따라 가족 문제에의 접근도 계급별 차이와 가족내의 구성원별 차별성이 부각되어야 한다는 통찰을 제시하고 있다. 즉,가족 문제는 가족간의 관계에 있어 국가와 자본의 가족 지배라는 계급 모순과 가족 내의 구성원간의 성과 연령 간에 기반한 모순이 복합적으로 관련되어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갈등과 고통을 경험하는 현실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가족 문제 연구의 전반적인 경향은 전체 사회의 통합 차원에서 가족 기능이 약화되는 현상만을 문제로 규정하며,이의 발생 기제로는 산업화로 인한 사회 질서의 변동만을 상정하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188쪽

산업화,도시화와 관련하여 한국 가족의 변화를 분석할 때, 기능론의 핵가족론에 기반하여 전통적인 확대 가족이 감소하고 핵가족이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주장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가족 유형의 변화를 세밀히 살펴보면, 핵가족의 형태가 산업화의 정도만큼이나 일방적으로 증가하였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지난 20여년 사이에 전체 가구에 대한 핵가족 유형의 구성비는 약4.8%정도 증가하였으나,확대 가족 구성비는 약 10.9%감소하고 있다. 그런데 특이할 만한 점은 이 기간 동안 일인 가구와 기타 유형의 가족 구성비가 높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안병철,1989)이는 확대 가족의 감소가 이들의 증가로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게 한다. 산업화에 따른 핵가족 유형의 증가는 상당히 완만하여,오히려 일인 가구 등의 비표준형 가족의 증가를 주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191쪽

우리의 가족 변화에서 보여지는 또 다른 특징은 사회 심리적 내지 문화적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가족에 대한 전통과 현대적 가치관의 혼합화 현상은 가족 내의 성모순과 계급별 가족 문제의 차별성을 구성하는 또 다른 배경이 된다. 자본주의화에 따른 근대성의 증가는 가족에 대한 개념의 변화를 가져오는데,이는 '자본제의 정착과 영역의 분리'라는 기능론의 가정에 기반하여 남성의 도구적 역할과 여성의 표출적 역할의 수행, 그리고 가족의 정서적 안정 및 사회화의 기본 단위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는(194)인식이 널리 확산되어지는 것을 의미한다.이에 따라 아동 양육과 자녀교육이라는 가족의 사회화 기능이 무엇보다도 강조되는 방향으로,그리고 여성의 전업 주부로서의 역할이 가족 전체의 부양 체제를 유지하는 기반이라는 통념이 정착되는 방향으로 변화가 이루어진다.(중략)그러나 이러한 근대적인 가족 개념의 확산과는 달리 가족 변화의 현실은 계급별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194,195쪽

우리의 경우는 근대적인 가족 개념의 확산과 더불어 전통적(195)가족 가치도 국가와 가족 옹호pro-family집단의 집중적인 이데올로기적 공세로 가족 관계나 사회 관계를 규제하는 중요한 지배적인 원리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또 다른 가족 변화의 특징이다 즉 오늘의 한국 가족은 가족 구성의 근대성 원리와 전통성의 원리가 복잡하게 교차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사회적 도덕성의 유지 차원에서 전통적인 가족 규범을 어기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규범 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가족내의 물적 기반이 붕괴되었을 때 나타난다. 가족 관계의 도구적 측면이 약화된 오늘날의 경우 가족 부양 체계의 작동, 특히 노인 부양은 자발적으로 형성된 순수한 친애감과 도덕성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족의 생계를 위해 가족원 대다수가 생산 노동에 종사해야 하는 경우에는 아무리 도덕성이 강하다 해도 현실적으로 부양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195,196쪽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가족주의를 고집하여 가족부양 체제를 국가의 정책 차원에서 강요하는 것은 복지 자체가 실종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이의 결과는 피부양자나 부양의 책임자 모두에게 고통만을 가중시킬 뿐이다.이와 더불어 국가가 공적인 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전통적 가족 가치는 기본적으로 가부장적 질서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족내의 그리고 사회 관계의 성 불평등이 제도적 차원에서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196쪽

