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라 반점의 형제들 카르페디엠 25
세오 마이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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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양철북의 카르페디엠 시리즈를 좋아하지만, 몇몇의 작가를 제외하곤 일본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 이름도 낯설지만,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아직 미래의 설계도가 채워지지 않은 우리집 고1, 고3 남매도 읽어보라 해야겠다.  


큰딸은 초등 3학년부터 변함없이 초등 선생님이 되고 싶어해 교대를 갔지만, 아들녀석은 해마다 장래희망란에 무엇을 적을지 고민했다. 어릴 땐 과학자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했고 좀 자라서는 작가가 되고 싶다더니, 쓰는 것 자체를 즐기지 않는 녀석이라 작가의 꿈은 버렸다. 고3이 된 지금도 딱히 진로가 결정되지 않아, 수능점수에 따라 합격 가능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게 될 듯하다. 고1 막내는 심리학이나 번역에도 관심을 갖지만 아직 확고하지는 않다.


대부분 어릴 땐 거창한 꿈을 꾸지만, 성장하면서 점점 꿈이 작아져 평범한 삶에 자족하고 만다. 반면 자기의 꿈을 야무지게 이루는 사람도 있다. 진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일찍 발견하면, 자기 삶에 좀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이 되리라 생각한다. 김수환 추기경의 '무엇이 될까보다 어떻게 살까를 꿈꿔라'는 책도 나왔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되고 싶은 게 있어야,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답도 나오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은 똑부러지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정해지지 않아,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것도 막연하던데...


오사카의 작은 중국음식점 도무라 반점 형제들의 좌충우돌 성장기이며 진로 탐색기다. 특별한 꿈을 갖지 않은 평범한 형제의 좌충우돌 일상이, 톡톡 튀는 대화와 적당한 긴장감을 동반하고 유쾌하게 펼쳐진다. 형 헤이스케와 동생 고스케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술되는데, 잘 생기고 글도 잘쓰는 형은 여학생들에게 인기도 많지만 가게 일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반면 동생 고스케는 생김새는 우락부락해도 가게 일을 잘 돕고 단골손님들과도 잘 통한다. 형제는 서로 다른 성격으로 형제간의 우애를 나누거나 사소한 대화도 거의 하지 않고 지낸다. 동생은 그런 형을 지극히 이기적이고 싸가지 없다고 생각한다. 형제는 티격태격 다퉈도 쿨하게 화해하며 사나이의 찐한 동질감을 나눌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형제를 발견하게 된다.  

나는 소설가가 되기를 바란 적은 없다. 원래부터 장래에 되고 싶은 것 따윈 아무것도 없었다. 경찰관이나 비행기 조종하기를 동경한 적고 없고, 공무원도 청년 실업가도 되고 싶지 않았다. 단지 빨리 어른이 되어 집을 떠나 다른 세계로 가고 싶을 뿐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내 머릿속에는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43쪽) 

형 헤이스케는 오로지 집을 떠나고 싶다는 이유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쿄 하나조노 창작학교에 간다. 하지만 소설가를 꿈꾸지 않았던 형은 결국 한 달만에 창작학교를 그만두고 입학금을 돌려받는다. 알바로 카페 라쿠에서 일하며 요리나 가게 운영에 관심을 갖고, 주인 시나무라씨의 신임을 얻는다. 창작학교에서 알게 된 후루바토는 유일한 친구고, 창작학교 강사인 기시카와 선생은 자퇴를 권하더니 사귀자고 제안한다. 여덟 살이나 연상인 강사가 학생에게 사귀자고 하는게 놀라웠지만, 일본이니까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헤이스케는 여자의 마음을 알아주며 섬세한 데이트는 하지 못해도 아리씨와 사귀며 청춘을 즐긴다. 18금스런 장면은 많지 않아 청소년들이 보면 실망하려나? ^^


동생 고스케는 야구를 좋아하고, 겁없이 합창대회 지휘를 덜컥 맡아 버렸다. 피아노 반주하는 기타지마에게 음악고 지휘를 배우며 멋진 학창시절을 즐긴다. 하지만 혼자 좋아하는 오카노와의 가슴 설렌 데이트는 성과 없이 끝난다. 고스케는 도무라 반점의 단골손님들과 격의없이 지내며 자기의 고민도 털어 놓는다. 한 식구처럼 참견하고 비밀 없는 소통은 오사카 사람들의 끈끈한 인정이 느껴진다. 형이 집을 떠난 후 당연히 아버지 가게를 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는 '남의 집 밥을 먹어보지 않으면 크게 되지 못한다' 반대한다.    

