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빛고을 독서마라톤 은상 수상~

올해도 광주광역시 교육청의 '제6회 빛고을 독서마라톤'이 4월 11일부터 시작되었다.
고딩이 된 막내는 부담없이 5Km(악어코스)를 신청했고, 현재 1,427쪽을 등록했다.
제인에어 1.2도 읽었는데 아직 등록을 안했지만, 884쪽을 추가하면 2,311쪽이 되니까 목표의 절반은 달성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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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예년과 달리 푸짐한 시상도 없고, 목표달성시 완주증서만 받는다.
또한 6개월의 기간내 언제라도 참가신청이 가능하고, 목표를 바꿀수도 있다.
독서기록도 날짜가 지나면 수정할 수 없고, 기록한 내용을 다시 볼 수도 없다.
첫날은 그걸 몰라서 기록을 안 남겨서~ 여기에 남긴 기록과 다르다.
날짜가 지나면 수정할 수는 없어도, 내용은 볼 수 있어야 하는데... 

 

4/13  아버지, 나의 아버지  

 
입양아 연수의 성장물. 자신에게 주어지는 부모의 애정과 집안에서의 위치에 대해 불안해하는 연수가 안쓰러웠다. 나야 부모님이 모두 계시는 행운아지만 그렇지 않았을 땐 나도 연수와 같이 불안해 했을거다. 끊어져 소식을 알 수 없는 아버지를 찾으러 가면서 점점 어릴때의 기억이 돌아오는 연수. 그런데 솔직히 어린아이의 장난감을 찾아주면서 그것에 대해 집착하는 모습은 너무 적나라했다. 아 이게 이 작가의 복선이구나, 하는 게 다 느껴져서 좀 기대감이 떨어졌다. 갖은 고생을 다 해가며 찾아간 아버지가 연수를 알아보지 못했을 때 연수의 심정은 어땠을까. 과거에만 사로잡힌 아버지의 인생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어떤 고난을 겪었기에 그렇게 된건지 안쓰러웠다. 어쨌거나 연수는 좋은 부모님을 만나 행복한 가정의 일원이 되었지만, 그건 책 속의 이야기고 세상엔 연수만큼의 행운아는 적을 것이다. 세상 모든 어린이들이 부모님의 애정을 받고 자랐으면 좋겠다.

 

 

4/16 차일드 폴  

  

동화를 보고 허황되다고 말하는 건 좀 말이 안 되는 걸까. 언젠가의 미래, 대재앙을 겪고 난 후의 세계인들이 어린이를 대통령으로 삼기로 하는 정책 '차일드 폴'을 실행하게 된다. 평범한 아이인 현웅이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돼서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으로 점점 세계를 바꿔간다는 내용인데, 좀 말이 안되는 내용들이 많았다. 자연과 대화할 줄 아는 녹비소녀 비서실장님, 사람에 상처받아 마음을 닫았다가 점점 현웅이와 친구가 되어가는 경호실장님, 세계의 다른 어린이 대통령들까지. 정말 이렇게만 흘러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밖에도 그런 어린이 대통령들을 저지하려는 악의 집단 '이트'와 킬러 '빅 마우스'까지. 그래도 이걸 보다 보면 정말 우리 지구가 큰일이라는 생각은 든다. 얼마 전 일본의 지진과 그로 인한 원전파괴까지, 날이 갈수록 모든 게 무너져간다는 생각이 든다. 차일드 폴 속의 끔찍한 대재앙이 오지 않게, 지금부터라도 정말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4/24 나는 즐겁다  