가족을 생물학적으로 규정된 보편적인 단위로 보는 기존의 기능론적 시각은 모든 가족에서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가족의 문제를 강조하고, 이를 전체주의 관점에서 사회 통합의 걸림돌로 인식한다. 그러나 이상에서 우리가 살펴본 결과는 가족 자체가 계급,성,연령에 따라 다르게 경험되는 사회적 구성물이며,이에 따라 가족 문제도 사회 구조의 모순이 반영되어 가족들과 가족원간에 차별화되어 나타나는 '관계에서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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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족문화의 오늘과 내일
여성한국사회연구회 엮음 / 사회문화연구소 / 1995년 3월
절판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가족 : 이효재 중 일부 / 가족사회학에서는 가족을 사회와의 관계에서 그 체제에 종속된 하위집단으로 추상화하여 기능론적으로 설명해 왔다. 파슨즈의 구조기능론이 이것을 대표하고 있다. 핵가족은 현대 산업사회체제에 적합한 기능을 하는 하위집단으로 인식한 것이다.그리하여 통계적 조사방법에서는 자료의 분석적 체계에서 가족을 종속변수로 삼고 있다.대체로 계층적 지위사 사회 경제의 구조적 지표를 독립변수로 삼아 가족구성이나 관계의 형태,행동 및 태도의 경향을 분석하여 제시함으로써 사회구조가 혼인과 가족을 규정하고 일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이러한 사회학적 방법은 가족의 형태와 생활의 경향을 양적으로 파악하고 예측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가족연구의 주류적인 방법론이 되어 왔다.-11쪽

그러나 이 입장은 가족을 단순히 체제유지를 위한 질서안정에 있어서 보수적 기능을 하(11)는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파슨즈의 역할구조론은 여성학에서 비판한 바와 같이 자본주의와 가부장제가 요구하는 성차별과 저임금 노동력의 재생산에 기능적으로 그 보수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이러한 역할구조는 인간가족의 본질이라기보다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의해 사회문화적으로 형성된 것이라 하겠다.(중략)문제는 가족을 이렇게 사회구조에 종속적인 재생산적 하위집단으로서만 전제하고 접근하는 데 있는 것이다. 가족이 공동체적 삶의 욕구를 지닌 사회의 기초집단임을 과소평가하거나 간과한 입장이기 때문이다.가족은 사회구조와의 관계에서 종속적인 동시에 자율적인 인간공동체이다.스스로 변화를 추구하며 사회변화에 주체적으로 대응하며 새롭고 다양한 삶의 형태를 창조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기초공동체이다.-11,12쪽

가족과 경제생활 : 문소정 중 일부 / '주머니돈은 쌈지돈'이라는 옛말이 있다. 이 말은 한 가족끼리의 경제적 관계는 '내것 네것 따지지 않는 경제적 자원을 공유하는 공동체'라는 것을 비유하는 것이다.흔히 우리는 가족을 '사랑과 공유'의 공동체로 이해한다. 그래서 가족구성원 사이의 경제적 관계를 따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또 따져 봤자 '주머니돈은 쌈지돈'의 관계이니 다른 특별한 의미가-135쪽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와 같이 내것 네것 따지는 '주머니돈은 쌈지돈'이라는 가족경제학의 논리는 현대사회와 가족생활에서 점차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화와 함께 개인의 업적과 능력에 기초한 개인주의가 사회조직 원리로 점점 더 그 영향력을 확산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현대사회에서 공동체적 단위인 가족의 관계에도 개인주의의 가치가 점차 침투해 들어가서 과거의 사회처럼 개인의 개성과 욕망을 매몰시킨 가족집단 우월주의는 지양되고 있다.(중략)가족생활에서 가족구성원의 경제적 욕망과 자유를 공평하게 존중하는 부부별산제 문화가 나타나고 있다.(중략)더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우리의 의식과 정서를 지배해 왔던 '주머니돈은 쌈지돈'이라는 공유 논리가 허구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이는 지난 1993년 8월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으로 전격 실시된 금융실명제를 통해 일어났다.-136쪽