"집을 먼저 나갈 수 있는 게 맏아들의 특권이고(28쪽), 둘째 아들의 특권은 형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것(195쪽)"이라는 형의 말을 읽어줬더니, 우리 큰딸은 "맞아 맞아!" 공감했다.^^  아버지의 질타를 받은 고스케는 형을 찾아가 상의하고 대학에 가기로 결정한다. 형은 타고난 성격이나 살아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소통할 수 있음을 발견하고, 형에 대한 질투와 미움을 버리고 찐한 형제애를 깨닫는다.  자기에게 맞는 일이 무언지 모르는 형제에게 공감도 되고, 젊은 날에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된다. 청소년들은 도무라 반점의 형제에 공감하며,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더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부모로서 뜨끔했던 장면이 있다. 자식들에게 지나친 기대로 부담을 주거나, 어떤 일의 결과만 보고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반성을 불러왔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식칼을 쥐어주고 감자를 썰게 했던 아버지에게 실력을 인정받고 싶었던 헤이스케는 긴장해서 손을 베어 버렸다. 두번째 기회가 주어졌을 때에도 역시 손을 베었다. 자기에게 기대를 가진 아버지 앞에서 번번히 실수하고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는 요리가 싫어서 그러는 줄 알았고, 그 이후 헤이스케는 도무라 반점 주방에 발을 들여 놓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헤이스케는 그 일이 상처로 남았다. 하지만, 라쿠 카페에서 일하며 메뉴를 개발하거나 새로운 요리법을 시도하면서 잠재된 요리에 대한 관심을 확인하게 된다. 불현듯 그리움에 집으로 돌아온 형 헤이스케와 집을 떠나 대학을 가는 동생 고스케, 둘 중에 누가 도무라 반점의 대를 잇게 될까~~~~~~ ^^  

 

  

양철북의 카르페디엠 시리즈는 5월 2일부터 5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제6회 양철북 독서감상문대회 대상도서다
이번엔 일본 문학기행이 아닌 베트남 생태 평화기행이라 관심을 갖고 참여하면 좋을 듯하다. 
관심있으면 여기로~  http://cafe.daum.net/tindrum?t__nil_cafemy=i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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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4-17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들은 절대 음감도 아니고 절대 미각을 자랑하는데요~
그래서 진로검사 같은 걸 하면 소믈리에나 바리스타 같은 게 꼭 끼어있어요.
근데 남동생이 조리사여서 그런지...전 그런 것은 절대 시킬 수 없다 싶고요~ㅠ.ㅠ

이 책, 왠지 제가 읽어봐야 겠다 싶은걸요~^^

순오기 2011-04-18 20:10   좋아요 0 | URL
우리 아들은 타고난 미식가로 입은 고급이라네요.ㅋㅋ
어떤 일이든 본인이 좋아서 한다면 못 말리는거죠~ ^^

마녀고양이 2011-04-17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술치료에서 임상 실습을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고 해서,
자원 봉사에 가까운 미술 치료 보조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감감무소식 이예요.
갑자기 말이죠,
내가 프로로서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왜 처음부터 파고 있는거지? 잘 할 수는 있는거야?
등등의 회의감이 엄습하더라구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열심히 공부하고, 활동하고, 무엇인가 하자... 하다 보면 해결될거야 하고 다독이는 행동이었어요.
저 잘하고 있는거죠, 오기 언니?

순오기 2011-04-18 13:14   좋아요 0 | URL
프로도 하던 일 접어두고 새 일을 시작하는 건 도전이고 용기겠지요.^^
열심히 하면 길이 열리겠지요~~~ 더구나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니까, 잘하고 있는 거 맞아요.^^

잘잘라 2011-04-18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맏아들의 특권과 둘째아들의 특권이 확- 와닿아요.
둘 중 누가 가업을 이어갈지 궁금해서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저의 예상은.. 음.. 둘이 같이! ^ ^

순오기 2011-04-18 13:15   좋아요 0 | URL
누가 가업을 이을까~~~ 결론은 책에 나오지 않아요.^^
미루어 짐작할 뿐이지요.ㅋㅋ

소나무집 2011-04-18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1이 읽기엔 어떤가요?

순오기 2011-04-18 13:16   좋아요 0 | URL
선우면 충분히 읽을만해요~ 재밌게 술술 읽히니까요.^^
 

사계절 출판사에서 <마당을 나온 암탉> 100만부 판매 기념 독후활동 대회를 열었네요.
 
 

<마당을 나온 암탉>은 세번을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감동받은 작품이다. 우리 막내는 유치원에 다니던 일곱살에 읽고 초등학생이 되어 또 읽었는데, 벌써 고등학생이 되었다. 마당을 나온 암탉과 함께 자란 막내처럼, 이 책은 독자의 사랑을 듬뿍 받아 100만부를 돌파했다니 놀랍다. 

모성애와 자아실현이라는 주제를 잘 살려낸 황선미 작가 최고의 책으로 생각한다. 황선미 작가의 책을 제법 읽었는데 <마당을 나온 암탉>은 당근 최고였고, <푸른개 장발>과 <감추고 싶은 비밀>이나 <과수원을 점령하라>도 좋았다, 신간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은 아직 못 읽었는데, 이참에 장바구니에 담아야지.^^  

 

 

 

 

    


내가 읽은 황선미 작가의 책을 모두 담아 보면... 

 

  

 

 

 

아직 못 읽은 책도 많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사계절출판사에서 업어 왔습니다~~ ^^ 

2000년에 출간된 동화작가 황선미의『마당을 나온 암탉』이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100만부 돌파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마당을 나온 암탉』독후활동 대회를 개최합니다. 우리시대최고의동화,『 마당을나온암탉』과 관련한 다양한 독후활동으로 여러분의 사랑을 표현해 주세요.


