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 가족의 재조명 한국 사회사 연구회 논문집 39
한국사회사연구회 / 문학과지성사 / 1993년 12월
품절


한국 사회는 핵가족화하고 있는가-장현섭 중 일부 / 한국에서 근대화 운동이 가속화되었던 1970년대 중반을 전후하여 가족 생활의 일반적 흐름에 변화가 오고 있다. 이 변화는 기존의 연구가들이 주장하던 바와 같은 핵가족화는 아니다. 우선 이념형 자체가 75년부터 갑자기 떨어져 계속 그 수준을 유지한다. 그 원인은 직계 가족형의 이념형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핵가족형의 이념형 또한 똑같은 비율로 낮아졌다.-68쪽

증가한 것은 이념형도 아니고 과도형도 아니고 비이념형이다.(중략)비이념형은 75년부터 괄목하게 증가하여 꾸준히 그 상(68)태를 유지하고 있다. 곧 기존의 가족 생활이나 원리에 관한 일반적 합의가 상당히 깨어졌다고 본다. 한국 사회는 기존 학자들이 이야기하듯이 핵가족화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거기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는 중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최근 들어 젊은층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는 이혼율,공장 지역이나 대학가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는 동거 생활,미혼 단독 가구 등은 핵가족형 사회도,직계 가족형 사회도 아닌 '사회의 방향성 상실'을 나타내는 증거일 것이다.아니면 새로운 가치관이 생기고 있는 초기 단계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68쪽

일,가족,그리고 성역할의 의미 - 한국의 산업화와 신중산층의 가족 이념 김은희 중 일부 / 한국 사회의 자본주의 문화는 서구적 개인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적 자본주의의 발전의 주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집단주의적 일의 의미이며 이것은 개인간의 정서적인 유대 관계보다 가족 전체의 계층 상승을 우선하는 가족주의에 의하여 뒷받침되고 있다. "집은 쉬는 곳"이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직장에서의 계약적 인간관계와 대립되는 정서적 안식처로서의 가정보다는 일을 위해 재충전하는 곳으로서의 집의 기능을 관념화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핵가족화와 "가정은 휴식처"라는 새로운 문화적 개념의 대두가 우리 사회가 서구화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서구 산업 사회의 문화에서 보이는 남자의 '개인주의적'이고 '도구적 역할'과 여자의 '공동체적'이고 '정서적'역할의 분리는 한국 자본주의 문화에서의 성역할의 분리와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118쪽

한국 가족 문제의 특징 -기능주의 가족 문제론 비판 김흥주 일부 / 산업화에 따른 가족의 변화와 이에 수반되는 가족 문제를 이해하는 데 지나치게 개별 가족 차원에서 가족원 개개인의 도덕성에 기반한 가족 통합만을 강조할 경우에는 '변화'와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의 가족 변화는 산업화라는 외부의 충격 과저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위기적 상황 때문에,그리고 이에 대해 가족 차원의 대응 과정에서 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공장 주변에서 적지 않게 발견되는 독신과 동거의 형태,많은 주부의 취업으로 인한 육아와 가서 노동의 공백 문제 등은 가족의 생존을 위한 가족 전략 차원에서 피할 수 없이 일어나는 가족 변화의 모습이며, 가족 부양 체제의 약화도 가족원의 도덕성이 결핍되어 나타나는 경우보다 가족의 물질적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가족 변화의 모습인 경우가 많다.-174쪽

전체주의적 관점에서 가족의 변화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여기에서 보여지는 정형에서 벗어난 가족 생활의 모습을 사(174)회 통합에 저해가 되는 골칫덩어리의 문제로만 파악하는 것은 문제 자체와 발생의 본질적인 메커니즘을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따라서 가족의 변화가 계급,성,연령에 따라 다르게 경험된다는 사실을 주목하여,변화 과정에서 파생되는 가족 문제는 우리 사회의 중첩된 모순 구조가 가족에 반영되어 나타나는 가족 생활의 불안정 때문에 전체 사회의 재생산의 위기 현상이 심화되어지는 현상, 그리고 개별 가족 차원에서 가족원들이 고통과 억압을 당하는 현실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우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174쪽