가족의 자녀교육 : 조성숙 중 일부 / 기적적이라 할 만한 단기간의 성장과정에서 교육수요의 폭발적 증가는 사회적 필요에 적절히 인력공급역할을 해 왔다. 그러는 가운데 고학력과 좋은 학벌은 출세의 발판이 됨으로써 입시과열경쟁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풍토에서 자녀의 명문대진입이 곧 사회적 성공으로 이어짐에 따라 과외공부를 통한 '수재 만들기'에 부모들이 온 정력과 재정을 기울이는 이른바 '자녀교육의 가족사업화'경향을 띠게 되었다.-166쪽

일과 가정생활 정은희 중 일부 / 지난 60,70년대 한국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은 8시간 이상으로 기업체에서는 밤늦도록 불을 밝히며 일하였다. 남성의 직장에서의 성공은 가족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나,책임이 부과되는 업무에 시간과 정력을 쏟을수록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게 되어,직장에 헌신적인 남성일수록 가정에서는 '돈버는 기계'로 가족들로부터 소외되었다.'새벽에 별보고 나가서 밤중에 별보며 돌아오는'아버지는 가족들과의 정서적 교감은 물론 자녀들의 교육에도 거의 무관하게 되어 가장 부재의 가정에서 여성은 가정의 중심이 되어 왔다.-218쪽

경제성장을 어느 정도 달성한 80,90년대에 이르러 소외되었던 가정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어 가고,특(218)히 젊은 세대의 경우 출근 후 동료끼리의 한잔보다는 가정에서 가족과의 공감대를 넓히는 일을 중시하는 가정중심의 생활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가정중심의 생활방식에 대한 의식은 확산되고 있으나 8시간의 노동시간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어 가장역할의 부담감만 가중시키고 있다. 즉 가정중심의 생활에 대한 관심은 고조되고 있으나 일의 세계의 빈약한 현실조건은 가정중심생활이 하나의 강박관념으로 작용하게 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218,219쪽

중산층 전업주부의 역할은 단순한 가사노동의 범주를 벗어나 가구전체에 관련되는 일로 가계에 대한 경제적 기여,자녀교육에서의 역할,사회관계망의 형성과 유지 등을 담당하기도 한다.즉 자녀교육,사회관계망의 유지,다양한 비공식적 경제활동을 통하여 가구의 지위를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뿐 아니라 활동범위 또한 가정의 사적 영역의 범위를 벗어나 지역사회,친족관계,투자 및 재산관리의 영역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문화일보,1992.8.27)-220쪽

여가란 흔히 일의 세계와 대비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여가와 일의 구분에는 미묘한 점이 많이 있다. 오늘날에는 직업활동의 영역과 종류가 세분화되고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별이 점점 모호해지는 추세이기 때문에,통상적으로 여가의 영역으로 인식되던 것들이 다른 어떤 의미에서는 전문적인 일의 개념으로 잡히곤 하는데 사진작가 운동선수,바둑기사 등이 하는 일이 그런 경우에 속한다.여가의 개념을 정의한다면 일하지 않는 자유시간 가운데서도 그 활용이 개인적 자유의사에 맡겨지면서 결과적으로 즐거운 만족감을 가져다 주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고영복,1991)-229쪽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적으로 일과 여가가 거의 분리되지 않았고,생산지향적인 산업화 초기에는 부단한 노동만이 요구되어 왔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이루어지고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의식주의 간편화가 추구됨에 따라서,공업화의 진전으로 생산현장에서 전반적인 기계화로 노동시간이 단축됨에 따라서,또한 대중매체의 광범위한 보급으로 대중들(229)의 여가에 대한 대중매체의 침투도와 영향력이 높아짐에 따라서 그리고 이와 더불어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삶의 질을 높이고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열망이 상승됨에 따라서 여가는 중시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제 우리의 가족은 의식주 해결에 급급해 오던 '여가 부정'의 시대를 지나 내구재 소비와 더불어 '여가 인식'의 시대를 거쳐서 여가 긍적적인 '대중여가'의 시대를 맞이하였고,이제 여가를 중시하며 '여가 개성시대'로 향하여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229,230쪽