응모 자격
  : 어린이(초등학생), 청소년/일반(중고등학생 및 성인 누구나)


응모 시기
  : 2011년 3월 21일부터 6월 20일까지(마감 당일 소인 유효)


응모 형식
  - 글쓰기 부문(편지, 일기, 인터뷰, 감상문, 시, 시나리오, 대본, 독서신문 만들기 등)
  - 미술 부문(독후화, 캐릭터 만들기 등)
  - 영상 부문(UCC 동영상- 영화, 연극, 광고 등)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 그 느낌을 다양하고 자유로운 형식으로 표현하시면 됩니다.


응모 방법
  - 개인 또는 팀 단위로 응모 가능하며 우편으로만 접수 받습니다.
  - 보낼 곳 :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파주출판도시 513-3 사계절출판사‘독후활동 대회 담당자’
  - 문의: 031-955-8588
   ※ 이름, 주소, 연락처, 응모 분야에 어린이 또는 청소년/일반부를 구분해서 적어 주세요.
   ※ 응모작은 반환하지 않습니다.


시상내역

  <어린이>
   - 잎싹상(1명) : 상장과 상금(50만원)
  <글쓰기 부문>
   - 초록머리상(1명) : 상장과 상금(20만원)
   - 나그네상(10명) : 상장과 문화상품권(5만원)
  <미술 부문>
   - 초록머리상(1명) : 상장과 상금(20만원)
   - 나그네상(10명) : 상장과 문화상품권(5만원)
  <영상 부문>
   - 초록머리상(1명) : 상장과 상금(30만원)
   - 나그네상(3명) : 상장과 문화상품권(10만원)


     * 어린이 독후활동 결과물은 어른들의 도움을 받지 않은 것이어야 합니다.
     * 수상작품은 독후활동 자료로 온·오프라인에서 전시·홍보할 예정입니다.
     * 수상자는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특별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청소년/일반>
   - 잎싹상(1명) : 상장과 상금(100만원)
  <글쓰기 부문>
   - 초록머리상(1명) : 상장과 상금(30만원)
   - 나그네상(10명) : 상장과 문화상품권(5만원)
  <미술 부문>
   - 초록머리상(1명) : 상장과 상금(30만원)
   - 나그네상(10명) : 상장과 문화상품권(5만원)
  <영상 부문>
   - 초록머리상(1명) : 상장과 상금(50만원)
   - 나그네상(3명) : 상장과 문화상품권(20만원)



심사
  : 황선미, 김환영, 오돌또기, 명필름, 극단 민들레

발표
  : 2011년 7월 9일(사계절출판사 홈페이지 공지 및 개별통지)

후원
  : 교보문고, 도서유통 서당,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극단 민들레, 명필름, 오돌또기, (사)행복한아침독서, 오픈키드

[출처] 『마당을 나온 암탉』독후활동대회 l 2011.3.21~6.20 (사계절출판사 : 사계절 책 향기가 나는 집) |작성자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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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찌 2011-04-15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기언니! 우리 유정이도 한 번 도전해 볼게요.

순오기 2011-04-16 01:48   좋아요 0 | URL
언제나 도전은 좋은 거지요~~~~ ^^

소나무집 2011-04-15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어린이책이 100만부씩이나 팔렸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뉴스예요.
요즘 제가 아무 의욕이 없어서 참여할 수 있을지...

순오기 2011-04-16 01:49   좋아요 0 | URL
100만부~~~~ 대단하죠.
선우도 지우도 같이 참여하면 더 좋겠지요.^^

섬사이 2011-04-15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들녀석이! 저 <마당을 나온 암탉>을 초등학생 때 잃어버리고 왔지 뭡니까!!!!
지금도 두고두고 생각날 때마다 <마당을 나온 암탉> 어디다 잃어버렸냐고,
너 때문에 없어졌다고 원망하고 있답니다.
(뒷끝이 참 긴 섬사이죠.그래도 다른 책도 아니고 <마당을 나온 암탉>이니까요.)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더라도 이 참에 새로 장만할까봐요.
그러다 갑자기 불끈해서 도전할지 누가 압니까.

순오기 2011-04-16 01:50   좋아요 0 | URL
세상에 <마당을 나온 암탉>을 잃어버리다니욧!!
그럼요, 이참에 새로 장만하면 더 좋지요~ ^^

책가방 2011-04-15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요~~ 초등학교 다닐때는 과학 독후감 써서 (과학기술처장관상)도 받고 그랬는데 말이죠..ㅋ
이젠 자신이 없어졌어요...ㅜ.ㅜ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아이들 권장도서에 항상 들어가는 책이라 읽어봤답니다.
(들키고 싶은 비밀),(나쁜어린이표)를 읽었구요, (바람이 사는 꺽다리집)은 며칠전에 받았는데 아직 안 읽었어요.

순오기 2011-04-16 01:51   좋아요 0 | URL
오호~ 과기처장관상도 받았다고요.^^
황선미 작가 책은 못 읽은 것도 있지만 그럭저럭 20권 가까이 읽은 거 같아요.