  
란이는 약간 수상한 밴드 '영양실조'의 보컬이다. 뚱뚱하지만 화통하고 자존심 강한 계서 아줌마, 맹한 맹수 아저씨, 잘생기고 더럽고 무뚝뚝한 복태 오빠, 같은 반 예쁜아이 여유미까지 도저히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밴드 멤버들은 음악 하나로 점점 란이와 친해져간다. 자기는 평범하다고 하던 란이가 음악에 재능이 있는 걸 보니 왠지 배신감 들었다. 나도 뭔가 재능이 있었으면 그 길로 갈텐데. 란이가 부럽다. 그래도 처음 무대에 선 란이가 온 몸을 떨며 노래로 가득 차 있는 그 느낌을 보면서 조금 대리만족했다. '나는 즐겁다'는 란이가 즐거운 것도 있지만, 란이의 오빠인 락이의 이야기도 된다. 게이라고 커밍아웃 한 락이는 사람들의 일반적 생각과는 다르게 운동 좋아하고 힘 센, 아주 남자다운 아이였다. 다정하던 아버지가 충격받고 란이와 락이를 통제하려 하는 모습에서 아버지의 힘든 마음이 느껴져서 안쓰러웠다. 그래도 가족은, 내가 못나도 날 항상 사랑해줄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란이도 락이도 아버지도 다 제자리로 잘 돌아온 것 같다. gay는 '즐겁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오늘도 란이네 가족은 즐겁다. 

 

4/25 작은 발걸음 

 구덩이의 연작! 반가웠다. 이번에는 스탠리와 제로가 아니라, 초록호수 캠프에서 함께 했던 겨드랑이와 엑스레이가 중심인물이다. 구덩이에서는 그다지 비중있지 않았던 겨드랑이가 나와서 반가왔다. 초록호수 캠프의 해산으로 끝난 게 아니라 그 뒤의 삶을 알게 되는 거라 훨씬 친근감이 들었다. 겨드랑이는 조경회사에서 땅을 파는 일을 하며 '작은 발걸음'으로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엑스레이가 찾아오고 가수 카이라 딜리언 콘서트의 암표 팔이를 하게 되면서 점점 위험이 찾아온다. 천천히 한 발씩 떼지..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그 일로 카이라와 안면을 트고 친구에서 연인이 된 걸 보면 신기하다. 카이라와 겨드랑이, 지니는 모두 사람들이 자신을 왜곡된 이미지로 본다는 점이 닮았다. 그래서 셋이 친구가 된 건지도 모른다. 거치고 폭력적인 흑인이라 남들이 다 피하는 겨드랑이를 존중해주는 것도 지니와 카이라였다. 결국 겨드랑이가 나중에 카이라를 구하게 되니, 둘 모두 언젠가는 다시 좋게 만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구덩이도 그랬지만 책을 보고 표지를 보면 재미있다. 읽기 전에는 몰랐던 요소들이 깨알같이 박혀있는게 좋다. 

 

5/3 불량가족 레시피 

 
불량가족 레시피; 송장 칠 나이에 똥기저귀 빨게 만들었다고 푸념하는 욕쟁이 할머니, 망한 회사 사장인데다 다혈질의 불곰 아빠, 잘 나가는 주식투자자에서 뇌경색 환자로 변한 삼촌, 조용하고 착하지만 다발경화증이 있는 오빠, 나만 보면 욕하는 뚱땡이 하마같은 언니, 그리고 아무데도 잘난데 없는 나, 한 스푼씩. 거기다 모두 집을 떠난 세 명의 다른 어머니들을 양념으로 추가하면 완성! 설정만 보면 당장이라도 TV에 나와도 되는 막장드라마의 전형이다. 그러나 작가가 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마치 남의 이야기를 말하는 듯이 담담하고, 유머스러워서 이 책에 묘한 매력을 불어 넣는다. 사실 이런 이야기에선 결국엔 모두가 이해하고, 진정한 가족이 됐다는 결말을 기대했지만 이 책은 그런 기대를 깼다. 서로 모든 걸 털어놓고 이해한 것도 아니고, 끈끈하게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후반부에서 가족들이 집에서 떠나는 걸 보면서 생겨난 그리움과 주인공의 성장이 서서히 서로를 이해하려 하는 희망으로 보였다. 

