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족문화의 오늘과 내일
여성한국사회연구회 엮음 / 사회문화연구소 / 1995년 3월
절판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가족 : 이효재 중 일부 / 가족사회학에서는 가족을 사회와의 관계에서 그 체제에 종속된 하위집단으로 추상화하여 기능론적으로 설명해 왔다. 파슨즈의 구조기능론이 이것을 대표하고 있다. 핵가족은 현대 산업사회체제에 적합한 기능을 하는 하위집단으로 인식한 것이다.그리하여 통계적 조사방법에서는 자료의 분석적 체계에서 가족을 종속변수로 삼고 있다.대체로 계층적 지위사 사회 경제의 구조적 지표를 독립변수로 삼아 가족구성이나 관계의 형태,행동 및 태도의 경향을 분석하여 제시함으로써 사회구조가 혼인과 가족을 규정하고 일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이러한 사회학적 방법은 가족의 형태와 생활의 경향을 양적으로 파악하고 예측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가족연구의 주류적인 방법론이 되어 왔다.-11쪽

그러나 이 입장은 가족을 단순히 체제유지를 위한 질서안정에 있어서 보수적 기능을 하(11)는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파슨즈의 역할구조론은 여성학에서 비판한 바와 같이 자본주의와 가부장제가 요구하는 성차별과 저임금 노동력의 재생산에 기능적으로 그 보수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이러한 역할구조는 인간가족의 본질이라기보다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의해 사회문화적으로 형성된 것이라 하겠다.(중략)문제는 가족을 이렇게 사회구조에 종속적인 재생산적 하위집단으로서만 전제하고 접근하는 데 있는 것이다. 가족이 공동체적 삶의 욕구를 지닌 사회의 기초집단임을 과소평가하거나 간과한 입장이기 때문이다.가족은 사회구조와의 관계에서 종속적인 동시에 자율적인 인간공동체이다.스스로 변화를 추구하며 사회변화에 주체적으로 대응하며 새롭고 다양한 삶의 형태를 창조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기초공동체이다.-11,12쪽

가족과 경제생활 : 문소정 중 일부 / '주머니돈은 쌈지돈'이라는 옛말이 있다. 이 말은 한 가족끼리의 경제적 관계는 '내것 네것 따지지 않는 경제적 자원을 공유하는 공동체'라는 것을 비유하는 것이다.흔히 우리는 가족을 '사랑과 공유'의 공동체로 이해한다. 그래서 가족구성원 사이의 경제적 관계를 따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또 따져 봤자 '주머니돈은 쌈지돈'의 관계이니 다른 특별한 의미가-135쪽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와 같이 내것 네것 따지는 '주머니돈은 쌈지돈'이라는 가족경제학의 논리는 현대사회와 가족생활에서 점차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화와 함께 개인의 업적과 능력에 기초한 개인주의가 사회조직 원리로 점점 더 그 영향력을 확산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현대사회에서 공동체적 단위인 가족의 관계에도 개인주의의 가치가 점차 침투해 들어가서 과거의 사회처럼 개인의 개성과 욕망을 매몰시킨 가족집단 우월주의는 지양되고 있다.(중략)가족생활에서 가족구성원의 경제적 욕망과 자유를 공평하게 존중하는 부부별산제 문화가 나타나고 있다.(중략)더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우리의 의식과 정서를 지배해 왔던 '주머니돈은 쌈지돈'이라는 공유 논리가 허구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이는 지난 1993년 8월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으로 전격 실시된 금융실명제를 통해 일어났다.-136쪽

가족의 자녀교육 : 조성숙 중 일부 / 기적적이라 할 만한 단기간의 성장과정에서 교육수요의 폭발적 증가는 사회적 필요에 적절히 인력공급역할을 해 왔다. 그러는 가운데 고학력과 좋은 학벌은 출세의 발판이 됨으로써 입시과열경쟁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풍토에서 자녀의 명문대진입이 곧 사회적 성공으로 이어짐에 따라 과외공부를 통한 '수재 만들기'에 부모들이 온 정력과 재정을 기울이는 이른바 '자녀교육의 가족사업화'경향을 띠게 되었다.-166쪽