울보 2011-04-15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너무 잘 쓰는 분들이 많아서 류도 한번 살짝 해보라고 할까요,,,ㅎㅎ

순오기 2011-04-16 01:52   좋아요 0 | URL
글쓰기와 그림도 있으니 류도 참여해 보세요~ ^^
 
차일드 폴 미래의 고전 22
이병승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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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 이런 신선한 발상이라니!!
초등학교 5학년, 짜장면집 만리장성의 열두 살 소년 안현웅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다. 반장은 커녕 줄반장 한번 못해 본 현웅이가 어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단 말이냐?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대한민국에서 어린이가 대통령이 되다니, 소가 넘어갈 일이고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지만 사실이다.^^ 

2019년 환경대재앙을 겪은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과 종교 지도자들, 재벌 기업가들이 모여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정치가들이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모아 자연과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을 했다면 이런 재앙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닫고, <차일드-폴(Child-Pol)> 법안을 통과시켰다. 어린이(Child)와 정치(Politics)를 합친 '차일드 폴' 법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인 어린이가 정치에 참여해 어린이 국회의원을 뽑고 어린이 정당을 만들며, 특히 각 나라의 대표인 대통령이나 수상은 반드시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현실에서 이런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지만, 작가의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세계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슈퍼컴퓨터가 뽑은 대통령이라니, 믿어볼만하지 않은가?^^

"열 살에서 열네 살의 어린이들 가운데 우수한 두뇌와 뛰어난 감성, 탁월한 인성과 지혜로운 통찰력을 갖춘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을 선별하고 또 선별했어요. 이 과정에서 유전자 검사. 지능 지수와 감성 지수 검사, 인성 검사와 적성 검사는 물론, 사주와 관상까지도 기초 정보에 포함시켰죠. 적어도 200여 가지 이상의 데이터를 참조하도록 하는 특수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해서 뽑힌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 대통령이 바로 연만흠 씨의 아들 안현웅입니다." (17~18쪽) 

 
이렇게 뽑힌 대통령 안현웅은 늦잠도 자고 학교에 가기 싫으면 안가도 되겠다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회의를 하고, 정치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을 다독이고, 다른 나라의 어린이 대통령과 만나서는 놀지도 못하고, 산더미같이 쌓인 일이 버겁기만 하다. 그래도 차가운 비서실장과 경호팀장의 호위를 받으며, 지구의 평화와 환경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멋진 대통령이다.  

책 속에 그려진 모래 폭풍처럼 불어오는 황사,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해안 도시의 침몰, 유독 물질이 섞인 붉은 비 등,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문제이거나 미래에 닥칠 일이기도 하다. 더구나 일본의 핵원전 사고로 환경재앙을 실감하는 요즘, 이 책은 공감의 쓰나미를 불러온다. 타락한 정치와 온갖 부정과 비리에 물든 어른들 세상엔 희망이 없고,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어린이만이 인류의 희망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인간의 편리를 위해 자연을 훼손하고 온갖 못된 짓을 저지르는 인간의 오만이 극에 달했으니, 이젠 벌 받을 일만 남았다는 걸 현실에서 감지하지 않는가! 

오염된 비를 맞는 새들과 곤충을 위해 우산을 씌워주고, 댐 공사를 반대해 맨발로 걷는 소년과 함께 걸어주는 어린이 대통령. 자동차를 만들거나 자동차를 사려는 사람은 산에 나무를 심어야 하고, 국방비를 줄여서 환경을 위해 쓴다는 제안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일 때문에 우울해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어린이 대통령이 뭔가 해낼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긴다. 또한 차거운 비서실장과 경호팀장을 비롯한 기업 회장의 행보를 보면, 어린이 대통령을 통해 어른들 속에 잠자는 어린이를 깨우는 의미로도 읽힌다.  

 환경과 지구의 미래를 위한 순수한 마음으로 <차일 폴> 법안을 통과시킨게 아니고,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세계를 장악한 이트(Eat)와 빅 마우스(Big Mouth)의 등장은 더 큰 공포를 조성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계적인 거대한 괴물 조직과  싸워야 하는 어린 대통령의 행보에 주목하며 재밌게 읽었다. 후손에게 지구를 빌려 쓰는 우리는 소중하게 잘 사용하고 돌려주어야 하며, 진정한 나비효과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다시금 깨우치는 흥미롭고 뭉클한 감동도 선사한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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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사이 2011-04-14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확 끌리네요.
책 속 안현웅 어린이의 활약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져요.
우리 동네 도서관에 들어와 있을까 모르겠어요.
댐 공사를 반대하며 맨발로 걷는 소년과 함께 걸어주는 대통령, 산에 나무를 심어야 자동차를 살 수 있게 하는 대통령,
너무 멋져요.