 

 

5/8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전에 경향신문에서 연재되어 한두 번 읽은 적이 있던 김제동의 인터뷰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문인들과 정치인, 방송인, 그 밖에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을 남녀노소 구분없이 만나서 애기했다는게 신기했다. 김제동에게는 뭔가 편안한 매력이 있어서, 그를 만난 사람들은 어느샌가 무장해제 되어 속 깊은 애기를 털어놓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인터뷰를 읽는 나에게도 그들의 속마음이 전달되어 조금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듯 했다. 고현정이나 강우석, 이외수씨같은 분들은 미디어에 비춰진 모습밖에는 모르다가 인터뷰를 보고 '아, 이분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면도 있구나'하는 걸 깨달았다. 일부 사람들은 김제동이 어떤 정치적 생각이나 발언을 하는 걸 아주 고깝게 여긴다. 연예인은 그런데 신경쓰면 안된다면서. 그런 사람들은 이 책도 그렇게 여기겠지만 김제동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렇게 스스로의 생각을 지닌 사람들과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민과 생각을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5/10 제인에어 1.2  

 
예전에 볼 때는 재미가 없어서 금방 덮었는데, 지금 읽으니까 이게 왜 명작인지 알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제인의 생에 빠져 보게 되었다. 돌아가신 외삼촌 댁에 맡겨져 리드 부인과 세 아이들에게서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신경질적이고 거짓말쟁이로 취급당하던 제인은 결국 로우드 학교로 보내진다. 살아받고 싶어서 정말 노력했는데, 자신이 조금 덜 귀엽고 맡겨진 아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렇게 가혹하게 취급을 받은 걸 보니 나라도 인연을 끊고 싶을 것이다. 마지막엔 재산도 다 날아가고, 자식들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임종을 맞게 된 처지에 리드부인에게 달려가지만 결국 끝까지 리드부인은 제인을 외면한다. 역시 사람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일평생 자신을 미워했던 친척이 돌아가신 걸 보면서, 나라면 무슨 심정이었을까. 어쨌거나 로우드 학교로 간 덕분에 제인은 헬렌 번스라는 인생의 친구를 만나 더 성숙해지기도 하고, 자신만의 신념을 갖춘 훌륭한 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렇게 확고하게 자기 자신을 다잡을 줄 아는 사람은 매력적이다. 아마 로체스터도 이런 모습에 사랑에 빠졌을 것 같다.

 
가정교사로 들어와 오랫동안 방황하고 상심했던 주인 로체스터와 사랑이 싹트기까지, 점쟁인 노파인 체 행세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것처럼 행동해 제인을 떠 보는 그 과정이 정말 남의 연애사 훔쳐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새침데기처럼 톡톡 튀는 말 하나하나까지도 둘 모두에게 자연스러웠다. 이제 결혼식 날짜도 잡히고, 정말 제인에게 행복이 찾아오나 싶었는데 로체스터의 비밀이 밝혀지고.. 나라면 정말 고민했을 것 같다. 결국 도망치기로 한 제인의 선택이 이해가 가면서도 안 가는 느낌. 어쨌거나 그 도피 이후로 없는 줄 알았던 친척들도 만나게 되고, 재산도 받았으니 잘 된 일이다. 결국 제인의 그 결정으로 인해 로체스터와 영원히 함께 사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책 한 권을 '뚝딱' 읽는데 기록하는 건 부담스러워 다음엔 독서마라톤 참여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3년째 참여하는 우리 모녀!
2009년엔 개인코스 10킬로(10,000쪽 읽기) 참여해서 중등부 은상(도서상품권 4만원) 수상했고,
2010년엔 엄마랑 둘이 가족 풀코스(42.195쪽 읽기) 참여해서 은상(도서상품권 25만원)을 수상했다.
예년엔 상금에 눈이 멀어(^^) 문학에 치우친 독서를 지양하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는데,
올해는 상금도 없으니 그냥 좋아하는 책이나 부담없이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참여한다는 막내의 말!^^
^^


