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어떤 사람들은 인문-사회 서적 무슨 재미로 읽어요? 라고 물어본다.
나는 말한다.
"공부하는 사람들이 짠해서요. 그 사람들의 이론과 논리에 애착이 가서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그 개념을 만들기까지 들인 그 수고로움이 뭔가 짠하게 다가와서 읽습니다.."
어려운 언어에 대한 질책을 하는 것은 너무나 쉽다.
그러나 그 어려운 언어에 들인 수고로움. 그 수고로움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가 지탱되는 사람들을 위한 위로를
찾아보기란 너무나 어려운 세상이다.
어려움을 쉽게 바꾸려는 노력 여부에 대한 비판은 있을지언정, 어려움 그 자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내가 인문- 사회 서적을 읽는 예의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책을 쓰는 사람이 부럽겠지만, 학문 사회에서 책쓰는 사람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논문이 아니면 정성들인 번역서 한 권이라도 제대로 된 실적으로 쳐주지 않는 풍토 때문이다. 그래서 학자들은 종종 논문이 아닌, 책을 낼 때 자신의 글을 '잡글'이라고 하는 이상한 표현으로 낮춰 부르는 악습까지 생겼다. 책을 내면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갈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썩어 빠진 우리 학문 사회의 현실이다. 그 난관을 뚫고 사람들과 정성스럽게 이야기하려는 공부하는 이들의 글쓰기 노력은 때론 가엾기까지 하다. 그래서 그들이 짠하고 한편으론 고맙다.
그런 분들의 가치가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이기를 바란다. 그런 분들이 위로받을 수 있는 세상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런 분들이 힘을 내서 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고민들을 만들어가는 세상이기를 바란다. 그러기위해서는 공부 또 공부다. 우리 동네 한식집에서부터 최근에 나온 신간 서적까지. 공부 또 공부다. 어려운 말이 나오면 그것을 지우지 않고 살리되, 사람들이 한 개념 더 알 수 있게 정성을 들이고 깊이 파는 것. 공부 또 공부다. 이제는 어려움을 쉽게 바꾸려는 노력 또한 슬슬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그 기운은 여전히 미약하지만 말이다. 그 저자들에게, 그 출판 기획 편집자들에게 더 뜨거운 관심과 위로를 보내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물론 비판도 함께.
이런 생각을 가진 나는 '리뷰어'도 아니고 '서평가'도 아니다. '공부꾼'이다. 공부길을 그만두었지만, 여전히 나는 '공부꾼'으로 살 것이다.
이것이 나의 운명보다 무서운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