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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폴 ㅣ 미래의 고전 22
이병승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오~ 이런 신선한 발상이라니!!
초등학교 5학년, 짜장면집 만리장성의 열두 살 소년 안현웅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다. 반장은 커녕 줄반장 한번 못해 본 현웅이가 어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단 말이냐?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대한민국에서 어린이가 대통령이 되다니, 소가 넘어갈 일이고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지만 사실이다.^^
2019년 환경대재앙을 겪은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과 종교 지도자들, 재벌 기업가들이 모여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정치가들이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모아 자연과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을 했다면 이런 재앙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닫고, <차일드-폴(Child-Pol)> 법안을 통과시켰다. 어린이(Child)와 정치(Politics)를 합친 '차일드 폴' 법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인 어린이가 정치에 참여해 어린이 국회의원을 뽑고 어린이 정당을 만들며, 특히 각 나라의 대표인 대통령이나 수상은 반드시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현실에서 이런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지만, 작가의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세계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슈퍼컴퓨터가 뽑은 대통령이라니, 믿어볼만하지 않은가?^^
"열 살에서 열네 살의 어린이들 가운데 우수한 두뇌와 뛰어난 감성, 탁월한 인성과 지혜로운 통찰력을 갖춘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을 선별하고 또 선별했어요. 이 과정에서 유전자 검사. 지능 지수와 감성 지수 검사, 인성 검사와 적성 검사는 물론, 사주와 관상까지도 기초 정보에 포함시켰죠. 적어도 200여 가지 이상의 데이터를 참조하도록 하는 특수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해서 뽑힌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 대통령이 바로 연만흠 씨의 아들 안현웅입니다." (17~18쪽)
이렇게 뽑힌 대통령 안현웅은 늦잠도 자고 학교에 가기 싫으면 안가도 되겠다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회의를 하고, 정치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을 다독이고, 다른 나라의 어린이 대통령과 만나서는 놀지도 못하고, 산더미같이 쌓인 일이 버겁기만 하다. 그래도 차가운 비서실장과 경호팀장의 호위를 받으며, 지구의 평화와 환경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멋진 대통령이다.
책 속에 그려진 모래 폭풍처럼 불어오는 황사,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해안 도시의 침몰, 유독 물질이 섞인 붉은 비 등,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문제이거나 미래에 닥칠 일이기도 하다. 더구나 일본의 핵원전 사고로 환경재앙을 실감하는 요즘, 이 책은 공감의 쓰나미를 불러온다. 타락한 정치와 온갖 부정과 비리에 물든 어른들 세상엔 희망이 없고,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어린이만이 인류의 희망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인간의 편리를 위해 자연을 훼손하고 온갖 못된 짓을 저지르는 인간의 오만이 극에 달했으니, 이젠 벌 받을 일만 남았다는 걸 현실에서 감지하지 않는가!
오염된 비를 맞는 새들과 곤충을 위해 우산을 씌워주고, 댐 공사를 반대해 맨발로 걷는 소년과 함께 걸어주는 어린이 대통령. 자동차를 만들거나 자동차를 사려는 사람은 산에 나무를 심어야 하고, 국방비를 줄여서 환경을 위해 쓴다는 제안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일 때문에 우울해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어린이 대통령이 뭔가 해낼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긴다. 또한 차거운 비서실장과 경호팀장을 비롯한 기업 회장의 행보를 보면, 어린이 대통령을 통해 어른들 속에 잠자는 어린이를 깨우는 의미로도 읽힌다.
환경과 지구의 미래를 위한 순수한 마음으로 <차일 폴> 법안을 통과시킨게 아니고,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세계를 장악한 이트(Eat)와 빅 마우스(Big Mouth)의 등장은 더 큰 공포를 조성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계적인 거대한 괴물 조직과 싸워야 하는 어린 대통령의 행보에 주목하며 재밌게 읽었다. 후손에게 지구를 빌려 쓰는 우리는 소중하게 잘 사용하고 돌려주어야 하며, 진정한 나비효과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다시금 깨우치는 흥미롭고 뭉클한 감동도 선사한 책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