댓글(10) 먼댓글(2) 좋아요(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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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6회 빛고을 독서마라톤 6~9월 기록
    from 엄마는 독서중 2011-09-20 02:52 
    올해는 포상이 없어, 엄마도 아이도책을 읽어도 기록에 소홀하다.그래도 목표는 달성해야 하니까,마감일인 10월 9일까지완주 해야겠지.^^5/22 멋지다 열일곱나와 똑같은 나이의 재하. 농구선수가 꿈이었던 아이지만 잦은 무릎부상을 겪고 그 꿈을 포기해 버린다. 힘든 가정환경에서 자기가 뭘 해야 될지, 계속 공부를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면서 제자리에 멈춰 있었다. 그러다 유다연의 전화가 오고, 다연에게 설득된 재하는 꿈을 이루기 위한 드림레이서가 되기로 한다
  2. 제6회 빛고을 독서마라톤 6~9월 기록
    from 엄마는 독서중 2011-09-20 02:52 
    올해는 포상이 없어, 엄마도 아이도책을 읽어도 기록에 소홀하다.그래도 목표는 달성해야 하니까,마감일인 10월 9일까지완주 해야겠지.^^5/22 멋지다 열일곱나와 똑같은 나이의 재하. 농구선수가 꿈이었던 아이지만 잦은 무릎부상을 겪고 그 꿈을 포기해 버린다. 힘든 가정환경에서 자기가 뭘 해야 될지, 계속 공부를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면서 제자리에 멈춰 있었다. 그러다 유다연의 전화가 오고, 다연에게 설득된 재하는 꿈을 이루기 위한 드림레이서가 되기로 한다
 
 
세실 2011-05-10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저도 김제동 책 읽고 있어요.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 재미있네요. 곰씹으며 대화의 기술을 배워야 겠어요. ㅋ
제인에어 저도 읽으려고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순오기 2011-05-11 01:02   좋아요 0 | URL
제인에어를 나는 며칠씩 삐대고 있는데, 막내는 금세 뚝딱 읽어치우더라고요.ㅋㅋ
김제동 책도 금세 읽고...나는 이것 저것 겹치기로 보는 중이라 진전이 없어요.ㅠㅠ

마녀고양이 2011-05-10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언니... 올해도 하세요?
으아....... 진짜 왜 감탄만 하게 만드세요! 쪽!

순오기 2011-05-11 01:03   좋아요 0 | URL
3년째 도전인데, 올해는 수상내역이 없어 매리트가 없어요.ㅜㅜ
그래서 다양한 분야보다 부담없이 소설 위주로 읽고 있다죠.ㅋㅋ

sslmo 2011-05-10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올해도 하시네요.
둘째는 고3이라서 올해는 못하는 건가요?
둘째의 재치 만점의 리뷰도 좋았었는 데 말이죠.
둘째, 막내 모두 건강 괜찮은거죠?

순오기 2011-05-11 01:06   좋아요 0 | URL
둘째는 고3이라 얼굴 보기도 힘들네요.
일주일에 한번 기숙사로 가서 만나는 게 전부에요.ㅜㅜ
우리아들이 솔직하게 쓰죠.ㅋㅋ

아들은 6개월 약 먹고 완치되었고, 보기에도 건강이 좋아보여요.
막내는 음식에 신경쓰고 잠잘때도 양말 신고 자니까 좋아졌어요.
관심~ 고마워요!

수퍼남매맘 2011-05-10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빛고을에서 좋은 행사를 하네요. 정확하게 어떻게 하는 행사인지 궁금합니다.

순오기 2011-05-11 01:07   좋아요 0 | URL
광주광역시 교육청 사이트에 가면 자세히 나와 있어요.
http://bookmarathon.gen.go.kr/main/main.php
시간 될 때 한번 둘러보세요~~~ ^^

blanca 2011-05-10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내가 제인에어도 읽었어요? 우아! 분량이 상당하던데. 순오기님도 가족들 모습도 참 부럽네요. 책을 같이 읽고 독려할 수 있는 관계가 가족 안에 형성되면 참 행복할 것 같아요.

순오기 2011-05-11 01:08   좋아요 0 | URL
민음사 제인 에어 분량도 대단하지만, 번역이 영 맘에 안들어서~ 나는 몇날 며칠을 삐대고 있어요.ㅜ
우리막내는 속독을 하니까 책 한 권 금세 읽어요~~~ ^^
 