순오기 2011-04-15 00:41   좋아요 0 | URL
이병승 작가님 책을 세 권 봤는데, 모두 기대를 충족시켜 줬어요.^^
신간이라 도서관에 없으면 신청도서로 올리면 구입해주겠지요.
우리부터 환경을 위해 작은 일부터 실천해야겠어요~ 자동차를 가진 사람은 나무심기에 동참하고요.^^

sslmo 2011-04-14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블랙데이라는데, 자장면 드시나요?^^
슈퍼컴퓨터가 뽑은 대통령이라구요?
전 '밤은 무자비한 달의 여왕'이라는 책이 생각나는걸요~

순오기 2011-04-15 00:42   좋아요 0 | URL
블랙데이~ 혼자서 짜장면 먹기는 그렇죠?
점심 저녁은 집에서 혼자서 먹거든요.^^
밤은 무자비한 달의 여왕, 검색 들어갑니다~~~~

hnine 2011-04-14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 이런 신선한 이야기 좋아요.
저도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를 머리 속으로 생각해본적 있어서 더욱 읽어보고 싶네요.
제목도 잘 지었고요.

순오기 2011-04-15 00:43   좋아요 0 | URL
오~ 비슷한 내용을 생각했다니, 작가적 상상력이 충만하네요.^^
신선한 이야기, 생각만 하지 말고 써 보세요~~~~~

hnine 2011-04-15 18:07   좋아요 0 | URL
아 참, 이 성자 작가 강연 잘 다녀오셨어요?
저요, 순오기님 말씀에 힘을 내어 마감되었어도 그냥 명창순 작가 강연장 찾아갔다가 보기 좋게 퇴짜 맞고 돌아왔답니다. 저 같은 사람들이 여럿 와서 이미 진치고 있더라고요. 누구만 들여보낼 수 없어 그랬는지 다 같이 쫓겨나 돌아왔습니다 ㅋㅋ 또 기회가 있겠지요.

순오기 2011-04-16 01:54   좋아요 0 | URL
이런 세상에~~~~~ 그런 분이 많아서 그랬을 듯, 헛걸음을 하셨군요.ㅠㅠ
이성자 작가 강연회에 가서 시집도 한 권 선물받았어요.^^

마녀고양이 2011-04-14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코알라의 세계를 보면,
과연 어린이 대통령이 순수하기만 할까 싶은 이 삐뚤어진 마음이... ^^
저는 아무래도 이젠 순수랑 거리가 먼가봐요.. 헤.

순오기 2011-04-15 02:05   좋아요 0 | URL
나 어릴 때 생각해봐도 어린이라고 다 순수하기만 한 건 아니겠지요.^^
어른들 속에 잠자는 어린이를 깨운다는 의미로도 읽혀요~~~~~
 
예산 추사 백송을 찾아서~

한승원의 소설 <추사>를 읽지 못했지만, 4월 9일, 예산 추사고택을 다녀왔다. 
우리가 익히 아는 추사에 대해 알아보면...

추사 김정희는 1786년 6월 3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용궁리에서 부친 김노경씨와 모친 기계유씨 사이에 장남으로 태어나, 백부 김노영에게 입양되었다.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박제가의 눈에 띄어 학예로 대성할 것을 예언, 수제자가 되었다고 한다. 24세에 생원시에 합격하였고, 1819년 34세에 문과에 급제한 후 충청우도 암행어사, 예조참의, 성균과 대사성, 병조참판을 지내다가, 1840년 55세에 당쟁에 몰려 9년간 제주도에 유배생활을 하던 중, 1844년 59세에 당시 제자인 우선 이상적에게 그려준 세한도(국보 제 180호)는 세계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추사 고택은 추사의 증조부이며, 영조의 부마인 월성위 김한신께서 1700년대 중반에 건립한 53칸 규모의 양반 대갓집으로, 추사가 태어나서 성장한 곳이다. 해설사의 설명에 의하면 영조가 하사한 저택으로 53칸이었으나 현재는 49칸 정도 된다고 한다. 솟을 대문을 들어서면 문간채와 사랑채, 바로 뒤에 안채와 사당채가 있다.



솟을 대문을 들어서면 바로 ㄱ자형 사랑채가 나온다.  사랑채 댓돌 앞에 세워진 돌기둥은 해시계 받침 용도로 쓰였고, 石年이라는 글씨는 추사의 아들인 상우가 추사체로 쓴 것을 새겼다고 한다. 돌기둥 옆에 모란이 있었지만 아직 꽃을 피우기엔 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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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을대문에서 본 전경, 사랑채와 안채가 보이고~~~ 저분은 해설사님이다.^^

  

아래는 사랑채 뒷모습, 굴뚝과 툇마루가 보인다.

조선시대는 사랑채와 안채가 엄격히 구분되었는데, 추사 고택은 사랑채와 안채가 분리되지 않아 친근감을 주었다. 사랑채나 안채 기둥에 추사의 글씨를 하얀 판에 써 놓아서 고택의 운치를 망가뜨리긴 하는데, 추사의 글씨와 깊은 뜻을 헤아려 보는 것은 좋았다.  

사랑채에 걸린 세한도 

  

사랑채 바로 뒤에 붙은 안채는 6칸의 대청과 2칸의 안방과 건넌방이 있고, 안방 및 건넌방의 부엌과 안대문, 협문, 광 등을 갖충 ㅁ자형 집이다.  마당이 그리 넓지 않아서 전체를 다 담기엔 무리였다.