기능론은 가족과 다른 사회의 제도들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사회의 한 부분에서의 변화가 가족에 영향을 주는 방식을 파악하고 가족이 수행하는 기능이 무엇인가를 설명한다. 즉 가족은 역사와 사회에 따라 그 크기와 형태, 가족 구조 및 사회적 기능의 변화를(176)경험하며, 가족이 수행하는기능은 전체로서의 사회에 대한 형평과 균형의 상태를 유지하는 데 모아진다는 것이다.-176,177쪽

기능론적 가족 이론의 입장에서 볼 때, 가족이 가지는 사회적 역할 또는 기능의 약화는 전체 사회 체계의 위기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이다. 가족 구성원에 대한 가족의 통제력이 약화되어 가족내의 역할과 의무가 제대로 수행될 수 없는 상황이 가족 문제를 일으키는 직접적인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이 관점(177)은 가족의 기능 약화가 가족의 정형에서 벗어난 가족 변화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예컨대, 1960년대 이후 서구 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개인주의적 가치의 가족에의 침투를 가져와 이혼율이 증가하고 독신과 동거, 미혼 상태의 부모됨, 동성의 짝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 유형이 증가하게 되었고 여성이 전형적인 표출적 역할을 방기하고 생산 영역에 취업함에 따라 모성에 기반한 출산과 양육이 불가능하게 되고 가사 노동에 공백이 생김에 따라 가족이 다양한 문제를 가지게 되었고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이다.-177,178쪽

가족 문제는 전체 사회의 차원에서 일탈 및 범죄의 상황과 관련되어 사회 전체의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족 문제에 대한 가장 중요한 대처 방식은 복지 정책을 통해 가족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로 모아지며, 정치적으로는 'pro-family'운동을 통해 도덕적인 가족을 우선시하는 이데올로기적 강화로 모아진다.-178쪽

'pro-family'운동은 개인의 자유에 기초한, 그리고 정해진 규칙이 아니라 상호 협상에 근거한 약속에 의해 규정된 가족 생활을 신념으로 하여 이혼,동거,동성 연애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합법화하려는 반 가족 운동에 대항하여 가족의 와해 위기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도덕성에 근거한 전형적인 가족의 형태를 강조하는 정치 운동이다.-179쪽

이와 같이 문제의 원인을 가족 체계의 기능 약화와 구성원의 일탈적인 행위에서 찾아가는 기능론은 문제가 야기되는 구조적인 메커니즘과 더불어 문제로 인해 가족 구성원이 고통과 억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간과될 수 있다. 이는 가족을 '사적인 영역'으로 규정하여 문제의 사회적 요인을 은폐하고 개인들에게 책임을 돌림으로써 문제 해결의 책임을 개별 가족에게 떠맡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따라서 가족 문제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개별적인 가족 생활의 문제와 사회 구조와의 관련을 중시하는 것, 즉 어떠한 사회 구조의 모순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구성원의 고통과 이를 치유하는 방식과 해결 주체는 무엇인가를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179쪽

가족 문제에 대한 계급론적 접근과 페미니즘의 접근은 우리 사회의 산업화에 따른 가족의 변화와 이에 수반되는 가족 문제를 이해하는 데 기능론에 편향되어 있을 경우에는 변화와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시사해준다. 또한 가족의 변화는 계급,성,연령에 따라 다르게 경험되며,이에 따라 가족 문제에의 접근도 계급별 차이와 가족내의 구성원별 차별성이 부각되어야 한다는 통찰을 제시하고 있다. 즉,가족 문제는 가족간의 관계에 있어 국가와 자본의 가족 지배라는 계급 모순과 가족 내의 구성원간의 성과 연령 간에 기반한 모순이 복합적으로 관련되어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갈등과 고통을 경험하는 현실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가족 문제 연구의 전반적인 경향은 전체 사회의 통합 차원에서 가족 기능이 약화되는 현상만을 문제로 규정하며,이의 발생 기제로는 산업화로 인한 사회 질서의 변동만을 상정하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188쪽