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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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아동문학은 1969년 발표된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강아지똥>은 아동문학을 성인문학의 하위개념으로 여기던 인식을 바꾸었고, 어린이문학의 수준을 높였으며 '똥'에 대한 정서까지 바꾼 획기적인 작품이다.
전문가들은 '정서'가 바뀌는 기간을 30년으로 보는데, 그저 더럽고 혐오스런 감정으로 대하던 '똥'이 <강아지똥> 이후 킥킥거리는 웃음의 대상이 되고 소중한 가치를 인정받고 배려받는 대상으로 정서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권정생 선생님은 돌이네 흰둥이가 골목 담 밑에 눈 <강아지똥>을 주인공으로,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로 제1회 기독교 아동문학상에 당선되었다. 어린이의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나 세계명작이 판치던 때, 우리 이야기에 목말랐던 독자들에게 작고 보잘것 없는 존재에 의미를 부여한 <강아지똥>을 선물하신 것이다.
더구나 정승각 선생님의 그림으로 태어난 <강아지똥>은 가히 그림책의 고전이다. 흰둥이의 똥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따스한 김까지 그려낸 섬세함은 웃음을 넘어 감동까지 선물한다.

날아가던 참새도 콕콕 쪼면서
"똥! 똥! 에그 더러워......"
무시하는 존재인 강아지똥은 서럽다.

심지어 소달구지에서 길가에 떨어진 흙덩이조차도
"넌 똥 중에서도 제일 더러운 개똥이야!"
비웃는 바람에 "으앙!" 울음을 터뜨렸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더러운 똥이라고 버림받은 강아지똥에게
흙덩이는 자신이 더 흉측하고 더러운 존재일지 모른다며 위로한다.

지난 여름,
가뭄이 심해서 아기 고추를 끝까지 살리지 못하고 죽게 한 죄로
길바닥에 버려졌다며 이젠 끝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소달구지 아저씨는 길에 떨어진 흙덩이를 발견하고
도로 밭에 가져다 놓아야겠다며 소중하게 주워 담았다.
흙덩이가 존재 가치를 인정받았을 때도
강아지똥은 그 발치에 여전히 버려진 채...

어떻게 하면 착하게 살 수 있을까?
아무짝에도 쓸 수 없는 존재로 춥고 외로운 겨울을 보낸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건만, 여전히 강아지똥은 버려진 존재다.
열두 마리 병아리를 데리고 나온 어미닭은 찌꺼기뿐이라며 그냥 가버린다.

보슬보슬 봄비가 내리던 날,
강아지똥 곁에서 파란 민들레 싹이 돋아났다.
예쁜 꽃을 피운다는 민들레의 자랑에 강아지똥은 부럽기만 하다.

한숨 쉬는 강아지똥에게 민들레는 부탁한다.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에 내 몸 속으로 들어와야 예쁜 꽃을 피울 수 있다고...
강아지똥은 기뻐서 민들레 싹을 힘껏 껴안았다.

강아지똥은 빗줄기에 온 몸이 자디잘게 부서지는 아픔을 겪으며 땅 속으로 스며들어 민들레 뿌리로 모여 들었다.

온 몸을 녹인 강아지똥의 눈물겨운 사랑과 희생은 아름다운 민들레 꽃을 피워 올렸고...

길가 돌틈이나 시멘트 사이에서도 흙만 있으면 피어나는 민들레는 사람들에게 짓밟혀도 꽃을 피운다.
흔하디 흔한 민들레지만 강아지똥의 희생으로 피운 꽃이라는 걸 기억해주자.

개편된 7차 교육과정의 초등 2학년 1학기 말하기 듣기에 실렸고, 전 국정교과서 중학교 1학년 1학기 국어에도 실렸던 강아지똥은,
작고 보잘것 없는 것도 쓸모가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걸 일깨운 작품이다.

엄마가 아이에게,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읽어주면 가슴이 촉촉해지는 감동이 있다.
나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고, 아무도 내 친구가 돼 주지 않는다고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 희망을 준다.
또 누군가에겐 민들레꽃을 피운 강아지똥처럼 제몸을 부수는 희생과 헌신의 길을 다짐하는 힘을 줄지도 모른다.
혹은 주인공의 가치를 빛내주고 돋보이게 하는 빗물같은 사람이 되겠다는 소박한 꿈을 갖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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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5-10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독서수업하거나, 견학 프로그램 운영할때 이 책 읽어줬는데....지금도 웬만큼은 외울수 있어요.
정승각선생님이 표지의 첫 장면을 그리기위해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돌아 다니셨다는 강의 듣고는 더 사랑스러웠답니다.
그림책의 지존이죠^*^

순오기 2011-05-10 15:22   좋아요 0 | URL
광주에서도 동화읽기 모임이나 동화읽어주기에서도 가장 많이 읽히는 그림책이지요.
정승각 선생님의 수고가 그림의 리얼리티를 살려내고 감동을 몰고 오는 거라 생각해요.
그림책의 지존, 그림책의 고전!!

