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소비
그랜트 매크래켄 / 문예출판사 / 1996년 12월
절판


브로델의 지도와 메켄드릭의 예를 따라서 역사학 공동체는 서양의 "대변형"이 "산업혁명"만이 아니라, "소비혁명"도 포함한다는 것을 인정해왔다. 이 공동체는 이제는 이 소비혁명이 단지 취향,선호,구매습관에서의 변화가 아니라 근대 초기 및 근대 세계의 문화에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나타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제는 소비혁명이 서양의 시간,공간,사회,개인,가족,국가 등의 개념들을 바꾼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29쪽

"소비"란 여기서는 (이 책 전체를 통해서와 마찬가지로)소비재와 서비스가 만들어지고,구입되고 이용되는 과정을 가리킨다.이러한 정의는 전통적인 견해를 확대하고 있다.그것은 구매행위에 대한 전통적인 강조에다가,구매에 선행해야 하는 제품개발 및 구매 뒤에 일어나야 하는 제품이용을 더하는 것이다.-29쪽

유행은 18세기가 되어서야 본격화하였다는 메켄드릭의 주장은 아마도 틀린 것이겠지만, 이 시대가 되어서 유행이 보다 더 많은 사회집단과 보다 더 많은 제품에 영향을 주었으며 한결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시작하였다는 것은 사실이다. 유행은 시종일관 현대의 취향과 선호를 변형시키기 때문에, 그것이 전폭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 경제를 상상하기 어렵다.또한 유행이 서양 소비자의 생활과 기대 속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받아들이게 했는지를 평가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렵다.유행의 성장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사고습관화 행동방식이 성장하였다.미와 스타일에 대한 고려가 공리에 대한 고려보다 점점 더 우선시되었다.(중략)이 발전은 유용성에 대한 스타일의 승리,기능에 대한 미의 승리를 나타낸다.-61쪽

더욱 중요하게는 그 발전은 지위 관념과 또 지위를 표현하기 위한 재화의 이용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의를 나타낸다.재화가 전에는 그 "고색"을 통해서 지위 메시지를 전달했다면,이제는 그 색다름을 통해서 지위 메세지를 전달하였다.-61쪽

엘리트주의의 소비 스타일은 문화적 의미를 형성하고 전달하기 위해 재화를 사용하는 보다 명백한 제스처이다. 이 엘리트 스타일의 개척은 인격에 대한 새로운 정의, 이 인격과 그가 속해 있는 보다 큰 사회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정의, 사회적 행위를 일정한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일련의 개념과 가치 등을 명시한 단 하나의 총괄적인 문화 개념 만들어내기 위해서 새로 나타나고 있는 재화언어를 사용하는 노력에 지나지 않는다. 재화언어가 여기서는 일단의 사회적 발명,즉 사회생활의 새로운 질서의 창조를 행하기 위해서 매우 신중하게 또 능숙하게 사용되고 있었다.이러한 종류의 혁신은 그 이전에는 불가능하였다. 전통 사회가 이러한 실험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새로운 개념의 사회생활의 등장에 필요한 재고와 발명을 허용하는 담론체계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72쪽

박람회,백화점,영화가 소비의 미학에 기여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구매과정에의 기여였을 것이다. 우선 먼저 그 세가지 모두는 설득과 정보의 자극이 즉각적인 구매를 초래한다고는 기대하지 않지만, 그래도 소비자를 이 설득과 홍보의 자극에 접하게 하려는 노력을 나타낸다.-74쪽

고색은 우선 먼저 물질문화의 물리적 속성이다.그것은 사물의 표면 위에 누적되어 있는 햇수의 작은 기호들이다.(중략)고색은 훨씬 더 중요한 상징의 짐, 즉 현재의 지위주장이 정당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짐을 갖고 있다. 그것의 기능은 지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위가 진짜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고색은 일종의 시각적인 지위증거 역할을 한다.-85쪽

지위표현에 의지하는 사회는 모두 이러한 종류의 사칭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다. 사회이동이 심해지고 익명성이 증대하면서 서양사회는 특히 이러한 문제에 시달렸다. 불가피하게 이들 사회는 사칭자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는 일련의 상징교정책을 만들어냈다.-88쪽

이 집의 인격-사물 관계는 부분적으로는 강력하며 일관성이 있는 패턴으로 되어 있다. 우리는 이 패턴을 "큐레이터적 소비"라고 불렀으며,그것을 개인이 자신의 소유품을 강력한 기억가치를 지닌 것으로 취급하면서 보존,전시,안전한 양도를 필요로 하는 소유품에 책임감을 느끼는 소비 패턴으로 정의하였다.-123쪽

