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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라 반점의 형제들 ㅣ 카르페디엠 25
세오 마이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11년 4월
평점 :
개인적으로 양철북의 카르페디엠 시리즈를 좋아하지만, 몇몇의 작가를 제외하곤 일본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 이름도 낯설지만,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아직 미래의 설계도가 채워지지 않은 우리집 고1, 고3 남매도 읽어보라 해야겠다.
큰딸은 초등 3학년부터 변함없이 초등 선생님이 되고 싶어해 교대를 갔지만, 아들녀석은 해마다 장래희망란에 무엇을 적을지 고민했다. 어릴 땐 과학자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했고 좀 자라서는 작가가 되고 싶다더니, 쓰는 것 자체를 즐기지 않는 녀석이라 작가의 꿈은 버렸다. 고3이 된 지금도 딱히 진로가 결정되지 않아, 수능점수에 따라 합격 가능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게 될 듯하다. 고1 막내는 심리학이나 번역에도 관심을 갖지만 아직 확고하지는 않다.
대부분 어릴 땐 거창한 꿈을 꾸지만, 성장하면서 점점 꿈이 작아져 평범한 삶에 자족하고 만다. 반면 자기의 꿈을 야무지게 이루는 사람도 있다. 진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일찍 발견하면, 자기 삶에 좀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이 되리라 생각한다. 김수환 추기경의 '무엇이 될까보다 어떻게 살까를 꿈꿔라'는 책도 나왔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되고 싶은 게 있어야,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답도 나오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은 똑부러지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정해지지 않아,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것도 막연하던데...
오사카의 작은 중국음식점 도무라 반점 형제들의 좌충우돌 성장기이며 진로 탐색기다. 특별한 꿈을 갖지 않은 평범한 형제의 좌충우돌 일상이, 톡톡 튀는 대화와 적당한 긴장감을 동반하고 유쾌하게 펼쳐진다. 형 헤이스케와 동생 고스케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술되는데, 잘 생기고 글도 잘쓰는 형은 여학생들에게 인기도 많지만 가게 일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반면 동생 고스케는 생김새는 우락부락해도 가게 일을 잘 돕고 단골손님들과도 잘 통한다. 형제는 서로 다른 성격으로 형제간의 우애를 나누거나 사소한 대화도 거의 하지 않고 지낸다. 동생은 그런 형을 지극히 이기적이고 싸가지 없다고 생각한다. 형제는 티격태격 다퉈도 쿨하게 화해하며 사나이의 찐한 동질감을 나눌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형제를 발견하게 된다.
나는 소설가가 되기를 바란 적은 없다. 원래부터 장래에 되고 싶은 것 따윈 아무것도 없었다. 경찰관이나 비행기 조종하기를 동경한 적고 없고, 공무원도 청년 실업가도 되고 싶지 않았다. 단지 빨리 어른이 되어 집을 떠나 다른 세계로 가고 싶을 뿐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내 머릿속에는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43쪽)
형 헤이스케는 오로지 집을 떠나고 싶다는 이유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쿄 하나조노 창작학교에 간다. 하지만 소설가를 꿈꾸지 않았던 형은 결국 한 달만에 창작학교를 그만두고 입학금을 돌려받는다. 알바로 카페 라쿠에서 일하며 요리나 가게 운영에 관심을 갖고, 주인 시나무라씨의 신임을 얻는다. 창작학교에서 알게 된 후루바토는 유일한 친구고, 창작학교 강사인 기시카와 선생은 자퇴를 권하더니 사귀자고 제안한다. 여덟 살이나 연상인 강사가 학생에게 사귀자고 하는게 놀라웠지만, 일본이니까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헤이스케는 여자의 마음을 알아주며 섬세한 데이트는 하지 못해도 아리씨와 사귀며 청춘을 즐긴다. 18금스런 장면은 많지 않아 청소년들이 보면 실망하려나? ^^
동생 고스케는 야구를 좋아하고, 겁없이 합창대회 지휘를 덜컥 맡아 버렸다. 피아노 반주하는 기타지마에게 음악고 지휘를 배우며 멋진 학창시절을 즐긴다. 하지만 혼자 좋아하는 오카노와의 가슴 설렌 데이트는 성과 없이 끝난다. 고스케는 도무라 반점의 단골손님들과 격의없이 지내며 자기의 고민도 털어 놓는다. 한 식구처럼 참견하고 비밀 없는 소통은 오사카 사람들의 끈끈한 인정이 느껴진다. 형이 집을 떠난 후 당연히 아버지 가게를 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는 '남의 집 밥을 먹어보지 않으면 크게 되지 못한다'며 반대한다.
"집을 먼저 나갈 수 있는 게 맏아들의 특권이고(28쪽), 둘째 아들의 특권은 형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것(195쪽)"이라는 형의 말을 읽어줬더니, 우리 큰딸은 "맞아 맞아!" 공감했다.^^ 아버지의 질타를 받은 고스케는 형을 찾아가 상의하고 대학에 가기로 결정한다. 형은 타고난 성격이나 살아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소통할 수 있음을 발견하고, 형에 대한 질투와 미움을 버리고 찐한 형제애를 깨닫는다. 자기에게 맞는 일이 무언지 모르는 형제에게 공감도 되고, 젊은 날에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된다. 청소년들은 도무라 반점의 형제에 공감하며,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더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부모로서 뜨끔했던 장면이 있다. 자식들에게 지나친 기대로 부담을 주거나, 어떤 일의 결과만 보고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반성을 불러왔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식칼을 쥐어주고 감자를 썰게 했던 아버지에게 실력을 인정받고 싶었던 헤이스케는 긴장해서 손을 베어 버렸다. 두번째 기회가 주어졌을 때에도 역시 손을 베었다. 자기에게 기대를 가진 아버지 앞에서 번번히 실수하고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는 요리가 싫어서 그러는 줄 알았고, 그 이후 헤이스케는 도무라 반점 주방에 발을 들여 놓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헤이스케는 그 일이 상처로 남았다. 하지만, 라쿠 카페에서 일하며 메뉴를 개발하거나 새로운 요리법을 시도하면서 잠재된 요리에 대한 관심을 확인하게 된다. 불현듯 그리움에 집으로 돌아온 형 헤이스케와 집을 떠나 대학을 가는 동생 고스케, 둘 중에 누가 도무라 반점의 대를 잇게 될까~~~~~~ ^^
양철북의 카르페디엠 시리즈는 5월 2일부터 5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제6회 양철북 독서감상문대회 대상도서다.
이번엔 일본 문학기행이 아닌 베트남 생태 평화기행이라 관심을 갖고 참여하면 좋을 듯하다.
관심있으면 여기로~ http://cafe.daum.net/tindrum?t__nil_cafemy=it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