잘잘라 2011-05-10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들레를 꼭 껴안은 강아지똥의 표정이 감동입니다. 개똥이 아니라 강아지똥이라서 더요^^

순오기 2011-05-10 15:22   좋아요 0 | URL
개똥과 강아지똥의 느낌은 엄청 다르죠~ ^^
그림을 보면 감동이 몰려옵니다~~~~
 
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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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2-1에 실린 강아지똥, 우리 아동문학의 분기점이 되고 똥에 대한 정서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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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성 동화 보물창고 32
엘리자베스 윈스롭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환타지는 현실도피인 것 같아 즐겨보지 않는데, 이 책은 그런 기우를 해소시켜 준 책이다.
상상의 세계로만 생각하는 마법의 환타지가 탄탄한 이야기 구조 덕분에 현실과 분리되지 않은 리얼리티를 살렸다.
  
표지의 소년은 맞벌이 부모님 덕분에 필립스 할머니의 돌봄을 받는 윌리엄이다. 소년은 열 살이고 곰인형과 잠들고 체조를 좋아한다. 고민이라면 필립스 할머니가 고향인 영국으로 돌아가게 돼서 할머니와 헤어지기 싫은 것 뿐이다. 할머니는 헤어지기 싫어하는 윌리엄에게 2층으로 된 멋진 중세의 성을 선물하는데, 2층으로 된 성의 구조까지 실려 있어 이해를 돕는다.   

  

다락방에 올려 둔 커다란 성을 갖고 노는 소년은 행복하다. 다락방과 성, 뭔가 비밀스런 일이 벌어지는 공간으로 딱 어울리는 조합이다. 윌리엄은 필립스 할머니가 성과 함께 준 납으로 된 은빛기사를 갖고 놀다가 은빛기사가 잠에서 깨어나는 놀라움을 목격한다. 이제 이야기는 점점 흥미로워진다. 마법에서 깨어난 은빛기사 사이먼 경은 아퀼라 영주의 외아들로 마법사 얼래스터의 마법에 걸려 납인형이 되었음을 밝힌다. 사이먼 경은 빼앗긴 성을 되찾기 위해 야누스의 토큰이 필요하고, 윌리엄은 필립스 할머니를 떠나보내지 않을 비법이 필요하다. 두사람의 다락방의 공존은 현실과 마법의 세계를 이어주는 통로가 된다.

   

자네가 어떤 사람의 시간에 손을 댄다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하네.(74쪽)
자넨 여기 숙녀 분께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더군. 그녀는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84쪽) 
우리 둘 다 너무 조급했네. 윌리엄 군, 부인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작아졌어. 그 사실은 아무리 해도 바뀌지 않아.(94쪽)

윌리엄은 할머니를 붙잡아 두려고 할머니에게 마법의 토큰을 사용하여 작은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윌리엄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그 대가를 치루기 위해 스스로 종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여인이 열심히 수를 놓고
기사가 칼을 시험할 때,
종자가 도개교를 건널 것이고
바로 그때가 모험에 나설 적기일지니 

마법의 토큰으로 작아진 윌리엄은, 사이먼 경과 필립스 할머니께 훈련을 받으며 모험을 준비한다. 시동 윌리엄이 지켜야 할 행동규칙은 "궁핍한 자들에게 인정을 베풀라. 부를 낭비하지도 축적하지도 말라. 절대 수치심을 잃지 말라. 질문을 받으면 솔직히 대답하되 너무 많은 질문을 하지 말라. 사나이답고 기개 있게 굴라. 자비를 구하는 적은 결코 죽이지 말라."는 것과 "언제나 사랑에 충실하도록 하라"(114쪽)는 것이다.   

