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자주 다녀 고향의 애틋함이란 건 없지만, 그래도 내 몸이 맞닿은 첫 도시는 부산인지라, 이 도시에 관한 아련함이 많이 남아 있다. 동보서적이 곧 문을 닫는다는 기사가 국제신문에 실려 옮겨 놓는다. 영광문고는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2010.9.25. 국제신문.
부산 최대 서점 중 하나이자 30년 전통의 향토문화기업인 부산 부산진구 부전2동 동보서적(대표 김두익·55)이 문을 닫는다.
동보서적 관계자는 24일 "동보서적 서면본점의 영업을 오는 30일까지만 하고 폐업하기로 결정했다"며 "이 같은 결정을 서점 구성원들과 주요 거래처 등에 공식적으로 알린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기존 고객의 혼란과 불편을 덜기 위해 해운대구 우동 홈플러스 내에 운영 중인 동보서적 센텀시티점은 당분간 영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로써 1980년 12월 3일 부산 최대 번화가인 서면 한복판에서 문을 열고 지난 30년 동안 부산 시민들에게 지식의 곳간이자 문화적 쉼터 구실을 해온 동보서적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 대형서점인 동보서적의 폐업은 누적된 적자로 인한 경영상의 압박이 가장 큰 원인으로 풀이된다. 동보서적 측은 "지난 수년에 걸쳐 계속해서 매출이 줄었고 회복되지 않았다"며 "인터넷 기반의 온라인 서점들이 강력한 할인정책을 펴는 바람에 서점에서 직접 책을 사는 시민들이 크게 줄어든 점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고 말했다.
할인을 무기로 내세운 온라인 서점으로 소비자들이 쏠리는 상황에서 수익 구조가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지역서점이 많은 비용을 들여 초대형 매장을 유지하는 방식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동보서적의 폐업 소식은 지역 출판·서점 업계와 문화계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보서적은 부산의 손꼽히는 번화가이자 교통의 요충지에 자리해 문화적 상징성이 높은 도심 공간 구실을 했고, 적극적인 문화 후원 활동을 펼쳐 부산에서 '문화기업'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동보서적은 3개 층 2000㎡(600여 평)의 매장에 35만 종 65만 권 이상의 책을 보유한 서점이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서점으로서는 유일하게 독자적인 서평잡지 '책소식'을 1986년부터 발행(2009년 웹진으로 전환)해 지역문화의 지평을 넓혔다. 또 부산청소년연극제 주최, 어린이글쓰기공모대회와 당선작품집 발간, 요산문학제 독후감 현상공모, 독자와 함께하는 문학기행 등 다채로운 문화 활동을 직접 펼치거나 후원했다. 동보서적이 부산 문화예술인들을 음으로 양으로 지원한 사례도 많다.
부경대 남송우(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부산 시민이자 문화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충격이 크고 지역문화 차원에서 보아도 큰 손실"이라며 "동보서적은 특히 지역문화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깊어 다양한 지원 활동을 펼쳤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또 "서점은 지식의 창고인데, 부산 요지의 대형서점이 사라진다면 부산의 문화적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