일과 가정생활 정은희 중 일부 / 지난 60,70년대 한국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은 8시간 이상으로 기업체에서는 밤늦도록 불을 밝히며 일하였다. 남성의 직장에서의 성공은 가족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나,책임이 부과되는 업무에 시간과 정력을 쏟을수록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게 되어,직장에 헌신적인 남성일수록 가정에서는 '돈버는 기계'로 가족들로부터 소외되었다.'새벽에 별보고 나가서 밤중에 별보며 돌아오는'아버지는 가족들과의 정서적 교감은 물론 자녀들의 교육에도 거의 무관하게 되어 가장 부재의 가정에서 여성은 가정의 중심이 되어 왔다.-218쪽

경제성장을 어느 정도 달성한 80,90년대에 이르러 소외되었던 가정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어 가고,특(218)히 젊은 세대의 경우 출근 후 동료끼리의 한잔보다는 가정에서 가족과의 공감대를 넓히는 일을 중시하는 가정중심의 생활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가정중심의 생활방식에 대한 의식은 확산되고 있으나 8시간의 노동시간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어 가장역할의 부담감만 가중시키고 있다. 즉 가정중심의 생활에 대한 관심은 고조되고 있으나 일의 세계의 빈약한 현실조건은 가정중심생활이 하나의 강박관념으로 작용하게 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218,219쪽

중산층 전업주부의 역할은 단순한 가사노동의 범주를 벗어나 가구전체에 관련되는 일로 가계에 대한 경제적 기여,자녀교육에서의 역할,사회관계망의 형성과 유지 등을 담당하기도 한다.즉 자녀교육,사회관계망의 유지,다양한 비공식적 경제활동을 통하여 가구의 지위를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뿐 아니라 활동범위 또한 가정의 사적 영역의 범위를 벗어나 지역사회,친족관계,투자 및 재산관리의 영역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문화일보,1992.8.27)-220쪽

여가란 흔히 일의 세계와 대비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여가와 일의 구분에는 미묘한 점이 많이 있다. 오늘날에는 직업활동의 영역과 종류가 세분화되고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별이 점점 모호해지는 추세이기 때문에,통상적으로 여가의 영역으로 인식되던 것들이 다른 어떤 의미에서는 전문적인 일의 개념으로 잡히곤 하는데 사진작가 운동선수,바둑기사 등이 하는 일이 그런 경우에 속한다.여가의 개념을 정의한다면 일하지 않는 자유시간 가운데서도 그 활용이 개인적 자유의사에 맡겨지면서 결과적으로 즐거운 만족감을 가져다 주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고영복,1991)-229쪽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적으로 일과 여가가 거의 분리되지 않았고,생산지향적인 산업화 초기에는 부단한 노동만이 요구되어 왔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이루어지고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의식주의 간편화가 추구됨에 따라서,공업화의 진전으로 생산현장에서 전반적인 기계화로 노동시간이 단축됨에 따라서,또한 대중매체의 광범위한 보급으로 대중들(229)의 여가에 대한 대중매체의 침투도와 영향력이 높아짐에 따라서 그리고 이와 더불어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삶의 질을 높이고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열망이 상승됨에 따라서 여가는 중시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제 우리의 가족은 의식주 해결에 급급해 오던 '여가 부정'의 시대를 지나 내구재 소비와 더불어 '여가 인식'의 시대를 거쳐서 여가 긍적적인 '대중여가'의 시대를 맞이하였고,이제 여가를 중시하며 '여가 개성시대'로 향하여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229,230쪽

우리 자녀들에게 tv나 비디오 시청이나 컴퓨터게임,게임오락기가 놀이 등 수동적인 여가 외의 건전한 여가놀이 공간이 없다.몇 년 전부터 서울의 대학로가 청소년들의 문화광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나 이곳에 나가는 청소년들을 왜곡된 눈으로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이 있는 한 진정한 청소년의 여가공간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여의도의 자전거광장은 청소년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여가공간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공원이나 고궁들이 청소년들의 건전한 여가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 폐쇄적인 여가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23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