자, 이들의 모험에 어떤 위험이 기다리고 있으며, 그 위험을 어떻게 극복하고 헤쳐나갈 것인지, 마법사 얼래스터와의 한판 승부는 승리하게 될지... 사이먼 경의 유모였던 캘린더 할머니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궁금해서 책을 놓지 못한다. 더구나 곳곳에서 만나는 명언과 생각거리는 현실을 도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게 만든다.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으로 윌리엄의 모험에 책을 덮지 못하고, 내면의 두려움과 싸우며 나가는 윌리엄의 모험에 동행한 즐거운 독서였다. 자~ 마법사 얼래스터를 물리친 건 사이먼 경일까, 은빛기사의 종자인 윌리엄일까? ^^

"진정으로 용감한 사람은 자기 안의 두려움을 먼저 정복하는 사람이야." (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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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5-09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네가 어떤 사람의 시간에 손을 댄다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하네'
이 문구는 너무 의미심장한데요?
되씹을수록 양파 껍질처럼 여러 생각이 들어요. ^^

순오기 2011-05-09 21:02   좋아요 0 | URL
흠~ 이책은 고학년이 읽으면 좋겠어요.
 

세실님 댓글처럼, 나도 이제는 어버이날에 대접하기 보다 대접받고 싶다. 

그래서 요 며칠 동안 받은 선물을, 내 맘대로 어버이날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막내한테 받은 어버이날 선물 3종세트~ 핸드폰고리와 브로치, 그리고 편지까지 

 

    

   

5월 3일에 날아든 메리포핀스님의 푸짐한 책선물과 감동적인 편지~ 고맙습니다!!

  

 

<똑똑한 수납>예전엔 제법 정리를 잘했는데, 이젠 청소도 안하고 사는 게으른 주부가 되었지만, 다시 정리의 달인으로 거듭나리라 불끈 다짐하게 한...

<전50>날새면 이 책을 보고 전을 만들어, 우리 큰딸한테 택배를 보내겠다고 호언장담한... 

<초보자를 위한 친환경 가구 만들기> 몇가지 욕심나는 아이템이 있는데, 기본공구는 다 있으니 한번 도전해볼까...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2009년 9월, 어머니독서회 토론도서였는데 회원들이 "우리한테는 언니가 건지섬의 엘리자베스야!"라는 내 인생 최고의 찬사를 받게 한 책이고. 고등학교 독서회 5월 토론도서인데 딱 맞춤으로 보내주었다. 소장한 책이라 욕심부리지 않고 고등학교 사서선생님께 선물했다. 알라디너한테 선물받은 책이라는 걸 밝히고... ^^

 
5월 6일에 온 깜짝선물~ 햇감자, 우리집 앞 골목에 사는 아들 친구 엄마가 보내왔다. 중학생 딸 글쓰기를 좀 도와줬다고...
어버이날에 쪄 먹었는데 너무너무 맛났다. 큰딸한테도 조금 보내줘야지~ 


   

 
5월 7일에 온 무스탕님의 책선물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경향신문에 연재될 때 몇 편은 읽었지만, 다 읽어보지는 않아서 궁금했는데... 잘 읽을게요!^^

선물도 감동이지만 김제동 사인에 또 감동받았다. 
사인만 하는 것도 시간이 걸리는데 장문의 멘트까지 일일히 썼다. 

김제동은 나처럼 눈이 작아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데,
시간과 정성을 들인 사인본이라니...
게다가 김제동인 만난 무수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면 꼭 읽고 싶어진다.

 


   



<박완서 문학을 말하다>예약주문했었는데, 내가 나한테 주는 어버이날 선물로 맞춰 왔다.


<살아있는 고전 문학 교과서 1><한국의 고전을 읽는다 2>5월 12일 광주에서 열리는 고전문학 강좌에 참가신청하고 구입한 책 

<곽재구의 별밭에서 지상의 시를 읽다> 중고샵에서 1,200원에 건졌는데, 좋아하는 시인의 시가 많이 수록돼 있어 완전 땡 잡은 기분이다. 