   

아래 사진은 뒤에서 본 안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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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 나물이고,
가장 훌륭한 모임은 부부, 아들딸, 손자의 모임이라니, 마음에 새기고 실천해야 될 말씀이다.

     

무량수(無量壽)는 '한 없는 수명'이란 뜻으로 불교의 윤회설에 입각하여 쓴 글이다. 부처님의 법신은 삼세 고금을 통하여 항상 존재하여 멸하지 않으므로, 그 수명이 실로 무량하여 한이 없기 때문에 무량수라 하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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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문으로 내려와서 맨 앞의 사랑채부터 ㅁ자형 안채와 그 뒤의 사당채까지 나란히 나란히~

 

담장 아래 제비꽃과 올망졸망한 꽃망울도 정겹다.

 
 
 

솟을 대문의 장식~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어 번개불에 콩 볶듯 후다닥~~ㅜㅜ
고택 옆에 추사기념관도 있고 둘러볼 게 많은데... 많이 아쉽다. 천천히 여유있게 돌아보려면 한 번 더 가야 될.... 

추사 김정희 묘와 주변의 월성위 묘와 화순옹주 정려문, 백송공원 사진은 다음 페이퍼를 기약하고~~~  
보너스를 하나 추가하자면~~~~^^  


추사고택 안채에 붙은 무량수(無量壽)와 같은 서체를 해남 대흥사에 가도 볼 수 있다. 본래 대흥사 본전에는 이광사가 쓴 '대웅보전'이란 현판을 걸었는데,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로 유배가면서 그것도 글씨냐고 책망하며 그걸 떼어내고 자신이 쓴 <무량수각> 현판을 걸게 했단다. 그리고 9년의 귀양살이를 마치고 돌아가면서 다시 대흥사에 들러 

 


"옛날 내가 귀양길에 떼내라고 했던 원교의 대웅보전 현판이 지금 어디 있나? 있거든 내 글씨를 떼고 그것을 다시 달아주게. 그때는 내가 잘못 보았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 89쪽) 

라고 했다니, 귀양살이 9년의 세월에 겸손함을 배운게 아닐까?
벼와 사람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의 의미가 아닐런지... ^^ 

그래서 대흥사에 '대웅보전' 현판이 걸리고, 추사가 쓴 '무량수각'은 그 옆 전각에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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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from 엄마는 독서중 2011-04-30 09:05 
    우리가 어느새 저마다 귀밑머리 희끗한 중년이 되어가고 있을 무렵, 갑자가 날아든 초등학교동창회 초대장이 우리를 고향으로 불렀다. 배운 자도 되고 못 배운 자도 되고, 가진 자도 되고 못 가진 자도 되고, 짓밟기도 하고 짓밟히기도 하는 사이에 속절없이 흘려보낸 세월을 무슨 사나운 꿈처럼이나 여기며 우리는 거기서 퍼뜩 깨어난 듯 고향으로 달려갔다. 어느새 쉰을 바라보게 된 나이도 허세 같은 여유를 주어 더 많은 우리를 모이게 했다. (아가 10쪽)이문열의
 
 
2011-04-13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4-14 00:24   좋아요 0 | URL
잘 하셨어요~ ^^

pjy 2011-04-13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사선생님도 나이먹고 철드신거였구나^^; 헤헤헤 나이먹어서라도 철이들면 다행입니다요~

순오기 2011-04-14 00:25   좋아요 0 | URL
모두 나이 들어서라도 철들면 좋은데~~~ ^^

잘잘라 2011-04-13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공매화주일산, 제철이네요.
일장수죽반상서, 더 바랄것 없구요.

대팽두부과강채, 흐믓합니다. 생강은 좀 의외지만..
고회부처아녀손, 담아갑니다. 마음에..

순오기 2011-04-14 00:25   좋아요 0 | URL
참 좋은 말씀이죠~~ 대팽두부과강채에서 생강을 빼시려고?ㅋㅋ

마노아 2011-04-13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택과 꽃구경, 그리고 추사의 겸손까지 더불어 배웁니다. 의미있는 봄날의 나들이였어요.^^

순오기 2011-04-14 00:26   좋아요 0 | URL
봄나들이는 어디라도 좋겠지요.^^

무스탕 2011-04-14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량수의 무(無)자를 참 기묘하게 쓰셨네요. 천(天)자로 읽어서 하늘의 수명이라 해석해도 좋겠어요.
저 대흥사에 갔었는데 왜 저 현판을 본 기억이 없을까요? ㅡ.ㅜ 다음에 가게되면 꼭 눈여겨 볼게요 ^^

순오기 2011-04-15 00:36   좋아요 0 | URL
없을 무자의 약자를 추사체로는 그렇게 쓰나 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거 아닐까요?ㅋㅋ
대흥사 가기 전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그 부분을 다시 읽었으니 살펴 봤지요.^^

sslmo 2011-04-1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세한도의 지혜를 님의 글에서도 엿보게 되는걸요~