산업화,도시화와 관련하여 한국 가족의 변화를 분석할 때, 기능론의 핵가족론에 기반하여 전통적인 확대 가족이 감소하고 핵가족이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주장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가족 유형의 변화를 세밀히 살펴보면, 핵가족의 형태가 산업화의 정도만큼이나 일방적으로 증가하였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지난 20여년 사이에 전체 가구에 대한 핵가족 유형의 구성비는 약4.8%정도 증가하였으나,확대 가족 구성비는 약 10.9%감소하고 있다. 그런데 특이할 만한 점은 이 기간 동안 일인 가구와 기타 유형의 가족 구성비가 높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안병철,1989)이는 확대 가족의 감소가 이들의 증가로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게 한다. 산업화에 따른 핵가족 유형의 증가는 상당히 완만하여,오히려 일인 가구 등의 비표준형 가족의 증가를 주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191쪽

우리의 가족 변화에서 보여지는 또 다른 특징은 사회 심리적 내지 문화적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가족에 대한 전통과 현대적 가치관의 혼합화 현상은 가족 내의 성모순과 계급별 가족 문제의 차별성을 구성하는 또 다른 배경이 된다. 자본주의화에 따른 근대성의 증가는 가족에 대한 개념의 변화를 가져오는데,이는 '자본제의 정착과 영역의 분리'라는 기능론의 가정에 기반하여 남성의 도구적 역할과 여성의 표출적 역할의 수행, 그리고 가족의 정서적 안정 및 사회화의 기본 단위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는(194)인식이 널리 확산되어지는 것을 의미한다.이에 따라 아동 양육과 자녀교육이라는 가족의 사회화 기능이 무엇보다도 강조되는 방향으로,그리고 여성의 전업 주부로서의 역할이 가족 전체의 부양 체제를 유지하는 기반이라는 통념이 정착되는 방향으로 변화가 이루어진다.(중략)그러나 이러한 근대적인 가족 개념의 확산과는 달리 가족 변화의 현실은 계급별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194,195쪽

우리의 경우는 근대적인 가족 개념의 확산과 더불어 전통적(195)가족 가치도 국가와 가족 옹호pro-family집단의 집중적인 이데올로기적 공세로 가족 관계나 사회 관계를 규제하는 중요한 지배적인 원리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또 다른 가족 변화의 특징이다 즉 오늘의 한국 가족은 가족 구성의 근대성 원리와 전통성의 원리가 복잡하게 교차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사회적 도덕성의 유지 차원에서 전통적인 가족 규범을 어기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규범 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가족내의 물적 기반이 붕괴되었을 때 나타난다. 가족 관계의 도구적 측면이 약화된 오늘날의 경우 가족 부양 체계의 작동, 특히 노인 부양은 자발적으로 형성된 순수한 친애감과 도덕성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족의 생계를 위해 가족원 대다수가 생산 노동에 종사해야 하는 경우에는 아무리 도덕성이 강하다 해도 현실적으로 부양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195,196쪽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가족주의를 고집하여 가족부양 체제를 국가의 정책 차원에서 강요하는 것은 복지 자체가 실종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이의 결과는 피부양자나 부양의 책임자 모두에게 고통만을 가중시킬 뿐이다.이와 더불어 국가가 공적인 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전통적 가족 가치는 기본적으로 가부장적 질서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족내의 그리고 사회 관계의 성 불평등이 제도적 차원에서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196쪽

가족을 생물학적으로 규정된 보편적인 단위로 보는 기존의 기능론적 시각은 모든 가족에서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가족의 문제를 강조하고, 이를 전체주의 관점에서 사회 통합의 걸림돌로 인식한다. 그러나 이상에서 우리가 살펴본 결과는 가족 자체가 계급,성,연령에 따라 다르게 경험되는 사회적 구성물이며,이에 따라 가족 문제도 사회 구조의 모순이 반영되어 가족들과 가족원간에 차별화되어 나타나는 '관계에서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20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