문화범주는 의미의 기본적인 좌표축이다. 그것은 문화가 현상세계를 분할하는 기본적인 구별을 나타낸다. 예를 들면 각각의 문화는 시간의 문화범주를 특정화한다. 우리의 문화에서는 이 범주들은 "초"처럼 정밀한 단위도 "천년기"처럼 방대한 단위도 구별할 수 있는 정교한 체계를 포함하고 있다. 이보다는 덜 엄밀하지만 그래도 역시 중요한 것은 여가시간과 노동시간, 성스러운 시간과 세속적인 시간 등등에 대해 가해진 구별이다. 각각의 문화는 공간의 문화범주들도 특정화한다.우리 문화에서는 이것들은 측정의 범주와 "경우"의 범주를 포함하고 있다. 식물상,동물상,자연과 초자연 세계의 풍경도 또한 문화에 의해서 일련의 범주로 세분되어 있다. 아마도 문화범주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공동체를 계급,지위,젠더,나이,직업에 따라 구별된 부분들로 세분하는 것일 것이다.-165쪽

문화는 세계에 그 자신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세계를 '구성한다'.이렇게 구성된 세계로부터 소비재에 충당되는 의미가 끌어내어진다.-166쪽

문화범주라는 것이 문화가 세계를 별개의 구획들로 세분한 결과라면,문화원리는 그것에 의해서 이 세분화가 행해지는 관념이다. 문화원리는 모든 문화현상이 구별되고 분류되며 상호연관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관념이다. 그것은 사고 및 행동에 방향을 제시하는 관념으로서 사회생활의 모든 측면에서 표현되며, 특히 그 중에서도 재화에서 표현된다.-171쪽

"전이된 의미"전략에 의지하는 문화는 그 이상을 위한 장소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여기에는 많은 대안이 있다. 이상은 시간과 공간의 연속체상의 거의 무수한 위치로 옮겨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간의 연속체는 종종 "황금시대"라는 위치를 만들어낸다. 추측컨대,이 황금시대는 언제나 기록과 증거가 확신을 줄 정도로 풍부하게 존재하는 역사상의 한 시기이다. 사실 이 시기는 사회생활이 문화적인 이상과 완전히 일치하였다고 상상되는 상당히 허구적인 시대이다. -227쪽

과거에서 만족할 만한 위치를 찾을 수 없는 개인에게는 미래가 더 융통성있는 것이 된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미래는 특정화되어 있지 않으며 따라서 제약이 없다. 어떤 종류의 미래가 이상에 만족스러운 위치를 증명하는가는 종종 인습에 의해 특정화되고 있다.인습적인 위치에는 "내가 결혼하면..","내가 마침내 학위를 받으면..","갑자기 기회가 오면..."등이 포함된다. 이 바람직한 미래는 집단의 발명품이며 유행에 따라 변화하기 쉽다.-232쪽

회복의 문제는 미묘한 문제이다. 의미전이의 과정은 우선 먼저 이념에의 일종의 인식론적 면역성을 확립하기 위해서 시도된다. 이 의미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시도가 행해질 때, 이 면역성이 위태롭게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회복은 전이된 의미가 완전한 거주의 책임 모두를 떠맡을 필요 없이 '지금 여기로'가져와지는 식으로 달성되지 않으면 안 된다.전이된 의미가 그 시간적 또는 공간적 위치에서 회복될 때, 그것은 반증의 가능성에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다리 말하면,전이작업을 망치게 하는 접근은 허용해선 안 된다.-234쪽

개인은 전이된 의미로의 가교로서 취득된 사물을 간단히 믿을 수 없는 것으로 치고,이 역할을 자신이 아직 소유하지 못한 사물로 이전한다. 소비자는 마침내 성취되고,만족된 충만한 생활을 기대한다.그러나 이 구입이 이루어지자마자 소비자는 기대를 또 하나의 사물로 이전한다.오랫동안 추구되어온 것은 순식간에 가치를 잃으며,개인은 또 하나의 가교로 이동하기 때문에,전이된 의미는 전이된 채로 있을 수 있다. (중략)거실은 가족이 '가장 단정한 행동을 하는'장소라고 말해져 왔다. 거실은 가족이 보다 엄격한 이상에 따라서 보다 높은 수준에서 생활하는 장소이다. 거실에 이 전이된 의미를 부여한 가족은 꽤 까다롭게도 그것을 기피한다. -239쪽