봄은 무르익고, 봄꽃은 만발하고...저도 봄나들이 가고 싶어요~^^

순오기 2011-04-15 00:37   좋아요 0 | URL
세한도의 지혜라 하심은~~~~~ 과찬이네요.
어디로든 봄나들이 다녀오세요.^^

찌찌 2011-04-15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본 세한도는 국립 제주박물관에 있죠? 유정이 입학기념으로 제주 여행때 본 것 같아요. 제주에는 별다른(?)유물이 없어서 더 기억에 남긴한데 요즘 저의 기억력도 불혹을 넘은지라 오락가락 갈피를 못 잡을때가 많답니다.ㅠㅠ

순오기 2011-04-16 01:56   좋아요 0 | URL
세한본 진본은 제주박물관에 있군요~~~~ 입학기념 제주여행이라니 멋지네요!
나이 들수록 자기 기억력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죠.ㅋㅋ

꿈꾸는섬 2011-04-21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눈이 호강했어요.^^

순오기 2011-04-24 18:39   좋아요 0 | URL
^^
 

우리 문화재 나무 답사기 / 박상진 / 왕의서재 

여러 소나무 종류 중에 백송은 이름 그대로 껍질이 하얗다. 흥미롭게도 어릴 때는 청년의 상징인 푸른색이었다가 나이를 먹어 갈수록 사람의 머리카락이 세듯이 점점 더 하얘진다. 유난히 흰색을 좋아하고 신성시하는 우리 민족은 절개를 상징하는 소나무 종류인 백송을 귀하게 여겼다. 더욱이 우리 땅에는 자라지도 않고 문화의 중심지라고 생각한 중국 북경지방에 자라는 나무이다 보니 더더욱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현재 우리 나라에 남아 있는 백송은 대부분 조선왕조 때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 온 사람들이 가져와서 심은 것이다.  

조선 순조 9년(1809) 늦가을. 24살 청년 김정희는 아버지 김노경이 동짓달에 인사차 파견하는 동지부사로 북경에 가는 행차에 합류한다. 조선왕조 때 외교사절의 자제들은 견문을 넓힌다는 명목으로 이렇게 아버지를 수행할 수 있었다. 북경에 머물면서 그는 쉽게 볼 수 있는 휜 얼룩부늬 껍질을 가진 특별한 소나무, 백송에 많은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사실 그는 어린 시절 백송을 가까이서 어루만지며 자랐다.

추사의 증조할아버지 김한신은 영조의 둘째사위되면서 지금의 동의동 정부종합청사 뒤편에 있던 '월성위궁'이란 대저택을 하사받는다. 이곳은 원래 영조가 임금이 되기 전에 살던 곳으로 정원 한 구석에는 숙종 때 심어진 백송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이 나무는 천연기념물 제4호 동의동 백송으로, 1990년 7월 돌풍에 맥없이 넘어져 버릴 때까지 살아 있었다. 죽고 난 다음 나무를 잘라 나이테를 조사해 본 결과 1690넌쯤에 심은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추사의 어린 시절인 18세기 말쯤에는 백송은 100살 가까운 한창 나이로 싱싱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때다. 그는 월성위궁에 있는 동안 열 살 전후에 할아버지와 양아버지의 죽음을 맞아 졸지에 대종가의 종손이 된다. 어린 나이에 받은 엄청난 충격을 추사는 백송을 어루만지면서 달랬을 것이다. 이렇게 백송과 깊은 인연을 맺은 추사가 이국땅 북경에서 다시 백송과 만났을 때는 남다른 예술가적 감상으로 어린시절과 고향생각을 일깨웠을 듯하다. 

추사는 북경에서의 두 달 남짓한 생활을 접고 1810년 2월 초 귀국길에 오른다. 그곳에서 수집한 수많은 서화와 함께 그가 빠뜨릴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백송을 가져오는 일이었을 터다. 나무 하나를 통째 가져오고 싶었겠지만 옮겨심기가 안되는 나무에, 한 달 넘게 걸리는 귀국길이다 보니, 나무가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솔방울 몇 개를 골라 귀국 짐짝 속에 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지 않을까. 추사는 3월 중순 어는 날, 예산의 본가에 도착하자마자 영의정을 지낸 고조할아버지 김흥경의 묘소를 참배하고, 가져온 백송을 여기에 심는다. 

백송은 땅속에서도 까다롭다. 금세 싹을 틔우지 않고 한 해 쉬면서 땅기운이 어떤지 알아본다. 다음해인 1811년, 조선 땅의 속사정을 파악한 '추사의 수입백송'은 바로 땅을 비집고 올라온다. 그러나 묘소 주변이 황토로 된 메마은 땅이라 살아남아 크게 자란 것은 채 몇 그루 되지 않았다. 그나마 세월이 지나면서 묘소 앞 오른쪽으로 약간 비켜선 자리에, 달랑 한 그루만이 살아남아 천연기념물이 됐다. 