우리 자녀들에게 tv나 비디오 시청이나 컴퓨터게임,게임오락기가 놀이 등 수동적인 여가 외의 건전한 여가놀이 공간이 없다.몇 년 전부터 서울의 대학로가 청소년들의 문화광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나 이곳에 나가는 청소년들을 왜곡된 눈으로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이 있는 한 진정한 청소년의 여가공간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여의도의 자전거광장은 청소년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여가공간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공원이나 고궁들이 청소년들의 건전한 여가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 폐쇄적인 여가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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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와 고급문화 나남신서 142
허버트J.갠스 / 나남출판 / 1998년 4월
품절


허버트 갠즈의 <대중문화와 고급문화> 중 일부를 옮겨본다. 당시 우리나라 언론학자들의 문화에 대한 일정한 보수성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 역자의 말 : 지금 우리는 건국 이래 유례없는 국가적 경제위기에 처해 있다. IMF의 긴급구제금융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사회의 모든 면에서 지난날의 생활에 있었던 거품들을 걷어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그 동안 우리는 선진국 국민이라도 된 것처럼 세계의 유명 브랜드,최신의 유행, 값비싼 제품들을 수입,유통,소비하는 데만 열중하며 우리 현실과는 동떨어진 거품생활을 해 왔다. 우리 사회는 생산의 사회가 아닌 유통과 소비의 사회,거품으로 가득한 낭비의 사회였다.-7쪽

대중문화 비판론은 도시산업사회에서 사람들의 생활시간이 노동시간과 자유시간으로 구분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생겨났다.로웬달과 피스크가 지적했듯이 대중문화 비판론은 오늘날 매스미디어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대중적 문예물들이 출현하기 시작하던 18세기부터 기원한다.-22쪽

대중문화 비판론의 재등장을 일으키게 한 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실상 비판론의 존재는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내용의 변화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지식인들이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특히 지식인들이 사회에서 '기존질서의 지도적 위치'에 속하거나 속하고 있다고 느끼는(25)그들의 의식과 관련된다. 지금까지 대중문화 비판론의 등장을 보면,지식인들이 권력이나 그 권력을 표현해줄 수 있는 그들의 신분이 상실될 때 나타났으며, 그 권력이나 신분을 획득했을 때에는 점차적으로 사라졌다.-25,26쪽

확실히 매스 컬처란 말은 경멸조의 말이다. 매스는 개인이나 집단의 성원이라기보다는 분별 없는 군집이며,심지어는 폭도라는 뜻까지도 내포하고 있다.그래서 매스 컬처란 폭도의 비문화성을 뜻하게 된다.-29쪽

대중문화 비판론은 약 2백 년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현대의 대중문화 현상에 대한 현대적 비판론은 다음 네 가지 주제의 주장들이다. (1) 대중문화 생산의 부정적 측면 : 대중문화는 고급문화와는 달리 바람직한 것이 못된다. 대중문화는 수용자에게 쾌락만을 주기 위해서 영리추구에만 마음을 두고 있는 기업인에 의해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37쪽

(2) 고급문화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대중문화는 고급문화를 차용하여 만들어진 것이며 이로 이인해 고급문화가 저속해진다. 또한 고급문화를 창조할 많은 재능있는 사람을 빼내감으로써 고급문화의 재능있는 자원을 고갈시킨다.-37쪽