디드로의 곤혹스러운 관찰은 어떤 보완물이건 간에 소비재는 어떤 공통성이나 통일성에 의해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데 도움이 된다.디드로의 관찰은 이 사물들이 일종의 조화나 일관성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서로 어울린다"고 시사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일관성을 지닌 사물들을 '제품보완물'이라고,또한 그 관찰자를 기념해서 '디드로 통일체'라고 부를 것이다.-254쪽

소비재의 문화적 일관성은 (1)사물에 들어 있는 의미의 성질,(2) 이 의미가 사물 속에 들어가 있는 방법,(3) 사물의 의미가 "사물 코드"에 의해 전해지는 방식을 반영하고 있다. -255쪽

디드로 효과는 새로운 위험한 관념으로 가정경제를 감염시킬 수 있는 맹독의 도래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준다.그것은 몰래 교활하게 통제하려고 하는 치안방해적인 의미를 우리의 생활 속에 집어넣는 '트로이 목마'선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만일 개인의 생활에서 어떤 사물이 그 생활을 그 자체로 돌려보내며 되돌아가게 하는 데 끊임없이 도움을 준다면,그때에는 그렇게 할 수 있게끔,즉 우리의 소유품에서는 가장 순수하며 가장 깨끗한(256)시그널만이 나오게끔 개인의 생활을 유지하는 작용을 하는 것이 디드로 효과이다.-265,266쪽

급진적인 집단들은 그들의 사회가 기초로 삼고 있는 정치적,사회적 원리를 논박하는 데 성공할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그들의 가장 확실하며 아마도 보다 설득력이 있는 것 같은 장소,즉 물질세게의 물리적 사물에서 옛 관념을 뿌리째 뽑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281쪽

물질문화는 문화를 물질적인 것으로 만든다. 물질문화는 문화를 손으로 만질 수 있게 하고,현전하게 하며 도처에 있게 한다. -281쪽

재화는 기존의 문화적 의미의 선택적인 이용,새로운 조합 및 미리 생각한 혁신을 통해서 새로운 문화개념을 만들어내는 기회로서 쓰인다. 이 경우 재화는 기존의 문화의미의 실험을 통해 발명이 일어날 수 있는 창조적인 매체이다.또 하나의 능력으로는,재화는 변화가 숙고되고 논의되며 게다가 알려지는 내적 및 외적 대화에 집단이 참가하는 기회로 쓰인다. 첫번째 경우에서는 재화는 창조성과 실험의 기회로 이용된다.두번째 경우에서는 창조과정을 형성하고 정식화하는 것을 돕는 내적 및 외적인 성찰과 폭로의 수단으로 쓰인다.-287쪽

변화의 수단으로서의 두번째 능력으로는 소비재는 혁신집단 안에서도 또 혁신집단과 큰 사회 사이에서도 담론을 위한 기회로 쓰인다. 혁신집단은 있을 수 있는 그 이상의 혁신과 현재의 합의를 집단의 구성원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재화를 이용한다. 이러한 용법으로는 재화는 일종의 게시판 역할을 한다. 그 클럽의 구성원들은 계속해서 통고를 받고 있다.그들은 메시지를 서로에게 알리며,그 집단도 또 이 메시지도 계속 변한다.점차 합의가 확립되면,메시지는 점점 적어지고 덜 논쟁적이 된다.재화가 보다 큰 사회를 향해서 이용되면,우리는 그것을 게시판이 아니라 일종의 광고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집단은 기존의 인습에 대한 불만을 훨씬 더 많은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며 또한 자신들이 옹호하려고 하는 이념과 가치로 바로 번갈아가며 나타내는 재화의 언어로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중략)재화는 내부 메시지용의 게시판이며 외부 메시지용의 광고판인 두 가지 커뮤니케이션 매체이다.-290쪽

역설적으로 사물 코드는 사회가 변화를 촉진시키기도 하고 인내하기도 하는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한다.그것은 사회집단이 기존의 문화정의 밖에 있고 또 그것과 대립하는 그들 자신을 보는 다른 방법들을 확립하는 것을 돕는다. 그렇지만 또한 그것은 한 사회가 이러한 변화들을 기존의 문화적인 틀 속에 통합하는 것을 도와주며, 아울러 그 변화들의 불안정하게 하는 잠재력을 퍼뜨리는 역할도 한다. 사물 코드는 반대의 두 방향을 향하고 있다.-2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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