추사 백송의 나이는 200년이며, 키 14.5미터, 가슴높이 둘레 2.8미터, 가지 펼침 동서 13.7미터, 남북 17.3미터로 키만 크고 비쩍 말랐다. 모양새는 손이 귀한 추사 집안이 번성해 삼정승이 나오기를 기원하는 듯, 1980년대까지도 밑둥치부터 셋으로 갈려져 있었으나 그 뒤 나머지 줄기 둘은 죽어버리고 지금은 외줄기가 되어 있다. 아쉬움이라면 죽은 줄기를 잘라낸 부분에다 백송 색깔을 흉내낸답시고, 흰 횟반을 뒤집어씌워 놓아 본래 나무가 가진 단아한 품위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320~323쪽) 

 

지난 주말 예산에 다녀왔다.
초등 동창이 얼굴이나 보자고 초대했는데, 그냥 친구들 얼굴 보고 밥만 먹으러 가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작년에 위 책을 읽고 별렀던 추사 고택과 백송을 보고 수덕사에도 다녀왔다. 여기는 추사 백송 사진만 올린다. 

 

 

추사 김정희 선생이 고조할아버지 김흥경 공의 묘소 앞에 직접 심은 백송(천연기념물 제106호, 예산 용궁리 백송) 

 

 

 

 

 

  

 

 

추사고택과 수덕사 사진은 따로 올릴게요 ~ 이성자 교수 강연회 시간돼서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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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산, 추사 김정희 고택
    from 엄마는 독서중 2011-04-13 13:31 
    4월 9일, 예산 추사고택을 다녀왔다.우리가 익히 아는 추사에 대해 알아보면...추사 김정희는 1786년 6월 3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용궁리에서 부친 김노경씨와 모친 기계유씨 사이에 장남으로 태어나, 백부 김노영에게 입양되었다.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박제가의 눈에 띄어 학예로 대성할 것을 예언, 수제자가 되었다고 한다. 24세에 생원시에 합격하였고, 1819년 34세에 문과에 급제한 후 충청우도 암행어사, 예조참의, 성균과 대사성, 병조참판을 지내다가
  2.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from 엄마는 독서중 2011-04-30 09:05 
    우리가 어느새 저마다 귀밑머리 희끗한 중년이 되어가고 있을 무렵, 갑자가 날아든 초등학교동창회 초대장이 우리를 고향으로 불렀다. 배운 자도 되고 못 배운 자도 되고, 가진 자도 되고 못 가진 자도 되고, 짓밟기도 하고 짓밟히기도 하는 사이에 속절없이 흘려보낸 세월을 무슨 사나운 꿈처럼이나 여기며 우리는 거기서 퍼뜩 깨어난 듯 고향으로 달려갔다. 어느새 쉰을 바라보게 된 나이도 허세 같은 여유를 주어 더 많은 우리를 모이게 했다. (아가 10쪽)이문열의
 
 
하늘바람 2011-04-12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스타일은 정말 멋져요 쉽게 따라쟁이도 못하고요.
백송이 참 신기하고 멋지네요

순오기 2011-04-13 13:36   좋아요 0 | URL
시간 여유가 없어서 아쉬웠어요.
백송은 나도 처음 봤어요~

무스탕 2011-04-12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의동의 월성위궁, 그러니까 영조가 왕이 되기 전에 살던 곳이란 월성위궁이 드라마로 말하자면 '동이' 에서 동이 한효주가 연잉군이랑 나가서 살던 사가를 말씀하시는거죠?
추사고택도 많이 궁금합니다요 :)

순오기 2011-04-13 13:37   좋아요 0 | URL
드라마 동이는 안봐서 모르겠고, 어쨋든 동이가 영조의 어머니 숙빈이니까 아들 연잉군과 살았던 집이라면 맞겠지요. 추사고택 사진 올렸으니 보시와요!^^

잘잘라 2011-04-12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신기 신기 @.@
우리나라, 나름 다닌다고 많이 쏘다녔는데 '백송'은 보는건 물론이고 듣느니 처음이예요.
모르고 봤으면 병들거나 죽은 나무인줄 알았을거 같아요. ^ ^;;

순오기 2011-04-13 13:37   좋아요 0 | URL
늙을수록 하애진다니 신기하죠.^^

꿈꾸는섬 2011-04-12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 백송 처음 봤어요. 정말 멋진데요.^^
예산 수덕사엔 가보았어요.^^

순오기 2011-04-13 13:39   좋아요 0 | URL
백송이나 청령포의 관음송이나 다 운치 있지요~ ^^
우린 6학년때 수학여행으로 현충사와 수덕사를 가는데,
그해에는 수학여행 버스 사고가 나서 못 갔어요.ㅜㅜ

2011-04-12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4-13 13:39   좋아요 0 | URL
감사~ ^^

소나무집 2011-04-12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멀리 다녀오셨네요.
저도 백송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순오기 2011-04-13 13:39   좋아요 0 | URL
광주에서 예산,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 쉽게 가보지 못했어요.
백송은 다들 처음이라 하니, 내가 좋은 일 한 거 같은 기분!^^

마노아 2011-04-12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아, 본문의 내용을 듣고 보니 책에 더 흥미가 돋아요. 추사고택과 수덕사 사진도 기대할게요.^^

순오기 2011-04-13 13:40   좋아요 0 | URL
본문이 워낙 충실해서 제가 보탤 말이 없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