 

  


책꽂이를 치우며  - 도종환- 

창 반쯤 가린 책꽂이를 치우니 방안이 환하다.
눈앞을 막고 서 있는 자식들을 치우고 나니 마음이 환하다
어둔 길 헤쳐간다고 천만근 등불을 지고 가는 어리석음이여
창 하나 제대로 열어놓아도 하늘 전부 쏟아져 오는 것을 

-별밭에서 지상의 시를 읽다 142쪽- 

  

나도 별밭에서 지상의 시를 읽으며 정리의 달인으로 거듭나리라, 다짐한 2011년 어버이날!!  

 

기념일 많은 5월, 다가오는 스승의 날 선물로 주고받는 손길이나 읽기에도 부담없을 책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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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5-09 0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푸짐한 선물 받으셨네요^*^
김제동을 좋아하시는 이유가 재미있어요. ㅋㅋ

선생님께 책선물 좋은데 요것도 부담스러워요...괜히 오해하실까봐. 그냥 패스~~

순오기 2011-05-09 14:34   좋아요 0 | URL
하하~ 김제동을 좋아하는 이유에 세실님은 공감할 수 없지요.ㅋㅋ
스승의날보다 학년 끝날때 하는 게 좋긴 하죠.^^

섬사이 2011-05-09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이 아침부터 구질구질해요.
이럴 때 저 포실포실하게 삶은 감자에다 김치 얹어서 먹으면 맛날 것 같아요.
오늘 아이들 간식으로 감자 삶아야겠어요. ^^

순오기 2011-05-09 14:35   좋아요 0 | URL
날이 구질구질~ 비가 쫘악 쏟아지면 차라리 낫겠는데 말이죠.
포실포실한 감자~~~~~헤헤 맛나요!!
우린 에제 아홉개 쪄서 세식구가 세개씩 먹기로 했는데,
누군가 한개를 더 먹었는데 다들 세개만 먹었다고 오리발~ㅋㅋㅋ

행복희망꿈 2011-05-09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행복한 선물이 가득하네요.^^
늘 인기짱인 우리 순오기님~~~
건강하시고 즐거운날들 되세요.

순오기 2011-05-09 14:36   좋아요 0 | URL
꿈님의 이쁜 비누향기가 풍겨는 듯...

하늘바람 2011-05-09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언제나 화기애애한 님의 페이퍼네요축하드려요

순오기 2011-05-09 14:36   좋아요 0 | URL
그러게~ 제가 선물 복이 많은가봐요.^^

마노아 2011-05-09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근한 감자 향이 여기까지 오는 것 같아요. 책과 감자, 사인 등등 모든 것에 깃든 마음 냄새네요. 멋집니다.^^

순오기 2011-05-09 14:37   좋아요 0 | URL
마음이 깃든 선물은 언제나 행복을 가지고 오죠.^^

무스탕 2011-05-09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자 정말 맛있겠어요. 삶아서 저렇게 퍽퍽 갈라진게 정말 맜있는 감자죠. 정말 쓰읍~ 이네요 ^^
저도 김제동.. 책의 사인을 보곤 깜짝 놀랐어요. 일일이 사인하기도 손 아팠을텐데 그렇게 장문의 글을 적다니.. @_@ 정말 마음이 담긴 책이구나 싶더라구요.

순오기 2011-05-09 14:38   좋아요 0 | URL
햇감자는 처음 먹었는데 정말 맛났어요~~~ 쓰읍!
김제동 장문의 글은 정말 감동이죠~~~ ^^

2011-05-09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9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잘라 2011-05-09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힛. 저도 김제동.., 기다리고 있어요. 아니 지금쯤 김제동,이 저를
기다리고 있겠네요. 경비실 구석에서요^^;;ㅋㅋ
(근데 김제동 글씨요, 군인아저씨 같어요. ㅠㅠ 외로움 외로움..)

순오기 2011-05-09 21:03   좋아요 0 | URL
흠~ 김제동이 경비실에서 기다리는군요.ㅋㅋ
이책은 우리동창들 애경사에 나의 사금고 역할을 하는 친구에게 선물을 할까 해요.^^