(3)대중문화 수용자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 대중문화 내용물의 수용이 가져오는 결과는 가장 좋은 의미라 하더라도 피상적인 만족은 가져다주는 정도이며,가장 좋지 않은 의미는 수용자의 정서에 대단히 유해한 결과를 일으킨다.-37쪽

(4)전체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 대중문화가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파급되면,문화,문명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수용자의 수동성을 조장하여 전체주의에 이르게 될 위험성을 가중시킨다. 수동적인 수용자는 독재자의 선동을 위한 대중설득 기술에 쉽게 말려들게 된다.-38쪽

대중문화 비판론자들은 창작자 지향적인 사람들이다.그래서 이들 비판론에 따르면 문화사용자들은 창작자들의 뜻에 따라야 하고,그렇기 때문에 창작자와 그 사용자 사이의 견해차는 있을 수 없으며,문화를 창작자의 견해에 따라 다루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47쪽

미디어 효과에 대한 괄목할 만한 연구가 모두 의식적인 효과만 측정하고 있을 뿐,있을 수 있는 무의식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는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다.더구나 그러한 연구들은 소수의 특정한 유형이나 특정내용에 대한 단기적 영향만을 다루고 있을 뿐,그러한 내용이 결정되는 배경이나 상황이 미치는 영향,미디어 자체의 영향 등에 대해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68쪽

현재로서는 잠정적이지만 미디어 효과와 관련해서 적어도 한 가지 결론은 내릴 수 있다. 즉,대중문화 비판론자에 의해 가정된 미디어 효과와 실증적인 조사연구가 밝혀낸 미디어의 실제 효과와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결과적으로 비판론자들의 미디어 효과의 정도,강도,해독 등에 대한 추리는 부당한 것으로 증명되었다.이같은 증명에도 불구하고 비판론자들은 일반적으로 대중문화를 싫어하며,고급문화를 대하는 심미적 기준으로 대중문화를 보기 때문에 그들이 보고 듣고 읽는 대중문화 내용물에서 충격을 받게 된다.이들 비판론자들은 매스미디어 수용자도 그들과 같은 심미적 기준을 갖고 있고,또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매스 미디어 수용자에 대해 자신들의 비판적 견해를 필연적으로 강요하게 된다.-71쪽

보수주의자는 수용자를 무능력자나 무자격자들로 봄으로써 대중문화의 문제원인을 설명하려는 데 비대해 사회주의자들은 대중사회와 문화를 공급하기 위해 시장의 메커니즘을 사용하는 데에 잘못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대중문화가 민속문화를 말살시키고,사람들이 원하지는 않지만,저헝할 수도 예방할 수도 없는 상업적 대중문화로서 대치되었다고 대중문화의 문제원인을 설명하려 한다.보수주의자들은 이른바 대중이 갖는 정치,경제,문화적 면에서의 점증하는 권력에 대해 분개하여 대중문화를 공격한다.반면에 사회주의자는 프롤레타리아니즘으로부터 해방된 이들 대중이 고급문화를 받아들이여 하지 않으며 사회주의자들의 주장을 지지하려 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대중문화를 공격한다.-86쪽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나의 문화나 서로 밀접하게 가까이 있는 두 개 정도의 문화를 취향문화로 선택하고 있지만, 때로는 사람들이 선택한 두 문화의 위계가 서로 인접해 있지 않고 아주 차이가 많을 수도 있어서 고급한 취향문화와 아주 저급한 취향문화를 함께 선택,수용하기도 한다.그러한 두 문화의 층에 함께 걸치는 문화현상을 '문화적 양각(cultural straddling)'이라 부르는데,이 현상은 하향적으로 두 층의 문화에 두 발을 걸칠 수도 있고, 상향적으로 두 층의 문화에 두 발을 걸칠 수도 있다.-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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